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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64화 (162/1,000)

1064화. 우유도, 그만 좀 하게!

좌승풍은 장만루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이미 우유도가 우리 손아귀에 있으니, 무슨 이유를 들어서든 한쪽 팔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오. 그 또한 문중의 제자들에게 일종의 변명이 될 수 있겠지. 장 형, 대국을 생각해야 하오!”

장만루는 이를 갈았다. 아마도 자신 문파의 제자가 아니라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과거, 급박한 상황에서 상조종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 제자에게 그런 일을 시켰다. 그 또한 급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행한 일이었다. 또 그건 모두를 위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게 어찌 그 자신만의 책임이 되었단 말인가. 장만루는 생각할수록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우유도가 지금 자신을 물고 놓지 않으니, 이 일 때문에 큰일을 그르칠 수 없었다.

우유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 본인은 지금 몰래 나온 상태입니다. 연군이 이미 집결을 시작했으니, 내가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으면 연국 삼대 문파가 곧 이상함을 눈치챌 겁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끼리 문제를 처리하고 싶어도 쉽지 않을 겁니다.”

미만이 담담히 이야기했다.

“장 형, 이건 그쪽 문파의 일이니, 우리가 간섭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소. 알아서 하시오.”

장만루가 어두운 얼굴로 잠시 고민하더니 갑자기 소리쳤다.

“도연풍, 나와라!”

뒤에 숨어있던 도연풍은 잔뜩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금 장만루의 부름을 받고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앞으로 천천히 나섰다. 그리고 장만루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사부님을 뵙습니다!”

장만루가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한 글자 한 글자 강하게 발음했다.

“주어라!”

도연풍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또한 이 명령을 들으면 사문이 도연풍을 홀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좋다 한들, 그 누가 자신을 불구로 만들고 싶겠는가.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항명한다면, 사부는 수치스러움에 크게 분노할 것이고, 누군가가 나서서 자신의 손을 베어 버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팔을 잃고도 얻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는 몹시 어렵게 양팔을 천천히 내리고는 천천히 뒤돌아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그 두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우유도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도연풍이 갑자기 오른손으로 칼을 뽑아 들었다. 서늘한 한광이 스쳐 지나갔고, ‘핏’ 소리가 나며 왼손 손목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잘려나간 왼손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음….”

도연풍은 고통에 신음했다. 검으로 땅을 짚은 그는 법력을 이용해 왼팔을 지혈했다.

두 귀원종의 제자가 빠르게 뛰쳐나와 그런 그를 부축했다. 그때, 우유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군주님께 무례한 손은 오른손이었던 것 같은데?”

도연풍의 몸이 굳어졌고, 안색이 급변했다. 도연풍을 부축하고 있던 제자들도 다들 장만루를 돌아보았다.

운희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굳어졌다. 장만루가 분노해 소리쳤다.

“지금 보니, 네놈은 협상하러 온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러 왔구나.”

“됐습니다. 내가 한발 양보해서 더는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

장만루는 마치 솜 위에 주먹질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노한 와중에 도연풍을 데리고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미만이 말했다.

“자, 손을 주었으니, 이제 말해 보게.”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인질을 보아야겠습니다. 인질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좌승풍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유도, 그만 좀 하게!”

우유도 또한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좌 장문인, 지금 저와 장난하시는 겁니까? 협상을 하기 전, 인질의 안전을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약속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는 것이 너무한 행동입니까?”

확실히 너무한 행동이라 할 수는 없었다. 좌승풍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뒤돌아보고 말했다.

“인질을 데려와라.”

누군가 명령을 듣고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숙청이 멀지 않은 곳에서 끌려왔다. 상숙청은 강보에 싸인 아이를 껴안고 놓지 않고 있었다.

뚱뚱한 아이는 그녀의 품 안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깨어나면 먹고, 먹으면 잤다. 대체 위험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상숙청이 도착했고, 우유도가 직접 온 것을 보았다. 긴장하고 있던 그녀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우유도를 불렀다.

“도야!”

우유도는 손을 들어 진정하라는 손짓을 했다.

“두려워 마십시오.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우유도를 본 상숙청은 정말로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유도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유도는 상숙청을 살피고 있었다. 그녀의 더러운 모습을 보고는 삼대 문파의 사람들을 흘겨보며 우유도가 말했다.

“이게 여러분이 말하는 잘 돌보는 것입니까. 씻지도 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만?”

방등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그렇게 한 것이 아니네. 우리도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부족하지 않게 준비해 주었고, 찬물과 뜨거운 물도 충분히 공급해 주었지. 깨끗한 의복도 준비해 주었다네. 거기에 심지어 시중을 들게 할 시녀들까지 보냈지만, 자신이 씻지 않겠다고 하니, 우리 잘못이라 할 수 없지.”

그런 것인가? 우유도는 의문이 담긴 눈빛으로 상숙청을 바라보았다. 상숙청은 이를 악물었다. 차마 이야기하기 어려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우유도는 어렵지 않게 이해했다. 이런 곳에서, 또 어제 그런 힘든 일을 겪었으니, 옷을 벗고 씻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우유도는 더는 그것을 문제 삼지 않고 다시 물었다.

“군주님, 소왕야와 군주님은 모두 무사하십니까?”

상숙청이 고개를 저었다.

“무사해요, 아직은 말이에요”

우유도가 다시 물었다.

“정말 저들이 군주님의 몸에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까?”

상숙청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잠시 침묵했다. 수행자들이 수작을 부렸을 가능성이 있었다. 돼지고기는 못 먹어 봤어도, 돼지가 뛰는 것은 보았다는 말이 있듯이, 수행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고 들은 것이 적지 않았다. 당연히 그들이 어떤 수작을 부렸는지 알 수 없었다.

상숙청이 망설이며 생각에 잠긴 틈에 우유도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저들의 몸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직접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우선 인질이 문제없는지 확인해야 하니, 이런 요구는 과한 요구는 아닐 겁니다.”

우유도는 천검부를 들고 앞으로 성큼 발걸음을 내디디었다. 미만이 즉시 우유도를 가리키며 경고했다.

“멈추게!”

우유도는 마치 그제야 뭔가를 알아차렸다는 듯이, 손에 든 천검부를 한번 보고는 코웃음 쳤다. 그리고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한 걸음 물러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더니 말했다.

“난 함부로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군주님을 이쪽으로 보내서 살펴보게 하시지요.”

상대방은 다소 망설이는 것 같았다. 우유도가 천검부를 갖고 다가오는 것은 꺼려지는 일이었다. 당연히 인질을 우유도에게 보내는 것 또한 꺼려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유도는 그들이 망설이는 것을 보고는 ‘허허’ 웃으며 비웃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설마 내가 인질을 데리고 도망치기라도 한단 말입니까? 지금 보니 조국 사람들 중에 너무 신중한 사람이 많은 것 같군요. 지금 이런 곳에서, 천검부가 있다 해도 제가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결국, 미만은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 상숙청을 감시하던 사람이 상숙청의 등을 살짝 밀어 그녀에게 움직이라 했다.

아이를 껴안은 상숙청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천천히 우유도에게 다가갔다. 운희는 겉으로 담담했지만, 내심은 긴장으로 몸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시작된 것이다!

우유도 앞에 와서 선 상숙청이 또다시 우유도를 불렀다.

“도야.”

우유도는 지팡이 삼아 짚고 있던 검을 들어 허리춤에 걸었다. 그리고 상숙청의 어깨에 손을 얹어 진지하게 상숙청의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이건 정말로 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을 구하든 말든, 인질의 몸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우유도는 아주 세심하게 검사했다. 당연히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긴장한 얼굴로 주시하던 조국 쪽 사람들은 슬슬 귀찮아하기 시작했으며, 시선이 좌우로 분산되기 시작했다.

상숙청을 다 검사한 우유도는 다시 손을 뻗어 강보에 싸인 작은 아이의 몸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둘 다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을 확인한 우유도는 옆에 있는 운희를 힐끗 바라보았다. 운희가 자신을 뚫어질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우유도는 운희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순간, 갑자기 우유도 주변에서 법력의 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유도가 서 있는 땅에서 먼지가 피어올랐고, 그가 들고 있는 천검부가 갑자기 극광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조국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

그러나 우유도가 유리했다. 어쨌든지 간에 저들은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국 최고의 절정 고수들이 근처에 있었고, 지금 자신들을 찾아온 건 경지가 높지 않은 두 사람뿐이었으니, 방심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우유도가 상숙청과 아이를 아주 지겹도록 오래 검사하는 바람에, 긴장 또한 늦춰져 있었다.

그 덕분에 우유도는 찰나의 시간이지만, 황금 같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한 손으로 천검부를 시전하는 동시에, 한 손으로 상숙청을 곁에 있는 운희에게 빠르게 밀며, 크게 외쳤다.

“지금!”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우유도가 여기서 손을 쓴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겨우 둘이다. 이곳은 조국의 천군만마와 고수들이 구름같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설사 천곡의 선례가 있다고는 하나, 어느 누구도 감히 이곳에서 인질을 빼앗으려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조차 없었다.

콰콰쾅!!

조국 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우유도의 손에 들린 천검부에서 번개 검강이 흘러나와 대지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조국 삼대 문파의 태상 장로들과 장문인들은 즉시 피했으나, 그 외에 수행자들은 피할 수 없었다.

컥!

첫 번째 검강에 이미 희생자 한 명이 나왔다. 우유도는 그대로 허공으로 뛰어올랐고, 나머지 한 손에도 천검부를 꺼내 들었다. 거대한 검강이 천검부로부터 계속해서 나와 주위를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편하군! 한 장에 하나의 검강만 담겨 있을 때는 부적을 쓰자마자 계속 교체해줘야 해서 불편했는데, 지금은 한 장에 열 개의 검강이 담겨 있으니, 부적 하나를 손에 쥔 채로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어!’

우유도는 새로운 천검부가 맘에 드는 듯, 미친 듯이 검강을 주변으로 출수했다. 한 방에 백만 냥짜리 검강이, 일 초도 안 되는 사이에 부적 하나에서 몇 번이나 출수되며 주변을 휩쓸어갔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분분히 몸을 날려 검강을 피했다. 일부 병사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핏물이 되어 터져나갔다.

운희는 바로 상숙청을 붙잡고 동시에 그녀 품 안에 있는 아이를 다른 손으로 껴안았다. 그대로 법력을 둘러 두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막을 쳤다.

곧 지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두 어른과 한 아이가 빠른 속도로 지하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대한 진동에 아이가 깜짝 놀라 깨어나 ‘앙앙’ 크게 울기 시작했다.

운희를 바라보고 있던 상숙청은 턱이 빠질 것처럼 매우 놀란 상태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지 못한 듯했고, 넋이 빠진 듯한 얼굴이었다.

다만 운희는 아이가 계속 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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