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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65화 (163/1,000)

1065화. 미친 듯한 도주 (1)

운희와 상숙청, 아이가 땅속으로 내려갔을 때, 운희가 머리를 한번 흔들자 곧 뱀의 모양으로 몸이 변했다. 운희는 피처럼 붉은 입을 쩍 벌려, 그대로 강보에 싸인 아이를 한입에 삼켜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상숙청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하지만 뱀의 모습은 잠깐 나타났을 뿐이었고, 또다시 빠르게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지면의 흙이 다시 요동쳤다. 운희와 상숙청은 이미 땅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자리를 피했던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유도는 처음부터 밀담을 나누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둔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낙하산장의 한 태상 장로가 소리치며 땅이 진동하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두 손에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노을빛이 어렸다.

허공으로 뛰어올라 회전하며 검강을 출수하던 우유도는 그대로 손을 휘둘러 거대한 검강 두 개를 낙하산장의 태상 장로 쪽으로 출수했다. 태상 장로가 급히 검강을 피했다.

콰쾅!!

태상 장로는 분한 표정을 지으며 쉽사리 땅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땅속으로 들어가면 방어력이 몹시 약해지기에, 저 검강을 받아낼 수가 없었다. 개죽음이었다.

결국, 그 태상 장로는 합장(合掌)을 했다. 일단 저 방해꾼을 처치하는 게 우선인 듯했다. 태상 장로가 합장하자, 두 손바닥에 노을빛이 폭발하듯이 모이기 시작했다.

우유도로부터 또다시 두 줄기의 검강이 뻗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 태상 장로는 두 개의 노을빛이 어린 손을 뻗어 경악스러운 파괴력을 가진 거대한 검강을 그대로 움켜쥐었다.

퍽!

거대한 검강 두 개가 양손에 하나씩 쥐였고, 곧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우유도는 헛웃음을 지었다.

‘저 노인네의 두 손만 해도 천만 냥쯤 하겠군!’

이미 열 줄기가 넘는 검강이 지면을 향해 출수된 후였다. 우유도의 한쪽 손에 들린 천검부가 빛을 잃었고, 품속에서 또 한 개의 천검부를 꺼냈다.

콰콰쾅!!

새로운 몇 줄기 검강이 다시 번개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낙하산장의 태상 장로 또한 이를 악물고는 그 자리에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두 줄기 검강을 파괴하긴 했지만, 연속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천검부의 검강을 한 번 파괴하기 위해선 적지 않게 기를 모아야 했다.

우유도는 마치 뇌신(雷神) 같았다. 허공에 뜬 채로, 사방팔방으로 미친 듯이 번개 검강을 출수하고 있었다. 단 몇 초 만에 열 줄기가 넘는 검강이 주변을 휩쓸었다.

잠시 후, 천천히 우유도가 땅에 착지했다. 그 순간, 수행자들은 가만있을 수 없었다. 다들 목숨을 걸고, 분분히 몸을 날려 우유도에게 쏘아져 왔다.

우유도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피하지도 않고 연신 양팔만 가볍게 움직여 한 줄기 한 줄기 검강을 쏘아 보냈다. 계속 부적을 교체하지 않아도 되니 참으로 편했다.

천검부의 검강을 막아내는 건 태상 장로 정도는 되어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른 수행자들은 결국 뒤로 물러나며 급히 피할 수밖에 없었다. 몇몇 수행자가 무모하게 앞으로 달려가며 검강을 피하려 했지만, 우유도가 쏘아낸 새로운 검강에 몇 명이 희생되고 말았다.

우유도에게 다가갈수록 검강의 출수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지니, 반응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었다.

그렇게 이십 줄기 천검부의 강기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거의 찰나의 순간에 터져나갔다. 또 하나의 천검부가 빛을 잃었고, 우유도는 태연한 표정으로 새로운 천검부를 꺼냈다.

주위에 있는 장병들은 서둘러 도망갈 뿐이었다. 다들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땅이 터져나갔고, 수행자들의 몸이 터져나갔다.

이런 싸움에 장병들이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그저 개죽음일 뿐이었다. 몇몇 발걸음이 느린 장병은 그대로 강기 폭풍에 휘말려 날아갔다.

한편, 방등은 이미 수행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빠르게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경지가 낮은 수행자들은 지금 같은 광폭한 공격에 개입할 자격조차 없었기에, 분분히 후퇴했다.

이때, 장만루가 천검부를 꺼내 마찬가지로 거대한 검강을 출수했다. 그의 손에 들린 것도 새로운 천검부였다. 이미 새로운 천검부에 대한 소식은 모든 삼대 문파에 전해져 있었고, 재정이 여유로운 자들은 이미 예전의 천검부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한 상황이었다.

천만 냥짜리 새로운 천검부를 망설임 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장만루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좀 전에 새로이 꺼낸 천검부 한 장이 장만루의 천검부를 상대하고 있었다. 한 손에 들린 천검부로 장만루의 천검부를 상대하며, 나머지 한 손에 들린 천검부로는 주변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수행자들을 상대했다.

* * *

한편, 지하,

운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지하를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위쪽에서 커다란 진동이 생겨나더니 동굴의 압박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천검부의 검강이 하필이면 바로 위에서 터진 모양이었다.

운희는 급히 법력을 이용해 상숙청을 보호했다. 동시에 머리를 아래로 하고 한쪽 손바닥을 쭉 내밀어 빠르게 더욱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또 그와 동시에 다시 한번 법력을 내뿜어 구형의 견고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사실 이 모든 건 상숙청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운희 혼자였다면, 이런 견고한 공간을 만들 필요도 없었고,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상부에서는 격렬한 전투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아이가, 아이가….”

상숙청은 운희의 팔을 붙잡고 울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녀는 운희가 아이를 삼키는 것을 직접 보았다.

운희는 자신의 볼록 튀어나온 배를 보고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군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는 지금 제 배 속에 안전하게 있어요. 법력으로 보호하고 있으니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아…!”

그제야 상숙청이 깨달았다는 듯, 두 눈이 밝아졌다.

한편, 격렬한 진동이 계속해서 울리다가, 갑자기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가끔 둥둥거리는 진동만이 있을 뿐이었다. 운희는 손바닥의 방향을 사선으로 바꿨고, 아래로 깊이 빠져들어 가던 두 사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운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운희는 다급했다. 자신이 가진 법력을 모두 동원해 둔지를 극한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 * *

양쪽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지역의 허공,

한 마리 대형 날짐승이 스쳐 지나갔고, 그 위에서 허노육이 뛰어내려 상조종의 말 앞에 떨어져 내렸다. 그가 다급히 소리쳤다.

“왕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안장 위에 앉아 있던 관방의는 순간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몽산명의 늙은 얼굴 또한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굳어있었다.

뭐가 싸우기 시작했단 말인가? 용휴 일행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초조한 마음에 두 눈에 핏발이 선 상조종의 얼굴이 흉악해졌다. 손이 바람과 같이 움직이며 허리의 보검을 뽑아 들고 전방을 가리키며 우렁차게 소리쳤다.

“공격! 공격! 공격!”

연달아 세 번의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용휴 일행은 돌연 상조종을 돌아보았다. 지금 병력을 집결한 것이 공격을 위한 것임은 알고 있었다. 단지 마치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명령하는 상조종의 반응이 왠지 꺼림칙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뭐가 문제인지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둥둥둥!

빠른 전고가 초원에 울려 퍼졌다.

“죽여라!”

휘하에 있는 장수들이 분분히 공격명령을 내렸다.

대군의 전방 병력이 방패를 들고 방진을 짜서는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갔다. 그 모습이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전투를 준비하던 조군의 전방 부대에서 ‘땡땡’ 거리며 연신 경보가 울렸다. 전방의 방패 진영이 급히 자리를 잡았고, 그 뒤에 궁수들이 전부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휘익, 휘익, 휘익!!

하나둘, 효시가 허공을 향해 쏘아졌고, 적군의 습격 사실이 긴급히 후방으로 전달되었다.

* * *

격렬한 굉음이 울렸다. 장만루의 천검부 덕분에, 우유도 또한 어쩔 수 없이 또 한 장의 천검부에 담긴 검강을 모두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천검부 하나가 빛을 잃어갔다. 이제 남은 건 세 장의 천검부!

돈이 아까운 게 아니었다. 한줄기 거대한 검강이 출수될 때마다 돈을 물 쓰듯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살아남기만 한다면 결코 아까운 게 아니었다.

우유도를 포위하고 있는 수행자들은 시종일관 우유도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그 광경을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그들이 확인한 것만 해도 우유도는 석 장의 새로운 천검부를 사용했다. 삼십 줄기의 번개가 땅을 훑은 후였다. 태상 장로들조차 감히 접근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석 장의 천검부를 쓴 후에도, 우유도는 곧바로 네 번째 천검부를 꺼내 든 상황이었다. 대체 몇 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한편, 우유도는 자신을 향한 공격이 멈췄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유도는 오히려 좋았다. 주위를 경계하며 둘러보자, 주위에 한층, 또 한층 수행자들이 끊임없이 우유도를 포위하고 있었다.

또 있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안면을 씰룩거리고 있는지 몰랐다. 저 자라 새끼에게 도대체 천검부가 몇 장이나 있단 말인가?

천검부는 그냥 종이 쪼가리가 아니었다. 세 장의 새로운 천검부면, 거대 문파 하나가 한두 달 동안 먹고 살기에도 충분한 돈이었다.

장만루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누구도 우유도와 같이 천검부를 계속 꺼내 들며 어울려주지 않았다. 천검부는 매우 고가의 물건이었다. 만약 여기서 대량으로 소비해 버리면, 나중에 연국과 교전을 벌일 때 어떡한단 말인가?

이런 상황은 우유도의 예측을 벗어난 상황이었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우유도는 순간적으로 어째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도 상대방은 운희가 인질을 데리고 둔지로 도망가는 속도를 모르는 것 같았다. 이들은 이미 운희가 인질을 데리고 도망쳤다고 생각하고, 따라잡을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반드시 목숨 걸고 강공을 감행했을 것이다.

즉, 이들은 헌 인질을 포기하고, 새 인질을 잡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이런 의외의 상황은 우유도에게 반가운 것이었다.

“우유도, 더는 도망갈 길이 없다. 순순히 우리 손에 붙잡혀, 고분고분 인질이 된다면,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좌승풍이 분노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당연히 분노했다. 그것도 매우 크게 분노했다. 이처럼 목숨을 도외시하는 놈이 있을 줄 몰랐다. 이렇게 정신 나간 놈을 만났고, 결국 조국의 모든 이들이 속아 넘어간 것이다.

우유도는 최대한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이었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운희 일행은 더욱 안전해졌다. 우유도는 최대한 운희 일행을 위해 시간을 끌어 주어야 했다. 게다가 이건 자신에게도 나쁜 일이 아니었다.

우유도는 주위를 경계하며 느긋하게 말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요. 조건만 맞는다면 못 들어 드릴 것도 없습니다. 우리 천천히 조건을 조율해 보도록 하시지요. 제가 여기에 목숨을 걸고 들어온 것은, 바로 당신들이 지금 제안한 그 제안을 어느 정도 들어줄 용의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절 인질로 잡으면, 제가 섭섭지 않은 대가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무슨 대가를 줄 수 있단 말이냐?”

우유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연국 삼대 문파는 제 말을 듣지 않을 테지만, 효월각 측은 제 말을 들을 의향이 아직 있습니다. 즉, 효월각 측과는 아직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국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의 눈이 빛났다.

“그 말은, 효월각 측에서 조국을 공격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물론! 맨입으로는 안 되지요. 아무튼 적당한 대가를 준다면, 이를 통해 연군이 패배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효월각에게도 대가를 줘야 하고, 저에게도 주어야 하지요!”

좌승풍이 소리쳤다.

“그래서 무슨 이득을 원하는가?”

“금주 외에, 세 개의 주를 떼어서 내게 주십시오! 추가로 효월각에도 세 개의 주를 주고, 향후 3년 동안 효월각이 가진 땅을 침입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써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효월각을 물러가게 해주겠습니다.”

삼대 문파의 장로들이 침음하고 있을 때,

휘익! 휘익!

멀리서 효시가 하늘로 쏘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단의 사람들이 뒤돌아보았다.

“적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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