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9화. 건곤결에 대한 깨달음
한편, 포위망이 펼쳐져 있는 곳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물속.
한 마리 대청사가 호수 바닥에서 튀어나와 물속을 빠르게 유영하고 있었다. 바로 운희였다.
그녀는 이미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우유도를 수색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호수가 너무 넓었다. 그 안에서 사람을 찾는 건 너무 어려웠다.
이때, 물속에서 웅 하는 진동 소리가 넓게 퍼지며 그녀에게 닿았다. 그렇게 호수 안에서 큰 파동이 퍼지는 걸 느낄 수 있었고, 파동의 진원지를 찾아 움직인 끝에, 마침내 먼 곳에 있는 수백 명의 수행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운희는 크게 기뻐했다. 이 많은 수행자들이 여전히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우유도가 죽지 않았다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되기도 했다. 저리 많은 수행자가 우유도를 추격하고 있으니,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았다.
그녀는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그 긴 몸을 빠르게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물살을 갈랐다. 그렇게 한 마리 청룡과 같은 모습으로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녀는 모든 뱀들과 친숙했고, 당연히 바다뱀과 같은 생물도 매우 익숙했다. 그러니 물속에서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한편, 우유도는 물속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불리한 건 여전했다. 비록 삼십 명이 넘는 수행자들을 죽였다곤 하지만, 여전히 기백 명이 넘는 수행자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이 아무리 물속에서 빨리 움직인다 한들, 일단의 사람들이 물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뛰어들어와 앞을 가로막으면, 움직인 것이 헛수고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섯 태상 장로가 다시 우유도를 포위했다.
우유도는 좀 전과 같은 방식으로 포위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다섯 사람이 양팔에서 거대한 장력을 위쪽과 아래 쪽으로 동시에 출수했다.
그러자 찰나의 순간, 호수 안쪽에 거대한 구형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엄청난 내력으로 물을 밀어내고, 마치 진공과 같은 공간을 형성한 것이었다. 이 안은 엄청난 압력이 작용하고 있었기에 우유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주위에 물조차 없으니 물의 힘을 빌려 포위망을 돌파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데, 다섯 태상 장로가 모두 협동하여 양팔을 들어 올리더니, 다시 아래쪽으로 강하게 팔을 내리쳤다.
쿵!
진공 상태에 가까운 동그란 공간의 위쪽이 뚫리더니, 물이 다섯 용의 모습으로 변해 우유도가 갇힌 공간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다섯 수룡은 입을 쩍 벌린 채 우유도를 덮쳐왔고, 대경실색한 우유도는 신속하게 건곤결의 음양평형화력지법(陰陽平衡化力之法)으로 이 용들에 저항하고자 했다. 하지만 자신이 갇혀 있는 공간에서 지금 우유도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허공에서 몸을 바둥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건곤결의 수법 또한 제대로 형성할 수가 없었다.
콰악!
결국, 다섯 수룡이 위쪽에서 덮쳐 내려오며 우유도를 물어뜯었다.
“컥!”
너무나 강맹한 공격이었다. 다섯 수룡에게 물어뜯긴 우유도는 입과 코에서 핏물을 뿜어냈고, 화살이 만들어낸 네 줄기 상처에서도 다시 핏물이 피어올랐다. 등에 나 있는 검상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거대한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처음이다 보니, 순간 어느 방향으로 힘을 써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거대한 충격파가 우유도의 몸통을 집어삼키는 순간, 힘의 근원을 깨달을 수 있었고, 이 거대한 힘을 해소할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게다가 다섯 수룡이 공간으로 들어온 바람에 우유도가 있는 공간이 다시 물로 차게 되었다. 이 덕분에 신속하게 몸을 뒤틀어 그 자리에서 빙글 돌 수 있었고, 내력을 발산해 수룡들을 몸에서 떨쳐낼 수 있었다.
그렇게 충격파를 해소해냈다.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도 치명상을 피할 수는 있었다.
다시 자유로워진 우유도는 물속에서 빙글 돌며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 아직 주위 사물이 명확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여전히 냉정한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섯 태상 장로가 다시 손을 쓰기 전에 신속하게 움직이며 포위망을 벗어나야만 했다.
우유도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한 태상 장로에게 쏘아져 나갔다. 다섯 태상 장로 또한 그런 공간을 형성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다시 그런 공간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그러려면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그 태상 장로의 근처에 있던 한 태상 장로가 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태상 장로가 같이 협공하여 우유도를 저지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우유도의 목숨을 건 검격에 두 태상 장로 또한 주춤하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는 태상 장로들이 방금 수룡을 만들어내느라 내공을 어느 정도 소비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렇다 해도 그들 다섯 명은 정말로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 다섯의 협공을 견디다니, 감히 혼자서 적진을 찾아올 수 있었던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우유도의 능력을 확인한 이들 다섯 장로 또한, 이제 조금도 가벼이 여기지 않기로 했다. 이들 또한 모든 능력을 발휘해, 목숨을 걸고 우유도를 상대하고자 했다. 이제 절대 우유도가 도망가게 놔둘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우유도가 막 두 사람 곁을 스쳐 지나갔을 때, 한 사람이 품에서 천검부를 꺼내 들었다. 거대한 검강이 물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물 속이다 보니, 밖에서 볼 때보다 더 뚜렷해 보였다. 그는 즉시 우유도를 향해 검강을 뿌렸다.
두 장로를 스쳐지나갔던 우유도는 갑자기 뒤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퍼져나오는 것을 느꼈고, 뒤를 돌아보았다. 비록 우유도가 물속에서 우위를 차지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우유도조차 그 움직임이 땅 위에 있을 때만큼 반응 속도가 빠를수는 없었다.
천검부를 확인한 우유도는 소름이 돋았다.
천검부의 사용량을 비교하면, 지금 수행계에서 우유도보다 천검부를 많이 사용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게 분명했다. 예전 천검부도 수십 장이나 썼었고, 지금 개량된 천검부도 몇 장을 단번에 쓰기까지 했다. 당연히 천검부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저건 개량된 천검부임에 분명했다!
한 줄기 검강이 끝이 아니었다. 연달아 열 줄기 검강이 뿜어져 나온다!
한 줄기를 피할 수 있다고 한들, 열 줄기 검강을 모두 피할 수 있겠는가?
우유도조차 이번에는 희망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걸 모두 막거나 피할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최대한 냉정하라고 다독였다.
과거 우유도가 겪어 보았던 전투 경험이 적지 않았다. 이 경험들이 그에게 위험할수록 냉정해야 한다고 가르쳐줬었다. 당황할수록 더욱 위험했으니, 이 경험들을 믿는 게 최선이었다.
우유도는 눈을 부릅뜨고 천검부의 검강을 쳐다보았다. 이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우유도의 눈에 천검부의 거대한 기운이 마치 거북이처럼, 아주 느리게 보였다. 물을 헤치며 쏘아져 오는 천검부의 기운이 어디로 갈지 아주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는 우유도의 건곤결 덕분이었다. 죽음의 순간, 건곤결에 대한 깨달음이 한 단계 더 올라간 것이었다!
건곤결의 장점은 힘의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유도가 힘을 흘려낼 수 있는 것도, 또 힘을 반대로 이용하거나, 자신의 힘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할 수 있는 것도, 모두 건곤결 덕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 우유도는 물의 흐름을 헤치며 출수된 천검부의 검강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유도는 마치 물속에 있는 나뭇잎처럼 물의 흐름과 같이 움직였고, 거대한 검강을 아주 아슬아슬하게 스치듯이 피할 수 있었다. 우유도의 가슴이 철렁했다.
사실 이건 천검부의 특징 때문이기도 했다. 천검부는 한 번 뿜어져 나온 후에는 그 힘을 통제하기 어려웠다. 사람이 뿜어내는 기운처럼 미세하게 통제할 수 없었고, 그저 직선으로 출수되는 게 전부였다.
게다가 이곳은 물속이었다. 천검부의 위력이 너무 컸고, 물속이라 더 제어하기가 어려웠다. 갑작스럽게 뿜어져 나온 기운이 너무 크고, 또 거칠었다. 안 그래도 몸이 무거우니, 천검부의 기운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내력을 빠르고 미세하게 조종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천검부의 기운도 물속이다 보니, 허공에서 쏘았을 때보다 느렸다. 너무나 강대한 기운이다 보니 물의 저항이 거셌기 때문이었다. 작은 물체를 물속에서 휘두르는 것보다 큰 물체를 휘두르는 게 더 어렵듯이, 물의 저항 때문에 천검부의 검강은 훨씬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물의 흐름이 심상치 않게 변했고, 거기에다가 우유도의 건곤결에 대한 깨달음이 한 단계 상승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덕분에, 이 물의 흐름을 통해 천검부가 어디로 쏘아져 나올지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곧 우유도의 예측과 같이, 첫 검강에 명중되지 않자, 두 번째 검강이 날아왔다. 하지만 두 번째 검강도 우유도의 몸을 털끝 하나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네다섯 번 검강을 쏘아 보냈지만, 우유도의 털끝 하나도 건들 수도 없었다. 천검부를 사용한 사람은 경악했다. 반면 우유도는 이번 경험으로 인해서 건곤결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떤 깨달음은 경험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죽음이 가까이 다다랐을 때만 알 수 있는 게 있었다!
우유도가 검강을 피하는 것을 본 태상 장로는 더는 천천히 우유도와 어울려 주지 않았다. 곧 천검부를 양손으로 붙잡고는 힘을 주입하여 나머지 검강을 연속으로 폭발하듯이 쏘아 보냈다.
이렇게 되니, 우유도는 그 즉시 버티기 어려워졌다. 아무리 우유도라 해도 다섯 줄기 검강을 단번에 모두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우유도 주위로 검강이 폭발하듯 덮쳐왔고, 결국 그중 하나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는 급한 마음에 이전, 천도비경을 빠져나왔을 때와 같이 검강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검을 가로로 들고 검신을 한 손으로 지지했다. 그리고 건곤결을 펼치며 그대로 검강을 막아갔다.
쿠웅!
격렬한 충격파가 터졌고, 우유도 주변의 호수 밑바닥이 치솟아 올랐다. 덕분에 주위는 다시 한번 흙탕물이 되었다.
정면으로 검강을 막아선 우유도는 다시 입과 코로 피를 뿜어냈다. 가슴에서 또다시 네 줄기 피가 뿜어져 나왔고, 우유도는 그대로 멀리 튕겨 나갔다.
입과 코에서 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법력을 통제하지 못해 물을 먹은 것이다.
그 전에 화살에 맞아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천제단을 먹었다고는 하나, 요상할 틈이 없었으니 효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상태였다. 거기에 다섯 장로의 협공에 중상을 입었고, 거기에 지금 천검부의 검강을 막아섰으니, 손발에 힘이 없고, 정신이 혼미해지며 당장이라도 혼절할 것 같았다.
우유도는 자신이 천천히 호수의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유도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강호를 거닐다 보면, 언젠가는 나무에서 떨어질 때도….’
우유도가 흙탕물에 천천히 가라앉았고, 즉시 태상 장로 두 명이 다시 한번 원을 그려 흙탕물을 걷어냈다. 물이 맑아졌는데, 우유도는 물속에 가라앉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걸 보니, 더는 반항하기 어려워 보였다. 결국 정예 수행자 열 명이 우유도를 죽이기 위해 다가갔다.
하지만 그때, 기다란 청색 그림자가 마치 날카로운 화살처럼 쏘아져 오더니, 그 꼬리를 휘둘렀다. 그 위력이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덕분에 우유도에게 다가가던 사람들은 급히 공격을 피해야 했다.
대청사는 우유도에게 쏘아져 갔고, 갑자기 옆구리에서 팔이 하나 솟아나더니 우유도를 붙잡았다.
긴 그림자는 놀랄 정도로 빠르게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신속하게 움직였다. 우유도를 붙잡은 그림자는 호수 바닥에 있는 협곡을 향해 헤엄쳤고, 그대로 그 사이에 있는 균열로 파고들었다.
뒤따라온 귀원종의 제자들은 즉시 아래 있는 협곡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쿠쿠쿵!
곧 협곡이 공격을 받아 무너져 내렸고, 사람들은 우유도를 찾아 나섰지만, 사람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