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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70화 (168/1,000)

1070화. 심각한 부상

“콜록….”

피가 섞인 물을 토해낸 우유도가 정신을 차렸다. 다만 주위가 몹시 어두웠기에 정확히 여기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우유도는 법안을 사용할 힘도 없었으니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곧 익숙한 ‘쉭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둔지를 사용할 때 들리는 소리였다. 우유도가 웃으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왔군요.”

운희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내가 늦었어.”

“마침 잘 왔습니다. 더 늦었다면 천도를 건널 뻔했습니다.”

우유도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농담을 건넸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했다.

“제 검은요?”

“지금 검이 중요해?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야. 검은 내가 나중에 찾아 줄게. 중상이야. 버틸 수 있겠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호수에 뛰어들었을 때 천제단 하나를 먹었습니다. 요상하면 아직 남은 기운을 몸 안에 퍼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군주님과 소왕야는 괜찮습니까?”

“걱정하지 마.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았어. 모두 무사해”

“다행입니다.”

그 말을 하고 우유도가 조용해졌다. 당장이라도 두 눈이 감길 것 같았다. 우유도는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처럼 정신이 혼미한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보니 정말 많은 사람이 자네를 추격했더군. 그런데 죽지 않고 버티다니, 정말 목숨줄이 길군….”

운희는 빠르게 둔지를 사용해 움직이며, 계속 중얼거렸다.

우유도는 운희가 뭐라고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걱정하지 말라며 가끔 몇 마디 대답해, 아직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릴 뿐이었다.

우유도는 그렇게 버텼다. 하지만 얼마나 버텼을까, 몸을 보호하고 있던 미약한 호신법력마저 깨져나갔다. 그 자리에서 빠르게 도망쳐야 했으니, 요상할 틈도 없었다. 결국 급히 움직이는 바람에 요상도 하지 못했고, 천제단의 기운을 그렇게 허무하게 소모해버린 것이었다.

호수 아래 있는 동안, 우유도가 입고 있는 옷은 물에 흠뻑 젖어 있었고, 호신법력이 없는 우유도는 그 젖은 옷 때문에 뼛속까지 시리는 한기를 직접 느껴야 했다.

마침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눈앞이 밝아졌다. 그 빛은 우유도의 의식을 일깨웠다.

자신이 지하의 어떤 공간에 도착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한 마리 월접이 빛을 뿌리고 있었고, 상숙청이 아이를 안고 돌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벽이 무너지는 큰 소리에 상숙청은 가슴이 철렁했다. 비록 못생긴 외모를 가졌다곤 하나, 그녀 또한 여인이었다. 여인이 이곳과 같은 어두운 곳에 혼자 있으니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고, 불안했다.

그녀가 바라보니, 벽을 뚫고 나타난 사람은 운희였다. 상숙청은 아이를 안고 일어났다. 운희는 매우 낭패한 모습의 남자를 한 명 부축하고 있었다.

머리띠는 어디로 갔는지 그 남자는 머리를 산발한 채였고, 의복은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었다. 상처는 이미 지혈을 해서 피가 멎었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산발한 머리카락 아래 창백한 얼굴을 한 우유도의 눈빛은 평소와 달리 혼탁하고 흐릿했다.

물에 흠뻑 젖은 모습의 우유도는 상숙청을 보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군주님.”

목소리가 매우 허약했다.

“도야!”

상숙청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불행 중 다행이에요. 그나마 죽기 전에 데려올 수 있었어요. 하지만 부상이 심해요.”

운희가 다가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바닥에 있는 세 마리 뱀이 그녀의 소매로 다시 돌아갔다.

“도야, 괜찮으세요?”

상숙청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묻고 나서 자신이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어찌 괜찮겠는가?

우유도가 천천히 비틀거리며 다가오더니 상숙청을 한번 보고, 다시 강보에 싸여 편히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았다. 두 사람 다 이상 없어 보였다. 우유도는 안심이 되었다. 위험을 무릅쓴 가치가 있었다. 우유도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상숙청이 방금까지 앉아 있던 그 돌이었다. 그가 말했다.

“전 괜찮습니다.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저 때문에 많이 놀라셨지요?”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마치 노쇠한 늙은이가 당장이라도 관에 들어가기 전에 내뱉는 말 같았다.

상숙청은 이를 악물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처럼 낭패한 모습의 우유도를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우유도는 항상 지혜로 모든 일을 순조롭게 헤쳐나가는 사람이었다.

우유도는 상숙청과 더는 대화를 나누기 힘들 정도로 힘들었다. 더는 머리를 들고 있기도 힘들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선배님, 조금 춥군요. 제 옷 좀 말려 주시겠습니까.”

운희가 멈칫했다. 급히 도망치다 보니, 여기 오는 도중에 우유도의 상처만 지혈했을 뿐, 우유도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불편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유도가 덜덜 떠는 것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고, 즉시 가까이 다가와 우유도의 몸에 손을 올렸다. 곧 우유도의 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수증기가 사라지고, 운희가 손을 거둬들였을 때 우유도의 옷은 이미 모두 말라 있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두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유도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 정말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우유도의 머리가 바닥에 부닥치기 전에 운희가 빠르게 반응해 우유도를 받아 들었다.

“도야!”

상숙청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우유도가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보고, 상숙청은 혼이 날아갈 것 같았다. 하마터면 품고 있는 아이를 떨어뜨릴 뻔했다.

특히 우유도가 쓰러진 후, 등에 난 커다란 검상이 보였다. 이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릴 지경이었다.

운희가 우유도를 부축하고 보니, 우유도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기절한 것이다.

“도야…. 도야는 괜찮나요?”

운희는 상숙청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선 법력을 이용해 우유도를 검사했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부상이 가볍지 않아요. 오장육부에 모두 상처를 입었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천만다행으로 천제단을 복용한 것이 어느 정도 몸을 지켜줬으니, 죽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아마 한동안 정양을 해야 할 것 같군요. 일단 여기보다는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쨌든 이곳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도 없는 데다가,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조국 쪽 수행자가 혹여나 지하를 수색하다가 우리를 찾아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게다가, 왕야가 지금 우리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가시지요!”

* * *

연국과 조국이 전투를 벌이는 전장.

양군의 대군이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안장에 앉은 상조종은 잔뜩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그 뒤에 말을 타고 있는 관방의도 가슴이 타들어 가는 중이었다.

한편, 용휴 일행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전투가 교착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상조종은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또 우유도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을 시켜 찾아보게 했지만, 우유도는 뒤에 있는 군영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각기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을 때, 허노육이 후방에서 급히 달려와 상조종에게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왕야, 군주님과 소왕야가 돌아오셨습니다.”

돌아왔다고? 인질이 돌아왔다고? 대체 무슨 말이지?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상조종이 급히 물었다.

“도야는?”

상조종 일행은 우유도의 계획을 알고 있었다. 우유도는 큰 위험을 무릅쓰고 인질을 구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로 했었다. 그러니 상숙청이 돌아왔다는 말이 우유도가 돌아왔다는 말은 아니었다.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른 사람이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관방의가 그대로 말을 박차고 날아올라 군영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상조종도 즉시 크게 소리쳤다.

“철수하라!”

땡땡땡!!

징 소리가 다급히 울렸다. 공격하던 연군 병력이 즉시 철수를 시작했다….

* * *

군막 내부,

기절한 우유도가 사람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조심스레 앉혀졌다. 남녀가 유별하나 지금은 그런 것을 고려할 때가 아니었다. 운희는 우유도의 의복을 찢고 그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도야!”

관방의는 마치 바람과 같았다. 그대로 군막 안에 뛰어들어오더니, 아이를 안고 있는 상숙청을 무시하고는 침상으로 다가갔다. 관방의의 눈에는 상숙청이 보이지도 않았다.

가까이 다가와 살펴본 우유도에겐 간담이 서늘해지는 상처가 수두룩했다. 앞에 네 대의 화살이 만든 상처가 있었고, 등에는 검상으로 갈라진 상처가 있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우유도의 모습을 보고, 관방의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숙청은 숨기지도 못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운희가 상처를 치료하고 있을 때. 관방의가 신속하게 법력을 사용해 우유도의 상세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우유도의 가슴에 남아있는 흉터를 볼 수 있었다. 과거, 큰 부상을 입었던 게 분명했다. 그 정도로 흉악한 흉터였다.

이는 우유도와 관방의가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에는 본 적이 없는 흉터였다. 우유도는 목욕을 좋아했다. 과거, 우유도가 목욕을 할 때 관방의는 늘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당시 우유도의 가슴은 아주 깨끗했다. 이런 흉악한 흉터가 없었다.

그런 흉터가 지금 보였으니, 조금만 생각해 봐도 언제 생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천도비경이다. 우유도가 천도비경에서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부상이 얼마나 심했는지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우유도는 힘든 일일수록 혼자서 감당하려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하소연하지 않았다. 이 무식한 놈! 그렇게 똑똑한 척하더니, 미련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눈앞에서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우유도를 보니, 관방의의 눈에서 드디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남주의 군의가 정신없이 우유도의 상처를 봉합했다. 이건 원강이 가르쳐준 것이었는데, 원강이 일찍이 남주에 있는 군의들에게 이런 방법을 널리 알린 상태였다.

이를 보던 관방의는 우유도 가슴에 나 있는 상처가 흉악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과거, 비경에서 상처를 입었을 때, 봉합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군막의 휘장이 열렸고, 상조종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 뒤에는 나대안이 몽산명을 밀고 빠르게 들어왔다. 또 그 뒤를 용휴 일행이 따랐다.

“오라버니, 몽 어르신.”

상숙청이 흐느끼며 입을 열었다.

상숙청이 무사한 것을 본 두 사람은 일단 그녀를 제쳐두고 빠르게 침상에 있는 우유도에게 다가갔다. 우유도의 상처를 보고, 또 혼절해 있는 모습을 본 상조종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몽산명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도야의 상세가 어떻습니까?”

상조종이 운희에게 물었다. 운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겨우 목숨을 건졌다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지금은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상을 입었고, 오장육부가 모두 상처를 입었습니다. 더욱이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당분간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옆에 있는 용휴 일행이 무사히 돌아온 상숙청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용휴는 몸을 숙여 우유도의 몸에 손을 대고 법력으로 상세를 확인해 보았다. 확실히 운희의 말과 같이 심각한 부상이었다. 거짓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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