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2화. 더는 살려둘 수 없소
“왕야, 저도 보여주십시오.”
몽산명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상조종이 즉시 아이를 그에게 넘겼다. 몽산명은 아이를 무릎 위에 올리고 살펴보더니 ‘하하’ 웃으며 말했다.
“목소리가 우렁찬 것이, 기운이 넘칩니다! 역시 상씨의 핏줄입니다. 이 입, 이 눈, 왕야의 어릴 때 모습과 판박이입니다. 하아, 단지 영왕께서 너무 일찍 가셔서 아쉽습니다. 손자를 보셨다면 분명 기뻐하셨을 텐데….”
그렇게 한참을 중얼거리던 몽산명은,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보고 고개를 들어 상숙청에게 물었다.
“혹시 배가 고픈 것입니까? 오랫동안 굶었습니까?”
눈물을 훔치던 상숙청이 잠시 멈칫하더니 급히 끄덕였다.
“오랫동안 우유를 먹지 않았어요. 아마도 배가 고픈 것이 맞을 거예요.”
몽산명이 즉시 뒤돌아 명령을 내렸다.
“어서 가서 먹을 것을 가져오너라.”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도야는 휴식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으니, 자리를 비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상조종이 즉시 상숙청을 불러 같이 군막을 벗어나고자 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상숙청은 고개를 저었다. 눈시울을 붉힌 상숙청은 조용히 침상에 누워있는 우유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조종과 몽산명은 눈빛을 교환했다. 이번에 우유도가 목숨을 걸고 상숙청을 구하는 바람에 상숙청에 관한 일이 더 복잡해졌음을 깨달았다.
몽산명이 나서서 설득했다.
“군주님, 모습을 보니 군주님도 오랫동안 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군주님도 씻어야지요. 씻은 후에 다시 오는 것은 어떻습니까?”
상숙청이 자신을 내려다보니, 확실히 좀 더러웠다. 그제야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군막을 벗어났다….
* * *
쨍그랑!
옥으로 만들어진 술잔을 집어 던진 용휴는 군막 안에서 씩씩거리며 배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입에서는 계속 한 가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리를 모르고 함부로 날뛰는 벌레 새끼들 같으니라고….”
한쪽에 있는 맹선은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다만 궁임책은 여기 한번 보고, 저기를 한번 보고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용휴가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가더니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
“다들 보았을 것이오. 저들을 더 이상 살려 둘 수 없소.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놈들이오!”
궁임책이 대답했다.
“설마 지금 손을 쓸 생각이시오? 지금은 시기가 아니오. 큰 혼란이 생길 것이오. 용 형, 참을 때는 참아야 하는 법이오.”
“지금이라고 하지 않았소. 전쟁이 끝나고, 상황이 안정되면 그 즉시 손을 써야겠소. 더는 질질 끌 수 없소!”
맹선이 갑자기 한마디 했다.
“하지만, 생각해볼 필요가 있소. 이 우유도가 연달아 우리와 대립하는 것이 어째 비정상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시오? 혹시 어디 믿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겠소?”
그 말을 듣고 용휴가 눈살을 찌푸렸다. 궁임책은 내심 찔리는 마음에 반문했다.
“뭐가 말이오?”
맹선의 두 눈이 순간 차가워졌다.
“뭐 상관없겠지! 혹시라도 변고가 있을 수 있으니, 우유도를 먼저 없애기로 합시다. 일단 그 만악의 근원을 없애기만 하면, 전쟁이 끝나고 대선산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오. 물론, 우유도보다는 훨씬 말을 잘 들을 테지. 그 이후, 상조종 세력은 천천히 숙청하면 그만이오.”
맹선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용휴조차 이성을 되찾았다. 차마 맞장구치지 못하고 말했다.
“안 되오. 상황을 모두 보았을 것이오. 지금 우유도를 건드렸다가는 변고가 생길 수 있소. 그러면 그것 때문에 우린 큰 것을 잃을 것이오.”
맹선이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는 확실히 우유도를 건드릴 수 없소. 하지만 조국 사람이 손을 쓰면 어떻소? 조국 사람이 보복하기 위해서 우유도를 죽인다면,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니오. 상조종도 우리를 원망하진 못할 것이오.”
나머지 두 사람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궁임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국 사람이 여기 와서 우유도를 죽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만약 누군가 조국을 도와준다면?”
용휴는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그 말은 우리가 안에서 도와주잔 말이오?”
맹선이 냉소 지었다.
“우유도와 조국은 협상하기로 해놓고, 몰래 가서 사람을 구해왔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린 알 수 없지. 하지만 분명 조국을 속였을 것이고, 과거부터 쌓아온 은원을 보면, 조국이 그 분노를 어떻게 삭이겠소? 그러니 지금 우유도의 상황을 그쪽에 알리면 되오.
그렇게 조국에게 정확히 목표를 처리할 기회를 준 다음, 우리가 협력해주면 되는 것이오. 그렇게 하면 조국은 분명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오. 거기에 지금 우유도는 크게 다친 상태이기에 도망가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지.”
궁임책이 이야기했다.
“상조종의 대군이 그 주위를 물 샐 틈 없이 지키고 있소. 우유도 옆에도 사람이 있겠지. 그렇게 쉽게 처리할 수는 없을 것이오.”
“꼭 상대방이 손쓸 필요는 없지. 상대방이 쳐들어오기만 하면, 분명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어떻게든 우유도가 죽기만 하면 그건 조국의 짓이 되오.”
용휴와 궁임책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맹선의 속뜻을 깨달은 것이다.
* * *
전투가 멈췄다. 전방에 있던 방등은 연국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잠시 싸우더니 정말 이대로 철수한단 말인가? 마치 간을 보고는 즉시 도망간 듯했다. 연군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병력을 배치하고 있을 때, 우유도를 뒤쫓아간 귀원종의 사람들이 돌아왔다.
그들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귀원종의 장문인 장만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상 장로님들, 어찌 되었습니까?”
다섯 늙은이는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중 한 사람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손실이 적지 않소. 우유도에게 서른 명이 넘는 금단기의 제자가 목숨을 잃었소.”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다들 자신의 제자를 보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정말로 큰 손실이었다! 장만루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가 다시 물었다.
“우유도, 그 개자식은 죽였습니까?”
그 태상 장로가 장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놓쳤소!”
도망쳤다고?
비록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으리라 추측하기는 했지만, 정말 상황을 확인한 후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장만루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게 어찌 가능합니까? 다섯 태상 장로들께서 직접 손을 쓰셨으니, 천하에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에 수백의 정예 제자들이 도왔습니다. 겨우 한 놈입니다. 무슨 능력이 있어 다섯 분을 빈손으로 돌아오게 한단 말입니까? 설마 우유도에게 정말 마르지 않는 천검부라도 있었습니까?”
장문인이 이같이 자신들을 띄워주니, 다섯 태상 장로는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한 사람이 참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검부가 마르지 않은 것은 아니오. 그놈이 육지에서는 당연히 우리의 적수가 아니었소. 그놈을 죽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지. 하지만 물에 들어가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소. 그놈의 공법은 물을 통제할 수 있었소….”
그들은 물속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물론 자신들이 무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강조한 부분도 있었다.
“그놈에게 중상을 입혀 당장이라도 목을 치려는 순간, 물속에서 한 마리 대청사가 나타나 그를 구해갔소. 그대로 호수 바닥에서 둔지를 사용해 도망쳤지. 아래 제자들의 말을 들으면, 그 대청사가 바로 그 전에 인질을 둔지로 탈출시킨 운희라고 하오.”
그러게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전체적인 과정이 어찌 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우유도는 인질을 빼앗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러니 소위 밀담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거짓이었다. 홍랑이 아닌 운희를 데려온 이유라고 늘어놓았던 것은 다 헛소리였다. 당연히 운희를 데려온 것은 극히 보기 드문 둔지술 때문이었다. 인질을 안전히 데리고 탈출하는 데 필요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우유도는 천검부의 위력으로 인질들이 떠날 수 있도록 엄호한 것이다. 또 호수가 있는 곳으로 도망친 이유는, 그놈이 물속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방등이 말했다.
“그러니까, 연군의 이번 공격은 거짓이고, 그 목적이 우리를 압박해 대량의 인원을 모아 방어하도록 하는 것이었단 말입니까? 그렇게 해서 우유도에게 향하는 압박을 줄여, 그가 몸을 빼기 쉽도록 했다는 것입니까? 만약 사람들이 다 우유도에게 달려들면, 그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말입니다!”
사람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속았다. 그것도 아주 참담하게 속았다. 삼대 문파의 고로들이 연합해 남주부성에서 잡아 온 인질을 우유도에게 다시 빼앗겼다. 이건 처음부터 심혈을 기울여 계획한 음모였다.
자신들이 어렵게 구한 마지막 희망이 이렇게 없어진단 말인가?
마음이 무거웠고, 분노했다. 이 우유도는 연달아 조국과 조국 삼대 문파에 큰 손실과 치욕을 안겼다. 이 심정을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장만루는 특히 더욱 그러했다. 문중의 제자들이 죽어 나갔을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우유도가 느긋하게 자신의 직속 제자의 손을 잘라 버렸다. 만약 이 소식이 퍼져 나가면 그는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닐까.
하지만 한 가지 이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우유도의 담량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목숨을 걸고 인질을 구하다니, 이건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는 방법이었다.
이들이 보기에, 지금 우유도는 이미 일가를 이루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범인(凡人)을 위해 이런 모험을 감수하는 것이 가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우유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 이들이 더욱 걱정하는 것은, 조국의 대군이 지금 이곳에 갇혀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살길은 없는 것일까?
* * *
중군의 군막,
상조종과 몽산명뿐만 아니라 용휴 등 사람들도 모두 자리한 곳에 운희가 불려왔다. 우유도가 깨어나기 전에 일단 일의 전말을 알고자 한 것이었다.
사람들의 질문에 운희와 상숙청은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려주었다.
둔지에 대해서도 운희는 숨기지 않았다.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조국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보았으니, 그 많은 입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사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었지만, 귀연종 제자의 손을 잘라버린 이야기도 적지 않게 그들의 마음에 와닿았다. 정말로,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듯했다. 결국, 정말로 그 손을 자르게 했다. 그같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정말 자신이 한 말을 지켰다!
그게 사소한 이야기가 아니게 된 것은, 결국 우유도가 자신의 말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이 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러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상조종과 몽산명은 크게 감동했고, 상숙청은 눈물을 흘렸다.
상조종과 몽산명은 사전에 계획을 알고 있었으니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용휴 등 일행은 크게 경악했다. 이건 정말 목숨을 내놓는 방법이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란 말인가?
궁임책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천도비경에서 우유도를 겪었던 사제 엄입이 그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 것이다. 저풍평의 여제자를 거절하면 막다른 골목에 몰릴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우유도는 끝까지 거절했다.
그냥 적당히 상대하면 그만이었던 일이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그렇게 한다 해도 우유도를 욕할 자가 없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서, 죽어도 따르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일들을 살펴보면서, 궁임책은 우유도라는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사제 엄입의 판단을 믿었다. 궁임책은 일부 문제에 대해 안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