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3화. 또다시 밀담(密談)을?
질문이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졌다. 삼대 문파의 장문인은 그곳에 더 머물 생각이 없었다. 이미 상조종과 대립하는 분위기였으니, 그들은 더는 상조종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군막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맹선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놈이 간덩이가 부었군. 겨우 그 두 사람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내놓다니!”
용휴가 냉소 지었다.
“그게 진실일지 거짓일지 누가 알겠소. 상조종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한 조잡한 행동일 뿐일 수도 있소.”
궁임책이 이어 말했다.
“그나저나 오행술(五行術)은 극히 드문 술법이오. 뱀 요괴인 운희가 토둔술(土遁術)을 할 수 있다니.”
* * *
남주부성 밖.
대군이 층층이 보호하고 있는 곳에 가끔 왕부의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문제가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왕부의 사람들은 그대로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이를 껴안은 남약정이 날듯이 달려 군막에 들어갔다. 안에 자신이 왔음을 알린 남약정이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왕비 마마, 소왕야가 돌아왔습니다.”
온종일 눈물을 흘리며 지내던 봉약남이 돌연 침상에서 뛰듯이 일어났다. 양쪽에 대기한 시녀들이 급히 그런 봉약남을 부축했다.
아들을 잃어버렸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납치당했다. 그 어미로서, 어떤 심정일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남약정은 원래 그녀에게 알리지 않고 계속 봉약남을 기절시킨 상태로 놔두고자 했다. 하지만 우유도는 그 당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자세한 상황을 알길 원했고, 어쩔 수 없이 봉약남을 깨워 있었던 일을 물어보았었다. 당연히 깨어난 봉약남은 죽을 정도로 슬퍼했다.
“보십시오. 소왕야입니다.”
남약정이 강보에 싸인 아이를 조심스럽게 봉약남에게 건넸다.
기쁜 얼굴로 아들을 받아든 봉약남이 자세히 살펴보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만면에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이 아이가 정말 제 아들인가요? 선생님께서 저를 위로하기 위해 아무 아이나 데려와 저를 속이는 것은 아닌가요?”
“…….”
남약정은 입을 쩍 벌렸다. 봉약남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왕비 마마…. 어찌 거짓이겠습니까. 당연히 소왕야입니다.”
봉약남이 고개를 숙이고 단잠을 자는 아이를 보았다.
“태어났을 때 제가 보았습니다. 이렇게 이쁘지 않았어요.”
말을 마치고, 강보를 옆에 있는 시녀에게 건네주었다.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봉약남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아마도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데려온 아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남약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결국은 정신을 차리고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말했다.
“마마, 소왕야가 태어났을 때 저도 보았습니다. 확실히 이렇게 이쁘지 않았지요. 하지만 그때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몇 시진도 되지 않았을 때니, 피부에 주름이 진 상태여서 당연히 못생겨 보였던 거지요.
외부 환경에 노출되고 시간이 지나면 주름은 펴지고, 당연히 더 귀엽고 예뻐지는 것입니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 소왕야라고 뭐가 다르겠습니까!”
봉약남이 멍해졌다.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랬다. 괜히 자신이 우락부락한 여자라는 것 때문에 자격지심이 생겨 아이를 흉본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여전히 의아해하며 말했다.
“조국에서 이렇게 쉽게 아이를 돌려 보내준단 말인가요?”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남약정은 깊게 탄식했다.
“쉽게 돌아온 것이 아닙니다. 왕야와 몽 사령관님이 도야께 도움을 요청했고, 도야가 목숨을 걸고 조국에 가서 빼앗아 온 것입니다. 소왕야를 구하기 위해, 도야가 조국 수행자들에게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결국, 봉약남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남약정은 전방에서 보내온 소식을 자세히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 과정을 모두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과정을 듣는 것만으로도 솜털이 곤두설 정도였다. 그녀는 감동했고 울었다.
“저는 도야께 빚진 것이 너무 많아요. 아마 평생을 갚아도 다 갚지 못할 거에요.”
“하아!”
남약정이 탄식했다.
“삼대 문파의 사람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오직 도야만이 선뜻 나서주셨지요. 몽 사령관님은 도야의 의가 하늘에 닿았다고 감탄했습니다!”
“지금 도야는 괜찮으신가요?”
“부상이 심각합니다. 피도 너무 많이 흘렸습니다. 비록 목숨은 건졌지만,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흑흑….”
봉약남이 흐느꼈다.
원래는 전장을 질주하던 여영웅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독 감성적으로 변해 걸핏하면 눈물을 흘렸다.
그 울음소리 때문에 아이가 깨어났다. 봉약남은 급히 아이를 다시 받아들고 다독였다.
“내 아이, 운명이 참으로 기구한 내 아이….”
다소 진정한 봉약남이 다시 물었다.
“청아는요? 청아는 괜찮나요? 어째서 돌아오지 않은 거죠?”
“왕야께서 원래 군주님도 같이 비밀리에 이곳으로 보낼 생각이셨습니다. 하지만 군주님은 계속 도야 곁을 지키겠다고 고집을 부리셨습니다.”
“아….”
봉약남은 상숙청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 * *
“또다시 밀담(密談)을 하잔 말이냐?”
앞에서 보고한 제자를 보고 장만루가 물었다. 안색이 크게 뒤틀려 있었다.
좌승풍과 미만의 얼굴이 굳어졌다. 연국에서 사람이 왔다. 온 사람은 영검산의 제자로, 신길규(辛吉奎)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그자는 밀담을 나누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전에 왔던 우유도 또한 밀담을 나누기 위해 왔다. 하지만 그 밀담으로 인해서 조국은 큰 손실을 보았다. 이번에 다시 밀담을 나누기 위해 왔다고 하니 이들이 어찌 생각하겠는가?
제기랄, 이런 식으로 사람을 놀리는 법은 없다. 저번에 두 명이 왔다면,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서 한 사람이 왔다. 한번 하더니 아주 재미가 붙었는지, 조국을 멍청이처럼 생각하는 건가? 조국을 너무 업신여기는구나!
와서 보고한 제자가 말했다.
“네,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명령을 받고 온 것이라 했습니다.”
장만루가 물었다.
“영검산의 사람인 것이 확실하더냐?”
“확실합니다. 신분을 확인했습니다. 그자를 알고 있는 제자도 있었습니다. 맹선의 진전 제자입니다.”
장만루가 뒤돌아 다른 두 사람에게 물었다.
“좌 형, 미 형, 어찌 생각하시오?”
좌승풍이 한마디 내뱉었다.
“만약 정말 성의를 가지고 밀담을 나누기 위해 온 것이라면, 고분고분 우리 손에 붙잡히라고 하시오. 일단 저자를 잡아들이고, 별다른 것이 없는지 몸을 뒤져 수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하지만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면, 그 즉시 저자를 소금에 절여 버립시다!”
“아주 좋소. 그렇게 합시다!”
장만루가 끄덕이고는 손짓했다.
“그자를 데려오거라!”
말을 바치고 뒷짐을 쥐고 한 자리를 왔다 갔다 했다. 상대방이 무슨 꿍꿍이속인지 두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조국 사람들이 다들 멍청이라서 또다시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길규가 끌려왔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려움이 없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살짝 미소지으며, 예의 바르게 세 문파의 장문인에게 인사했다.
장만루가 물었다.
“맹선이 너를 보내서 무슨 이야기를 하라더냐?”
신길규는 나름 패기가 있었다. 담담한 모습으로 말했다.
“당연히 여러분께서 원하시는 이야기입니다.”
“호오, 설마 연국이 철수라도 하겠다더냐?”
“제가 온 것은 철수와 무관합니다. 세 장문인께 말씀드릴 다른 일이 있습니다!”
“철수가 아니면 할 말 없다.”
그리고는 장만루가 손을 들어 신길규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봐라, 우선 저놈의 두 손을 베어버려라!”
두 수행자가 신속하게 뛰쳐나와 바로 신길규를 내리눌렀다.
좌승풍이 손을 뻗어 저지하고자 했다. 원래는 상대방의 말을 다 듣고 손을 써도 늦지 않다는 말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을 접었다. 장만루는 지금 화를 낼 곳이 필요했다. 저쪽에서 그 제자의 손을 하나 잘랐으니, 그는 지금 이자까지 쳐서 두 손을 다 자르려는 것이다.
패기 넘치는 신길규는 붙잡힌 가운데서도 침착했다. 그 배짱이 남달라 보이기도 했다. 신길규는 보자마자 사신에게 손을 쓸 것이라 믿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저 자신을 놀라게 해 협상을 할 때 유리한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소리쳤다.
“양국이 교전을 벌여도 사신을 해치는 경우는 없습니다!”
장만루가 냉소 지었다.
“네놈이 감히 사신을 자처한단 말이냐? 됐다. 사신을 해치지 않는다. 그냥 손을 자를 뿐이다.”
두 수행자는 신길규의 좌우에서 각각 붙잡고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신길규는 그제야 상대방이 단순히 자신을 겁주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지금 상대방은 진지했다. 그제야 패기고 뭐고 안색이 창백해지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이미 법력은 억제당한 그는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당연히 수행자의 힘을 버티지도 못했다. 공황에 빠진 그가 소리쳤다.
“우유도, 당신들은 우유도를 죽이고 싶지 않은 것입니까?”
양팔을 붙잡고 있는 제자들이 즉시 장문인을 바라보았다. 장만루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더니 턱으로 신길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자르고 이야기하지!”
“그만! 그만! 할 말이, 할 말이 있습니다…!”
신길규가 다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 상대방은 그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사실 우유도가 그 전에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논리를 펼쳤는가, 그중에 말이 안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결국은 다 개똥 같은 말이었다.
두 수행자가 좌우에서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검을 휘둘렀다. 두 팔이 그 자리에서 잘렸고, 두 줄기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악!”
신길규가 비명을 내질렀다. 팔이 잘렸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양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신길규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부들부들 떨었다.
손뿐만이 아니었다. 양쪽 팔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좌승풍과 미만이 눈빛을 교환했다. 다들 장만루가 방금 큰 손해를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나머지, 저들이 보내준 상대에게 화를 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장만루는 당연히 기회를 그냥 놓치지 않았다. 이를 통해서 제자들 앞에서 어느 정도 체면을 세우려는 것이었다.
장만루가 다시 턱짓하자, 두 제자는 들고 있는 팔을 던져 버렸다. 이후, 즉시 신길규에게 다가가 지혈을 했다. 죽여도 지금 당장 죽일 필요는 없었다.
안색이 창백해진 신길규가 고통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장만루가 입을 열었다.
“우유도를 죽인다고? 연국 사람이 찾아와서 연국 사람을 죽이려 한다고 말하다니, 정말 재미있군. 정말 이야기할 마음이 있다면, 네놈들도 겨우 그 팔 두 개를 신경 쓰지 않겠지. 어디 한번 말해 보아라,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냐? 고분고분 입을 열어야 할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떨어지는 것은 네놈 머리통일 것이다.”
신길규는 내심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그 전에 맹선이 몇몇 제자를 모아 조국에 가고자 하는 사람을 뽑았다. 제자들은 다들 공을 세우고 싶어 서로 나섰고, 결국은 가장 말을 잘하는 그가 맹선의 마음에 들어 뽑히게 되었다.
이건 신길규, 그가 노력해서 얻은 자리였다. 그런데 이곳에 오자마자, 그가 자신 있어 하는 설득을 시작하기도 전에 두 팔이 베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후회했다! 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큰 공을 세운다 해도 두 팔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영검산은 검을 사용하는 문파였다. 팔이 없으면 그 경지가 크게 깎여 나갈 것이고, 출셋길은 완전히 막혔다고 봐야 했다. 이건 아무리 큰 공을 세워도 보상받을 수 없게 된 셈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임무를 받았으니 완수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두 팔을 잃은 것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다만 임무를 완수하고, 사부님이 조군을 격파한 후, 이 원한을 갚아주길 기대할 뿐이었다.
비록 그렇다 한들, 신길규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 저를 이렇게 대하는 겁니까?”
사실 그도 대략적인 원인을 알고 있었다. 또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다만 상대방이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먼저 손을 쓸 줄은 몰랐다.
“이유는 없다.”
“설마 죽더라도 이유를 알고 죽을 수는 없는 겁니까?”
당연히 장만루는 우유도에게 당한 것을 그에게 풀었다고 말할 리 없었다.
“네놈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느냐? 여긴 네놈이 쓸데없는 소릴 늘어놓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죽고 싶다면 그 소원을 이루어 주마!”
“우유도가 당신 제자의 한쪽 손을 잘랐기 때문에, 제게 분풀이하는 것은 아닙니까?”
장만루는 즉시 수치스러움에 크게 분노했다.
“아주 죽고 싶어 환장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