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4화. 빨리, 지금 당장 떠나자
신길규는 자신의 양팔을 자른 수행자들이 미처 움직이기 전에 그 즉시 말을 이었다.
“당신은 우유도를 죽여 그 원한을 갚고 싶지 않은 것입니까? 지금 우유도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연군 쪽에서 협력하기만 하면, 손쉽게 우유도를 죽일 수 있지요. 이런 기회를 여러분은 놓치고 싶으십니까?”
장만루가 손을 들어 두 제자의 움직임을 막아섰다.
“네 말은 영검산이 우리와 협력해서 우유도를 죽이려 한단 말이냐?”
“우리 영검산만이 아닙니다. 장 장문인이라면, 연국 삼대 문파 모두 우유도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다만 상황 때문에 그를 건들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내가 네놈의 그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믿을 것 같으냐?”
한쪽에 앉아 있던 좌승풍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우리를 그쪽에 불러들여 일망타진하려는 것은 아니냐?”
“당신들은 자객을 보내 대충 우유도를 죽이려는 모습만 보여주면 됩니다. 충분한 수행자들을 보내기만 하면 설사 우유도를 죽이지 못한다 해도, 그곳을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는 척만 하라고? 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말이냐? 그럼 우리가 사람을 보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무엇이냐?”
“당신들이 사람을 보내 우유도를 암살하려고 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만 하면 됩니다. 소란이 일어났을 때 연군에서 당신들과 협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무슨 의미인지 깨달은 것이다. 연국 삼대 문파는 직접 손을 써서 우유도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또 그 책임을 질 수 없어, 죄를 조국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것이고 말이다.
미만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놈이 우리 손에 있다. 네가 바로 증인이지. 우리가 이 사실을 상조종에게 알리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
신길규가 몸을 비틀어 무릎을 꿇고는 다시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들 손에 있는 나는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어쩌다가 당신들 손에 붙잡혔다고 하면 그만이지요. 지금 조국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위망을 뚫으려고 하는 것을 누가 모릅니까. 이건 당신들의 이간질에 불과하다고 말하면, 상조종이 쉽게 믿겠습니까?”
“설사 의심한다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상조종은 믿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제 두 팔이 잘리지 않았다면, 상조종이 어쩌면 믿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제 두 팔이 없으니…. 허허, 이같이 큰 가치를 가진 증인을 붙잡아놓고 보호해 주지는 않을망정 팔을 잘라 놓았다는 것을 그가 믿겠습니까?”
좌승풍, 미만은 모두 장만루를 힐끗 바라보았다. 장만루가 얼굴을 씰룩거렸다. 마치 자신이 경솔하게 상대방의 두 팔을 자른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저지른 일이다.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좌승풍이 대답했다.
“배짱이 두둑하구나. 이곳에서 그 혓바닥을 놀리다니, 돌아가지 못할 것이 두렵지 않으냐?”
“우유도를 죽이고 싶다면 반드시 절 돌려보내야 할 것입니다.”
“반드시?”
좌승풍이 비웃었다.
“왜 반드시라고 생각하느냐? 연국 삼대 문파가 우유도를 죽이길 원한다면, 그들이 겨우 너 하나 희생하는 걸 아까워할 것이라고 보느냐?”
“저는 우유도가 연군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제가 공중에서 어디로 가야 무사히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바로 길잡이지요. 제가 보이지 않으면 공중의 경계 요원들은 절대 길을 열어 주지 않을 것이고, 여러분은 목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겁니다.
제가 공중에서 뛰어내려 위험을 벗어난 후에야 여러분에게 목표가 있는 위치를 알려줄 것입니다. 제가 만약 돌아가지 못하면, 우리 쪽에서는 다시 사람을 사지로 보내지 않을 것이고, 제가 만약 돌아가지 못하면, 설사 여러분이 나중에 우리 쪽과 연락을 한들, 우리 쪽에서 여러분의 진심을 믿겠습니까?”
* * *
우유도가 자리한 군막은, 이미 수많은 병사가 둘러싸고 보호하고 있었다. 궁수와 공성노 같은 병기들도 교대하며 당직을 서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일단의 수행자들이 밤낮으로 주위를 경계하니, 허락을 받지 않은 사람은 감히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었다.
이들이 경계하는 사람은 누군지 분명했다. 연국 삼대 문파의 사람들은, 근처에 단 한 사람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상숙청은 침상 곁을 지켰다. 그녀의 시선은 대부분 깊이 잠든 우유도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눈앞의 남자는 그녀를 단 한 번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
머릿속에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넋이 나갔을 때, 상숙청은 우유도가 깨어나 그녀를 보며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에 상숙청도 우유도를 보고 미소지었다.
“군주님.”
우유도가 그녀를 불렀다. 상숙청이 돌연 정신을 차렸다. 그제야 착각이 아니라 정말로 우유도가 깨어난 것을 깨달았다. 상숙청이 일어서며 소리쳤다.
“도야!”
군막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관방의, 운희, 무조행이 돌연 눈을 뜨고 침상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 깨어난 우유도가 보였다. 분분히 일어난 일행이 빠르게 침상으로 다가왔다.
운희와 무조행은 관방의의 요청에 의해 군막에 남은 것이었다. 관방의는 그들이 군막에 남아 우유도를 보호하길 원했다.
“도야, 깨어났어? 몸은 좀 괜찮아?”
관방의가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우유도가 팔을 뻗어 상체를 일으키고자 했다. 하지만 움직이자 상처가 자극을 받았고, 격렬한 통증에 오만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관방의와 상숙청은 우유도를 부축해 눕히려고 했지만, 우유도가 고개를 젓자, 어쩔 수 없이 앉을 수 있도록 일으켜 세웠다.
우유도가 양반다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천천히 숨을 고르고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자신이 여전히 군막 안에 있는 것을 보고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서 아직 여기 있는 거야?”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혹시 우유도가 머리를 다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관방의가 물었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 있어야 해?”
우유도가 잠시 침묵했다.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그 전 상황을 되돌아보았다. 우유도는 위험에 대한 감지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얼마 전, 아주 짧은 시간 용휴를 보았을 때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때 관방의에게 당부를 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아직 철수하지 않고 여기 남아있다니. 한숨을 내쉰 우유도가 말했다.
“홍랑을 탓할 수 없겠지. 그 전에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더는 여기 있으면 안 돼, 빨리 움직이자고!”
가자고? 상숙청이 급히 말했다.
“오라버니가 이미 대병력으로 이곳을 보호하고 있어요. 아마 별다른 위험이 없을 거예요.”
“누군가가 저를 해치고자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마침 제가 다쳐 누워있고, 그들은 또 근처에 있다면, 분명 무슨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병력으로 여길 보호하고 있다니요?”
우유도가 잠시 멈칫하더니,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하아, 왕야와 몽 사령관님은 참으로 의리 있는 사람이야. 그 자리에서 삼대 문파와 대립했어….”
관방의가 그 당시 장병들이 내지르던 함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을 부릅뜨더니, 두말하지 않고 소리쳤다.
“빨리, 지금 당장 여길 떠나야 해.”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옆에 있는 검을 잡았다.
곧 검이 손에 잡혔지만, 우유도는 오히려 깜짝 놀라 검을 살펴보았다. 검을 뽑아 확인해 보니 검신에 ‘벽혈단심’이라는 네 글자가 그대로 박혀 있었다.
우유도는 운희를 돌아보았고, 운희가 미소지었다.
“내가 찾아왔지.”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솔하게 움직이지 마십시오. 운 선배님께서는 둔지를 이용해 우리를 이곳에서 빼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떠난 후에 군주님은 왕야께 제 말을 전해 주셔야 합니다. 또 공손포 일행에게도 최대한 빨리 철수하라 일러주시고, 사도요 일행은 최대한 금주의 병력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전해 주십시오.”
상숙청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했다. 우유도를 만난 이후, 무언가 대화를 할 겨를도 없이 그가 기절했고, 어렵게 그가 깨어날 때까지 그 옆을 지켰다. 하지만 우유도는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바로 떠나려고 했다. 더욱이 지금 상숙청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데려갈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상숙청은 그런 우유도를 보고 마음이 다급해졌다.
“도야, 저도 데려가 주세요.”
상숙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완곡하게 우유도의 부탁을 거절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별것 아닌 한 마디이지만, 그녀는 매우 큰 용기를 발휘한 것이다. 다만 우유도는 그 말을 듣고 그녀를 설득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군주님을 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 남아있어도 별일 없을 것입니다. 제가 떠나야 왕야가 안전합니다. 제가 저들 손에 떨어지지 않아야, 저들이 왕야께 경거망동하지 못할 겁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상조종 일파에 미치는 우유도의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상조종 한 명을 죽이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우유도는 손쉽게 두 번째 상조종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들로 연국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니 우유도가 살아 있기만 하면, 삼대 문파는 감히 상조종을 쉽게 건들 수 없었다.
그건 상숙청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했다. 다만 우유도의 거절에 그녀는 우유도의 뜻을 두 번이나 거스르기 어려웠다. 또한, 이런 자신의 모습이 부족하고 또 부끄럽게 여겨졌다.
이게 그런 감정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었다. 상숙청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았다. 그녀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못생겼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고집을 부릴 자격이 있을까?
관방의는 같은 여인으로서 상숙청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지켜보며 가슴 아파했다. 관방의는 내심 그녀를 위해 몇 마디 거들어 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었다. 우유도는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었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러니 상숙청을 돕고 싶어도 뭐라 입을 열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운희가 다시 둔지를 사용했고, 우유도, 관방의, 무조행을 데리고 군막을 떠났다.
* * *
땅속, 움직이는 구형의 공간,
우유도의 한쪽 팔을 부축하고 있는 관방의가 물었다.
“도야, 삼대 문파가 우리를 건드릴 거라고 의심하는 거야?”
우유도가 탄식했다.
“왕야는 사람들 앞에서 삼대 문파와 대립하지 말았어야 했어. 이제 문제가 커졌으니, 저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야.”
관방의가 의아해했다.
“곧 큰 전투가 눈앞에 있어. 삼대 문파가 이런 시기에 그런 짓을 하려 할까?”
“저들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지금 내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그런 위험이 있다면,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우유도의 말을 듣고, 관방의는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갈 거야?”
“자금동!”
자금동? 일행은 모두 놀란 얼굴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우유도가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미 삼대 문파와 대립했으니, 아마 머지않아 나를 처리하려 할 거야. 단지 전쟁이 저들을 억제하고 있을 뿐이지. 지금은 자금동을 제외하고 어디를 가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워. 같은 삼대 문파만이, 서로 견제할 수 있지.”
우유도는 일찍이 자금동에 가입할 결정을 내렸었다. 다만 자금동의 태도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할 때에 상조종과 몽산명이 갑자기 천군만마를 이끌고 용휴와 대립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 단번에 우유도를 벼랑 끝으로 몰아 버렸다.
상조종과 몽산명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다. 그 두 사람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했다는 것을 우유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방식이 다소 충동적인 것만은 확실했다.
우유도는 안타깝고, 또 감개무량했다. 상조종과 몽산명은 그에게 확실히 보답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들은 철저하게 우유도의 편에 서기로 결심을 내린 것이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앞으로는 이제 우유도와 같이 어려움을 이겨나가야 했다.
지금 우유도가 급히 자금동으로 향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또한 상조종과 몽산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우유도가 빠른 시간 안에 자금동 내에서 힘을 얻고,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상조종과 몽산명에게 향하는 검은 손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