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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78화 (176/1,000)

1078화.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이상하다. 어째 호수의 물살이 빨라진 것 같은데?”

호수 중앙에서 뗏목을 젓고 있던 조군 장병들이 이상을 감지했다. 어째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던 호수 면이 더는 잔잔하지 않은 것 같았다.

방등도 의아해했다. 어찌 된 일인지 호수의 유속이 갈수록 빨라지는 것 같았다.

유속이 빨라지니, 대군의 진행 방향이 살짝 틀어지게 되었다. 원래라면 직선으로 목적지를 향해야 하는데, 지금은 살짝 사선으로 휘어지게 되었다.

때문에 노 젓는 어려움이 늘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노 젓는 시간도 많이 증가했다.

이런 큰 호수의 물흐름이 변하니, 이곳에 오랫동안 거주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지, 아니면 비정상적인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방등도 그저 대군에게 더욱 힘을 내서 노를 저으라고 독촉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마리 금시가 날아왔다. 서신을 받은 장수가 빠르게 다가와 보고했다.

“대도독, 남쪽 연안에서 보내온 소식입니다. 그쪽의 수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으니, 이쪽에서 속도를 높여 빠르게 도착하지 않으면, 아군의 상륙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토록 큰 호수의 수위가 어찌 그렇게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단 말인가? 방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이미 급류로 변하고 있는 호수를 보았다. 곧 갑자기 뭔가 연상되었는지, 그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리고 곁에 있는 삼대 문파의 장문인에게 급히 말했다.

“빨리, 사람을 보내 호수의 하류 쪽을 살펴봐 주십시오!”

미만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뭘 살펴본단 말이오?”

“시간이 없습니다!”

방등은 그들에게 분노를 토해내듯 소리쳤다.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도 뭔가 큰일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자신들에게 소리친 것이 불만이라고 해도 지금은 별말 하지 않았다. 즉시 날짐승에 올라타서 공중을 방어하고 있는 사람들을 시켜 살펴보게 했다.

하지만 명령을 내리자마자, 또 한 마리 금시가 날아왔다. 바로 호수 출수구 수비군에 대한 소식이었다. 전서에는 출수구를 이미 연군의 습격으로 빼앗겼으며, 연군의 수많은 병력이 지금 출수구를 넓히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연군이 출수구 쪽을 습격한 사실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었다. 근처에 있는 수비군이 모두 허수아비는 아니었다. 그들은 방어 협력을 위한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고,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에 사람을 보내 살펴보기도 했다. 당연히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를 발견하고 급히 상부에 보고한 것이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급보를 받은 방등이 대경실색했다. 그리고는 전방의 연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빨리! 빨리 저어라! 빨리!”

좌승풍이 물었다.

“대도독, 연군의 의도가 무엇이오?”

방등은 이를 악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 시선은 그저 맞은편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말을 듣고 사기가 흔들릴까 걱정되었다. 또 동시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가장 나쁜 상황이 아니기만을 빌었다.

아무리 물어도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 세 장문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매우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연군이 남쪽 연안을 지키는 수비군을 공격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방등은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가면서도,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세 장문인은 다급해졌고, 장만루가 소리쳤다.

“대도독, 무엇을 망설이는 것이오? 빨리 그곳에 있는 수비군을 호수 안으로 철수시키시오. 우리 병력이 한곳에 모여 수적 우위를 차지하기만 하면, 다른 곳에 상륙해 방어선을 뚫을 수 있지 않소!”

방등은 참담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장만루가 분노했다.

“이건 그대가 보고 싶어 하는 국면이 아니었소? 어째서 늦었다고 말하는 것이오?”

방등은 남쪽 연안의 상황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추측할 수는 있었다.

모든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었다. 연군이 경솔하게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일부러 그런 움직임을 보여준 것이고, 자신을 속인 것이었다. 자신이 속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속은 건 자신이었다!

연군의 정면 공격 앞에 남쪽 연안의 수비군은 계획에 따라 호수로 철수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수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었다. 원래 호수 위에 떠 있던 뗏목들이 지금은 모두 진흙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남쪽 연안의 수비군 대부분은 전면에서 연군에 대항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후방의 진흙에 뛰어들어 힘겨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들은 진흙 위에 있는 뗏목을 호수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수위가 계속 낮아지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 진흙 지대가 넓지 않을 때 최대한 뗏목을 구해내려 했고, 호수 속으로 도망쳐 군대의 퇴로를 확보하고자 했다.

하지만 뗏목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통나무를 베어 만든 대형 뗏목이었으니 원래부터 그 무게가 엄청났다. 게다가 진흙탕 속에 깊이 가라앉은 상태니, 여러 명이 달라붙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람이 걸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진탕이었으니, 무거운 물건을 짊어지고 움직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진흙의 깊이가 정말로 예측 불가했다. 옅은 곳은 그저 발목 정도만 가라앉을 뿐이었지만, 깊은 곳은 사람의 허리까지도 우습게 잠겼다. 뗏목을 간신히 옮기는 와중에, 갑자기 병사의 허리까지 몸이 잠겨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 여러 곳에서 발생했다.

그런 와중에, 연군에게서 화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뗏목을 움직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던 조군 장병들은 진흙 위에서 난리를 피우다가 그대로 화살받이가 돼버리곤 했다. 그렇게 이들은 절망에 빠졌다. 분명 눈앞에 퇴로가 있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퇴로일 뿐이었다.

게다가 수위가 시간에 따라 점점 더 낮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더 많은 병사들이 진창 안으로 갇혀 들고 말았다. 조군 병력이 진창에 빠져들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연군 병력은 계속해서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전방에서 작전을 지휘하고 있던 조군의 몇몇 장수는, 흘러가는 상황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조군의 병사들이 아무 힘도 쓰지 못한 채 그저 진흙탕 속에서 버둥거리다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화살에 맞아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전쟁이 끝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승기가 있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그의 눈물은 이미 볼을 타고 흘러 수염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그 장수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렸다.

“조국은…끝났다! 조국은 끝났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명령에 복종하는 병졸이 아니었다. 연국의 병력을 상대하는 것만 해도 몹시 벅찼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조국에 반란군이 일어났고, 이 반란군이 연군과 연합하여 연환계를 펼치기까지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조국은 연군과 반란군, 이렇게 두 배에 달하는 병력을 상대하게 되었다. 게다가 상대편엔 불세출의 명장이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병사를 잃으며 끝없이 나락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는 수행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반란군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래도 그럭저럭 연국 삼대 문파의 수행자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이는 처음부터 조국 삼대 문파가 연국 삼대 문파와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효월각이 일어났고, 효월각이 모은 수행자의 숫자가 만만치 않았다. 이미 철저히 계획한 것이었기에, 모집한 산수들의 숫자가 매우 많았다. 그들이 연국 삼대 문파와 손을 잡았다.

그렇게, 수행자들의 힘조차 조국은 크게 밀리게 되었다.

화살비가 그쳤다. 이미 화살로 조군의 병력을 적지 않게 학살한 후였다. 게다가 이미 북쪽에 있던 연군이 어느 정도 남쪽으로 합류한 상태였다. 유일한 퇴로는 뒤에 있는 큰 호수였다. 하지만 그 유일한 퇴로는 이미 진흙으로 인해 막혀버렸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계획된 것임을 확신했다. 이 호수가 작은 연못도 아니었고, 출수구를 엄청나게 넓히지 않는 이상, 이렇게 물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을 리 없었다. 즉, 수많은 수행자와 병력이 이미 출수구 쪽에 모여있었다는 걸 의미했다.

그제야 이들은 연군이 정말로 그럴듯한 연기를 하며 자신들이 함정에 걸린 척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한 것은 전부 이 호수 안에 자신들을 완전히 가두기 위함이었다.

연군은 결국, 이렇게 해서 압도적인 환경적 우위를 차지했다. 그저 일부분의 병력만 동원해도, 호수 위에 있는 백만대군의 발을 묶어 둘 수 있었다.

호수 위에 있는 대병력은 이미 조군에게 어떠한 힘도 되어줄 수 없었다. 진흙탕 안에 갇혀버렸으니, 없는 병력으로 치부해도 될 정도였다.

게다가 남쪽의 수위만 낮아진 것도 아니었다. 호수의 물이 전체적으로 모두 빠져나갔으니, 지금 남쪽만 아니라 다른 쪽에 있는 병력들도 진흙탕 안에 갇혔다는 걸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더는 상황을 보지 않아도 조국이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군은 눈물을 줄줄 흘렸고, 그저 하늘을 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주위에서 병사들이 악을 지르며 소리치고 있었다. 몇몇 병사는 장군의 팔을 붙잡고 명령을 내려달라며 울부짖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장군은 그저 묵묵히 병사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몽산명’이 눈 앞에 펼쳐진 대지 위에 천군만마를 지휘하며 산하를 삼키는 듯한 판을 만들어 놓았다. 분명 자신들을 일 수에 쓸어버리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준비한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는 성공했다….

* * *

호수 위,

몇몇 병사가 진창으로 빨려들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뗏목을 젓고 있었다. 그때, 한 장수가 전방을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대도독, 연안이 보입니다.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방등이 다시 재촉했다.

“빨리, 반드시 해가 지기 전에 상륙해야 한다. 반드시 해가 지기 전에 아군과 합류해 포위망을 돌파해야 한다!”

하지만 입을 열어 말하고 있는 그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방등은 그저 군대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대군이 소위 연안이라는 곳에 도착했을 때, 다들 넋을 잃었다. 뗏목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멍하니 전방을 바라보았다.

이건 연안도 뭣도 아니었다. 푸른 들판과 한참이나 떨어져 있었는데, 백 장이 넘었다. 무려 일 리가 넘는 거리였다.

뗏목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진흙과 씨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연군 병사들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자연환경이 만들어낸 지옥과 싸우고 있을 뿐이었다. 연군 병사들은 이를 그저 관망하듯 바라보며, 화살이나 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괜히 함께 진흙탕에 들어가서 고생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좌승풍, 장만루, 미만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드디어 방등이 ‘이미 늦었다’라고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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