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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79화 (177/1,000)

1079화. 호수 전투

좌승풍이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 대도독, 당신은 일군의 사령관이오, 병력을 살리는 것은 그대의 책임이니, 지금의 어려움을 벗어날 방법이 있으시오?”

장만루와 미만은 방등을 빤히 노려보았다. 이들에게는 눈앞에 있는 진흙을 뛰어넘는 일이 당연히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게다가 몇 사람과 함께 이동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병사는 백만 대군이었다. 그러니 짧은 시간 동안 이 많은 사람을 데리고 건너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총사령관인 방등이 방법을 생각해 내기만 바랄 뿐이었다. 방등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일부 법사님들을 보내, 저 진흙의 깊이를 측정해 주십시오. 통나무 하나를 세로로 길게 쪼개 장대로 만든 다음, 장대를 개펄 속에 꽂아 깊이를 측정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삼대 문파에서 제자들이 즉시 명을 받고 몸을 날렸다. 몇몇 이들이 뗏목에 묶여 있던 통나무 하나를 세로로 길게 반으로 쪼개었고, 반으로 쪼갠 통나무를 또 반으로 길게 쪼갰다. 그렇게 순식간에 열 개가 넘는 긴 장대가 만들어졌고, 그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펄 주위에 선 다음, 장대를 진흙 속으로 꽂았다.

이들은 수행자였기에, 발에 내력을 발산함으로써 진흙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었다. 장대는 사람 키와 비슷했는데, 어떤 곳은 무릎을 넘어서 멈춰선 곳도 있었고, 어떤 곳은 허벅지를, 어떤 곳은 허리를, 어떤 곳을 가슴을, 어떤 곳은 어깨를 지나고도 멈추지 않는 곳이 있었다.

게다가 무릎 정도 깊이인 곳도 아주 조금만 다른 곳에 장대를 꽂으면, 갑자기 어깨 깊이까지 푹 빠져드는 곳도 있었다. 그러니 도저히 깊이를 예측할 수 없었다.

이 호수의 진흙이 도대체 몇십 년 동안 축적됐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방등은 건널 방법이 없음을 깨달았고,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 얼굴에 고통이 가득했고, 그 마음의 비통함은 감히 다른 사람이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가문의 부자 삼 인이 조국의 대도독이 되었다. 부친과 형은 조국 병력을 이끌고 전쟁을 벌였으나, 결국은 패배해 조국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주었다. 방등은 그 사실을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 자신도 두 사람의 전철을 밟았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방 가의 숙명이란 말인가?

“더 시도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건너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방등이 두 눈을 뜨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장만루가 분노했다.

“사령관이 어찌 그토록 군심을 뒤흔들 수 있는 말을 쉽게 내뱉는단 말이오. 못 지나가도, 지나가야 하오!”

미만이 말했다.

“뗏목을 한 줄로 세워 다리로 만들어 봅시다.”

방등이 대답했다.

“소용없습니다. 뗏목이 물 위에는 뜰 수 있지만, 진흙에서는 뜨지 못합니다. 던져봐야 가라앉을 뿐입니다. 설사 뜰 수 있다고 한들, 사람이 밟으면 마찬가지로 가라앉겠지요.”

미만은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냥 이렇게 패배를 인정하란 말인가? 시도해 보지 않고 어찌 승복한단 말인가.

그들은 빠르게 병사들을 모아, 일부 뗏목 위에 있는 병사들을 다른 뗏목으로 분산시켰다. 그리고 수행자들이 법력으로 뗏목을 들어 진흙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방등의 말 그대로였다. 뗏목이 병사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즉시 진흙 아래쪽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조국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이니, 식견이 적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어느 부분에서는 방등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이로써 증명했을 뿐이었다.

방등은 일평생 전장을 전전했다. 휘하 병력을 이끌고 수많은 지형을 경험했다. 병력이 어떤 길을 갈 수 있는지, 어떤 지형에서 군영을 꾸릴 수 있는지, 그건 이미 그에게 기본 소양에 지나지 않았다. 지형을 보기만 해도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 이 부분에서는 걸핏하면 날아다니는 삼대 문파의 장문인보다 훨씬 뛰어났다.

고집스럽게 시도한 미만이 그 결과를 보고 크게 분노하며 방등에게 화를 냈다.

“이제 어쩔 것이오?”

방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통이 가득한 두 눈으로 백 장 너머에 있는 연안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도 방등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연안에서는 이미 전투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연안을 볼 수 있었고, 연안에서도 호수 위에 빽빽이 들어찬 대군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양측이 만날 수 없다니.

장만루가 갑자기 말했다.

“내게 시도해 볼 방법이 있소. 대군이 출수구 쪽으로 급류를 따라 빠져나간다면 육지에 상륙할 수 있을 것이오!”

그가 그 말을 하자, 다른 사람은 장만루의 말이 담고 있는 뜻을 다들 깨달을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지금 진흙탕 속에서 발버둥 치며 포위 공격을 당하고 있는 조군의 병력을 못 본 척 포기하자는 말이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 저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해도, 어차피 구할 수도 없었다. 좌승풍이 말했다.

“괜찮은 생각이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눈앞의 병력이 죽든지 살든지 일단 살 사람은 살아야 했다. 그래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이때, 방등이 입을 열었다.

“소용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호수 중앙 근처에 있는데, 이곳에서도 호수의 흐름이 급류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출수구 쪽으로 가면, 물줄기가 얼마나 빠를지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몰린다면, 당연히 뗏목을 제대로 조종할 수 없을 겁니다.

게다가 뗏목끼리 서로 부딪쳐 박살 날 확률이 매우 높고, 적의 공격을 받아 뗏목이 박살 나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급류에 휩쓸려 제대로 수영도 못 해보고 모두 수장당할 것입니다. 결국, 다 끝장나 버릴 것입니다!”

장만루가 분노했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당신들 지휘관들은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무엇이오? 양국이 교전을 벌인 이래, 당신들은 몽산명에게 계속 열세에 처했소. 전쟁을 일으킬 당시, 이길 확신이 있다고 한 사람이 누구요? 또 우리를 설득해서 전쟁을 일으킨 사람이 누구요?

연국이 저리 약해진 상황이었소. 그런데 몽산명은 상황을 반전시켰소. 하지만 당신은 어떻소? 연국보다 조국이 결코 약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하다 할 수 있었소. 그런데 평화로웠던 조국이 당신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소. 이런 쓸데없이 고관의 녹봉이나 처먹는 무능한 자 같으니!”

상대방의 체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욕설을 퍼부었다. 방등은 침울한 얼굴로 그 욕설을 받아들였다.

“그 말이 맞소. 나 방등은 조국 천고의 죄인이오!”

주위 장수들의 안색이 모두 침울해졌다.

“입으로 죄인이라고 떠들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소. 지금은 눈앞에 있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오. 설마 이대로 죽을 때를 기다리겠다는 것이오? 장 형의 방법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방법인 것 같소. 최소한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소!”

방등이 두 눈을 감고 길게 탄식했다.

“시도할 필요 없습니다. 출수구 쪽의 물살이 매우 급하고 빠른 데다가, 출수구를 아무리 넓혔다 해도, 출수구가 좁지 않을 리 없습니다. 그러니 뗏목끼리 부딪쳐 뗏목이 부서지면, 병사들은 급물살에 휩쓸려 수장되겠지요. 그때쯤 되면 살아남은 병사들은 10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 이 방등이 무능하여, 조국 백성에게 큰 화를 끼쳤습니다. 저 하류에 있는 백성들이 또 얼마나 이 홍수에 피해를 보았을지 알 수도 없습니다! 몽산명이 수차례 이런 악독한 계략을 사용하니, 분명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장만루가 그런 방등에게 크게 분노하며 말했다.

“천벌은 무슨 얼어 죽을 천벌이오? 사령관으로서 싸워서 이길 생각을 해야지, 입으로 상대방에게 저주나 걸고 있는 게 무슨 대단한 능력이란 말이오? 당신도 만약 가능하다면 어디 그 악독한 계략을 한번 사용해보시오. 만약 하늘에서 천벌을 내리면 우리가 당신 대신 막아 주겠소!”

저들이 뭐라 욕하든 방등은 반박하지 않았다. 패배한 장수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수천의 이유가 있어도 변명할 필요도 없었다. 이건 조정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진 것은 진 것이다….

* * *

남쪽 연안의 수비군이 절반이 되었다. 진흙탕 속에서 포위망을 돌파할 가능성은 전무했다. 게다가 지원군도 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개죽음이었을 뿐이니, 남아있던 삼십만 대군은 결국…투항했다!

조국에 마지막 남은 삼백만 정예 병력 중, 전사할 사람은 전사하고, 투항할 사람은 투항했다. 그리고 호수 위에 발목이 잡혀 있는 병력을 더하니 이미 그 손실이 절반을 넘어섰다.

처음부터 그 병력이 연국과 조국 반란군의 연합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몽산명의 전략에 당해 남아있는 병력조차 큰 손실을 보고 말았으니, 호수를 끼고 형성돼 있던 방어선이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연안에 남아있던 조군은 이미 아주 작은 구역으로 밀려난 후였다. 연합군은 그 부대를 공격하지 않았고, 그저 포위한 상태로 계속 항복을 권했다.

이미 승리를 두 손에 쥔 후였다. 조군은 더는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가 없었다. 상조종과 몽산명은 이런 상황에서 공격을 감행해 불필요한 사상자를 늘리고 싶지 않았다.

동쪽에 있는 송국을 정벌하고, 다시 서쪽에 있는 조국을 타격했다. 연국의 남아들이 나라를 지키고, 외적에 대항하기 위해서 이미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

그렇게 호수 연안은 대부분 연합군의 손에 떨어졌고, 호수 위에 떠 있는 조군은 독 안에 든 쥐가 되었다!

* * *

호수의 전투가 알려지니, 천하가 경악했다!

비록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더는 조군에게 상황을 반전시킬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되었다. 조국의 멸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 * *

유등이 길게 늘어선 종묘 내부,

등불이 밝게 빛나고 있었지만, 제위(祭位)에 있는 위패들 덕분에 내부는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불꽃이 흔들렸다. 연국 황제 상건웅은 상 씨 조상들의 위패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매우 엄숙했으며, 두 눈은 아주 복잡했다. 지금 상건웅은 속으로 조상들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연국과 조국의 전쟁 소식은 그에게 매우 의외였다. 조국이 이렇게 빠르게 패배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방에겐 수백만의 병력이 있었다. 그런 병력을 단기간에 없애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해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조국의 목을 움켜쥔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다. 조국의 멸망이 코앞으로 다가오다니, 연국이 조국을 절망으로 몰아붙여, 조국을 망하게 하다니!

일이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때는 오히려 불안한 연국 상황으로 인해서 혹여나 조국에게 연국이 삼켜지지 않을까 매일 걱정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니 연국의 황제가 선조들을 찾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조국을 멸한 전쟁의 주체가 그와 상관이 없는 자들이라곤 해도, 결국 그는 연국의 황제였다. 연국이 그가 다스리는 시대에 다시 한번 커다란 업적을 세운 것이었으니, 선조들에게 이 일을 아뢰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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