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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81화 (179/1,000)

1081화. 제갈지 (1)

천미부,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곳,

현미와 서문청공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달빛 아래 흐릿한 빛을 반사하는 그녀의 뺨을 보며, 서문청공은 그녀를 껴안고 싶었다. 그녀를 소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미는 여전히 조국이 멸망한 후의 결과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선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으며, 감히 그 선을 뛰어넘지 못했다.

다만 황궁 안에 있는 그분은 행복했고, 수많은 여자와 마음껏 뒹굴었다.

* * *

한차례 환락이 지나간 비단 장막 내부,

상 귀비와 위국 황제 현승천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마디로 베갯머리 송사를 하는 것이다.

한참이 지나 현승천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 보시오, 최근 일부 일들에 대해서 누님께서 화끈하게 손을 놓으셨소. 누님은 정말 그대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심지어 짐이 하루라도 빨린 정무에 익숙해지길 바라마지 않는 사람이지. 정무가 너무 많아 최근 짐은 너무 힘드오.”

상 귀비가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고 불만을 토해냈다.

“소첩은 단지 폐하를 생각해서 한 말이에요. 그게 소첩이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게 되었군요. 흥, 만약 그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면, 소첩은 폐하께 이런 나쁜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현승천은 그런 상 귀비가 매우 귀여웠다.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코를 살짝 잡아당기고는 말했다.

“황궁에서 지내면서 무슨 소식을 들을 수 있단 말이오. 또 짐이 모르는 것이 있소?”

상 귀비가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소첩이 감히 말하지 못하겠어요. 말하면 폐하께서 진노하실까 두려워요.”

현승천은 더욱더 흥미가 동한다는 듯이 말했다.

“말해 보시오. 무슨 잘못을 하든 짐은 죄를 묻지 않겠소.”

상 귀비는 손가락으로 현승천의 가슴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말했다.

“폐하의 가슴이 아무리 넓어도 소첩은 차마 말하지 못하겠어요.”

현승천이 ‘찰싹’ 그녀의 등허리를 때리고는 말했다.

“짐의 명령이오. 설마 어명을 따르지 않을 생각이오?”

상 귀비는 우물쭈물 어쩔 수 없이 따른다는 교태로운 모습으로 결국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소첩이 듣기에, 그분과 서문청공이 일찍이 감정이 있어….”

모두 들은 현승천이 하하 웃었다.

“난 또 무슨 비밀이라고, 겨우 그것이오? 누님과 그 남자의 일을 당신이 말하기 전에 내가 모를 줄 알았소?”

“설마 폐하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뭘 걱정한단 말이오. 그렇지 않다면, 누님이 평생 과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 것은 좋은 일이오. 마치 그대를 향한 짐의 마음과 같지.”

“폐하, 이건 정말 다른 일이에요. 소첩은 단지 후궁에 불과하지만, 그분은 그 손에 위국의 군정 대권을 쥐고 있는 여 상공이세요. 그분과 서문청공 사이에 만약 아이라도 생기면 어쩌지요?

대권이 그분의 손에 있는데, 누가 나중에 위국의 대권을 자신의 아이에게 물려주려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어요? 그분은 자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의 신하가 되어 머리를 조아리는 걸 보고 싶어 할까요?”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오. 누님은 이미 단계적으로 권력을 짐에게 넘기고 있소.”

“정말로 권력을 넘겨주는 건가요?”

“그럼 그게 가짜라도 된단 말이오?”

“소첩이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어요. 방금 폐하께서 권력을 넘겨받은 후로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정말로 권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게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 일하는 사람을 장악하는 것이 맞을 거예요. 소첩의 말이 맞나요?”

“비슷하오.”

“지금 일은 폐하께서 하고 계시니, 그 아래서 마땅히 일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의 사람이어야 할까요? 당연히 폐하의 사람이어야 해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 그분이 발탁한 사람들뿐이에요. 그러니 폐하께서는 그분이 진심으로 권력을 넘겨주려 하는 것인지 확인해야만 해요.”

“어떻게 그걸 확인한단 말이오?”

“확인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지요. 그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권력을 건드는 거예요. 바로 병권이지요! 폐하께서는 한번 거짓으로 태위(太尉) 남인옥의 병권을 해제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그분의 반응을 살피는 거예요. 만약 그분이 반대하지 않으시면, 소첩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고, 만약 강력히 반대하면, 그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가 더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 * *

조국 경성,

겉으로는 차분했지만, 그 아래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배경이 있는 사람들, 먼저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이미 조용히 가족을 데리고 도망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그저 조용히 몰래 도망칠 뿐, 감히 대대적으로 움직이기는 힘들었다.

지금 해무극은 마치 배고픈 한 마리 야수 같았다. 만약 그가 백정의 칼을 치켜세운다면, 조정에 무슨 뒷배가 있든, 무슨 배경이 있든, 그 목이 그대로 잘려나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보통 백성들은 비록 풍족한 생활은 아니지만, 여전히 전과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정말 큰 문제가 생겨도 이들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여전히 하던 일을 계속해야 했다.

온 황궁에 있는 내시들은 전례 없이 규율과 법도를 지켰고, 시녀들과 궁녀들도 감히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걸음걸이조차 조심조심 움직였다.

요 이틀,

황제 앞에 나섰던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이상하게도 크게 분노한 황제의 명령에 따라 목이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죽은 사람만 열 명이 넘었다. 옆에서 이를 보던 사람도 어리둥절했고, 죽임을 당한 당사자들조차 어리둥절했다. 그렇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고 얼렁뚱땅 목숨을 잃었다.

황궁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었고, 후궁들조차 조마조마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군대와 관련된 일은 국가 대사이기 때문에, 전쟁을 함부로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지금 조국이 바로 그렇게 함부로 전쟁을 일으켰다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가볍게 연국을 공격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아는 것은 아는 것이고, 그 누구도 쉽게 그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았다. 그 일은 황제의 역린이 되어있었다. 지금 그 일을 입에 담아 죽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살려주십시오, 폐하! 살려주십시오….”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비명이 은은하게 들려왔다. 덕분에 자신의 거처에서 차를 마시던 태후 상유란은 고개를 들어 문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바로 옆에 있던 황후와 눈빛을 교환했다.

황후의 두 눈에 불안이 가득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우물쭈물하더니 결국은 하고 싶은 말을 내뱉지 못했다.

차 맛이 떨어졌다. 상유란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황후에게 물었다.

“이틀 동안 저게 몇 번째인가?”

황후가 불안해하며 대답했다.

“열다섯 번은 넘은 것 같습니다.”

“하아! 황제의 심신이 흐려졌군, 당시 그 많은 신하가 말려도 고집을 부리더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그러지 않는게 좋았을 것을.”

상유란이 한숨을 내쉬었다.

황후도 억지웃음을 지었다. 이런 말도 이제는 온 황궁에서 눈앞에 있는 이분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황후를 포함한 다른 사람은 차마 내뱉을 수 없는 말이었다. 이건 바로 황제가 잘못했다고 질책을 하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말을 하던 두 사람은 같이 문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백발이 성성한 늙은 내시가 쟁반을 들고 있는 작은 내시 몇 명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이 가져오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가장 선두에 있는 늙은 내시는 조국 황궁의 대내총관 제갈지였다. 비록 대내총관이라는 감투를 쓰고 있었지만, 사실 나이가 너무 들어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았다. 실권은 이미 아래 내시들에게 모두 넘겼고, 그는 그저 일부 상전들 앞에서 오가는 것이 하는 일의 전부였다.

상유란은 그를 보고 마치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 늙은이도 참으로 둔해졌구나. 충분히 살았지. 하늘이 무너져도 자기 할 일을 하니, 영원히 저렇게 느긋할 것만 같구나.”

그리고 그쪽을 향해 소리쳤다.

“이보게, 제갈 늙은이!”

연달아 두 번을 불렀지만, 그 늙은 내시는 너무 나이가 들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이쪽에서 즉시 한 궁녀가 뛰어가서 코앞에서 말을 전했고, 그제야 늙은 내시는 느긋하게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문턱을 넘을 때 그는 장포를 걷어 올리고, 아주 힘겹게 한쪽 발을 올리더니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흐리멍덩한 늙은 눈으로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더니 또 천천히 예를 올렸다.

“노신이 태후마마, 황후마마를 뵙습니다.”

상유란이 턱으로 바깥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주 소란스럽더군, 또 무슨 일인가?”

제갈지가 느릿하게 말했다.

“아마도 어느 눈먼 노비가 잘못을 저질러 폐하의 기분을 상하게 했나 봅니다. 모두 노신이 단속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너무 늙어 벌을 주면, 벌을 받다가 죽을까 봐 겁나는구나. 이보게, 제갈 늙은이,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황조부(皇祖父)가 제위에 계실 때부터 그 옆에 자네가 있었지, 내 말이 맞는가?”

제갈지가 허리를 한 번 숙이고는 말했다.

“그때 노신은 아직 어렸습니다. 다행히도 당시 폐하의 마음에 들어, 그분 곁에서 먹을 가는 등 잡일을 하였지요. 노신이 읽고 쓰는 것은 모두 당시 폐하께서 가르치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말이네. 본궁이 듣기로, 자네는 황조부께서 붕어(崩御)하신 다음부터 부황을 따랐지, 그리고 부황의 손에서 이 황궁의 총관 내시가 되었고 말이야. 부황께서는 임종하시기 전에 선황에게 자네를 선대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지. 또 선황께서 임종하시어 폐하께 황위를 물려 주시기 전에, 선황이 폐하께 자네를 곁에 두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을 직접 보았네.

이렇게 생각해보면, 자네는 이미 네 분의 황제를 모셨으니 이미 세수가 백이 넘었고, 네 번의 시대를 겪은 원로라 할 수 있겠군. 이 조정의 문무백관 중에서 자네보다 경력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 같아.”

“과찬이십니다. 노신은 그저 하찮은 노비에 불과합니다. 이미 기억조차 온전치 않으니, 원로라는 말은 감히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상유란이 고개를 저었다.

“본관은 그대를 칭찬한 것이 아니네. 그저 자네에게 알려주고 싶을 뿐이지. 지금 폐하께서 과거의 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네 나이가 너무 많다 보니, 일부 일들을 아래 사람들에게 시키는 것이야. 오히려 자네를 살피는 것이지. 그러니 만약 폐하가 그대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게나.”

제갈지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알았으면 되었네. 지금 밖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 것이네. 공명정대한 사람 앞에서는 뒷담화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 자네가 조국의 황제를 네 분이나 모신 것을 고려한다면, 자네에게 좋은 마지막을 선사하는 것이 맞겠지.

떠나게. 오늘 바로 떠나는 것이 좋겠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나. 본궁이 아직 사람을 부릴 수 있는 지금, 사람을 시켜 자네를 배웅할 수 있으니, 빨리 떠나게나.”

“태후마마의 호의는 노신이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단지 노신은 어려서부터 황궁에서 자라 정말로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늙은이, 본궁은 지금 자네와 가식을 떠는 것이 아니네. 자네를 시험하는 것도 아니지. 지금 빨리 떠나지 않으면 늦을 것이네. 걱정하지 말게. 다른 사람은 독단적으로 떠날 수 없지만, 자네는 다르지. 만약 문제가 생기면 본궁이 책임지겠네.

그 정도 일은 본궁이 감당할 수 있음이야. 그렇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작별인사는 하지 말게. 소란을 일으키지도 말고, 그냥 이렇게 떠나게. 혹시라도 소문이 퍼져 나가 나중에 자네를 찾아올 사람이 있을까 두렵군. 자네는 황공에 오래 지낸 사람이니 말이야. 조용한 곳을 찾아 이름과 성을 바꾸고 여생을 살게나.”

제갈지가 고개를 저었다.

“태후마마, 노신이 떼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노신은 나이가 들어 기억이 온전치 않고, 걷는 것도 힘이 듭니다. 어려서부터 황궁에서 지내는 일에 익숙해져 있으니, 지금 이 나이에 밖에 나간다면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상유란이 잠시 침묵했다. 결국,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대가 알아서 결정하게. 본궁은 그저 최선을 다했음을 알아주게.”

그리고 손을 저어 물러가라 일렀다.

“알겠습니다!”

제갈지가 허리를 숙였고, 곧 황후에게도 예를 올리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더니 떠나갔다. 그런 그에게 황후조차도 살짝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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