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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082화 (180/1,000)

1082화. 제갈지 (2)

피처럼 붉은 석양이 하늘에 걸려 황궁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밤이 서서히 찾아왔다. 곧 황궁 여기저기에 등불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밤중이 되었을 때, 허공에서 열 명이 넘는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누구냐!”

한 사람이 소리치자, 황궁의 수행자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라 침입자를 저지하고자 했다.

허공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싸움이 벌어졌다. 하지만 침입자 중 세 사람이 가장 먼저 포위망을 돌파하여 황궁에 들어섰다. 황궁을 지키는 사람 중에 진정한 고수가 없다 보니, 몸을 빼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는 아주 대담하게 등불이 밝혀져 있는 어서방을 향해 직진했다.

쾅!

기와가 날아가고 지붕이 터져나갔다. 어서방에 있던 해무극은 대경실색했다. 아직 어찌 된 일인지 반응하기도 전에 한 사람이 해무극의 목을 붙잡았다.

황궁의 금군과 수행자들이 급히 지원을 왔다. 그때, 어서방 내부에서 호통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들 멈춰라, 감히 경거망동하면, 네놈들 황제의 목을 베어버리겠다. 그리고 저 밖에서 싸우고 있는 놈들도 멈추라고 명해라!”

어서방 내부 황제를 사로잡은 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명령에 따라 강도질을 하러 온 기운종의 고수들이었다. 기운종 내에 있던 세 사람의 태상 장로가 직접 인원을 이끌고 쳐들어온 것이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을 멈추게 한 것은 당연히 이들이 데려온 자들이 공격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도착한 황궁의 중차부령 환청은 어서방에 있는 황제의 생명을 도외시하고 그 자리에서 명령을 내렸다. 이 자는 바로 대내총관 제갈지의 실권을 이어받은 자였다.

“폐하께서는 저곳에 안 계신다. 모두 죽여라!”

곧 수많은 화살이 창과 문을 부수고 안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어서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대경실색하더니, 곧 방 안에 있는 가구 뒤에 몸을 숨겼다.

세 사람은 황제를 붙잡았는데도 이처럼 황제의 생명을 도외시하고 공격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방 안이 아주 난장판이 되어갔고, 그때 한 사람이 해무극을 붙잡고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들에게 멈추라고 해라, 그렇지 않으면 널 죽여버리겠다!”

그때 해무극이 당황하며 말했다.

“저는 폐하가 아닙니다. 폐하의 대역일 뿐입니다.”

한 사람이 즉시 그의 얼굴을 더듬었다. 하지만 역용한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 즉시 분노하며 소리쳤다.

“초상화에 그려진 것이 네놈의 얼굴이다. 그런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그 해무극이 급히 소리쳤다.

“정말 대역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들이 어찌 제 생사를 신경 쓰지 않고 공격한단 말입니까.”

“네놈이 대역이라면, 진짜는 어디 있느냐?”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럼 누가 아느냐?”

“소인이 그런 걸 어찌 알겠습니까.”

아무리 물어도 진실을 알 수 없자, 이쪽 사람들은 즉시 붙잡고 있던 해무극을 밖으로 내던졌다. 역시나 밖에 있는 사람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날아오른 해무극에게 수없이 많은 활을 쏘아 고슴도치로 만들어 버렸다.

그제야 세 사람은 자신들이 붙잡은 사람이 대역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굉음을 터지고, 어서방의 기와가 벽돌이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중에 압권은 기둥이었다. 태상 장로 중 한 명이 기둥을 통째로 뽑아 밖으로 집어 던진 것이었다. 이 기둥은 회전하며 날아갔고, 어서방을 포위 공격하던 병사들을 쓸어 버렸다. 곧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기운종의 세 태상 장로는 그걸 기회로 삼아 적을 죽이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곧 거대한 강기를 지닌 망치가 그들 손에 나타났고, 이들은 미친 듯이 망치를 휘둘렀다. 현장에서 그 어떤 수행자도 이들 앞을 막아서지 못했다. 그렇게 세 명에 의해 포위망이 강제로 뚫렸다.

자객은 맹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 해무극에 대한 공격이 실패하자, 이들은 황태후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상유란을 인질로 잡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이들 세 사람이 태후궁에 뛰어든 그 순간, 괴이한 일이 발생했다. 일진광풍이 갑작스럽게 불어닥쳐 태후궁에 있는 모든 등불을 꺼트린 것이다. 곧 그 일대가 어둠에 휩싸였다. 그때, 하나의 등불이 나타났다.

처마 밑에 있는 복도, 대내총관 제갈지가 손에 등롱을 들고 굽은 등을 하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 뒤에는 두 장님이 따르고 있었는데, 이들 둘은 눈먼 내시였다.

누군가 있는 것을 보고 기운종의 한 태상 장로가 그에게 날아가 제갈지를 붙잡고 길을 물으려 했다.

후!

그때, 제갈지가 들고 있는 등롱이 갑자기 휙 꺼졌고, 복도가 그 순간 어둠에 휩싸였다.

제갈지를 붙잡기 위해 움직이던 태상 장로는 자신이 허공을 붙잡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늙은이를 붙잡지 못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온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평생 모은 법력을 쏟아부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목이 다른 사람 손에 붙잡혀 있음을 발견했다. 그 순간 상상할 수 없는 공포가 마음속에서 솟아났다.

“이곳은 당신들이 올 곳이 아니네.”

제갈지가 느릿하게 한마디 내뱉고는 그대로 손을 움켜쥐어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방의 목을 부러뜨렸다.

그 태상 장로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눈을 부릅뜬 채, 손을 부들부들 떨며 제갈지에게 뻗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반쯤 올라가다가, 결국 허물어져 내렸다. 그렇게 태상 장로의 몸이 축 처졌고, 목도 옆으로 꺾여 버렸다.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 내시가 그 즉시 빠르게 다가와 그에게서 시신을 받아 들고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뒤로 미끄러지듯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단 한 명의 장님만이 남아 두 손을 가지런히 하고 제갈지 뒤에 서 있었다.

제갈지의 두 눈은 여전히 혼탁했고, 굽은 등을 하고 처마 밑에 서 있었다. 그는 조용히 다른 두 기운종의 태상 장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적지 않게 놀랐다. 그가 방심한 것일까? 하지만, 방심했다고 해도 일격에 죽어 버리다니?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한 사람이 다시 쏘아져 왔다. 이번에는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조심!”

이쪽을 노려보고 있던 다른 태상 장로가 갑자기 소리쳤다. 동시에 그 눈에 경악이 서리기 시작했다.

등불이 꺼졌다. 보통사람이라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처마 밑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법안을 가진 수행자라면, 이렇듯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달빛과 별빛까지 있으니 수행자에겐 그리 어두운 것은 아니었다.

쏘아져 나간 수행자는 손을 뻗어 눈앞에 있던 노인의 목을 움켜잡으려는 순간, 그 노인이 훅 하고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한 명의 경고성을 듣고 몸을 피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그저 등 뒤에 격통이 느껴졌고, 그 고통이 가슴까지 이어졌다. 가슴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고개를 숙여 보니, 피에 젖은 손이 그의 가슴을 뚫고 나와 있었고, 그 손에는 심장이 움켜쥐어져 있었다.

다른 사람 손에 쥐어진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는데, 결국 다섯 손가락이 그 심장을 강하게 쥐었고, 퍽 소리가 나며 터지고 말았다.

제갈지가 대체 언제 움직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그자의 등 뒤로 돌아가 한쪽 손으로 등을 뚫고 심장을 움켜쥔 것이다. 제갈지가 손을 다시 빼내자, 시신이 앞으로 쓰러졌다.

그때, 남아있던 장님 내시가 쓰러지는 시신을 받아 들고는 그대로 옷자락을 펄럭이며 뒤로 미끄러지듯이 사라졌다. 죽음을 맞이한 또 한 명의 태상 장로가 끌려간 것이다. 도대체 어디로 데려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제갈지가 뒤돌아보았다. 그의 혼탁한 눈이 마지막 남은 기운종의 태상 장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 마지막 수행자의 마음속엔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의 안색은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았고,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만약 첫 번째 사람이 단지 방심을 한 것에 불과했다면, 그래도 납득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사람은 충분히 경계하고 있었다. 당연히 방심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지금 만난 사람이 자신들이 상대할 수 없는 고수라는 것을 아직도 모른다면, 그는 나이를 허투루 먹은 것일 것이다.

저 늙은 내시의 경지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는 감히 더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상대방의 시선이 그를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실력은 두려울 정도로 강했다. 두 사람이 감히 한 번의 반격도 하지 못할 정도라니!

황궁에 고수가 없는 틈을 타서 한번 털어먹으려던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는 더는 그 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금 정원을 지키는 수행자와 지원을 온 수행자들을 포함해 지금 장면을 본 모든 사람은 넋을 놓았다.

등롱이 ‘딸깍’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제갈지가 움직였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가 따라간 것은 자객이 아니었다. 마치 귀신같은 움직임으로 태후궁 안쪽을 쏘다녔다.

경악성,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단 한 사람도 도망치지 못했다. 누구든 방금 제갈지가 손을 써서 수행자를 죽이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마지막 한 사람이 날아올랐다가 머리가 갈라져 땅에 떨어졌을 때, 그를 바닥에 처박은 사람은 이미 괴이한 청색 연기가 되어 밤하늘로 쏘아져 간 후였다.

제갈지가 사라졌고, 현장에는 수십 구의 수행자와 호위, 내시, 궁녀의 시신만이 남아있었다.

같은 편이든 아니든, 일단 그가 손을 쓰는 것을 본 사람은 모두 그에게 죽임을 당했다. 한 사람도 살려주지 않았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은 매우 빠르게 일어난 일이었다.

황태후를 포함한 아랫사람들은 다들 두려움에 건물 안에서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하고 숨어있었다. 이들은 아직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지원군이 도착했을 때, 그들 또한 마찬가지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온 땅에 시신이 가득하니, 그저 기운종의 세 태상 장로가 이들을 죽였다고 여길 뿐이었다.

사람들은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가 그 안에 무사한 황태후 상유란을 확인했다. 그제야 드디어 안도할 수 있었다….

* * *

허공,

도망친 기운종의 태상 장로는 혼신의 법력을 동원해 급히 날아가고 있었다. 그와 같이 조국 황궁으로 뛰어 들어갔던 다른 제자들은 미처 돌볼 겨를도 없었다. 그는 감히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조국 황궁에 이토록 두려운 존재가 있다니! 만약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아마 나중에는 한 명도 살아서 황궁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때,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뒤돌아보니, 저 먼 곳에서 하나의 인영이 밤하늘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었다.

상대방의 비행속도를 확인한 그는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보다 몇 배나 빨랐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잡힐 터였다.

결국, 상대방이 가까이 다가오게 되었고, 그의 얼굴을 확인한 기운종의 태상 장로는 더욱더 놀라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그의 생각이 맞았다. 자신을 쫓아온 사람은 그 늙은 내시였다.

두 사람이 하늘을 나는 속도를 잠시만 비교해 봐도, 상황은 너무나 명확했다. 공중에서 저 늙은 내시의 추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같았다.

그는 즉시 땅을 향해 쏘아져 갔다. 지면의 지형과 장애물의 힘을 빌려 도망갈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

뒤를 바짝 쫓던 늙은 내시는 몸을 살짝 틀더니 마치 유성처럼 쏘아져 내려갔다.

그 상황을 보니, 태상 장로는 자신이 땅에 내려서기 전에 허공에서 그에게 따라잡힐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소매를 활짝 펴고 다급히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도망가려 했다.

늙은 내시는 다시 몸을 들어 허공을 향해 사선으로 날아올랐고, 그 모습이 마치 허공에 있는 새를 맞추기 위해 쏘아져 나가는 화살과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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