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4화. 직접 찾아오다
우유도가 괴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다 결정을 내려놓고 저를 뭐하러 부르셨습니까?”
윤이덕이 말했다.
“사제, 그 일 외에도 다른 일이 또 있네. 지금 사람들이 너무 부족하네. 자네도 알겠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해 수행자들이 수없이 많이 죽었지. 남주의 병력이 강한 것을 고려했을 때, 다른 곳에서 쉽게 침범하지 못할 것이야.
그러니 남주의 대선산 인원을 그 근처에 있는 광주로 보내고자 하네. 다른 비어 있는 곳 같은 경우는 우리가 다른 곳에서 인원을 차출해 보도록 하겠네, 어찌 생각하는가?”
그의 말에 우유도가 불만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반대할 수는 있습니까?”
부운량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제, 이럴 때는 자신이 아니라 대국을 고려해야 하네!”
우유도가 허허 냉소 지었다.
“아주 대단한 대국인 것 같습니다. 이 대국이라는 모자를 한번 뒤집어쓰니 정말로 무겁습니다. 그런데 어째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여러분이 제 남주를 텅텅 비우려는 것 같습니다만….”
궁임책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전혀 아니네. 모두 자네를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네. 대선산은 원래부터 자네와 충돌하지 않았는가. 다른 곳에 간다면 그것도 좋지 않겠는가. 나중에 인원을 보충하는 일은, 우리 같이 천천히 생각해보세.
지금은 우선 대국을 생각해서 최대한 빨리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보내 그곳을 장악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새로 점령한 곳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되네. 그렇지 않은가? 내가 볼 때, 종 사백은 무엇이 중요한지 아시는 분이니, 이것을 반대하지 않으실 것이네!”
막영설이 말했다.
“맞네, 거기에 상조종 곁에는 우리 자금동의 고수들이 머무르고 있고 말이야. 태상 장로만 두 분이 계시지.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별일 없을 것이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우유도가 침묵했다. 한참이 지나 우유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초려산장의 사람들을 데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고, 궁임책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그건 좀 그렇지 않은가? 이곳은 자금동이네. 이곳에 그 많은 외부인을 불러들이는 게 정말 옳은 일이겠는가? 법도에도 맞지 않은 일이네, 만약 그 안에 첩자가 있다면 어쩌겠는가?”
우유도가 즉시 반박했다.
“여러분이 이러쿵저러쿵하니, 저도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일단 다른 것은 제쳐두고, 이번 전쟁의 가장 큰 공신은 바로 남주의 병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년의 세금 감면뿐이란 말입니까?
윗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최전방에서 목숨을 걸고 전쟁을 치른 병사들에게는 그 어떤 포상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이들의 불만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러니 남주에 있는 병력들이 불만을 갖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됐을 때, 제가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신속하게 남주에 생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제 사람들을 이곳으로 부르지 않는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남주의 국면을 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설마 무력으로 내리찍으란 말입니까? 피를 흘리며 공을 세운 자를, 피를 흘려 처리하란 말은 아니겠지요!”
“그러니 제게 최소한 이 정도는 허락해주셔야 합니다. 지금껏 자금동에서는 제게 금하기만 했고, 전 무엇도 취한 것이 없습니다. 말뿐인 장로, 허울뿐인 장로가 돼버렸지요.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만 하면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러시는 겁니까. 이게 지금 저를 어떻게 해보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남주의 상황이 어떻고 하는 우유도의 말은 허튼 말이 아니었다. 우유도가 남주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하면, 남주에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계속해서 우유도의 고삐를 죄기만 하고 풀어주지 않는다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우유도는 얼마든지 남주에서 극심한 문제를 일으켜 자금동을 골치 아프게 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조국에서 한 움큼 베어먹은 살코기가 뱃속에서 아직 제대로 소화되지 않는 중이었다. 그러니 남주마저 문제를 일으키면 정말로 배탈이 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지금 우유도의 표정이 몹시 안 좋아진 상태였다. 하기야, 연달아 우유도를 압박하고 있으니 그러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미 말투부터가 당장이라도 욕설을 내뱉을 것처럼 불손해져 있었고,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계속 그의 요구를 거절하면, 우유도가 또 한 번 들이받을 수 있었다. 결국, 궁임책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사제, 문제가 있으면 좋은 말로 의논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일단 너무 조급해하지 말게. 자네를 부른 것이 바로 그런 의논을 하기 위한 것이야.”
그리고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시오?”
막영설이 말했다.
“이곳은 자금동입니다. 일단의 외부인들이 안에 들어와 거주하게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 사제의 의견은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녀의 말에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하지만, 원안이 이어서 한 말에 다시 공기가 차가워졌다.
“안 됩니다. 저들이 자금동에 들어와 산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지금껏 외부인이 자금동 안으로 들어와 머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들 모두 자금동의 제자가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자금동 내에 계속 외부인을 머물게 할 순 없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장로들의 말이 이어졌고, 의견이 분분해졌다. 결국, 한참이나 서로 떠든 후에야 이들은 우유도의 조건을 수락하기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결국 자금동도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와 우유도의 제안을 모두 거절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우유도가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을 일부 사람으로 제한한 것이다. 게다가 우유도가 부른 사람은 자금동에 들어온 후, 허락을 받지 않으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다는 조약을 달았다. 즉, 지정한 구역에서만 활동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혹시 이 말을 어겼다가 오해가 발생하면, 이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고까지 말했다.
이들이 허락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궁임책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제, 외부 문파의 사람들을 자금동에 들인 것은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일이네. 종 사백님께서 나선다 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지. 다만, 사제의 체면을 보아서 최대한 양보한 것이네. 그러니 이대로 진행하는 것이 어떤가?”
“토사구팽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군요. 이번에는 이 몸이 졌습니다!”
우유도가 냉소 지으며 한마디 내뱉고는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갔다.
“…….”
궁임책 등은 단체로 얼이 빠졌다. 자신들 면전에 대고 이런 폭언을 내뱉을 줄이야. 거기다 ‘이 몸’이라니. 그래도 이제 자금동의 장로가 되었으니, 말을 할 때 단어를 좀 주의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우유도가 대전을 떠나가는 것을 보고 부군양이 고개를 저었다.
“못하는 말이 없군요. 만약 우리 자금동에서 가르친 제자였다면, 그 입을 매우 쳤을 것입니다. 역시 젊은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막영설이 말했다.
“상청종에 있었을 당시, 줄곧 갇혀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를 가르친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야인 출신과 다른 바가 없으니 거친 것이지요.”
반면 엄입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 자신이 알던 우유도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자신이 겪었던 우유도는 풍모가 남다른 사람이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아주 분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어째 사람이 바뀐 것 같았다.
엄입은 당시 우유도가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또 한 가지, 그는 우유도가 너무 쉽게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유도 같이 까다로운 사람이 이렇게 쉽게 승낙했다고? 하지만 당장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쪽에서 ‘대국을 생각하라’는 말로 압박하니, 우유도 또한 거절하기 어려워 보였다.
대전을 나선 우유도의 얼굴에 빙그레 웃음이 걸리더니 중얼거렸다.
“젊음이란 정말 좋군!”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유도가 자신에게 정한 자금동에서의 위치와 성격이었다. 혼자의 힘으로 자금동에서 자리 잡고, 다른 사람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부드럽게 할 수 없었다.
대전 밖,
광장에서 기다리던 관방의는 밖으로 나온 우유도와 같이 계단을 내려가며 조용히 물었다.
“널 왜 찾은 거야?”
“왜겠어,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의도일 리가 없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야.”
예상했던 일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관방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우유도가 예상한 일이기만 하면 큰 문제가 될 리 없었다. 곧 우유도가 이어 말했다.
“이쪽은 정리했으니, 우리 쪽 사람들에게 이곳으로 모이라고 전해.”
자금동이 제시한 각박한 요구는,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량산은 지금 정보조직으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문파의 제자들은 한곳에 모여있지 않았다. 그리고 설사 좀 많은 사람이 자금동에 들어온다 한들, 대놓고 약속을 크게 어기지만 않으면, 저들이 우유도를 어찌하겠는가? 이왕 허락했으니, 인제 와서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아마 눈감아 줄 것 같았다.
유선종 등 세 문파 같은 경우는, 어차피 처음부터 다 불러올 생각도 없었다.
지금 우유도는 자금동에서 아주 안전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니 굳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여 안전을 지킬 필요가 없었다. 당연히 세 문파도 다르게 써야 했다.
관방의의 두 눈이 반짝였다.
“정말? 저들이 허락해 주었어?”
그녀가 보기에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어느 문파가 외부인을 그 문파 내부에 거주하게 허락하겠는가.
말해봤자 입만 아픈 일이었다. 우유도는 관방의를 살짝 흘겨보고는 별말 하지 않았다.
관방의가 보기에 이건 거짓말일 리 없었다! 관방의는 문득 기분이 좋아졌다. 도야는 역시 도야였다. 이런 일도 이처럼 쉽게 처리하다니. 이제 부방원의 사람들이 다들 자금동에 올 수 있게 되었다.
* * *
두 사람이 초려별원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 산문을 지키는 제자가 찾아오더니 문묵아에게 말을 전했다.
문묵아는 상황을 확인한 후, 빠르게 안으로 들어와 우유도에게 보고했다.
“장로님, 왕비님과 군주, 그리고 유선종 등 세 문파의 장문인이 찾아와 장로님을 뵙길 청한다고 합니다.”
우유도가 멈칫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봉약남이라니?
정신을 차린 우유도가 말했다.
“어서 안으로 모셔라. 아, 그리고 홍랑에게 직접 마중을 나가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문묵아는 그 즉시 관방의를 불러 같이 산문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단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과거였다면 이곳에 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어렵게 걸음을 한 것이니 당연히 호기심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기화이초가 만발해 있었고, 폭포와 웅덩이가 곳곳에 자리했다. 또 어렴풋이 보이는 산 위에 정자들이 우뚝 서 있었는데,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하화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역시 자금동의 종문답군요. 마치 선경과 같은 곳입니다.”
일행은 초려별원에 도착한 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유도를 볼 수 있었다. 일행은 빠르게 다가가 인사했다.
“도야!”
비장류 일행의 얼굴에는 화색이 가득했다. 이분이 자금동의 장로가 되다니, 자금동 내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평생 꿈꿔도 이루지 못하는 자리인가. 그런 자리를 우유도는 한방에 차지했다. 당연히 우유도와 관계를 생각해서 급히 축하하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
상숙청도 살짝 입술을 깨물고는 시선을 우유도에게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우유도가 미소지으며 사람들을 바라보고 끄덕였다. 그리고 봉약남을 보고 포권을 했다.
“왕비께서는 소왕야를 돌보시지 않고 이 먼 곳까지 어찌 걸음 하셨습니까?”
“도야가 불민한 소자를 구해주셨으니, 소첩이 당연히 직접 찾아와서 감사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래라면 소자를 같이 데려와야 했지만, 아직 어려 멀리 다니기 어려워…….”
봉약남은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감사를 표했다. 목숨 걸고 그녀의 아이를 구해줬으니, 대체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직접 찾아온 것은 다른 이유가 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