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5화. 상조민(商兆民)
유선종 일행이 우유도를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숙청은 참을 수 없는 듯했다. 기어이 자신도 도야를 만나러 가야겠다며 계속해서 고집을 피웠다. 유선종의 사람들이 놀랄 정도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봉약남은 상숙청을 도와주기로 했다. 어차피 세 문파에 날짐승도 있으니, 자신의 신분으로서 상숙청과 함께 가겠다고 하면,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봉약남은 직접 유선종의 사람들에게 말하길, 목숨을 돌려받았는데 어찌 직접 찾아가지 않을 수 있겠냐고 했다. 상숙청과 자신은 감사 인사를 드리지 않으면 천하에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봉약남까지 나서니, 유선종도 어쩔 수 없었다. 봉약남의 말에 틀린 부분이 없었다. 우유도는 상숙청과 봉약남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중상을 입었다. 그러니 우유도를 찾아가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린다 하는 것이 전혀 문제 될 수 없었다.
결국, 이렇게 하여 유선종의 사람들이 오는 김에 두 사람도 함께 오게 된 것이었다.
봉약남의 감사 인사에 우유도가 손사래를 쳤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봉약남이 다시 물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우유도가 끄덕였다.
“왕비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입니다. 크게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손을 뻗어 객청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시중드는 사람들이 차를 내왔다. 그렇게 몇 마디 안부를 물을 때, 봉약남이 드디어 이곳에 온 다른 목적을 입에 담았다.
“소자에게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그 목숨은 도야께서 구하신 것이니, 도야께서 소자의 이름을 지어 주십사 찾아뵌 것입니다. 도야께서는 제 부탁을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
우유도가 멈칫하더니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이라니요? 아이에게는 부모가 있고, 이름이란 평생에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 같은 외부인이 이름을 짓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봉약남이 급히 말했다.
“도야가 어찌 남입니까. 또한, 그 아이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지요. 이건 왕야의 뜻이기도 합니다. 왕야, 몽 어르신, 남 선생님, 그리고 군주님도 같은 생각이십니다. 다들 도야께서 아이의 이름을 지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때문에 아직 이름을 짓지 않은 것입니다.”
우유도가 상숙청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상숙청이 즉시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계세요. 도야께서 아이의 이름을 지어 주세요.”
우유도가 잠시 망설였다. 결국, 더는 고집부리지 않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번 이름을 지어보겠습니다. 만약 마음에 안 드신다면 다른 이름을 사용하셔도 무방합니다. 어차피 왕야 곁에는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 많으니 말입니다.”
봉약남이 말했다.
“그럴 리가요. 도야께서 지어 주신 이름이 어찌 마음에 들지 않겠습니까. 분명 마음에 꼭 들 것입니다.”
우유도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눈을 뜨고 담담히 말했다.
“각국에 전쟁이 끊이지 않고, 백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없으니, 아이가 장성했을 때는 모든 것이 더 좋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소왕야는 장래에 분명 보통사람이 아니게 될 것이니, 천하창생(天下蒼生: 온 나라의 백성을 뜻하는 말)을 자신의 소임으로 맡으라는 의미에서, 큰 수를 뜻하는 ‘조’와 백성을 뜻하는 ‘민’을 합쳐 ‘조민’(兆民)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왕비님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어찌 보면 다소 투박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봉약남은 크게 기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아들이 앞으로 도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상조민이라 부르겠습니다. 소첩이 돌아가서 왕야께 아뢰겠습니다.”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렇게 또 한참 대화를 나누던 우유도가 관방의에게 눈짓을 보냈다.
관방의는 즉시 봉약남과 상숙청에게 주위를 구경시켜주겠다고 말했다. 사실 상숙청은 우유도와 대화다운 대화를 해보지 못했다. 주위 풍경에 큰 관심도 없었다. 다만 그녀라고 눈치가 없지 않았다. 우유도가 수행자들과 나눌 이야기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관방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비장류 일행도 눈치를 챘다.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정구소가 물었다.
“도야, 혹시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조등현을 포함한 세 남자가, 여러분들의 세 여제자를 각자의 문파로 데려가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내 말이 맞소?”
셋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 일은 아직 내부에서만 돌고 있는 이야기로, 아직 우유도에게 보고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 일을 우유도가 어찌 알았단 말인가. 세 사람은 각자의 문파 안에 우유도의 사람이 있음을 깨달았다.
확실히 세 사람의 추측대로, 세 문파 안에 우유도의 사람이 있었다.
과거, 우유도가 처음 강호에 나섰을 때, 적성성 밖에서 세 문파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때 우유도는 살수를 붙잡아 상대방의 입을 열게 만들었다. 그렇게 이들은 종문을 배신한 살수가 돼버렸고, 우유도의 말을 따라 밀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세 문파 내부의 일을 우유도가 모를 수 없었다.
과거였다면, 우유도는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세 문파를 다르게 들어 쓰려고 하고 있었다. 즉, 저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고 너무 잘 대해주면 쉽게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우유도는 지금 자금동 안에서, 내외부적으로 수많은 일을 조율하고 안배해야 했다. 그러니 우선 내부를 안정시켜야 외부에 잘 대응할 수 있었다.
하화, 정구소, 비장류 등은 그런 사실을 깨달았지만, 고의로 모른 척하며 하하 웃었다.
“확실히 그런 일이 있습니다. 마침 이번에 도야께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조등현 등은 소요궁과 영검산의 동의를 얻어 혼인했습니다. 그 말은 사람을 종문으로 들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만 두 곳이 너무 멀다 보니, 부부 사이에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걸 고려해서, 저들 세 사람은 저희에게 사람을 데려가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저희 세 여제자를 종문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말입니다.”
정구소가 이어 말했다.
“도야께서 특별히 당부한 부분도 있고 해서, 저희도 바로 동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일단 눈앞의 상황이 진정된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비장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도야는 어찌하고 싶으신지요?”
우유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요궁과 영검산으로 데려갈 필요 있겠소? 저들의 혼인 때문에 두 문파는 기분이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았소. 거기에 내가 지금 자금동에 몸을 의탁했으니, 소요궁과 영검산의 태도가 어떠할지 보지 않아도 뻔하지. 아마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것이오. 그러니 그녀들을 생각한다면, 그곳에 들어가서 치욕을 자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소. 일단은 눈앞의 소나기가 지나가길 두고 봅시다. 소요궁과 영검산의 화가 좀 누그러지면 문제가 훨씬 쉬워질 것이오. 그렇지 않소?”
“맞습니다, 맞습니다. 도야의 말씀이 참으로 맞습니다.”
세 사람은 연신 끄덕였다. 동의했지만 내심 도야가 진심으로 그녀들을 위할 리 없다고 중얼거렸다.
우유도가 화제를 돌렸다.
“이왕 시집을 갔으니, 자손을 보는 것은 그녀들의 책임이 되었소. 그녀들도 각자의 생각이 있겠지만, 당신들은 사문의 어른으로서, 그녀들을 안심시키고 잘 다그쳐야 할 것이오. 물론, 그녀들의 남편은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지.
어쩌면 그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소. 하지만 몸은 그녀들의 것이니, 그녀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소. 아마도 그녀들이라면 방법이 있을 것이오. 중요한 건 그녀들이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대들에게 그런 마음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오.”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벌써 두 번이나 세 제자의 임신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한 것이다.
우유도가 또 이어 말했다. 우유도의 말투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대들은 이 일을 신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저희가 잘 다그치겠습니다.”
세 사람이 대답했다. 북을 칠 때 꼭 큰 북채가 필요한 것은 아니듯이, 눈치가 빠른 사람에게는 그저 간단하게 당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유도가 다시 손사래를 치며 화제를 옮겼다. 이번 건은 꽤 중요한 일이었다.
“대선산이 남주를 떠날 것이오.”
“떠나다니요?”
두 사람이 의아해하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그렇게 됐소. 저들은 광주로 옮겨갈 것이니, 남주 쪽을 지키는 수행계 세력이 공석이 되었소. 세 문파가 본인을 이렇게 오랫동안 따랐으니, 나는 남주를 여러분 세 문파에게 맡기고자 하는데, 혹시 문제가 있으시겠소?”
이건 정말 아주 좋은 소식이었다! 세 사람은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화가 크게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불구덩이에 뛰어들라 하셔도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
다들 크게 기뻐했다. 지금까지 우유도를 따른 것이 헛되지 않았다. 우유도가 출세하면서 그들도 같이 출세한 것이다.
우유도가 우선 손을 들어 사람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하고는 계속 말했다.
“원래라면 그대들 세 문파는 아직 하나의 주를 차지하기에 세력이 다소 약하다고 할 수 있소. 하지만 남주의 병력이 매우 강할뿐더러, 중요한 것은 자금동에서 적지 않은 고수를 파견해 요충지를 방어하고 있다는 점이오. 그러니 그대들의 책임이 그리 크다고 할 수 없소. 아마 세 문파에서 남주를 돌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오. 난 이제 그대들에게 충분한 여지와 조건을 제공했으니, 이제 신속히 각자 문파의 힘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도록하시오.”
“예!”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남주가 바로 나의 기반이라는 것이오. 나는 왕야께 민생을 돌보고, 군량을 비축하고, 병력을 훈련시키며, 천시를 기다리라고 말씀드렸소! 우리는 같이 남주의 실력을 키워야 하오. 남주를 그대들에게 맡기는 것은, 그곳에서 함부로 행동하며 권력을 남용하라는 것이 아니오. 왕야와 잘 협조해서,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소.
그러니 감히 누군가 욕심에 눈이 멀어 쓸데없는 곳에 손을 뻗는다면, 또 그 때문에 민생이 어려워져 남주가 혼란스러워진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 그때는 날 원망해도 소용없소! 지금 같은 난세에, 남주는 반드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오! 왕야 쪽의 통치 능력은 걱정하지 않소.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당신들 수행자들이오!”
비장류가 정색하며 말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래 제자들을 잘 간수해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세 사람이 연신 장담했다. 우유도가 첩자를 안에 심어둔 게 확실해졌으니, 이제 와 함부로 행동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만, 이들은 첩자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우유도는 자신의 말을 어기지만 않으면,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 우유도가 자신들에게 준 이익은, 정말로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얼굴에 떠오른 흥분된 안색을 숨길 수 없었다. 종문에 돌아가면, 드디어 문파의 사람들에게 큰소리칠 수 있었다. 역대 선사들이 축적해온 기업이 드디어 그들의 손에서 빛을 발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문밖에 있는 허노육이 문묵아가 오는 것을 보고 헛기침을 했다.
문묵아가 안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도야, 천옥문의 장문인 팽우재가 산문에서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호오 이렇게 빨리 오다니, 쉬지 않고 온 모양이군! 딱 맞춰왔어, 모셔오거라.”
“알겠습니다!”
문묵아가 대답했다. 우유도는 세 장문인에게 잠시 비켜달라 말했고, 그들 셋은 곧바로 물러났다.
우유도는 대청을 나선 후, 밖에서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허노육에게 말했다.
“가서 왕비를 모셔오시오.”
“네!”
허노육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