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9화. 끊이지 않다 (2)
“도야,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제는 우 장로님이라고 불러드려야겠습니다!”
사도요는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크게 웃으며 연신 포권을 했다.
‘도야’라는 호칭에 곁들여, 우 장로님이라는 호칭도 덧붙였다. 예전에 사도요는 한 번도 우유도를 ‘도야’라 부른 적이 없었다. 다만, 이제는 상황이 변해 있었다.
우유도는 미소지으며 손을 들어 사도요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도 장문인도 축하드립니다!”
사도요가 연신 동의하며 말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앞으로 우 장로님의 보살핌을 받을 것이니 우리 만동천부에는 앞으로 축하할 일만 있을 겁니다.”
우유도는 우선 그를 안으로 들이고 자리에 앉은 후 말했다.
“조국의 태후 상유란이 지금 해여월 곁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마도 조국이 멸망한 탓인지, 보고에 따르면, 수시로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사도요는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우유도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 것을 보고 떠보듯이 말했다.
“도야께서는 그 노부인에게 불만이 있으십니까. 혹시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 달갑지 않으신 겁니까?”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어떤 권력도 세력도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용친왕의 고모 할머님이 아닙니까. 또 해여월의 친모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녀를 박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볼 때 해무극이 비록 도망쳤다고는 하지만, 그 어머니에 대해서 아무 관심도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사도요는 우유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지금 우리에게 그녀를 감시하라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우유도가 끄덕였다.
“저는 조국 삼대 문파와 큰 원한을 맺었습니다. 그 고수들이 모두 도망을 쳤으니,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저를 해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참초제근해야지요.”
“맞습니다. 후환을 근절해야 합니다!”
사도요가 끄덕이며 동의했다.
“엄밀히 감시하십시오. 그들이 어디 숨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단서가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이것이 우리가 저들을 찾을 유일한 기회입니다. 그러니 절대 타초경사 하지 마십시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중히 처리하겠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긴 담소를 나눴다. 사도요는 우유도의 허실을 탐색하고 싶어 했고, 우유도 또한 그를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결국, 사도요는 급히 돌아가려 하지 않았고, 우유도는 그에게 하룻밤 자고 가기를 권했다.
동시에 우유도는 그에게 더는 힘들게 뛰어다니지 말라며, 날짐승 한 마리를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 사도요는 당연히 크게 기뻐하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 * *
사도요가 객청으로 떠난 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된 관방의는 그 즉시 미쳐 날뛰었다. 두 마리 날짐승을 그냥 이렇게 줘버렸으니, 우유도를 달달 볶지 않을 리 없었다.
그녀는 앙다문 이빨에서 우득 소리가 날 만큼 이를 꽉 깨물고는 우유도를 찾아왔다. 그리고 우유도에게 정말로 돈이 없다며, 저번에 상숙청과 소왕야를 구하기 위해 천검부를 구매하는 데 정말로 돈을 다 쏟아부었고, 심지어 부방원에서 모았던 전 재산이 거덜 났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돈이 정말로 없으니,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몹시 힘들다며 신세 한탄을 했다. 게다가 곁에 있는 부방원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오량산의 사람들도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데, 그곳에 들어가는 돈도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아닌 게 아니라 사실이 그랬다. 그 사람들은 다들 관방의가 우유도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틈만 나면 그녀에게 달려와 손을 벌리고는 돈을 달라고 했다. 관방의는 마치 어미 새가 된 느낌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새끼 새들이 입을 앙앙대며 벌리고는 끝없이 벌레를 달라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이 우유도라는 놈은 밑도 끝도 없이 돈을 쓰는 데 익숙한 자였다. 사람만 만나면 날짐승을 한 마리씩 선물로 줘버리니, 어찌 화가 나지 않을까.
우유도는 곧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그녀의 잔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결국, 우유도는 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는 문묵아를 불러 거처 밖으로 나가버렸다.
허노육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관방의를 붙잡고 설득했다.
“누님, 도야는 큰일을 하는 분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걸 내가 몰라?”
관방의가 눈을 치켜뜨고 한참을 노려보더니, 결국 천천히 탄식을 내뱉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가 이처럼 하나하나 연달아 판을 짜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이건 그녀가 감히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어떤 일들은 돈으로 측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화가 났다. 저 자라 새끼는 항상 물건을 줄 때는 그녀 맘대로 하라고 해놓고서는, 물건을 빼앗아 갈 때는 자기 허락을 일절 구하지 않고 맘대로 남에게 줘버렸다.
그렇게 화를 내던 관방의의 눈에 문득, 홀로 서 있는 상숙청이 눈에 들어왔다. 상숙청은 넋 놓은 표정으로 무언가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관방의는 갑자기 애처로운 마음이 생겼는지, 허노육을 밀쳐내고는 상숙청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관방의가 다가갔음에도 상숙청은 계속해서 넋을 잃은 표정으로 미처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관방의는 상숙청이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을 보자, 우유도가 문묵아와 같이 주위 풍경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문묵아가 여기저기 가리키며 풍경을 설명해주고 있었는데, 웃고 떠드는 것이 매우 즐거워 보였다.
상숙청이 왜 넋을 놓고 있는지, 관방의가 모를 수 없었다.
“군주님, 뭘 보고 있나요?”
관방의가 웃으며 물었다. 그제야 상숙청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는 어떻게든 변명하려 했다.
“도야 옆에 있는 저 사람, 자금동의 제자이지요?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여기 지내는 것 같던데, 도야의 사람인가요?”
우유도 곁에 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고, 우유도와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니 상숙청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저 사람이요? 궁 장문인의 양녀인 문묵아예요.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예전에 궁 장문인이 문묵아를 도야께 시집 보내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두 사람의 배분 때문에 이제 불가능한 일이 되었어요. 지금은 그저 자금동에서 이쪽에 보내 도야의 시중을 들게 했을 뿐이에요. 생각해 보니 도야가 참 멀리 내다본 것 같아요. 당시 만약 문묵아를 아내로 맞이했다면, 배분 때문에 자금동의 장로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그렇군요.”
그 말을 들은 상숙청은 생각에 잠겼다.
관방의는 상숙청의 반응을 살며시 살펴보며 내심 탄식을 내뱉었다.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하지 말 걸 하며 후회했다. 관방의는 상숙청이 안타까워서, 자기도 모르게 자세히 설명하며 상숙청의 탄식과 고민을 덜어주었다. 하지만, 내심 상숙청에게 계속 희망을 주는 것은 그녀를 망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는 너무나 명확했다. 솔직히 말해 군주의 용모를 보면, 도야가 상숙청을 마음에 들어 할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비록 용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이 ‘용모’라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적인 것이었다. 누구든지 마주해야 하는 것이었다. 여자라면 특히나 더욱 그랬다.
물론, 여자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여자에게 용모가 중요하다면 남자에게는 능력이 중요했다. 좋은 남자라는 것은, 어찌 보면 그 남자 자체가 아니라, 그 남자가 가진 신분과 지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남자의 결혼이라는 것은 그 남자가 가진 신분과 지위와 매우 깊은 연관이 있었다.
남녀관계에 있어 현실을 무시할 순 없는 것이었다.
지금의 도야는 그 신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고, 거기에 젊기까지 했다. 아마 온 천하에 적지 않은 여인들이 우유도와 혼인하고 싶을 것이니, 군주의 차례가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 와 군주를 위해서 입을 여는 사람도 없을 게 분명했다. 장님이 아니라면 군주가 도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너무 차이가 크게 났다.
우유도와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던 문묵아는 아름다운 눈으로 우유도를 흘깃 바라보고는 두 눈을 반짝였다. 내심 속으로는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과거, 궁임책이 우유도에게 접근하라고 그녀에게 말했을 때, 그녀는 내심 반감을 품었다. 다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유도와 교류하고, 익숙해지고, 이해하게 되자, 그녀의 생각 또한 바뀌게 되었다. 사실, 어느 여자가 도야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진 남자를 싫어할 수 있겠는가? 우유도는 그녀가 보았던 그 어떤 자금동의 제자보다 우수했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우수했다. 심지어 생긴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 또한 자연스레 우유도에게 호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심지어 적극적으로 다가갈까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유도 쪽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문묵아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하나도 다른 것이 없었다.
문묵아는 바보가 아니었다. 두 사람에게 인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관방의가 말한 것과 같이, 두 사람의 배분 차이 때문에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만약 우유도와 궁임책이 같은 배분의 사형제였다면, 어찌어찌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궁임책 사이에 또 다른 관계가 있었으니, 바로 그녀가 궁임책의 양녀가 되었다는 것이다!
궁임책은 그녀의 감정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유도를 자금동에 끌어들였다는 것이었다. 이미 궁임책의 목적은 달성되었으니, 문묵아의 생각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 * *
비장류 일행은 급히 돌아가 우유도가 당부한 일을 처리해야 했으니,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봉약남도 아들을 오랫동안 혼자 놓아둘 수 없어 비장류 일행과 같이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상숙청에게 같이 돌아가자고 했으나, 상숙청은 떠나지 않고 이곳에 머물겠다고 했다.
이곳에서 상숙청을 쫓아낼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 그렇게 그녀는 자금동에 남게 되었다.
봉약남도 상숙청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난감하기도 한 일이었지만 그걸 가지고 뭐라 하기도 어려웠다. 그저 내심 깊은 한숨을 내쉬며 떠나갈 수밖에 없었다.
* * *
해가 질 때쯤, 또 다른 손님이 방문했다. 우유도가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었다.
저 바다 멀리 있는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온 것이다. 우유도를 축하하기 위해 부화, 낭량공, 단무상, 홍개천 등이 찾아왔다.
“누님, 형님들, 무슨 바람이 불어 여기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우유도는 당연히 반갑게 마중했다. 직접 자금동 산문까지 나가 마중할 정도였다.
“동생, 정말 축하하네!”
부화가 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남녀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우유도의 팔을 붙잡고 아주 친근한 모습으로 인사했다.
우유도는 그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유도는 자신의 의형제들과 즐겁게 웃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거처로 돌아가는 우유도를 수많은 자금동의 제자들이 멀리서 바라보았다. 수많은 자금동의 제자들은 우유도를 본 적이 없었다. 자금동도 제자들을 모아 우유도를 특별히 소개하려 하지도 않았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소문이 제법 돌아, 다들 우유도가 자금동의 장로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우유도 허리춤에는 신분을 상징하는 댕기가 걸려 있어서, 다들 모르고 싶어도 우유도가 누구인지 알 수밖에 없었다. 자금동 제자들은 뒤에서 우유도에 대해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정말 젊어!”
한 여제자가 퍽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젊다고 무시하지 마, 듣기로 아주 대단하다고 하던걸.”
우유도를 질투하는 사람도 있었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