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화. 배울 수 없습니다
초려별원,
찾아온 손님을 박대할 리 없었다. 게다가 이들은 언약으로 맺어진 의형제들이었다. 좋은 술과 좋은 음식으로 그들을 접대했다. 아직 남아 있는 만동천부의 장문인 사도요 또한 같이 나와 이들과 만났다.
어둠이 내려앉고 하늘의 별들이 점점 떠올랐다.
의사대전 밖, 궁임책이 뒷짐을 지고 서서 엄입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내일 떠날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표묘각이 각 나라 삼대 문파의 장문인을 소집했기에, 궁임책은 내일 표묘각을 방문해야 했다.
표묘각이 각 나라 삼대 문파의 장문인들을 불러들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아마 조국 삼대 문파의 자리를 표묘각에서 제명하고, 후진의 사람들을 새로 들일 생각일 터. 그 말은 옥창이 곧 표묘각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옥창이 표묘각의 일원이 되는 일은 쉽게 통과될 것이다.
물론, 효월각이 살수 조직인 것은 맞았다. 은밀하고 나쁜 일을 많이 한 것도 맞았다. 하지만 저들은 이미 순식간에 신분을 세탁했다. 게다가 효월각은 그처럼 큰 영역을 차지했다. 그리고 표묘각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간섭하지 않았다. 효월각이 표묘각의 일원이 되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면, 절대 표묘각에서 가만있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니 효월각이 후진의 대표 문파가 된다는 건 눈 감고도 알 수 있었다. 즉, 앞으로 각 세력은 효월각과 교류를 해야만 했다. 표묘각 또한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아마 과거의 일을 추궁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문묵아가 다가와 계단 아래서 보고했다.
“초려별원 내부에 주연이 차려졌고,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궁임책은 손을 저어 물러나게 하고는 냉소 지었다.
“우리 우 장로가 참 바쁘군. 손님이 이렇게 끊이지 않으니 말이야. 심지어 저 바다 밖에 있는 요마귀괴까지 달려와서 한발 걸치려 하니, 놀라운 일이군.”
엄입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상할 것도 없지요. 저들은 모두 명분으로는 모두 우유도의 의형제입니다.”
궁임책이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뭐가 의형제란 말인가. 모두 자신을 기만하는 행위에 불과할 뿐이네, 그런 어이없는 관계를 자네는 진지하게 보기라도 한단 말인가?”
엄입이 침음했다.
“천도비경에 있을 당시, 우유도가 이야기를 나눌 때, 그가 항상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뭐라더라…. 강호를 거닐면서, 바람을 만나든 비를 만나든, 길이 있으면 걷고, 사람을 만나면 사귀는 것이라 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듣고 흘렸던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의미가 남다른 말입니다.”
“호오? 그게 무슨 말인가?”
“우유도가 어리석어 보이십니까? 그는 정말 머리가 비상한 사람입니다. 설마 그라고 저 관계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을 모르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는 그렇게 했습니다. 설사 다른 사람이 비웃어도 말입니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장문인, 혹 칠국 각 대문파에서 어떤 사람이 장로가 되었을 때, 바다에 있는 요마귀괴들이 사람을 보내 축하한 일이 있습니까?”
“당연히 없….”
궁임책이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를 깨달은 것이다.
육지의 수행자들은 세력이 거대했다. 그러니 사실 바다에 있는 자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바다에 있는 자들은 대부분 육지에서 쫓겨 바다로 간 요마귀괴들이었다. 육지의 수행자들은 이 요마귀괴들을 항상 깔보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육지의 수행자들이 보기에 보잘것없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육지의 수행자들은 명문정파를 자처하며 그들을 항상 무시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요마귀괴들 또한 육지의 수행자들을 좋게 보지 않게 됐다. 결국, 어쩔 수 없는 상황만 아니면 쉽게 굴복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육지의 대문파들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축하 인사를 올 리 만무했다.
“오직 우 장로뿐입니다! 하지만 저렇게 달려와 축하 인사를 한다 해도 굴복한 것이 아닙니다. 저들은 의형제이니 그 명분이 아주 확실합니다. 체면이 깎일 일도 없습니다!”
“과거, 천도비경에서 우유도가 저들 요마귀괴를 이용했던 일이 천하에 다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요마귀괴가 우유도를 굳이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우유도가 큰 이익을 가져다줬기 때문입니다. 삼억 냥! 적지 않은 돈입니다. 비록 그 돈을 삼키기 위해 천도비경에서 적지 않은 고생을 한 데다가, 비경 밖으로 나와서도 여전히 껄끄러운 일들을 많이 겪어야 했지만, 어쨌든 거금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자금은 앞으로 바다의 요마귀괴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는 데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입니다. 그러니 우유도를 축하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게다가 우유도 또한, 그들을 맞이하여 좋은 술과 좋은 음식으로 저들을 위해 연회를 열었습니다. 이는 저들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고, 자신과 사해의 요마귀괴들 간에 여전히 의형제의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을 우유도가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지요. 과거를 생각해 보십시오. 비경 전에만 해도, 사해의 사람들은 우유도가 누군지도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유도의 신분과 지위가 달라졌습니다. 이번에 보내온 선물도 아마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왜 그럴 거라 생각하나?”
“우유도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삼억 냥이라는 거금을 벌었으니, 좋은 선물을 해 우유도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큰 이득이라는 걸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 없습니다.”
“장문인, 이는 장문인의 말씀대로 진실한 형제의 관계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만약 우리 자금동의 수행자들이 사해의 영역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사해의 요마귀괴들은 아마 우유도의 체면을 봐서 자금동의 수행자들을 쉽게 건드리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로 이익 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유도가 입을 연다면, 사해 쪽에서 큰 손해를 봐야 하는 일만 아니라면, 웬만하면 우유도의 말을 그쪽에서 들어줄 것입니다.”
“즉, 이는 우유도가 사해의 영역에서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우유도가 사해에 있는 육지의 수행자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냥 한마디 말을 전하기만 하면 충분할 것입니다! 게다가 만약 자금동이 사해 쪽에서 처리할 일이 생긴다면, 아마 우 장로의 발언권이 가장 중요해질 것입니다!”
“저놈의 날개가 갈수록 풍성해지는구나….”
궁임책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돌아보며 물었다.
“그렇게 쓸모 있는 일이라면, 우리도 그에게서 배우면 되지 않겠느냐? 가치가 있는 일이다.”
엄입이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배울 수 없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 자금동의 제자가 저들을 찾아가 의형제를 맺는 것이 정상이라고 보십니까? 저들은 분명 경계할 것이니, 당연히 의형제를 맺으려고 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우유도는 다릅니다. 우유도는 누구나 알다시피, 의형제를 맺는 걸 좋아하는 걸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조금만 마음이 맞아도 의형제를 맺으려고 하지요. 잡다한 사람이나, 적이라 하더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우유도는 사람을 가려서 의형제를 맺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상황이 아주 절묘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의형제를 맺어야 할 상황이 왔을 때를 놓치지 않은 것이지요.”
생각해 보니,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궁임책은 어이가 없었다. 사실 예전에는 이쪽으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우유도의 행동을 경시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 모두 그럴 것이다. 다들 우유도가 맺은 의형제를 비웃었다.
하지만 정말 엄입이 말한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한다면, 자신을 포함해 우유도를 비웃던 사람들이 계속 웃을 수 있을까? 우유도의 행동들이 쓸모없는 일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아마 자신의 무지를 비웃지 않을까?
궁임책은 오늘 엄입의 당부를 듣고 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궁임책은 다소 의외라는 듯이 엄입을 돌아보았다. 그는 엄입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사실 엄입은 이리 똑똑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머리가 잘 돌아갔단 말인가?
“지금 보니 엄 사제가 우 장로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군.”
궁임책이 물었다. 엄입은 여전히 쓴웃음을 지었다.
“그를 파악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천도비경에서 그와 지내면서 일부 일들을 직접 목격했지요. 그 당시, 우유도는 사여래 때문에 벼랑 끝에 몰려 있었습니다. 결국, 어찌 되었습니까. 살아 돌아왔습니다. 아니, 살아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일등까지 했습니다! 처음에 우유도가 일등을 할 수 있으리라 누가 믿었습니까? 대문파 중에 그 어느 누구도 우유도를 도와주려 하지 않았고, 심지어 몇몇 대문파는 대놓고 우유도를 죽이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는 무력으로 살아남은 것이 아닙니다. 그 과정을 제가 직접 보았습니다. 심지어 그사이 발생한 일부 일들은 저도 아직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삼대 문파의 그 누가 그러한 상황에서 그처럼 역경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놀라운 것은, 정말 그 누구도 우유도가 어떻게 그 역경을 벗어났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이런 사람이 간단한 사람이겠습니까?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우유도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의심스럽습니다. 그 전에 저희가 우유도에게 압박을 가한 것이 정말 저희에게 이익이 되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인가?”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문제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 말입니다. 그때 우유도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기분 나쁘시더라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머리를 합한다고 해도, 우유도의 머리를 이겨 먹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 그렇게 쉽게 손해를 볼 것 같습니까?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궁임책은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
* * *
다음 날 아침,
간단히 세수한 관방의가 문을 열고 나왔다. 마침 교태를 부리며 부채질을 하고 있을 때, 그녀의 눈에 정원에 홀로 민망한 얼굴로 서서 인사를 하는 상숙청과 눈이 마주쳤다. 관방의가 멈칫했다. 그리고 굳게 닫힌 우유도의 방을 바라보았다.
관방의도 상숙청에게 미소지으며 인사를 하고는 빠르게 복도를 거쳐 우유도의 방으로 건너갔다.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 침상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우유도를 보고 말했다.
“도야, 밖에 군주님이 기다리고 있어.”
우유도가 눈을 뜨고 잠시 침묵하더니, 일어나 천천히 화장대 앞에 가서 앉았다. 관방의는 즉시 입구로 가서는 손짓하며 말했다.
“군주님, 도야께서 일어나셨어요.”
그제야 상숙청이 걸어 처마를 지나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치마를 양손으로 잡고 우유도의 거처로 들어섰다. 우유도가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가볍게 인사했다. 우유도 또한 인사하자, 상숙청은 예전에 하던 대로 다가가 화장대에 있는 빗을 손에 쥐고는 우유도의 머리를 빗기기 시작했다.
우유도는 동경 앞에 앉아 두 눈을 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