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화. 노부가 어찌 거절할까!
관방의는 바쁘게 여기저기 있는 창문을 열면서 수시로 화장대를 몰래 훔쳐보았다. 창문을 모두 열고 그녀는 다시 부채질하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방을 나섰다.
화장대 앞은 조용했다.
상숙청의 머리를 빗는 손길은 익숙했고, 사람의 심신을 편안하게 했다. 우유도는 두 눈을 감고 아무 말이 없었다.
상숙청은 손아귀에 있는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천천히 빗질했다. 그 가운데, 얼마 전 우유도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산발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상숙청의 마음에 통제할 수 없는 격한 감정이 용솟음쳤다. 마음속에 수없이 많은 말이 맴돌았다. 그 당시, 격해진 마음에 상조종에게 자신의 마음을 밝히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상조종에게 했던 것처럼 그 마음을 우유도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입을 우물거리다가도, 동경 안에 있는 자신의 그 못생긴 얼굴을 보고는, 결국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참다가 결국은 조용히 정적을 깨트리며 다른 말을 했다.
“도야, 부상은 많이 좋아지셨나요?”
쓸데없는 말이었다. 단순히 할 말이 없기에 하는 말에 불과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봉약남이 물어보았고, 우유도는 대답했었다.
“네. 다행히 이제는 거의 다 회복되었습니다.”
우유도가 끄덕이며 웃었다. 잠시 후, 우유도가 천천히 두 눈을 뜨고 거울 안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유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군주님, 이제 제 머리를 빗겨 주는 것은 그만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상숙청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눈을 들어 거울 안에 있는 우유도를 보고는 물었다.
“혹시 제가 빗긴 머리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혹시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고칠 수 있어요.”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군주님의 나이도 이제 어리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이 소문이라도 난다면, 나중에 군주님의 혼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군주님도 슬슬 혼인을 생각해 보셔야지요.”
우유도가 완곡하게 돌려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만약 상숙청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면, 우유도는 그냥 직설적으로 말했을 것이다. 다만 상숙청의 용모 때문에 우유도는 자신이 직설적으로 말하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정상적인 사람은 조금 상처를 받아도 상관이 없었다. 다만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은 상처를 받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우유도는 지금까지 망설이며 단호하게 그녀를 끊어내지 못한 것이었다.
상숙청이 그 말의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고개를 숙이더니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혼인하고 싶지 않아요.”
“군주님은 사지 멀쩡한 사람이고, 더욱이 여인입니다. 왜 혼인을 마다하십니까.”
“못생겼으니까요. 누가 이런 저를 좋아하겠어요. 신분으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왕야의 부하 장수인 이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왕야와 몽산명 대장군께서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며 칭찬을 하더군요. 두 분이 그 정도로 칭찬하시는 분이니 나쁜 분일 리가 없지요. 게다가 왕비께서도 두 분을 위해 친히 중매인이 되어줄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니 한번 진지하게 고려해 보십시오.”
우유도는 왕부의 상황을 손바닥 보듯이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숙청은 계속 손을 움직이며 말했다.
“이미 혼인 했던 사람과 혼인하고 싶지 않아요!”
“…….”
그 말을 들은 우유도는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다시 말했다.
“미혼남도 적지 않습니다. 좋은 남자도 널렸지요. 군주님께서 주위를 한 번 둘러 보십시오. 분명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제게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반드시 성사시켜 드리겠습니다!”
우유도는 갑작스럽게 머리카락이 당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피가 살짝 아려왔다. 그리고 배후에서 다소 흐트러진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곧 떨리는 상숙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제가 한 사람을 말한다면, 도야는 확실히 성사시켜 주실 건가요?”
그 말을 들은 우유도는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헛기침한 우유도가 다시 말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이런 일은 서로 마음이 맞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찌 강요하겠습니까. 당연히 성사시켜 주고 말 것도 없지요. 제가 입을 잘못 놀린 것 같습니다.”
우유도가 당황한 모습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다만 그 모습이 상숙청에게 더 쓰라린 아픔을 준 것만은 분명했다. 상숙청은 애써 감정을 참아내며 고개를 숙이고는 머리를 빗기며 조용히 말했다.
“호의는 감사드려요. 하지만 정말 혼인하고 싶지 않아요!”
“…….”
그렇다고 하는데, 우유도가 뭐라 말할까?
잠시 후, 상숙청이 갑자기 다시 물었다.
“도야께서 마음에 두고 계신 여자가 있으신가요?”
“있습니다!”
상숙청이 입술을 깨물고는 더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제게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말하고 싶지 않군요. 이미 아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습니다.”
우유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두 눈을 감았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문이 열렸다.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집사 범전이 입구에 들어섰다. 안에서는 두 미부인이 고견성을 도와 의복을 입혀주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범전은 더는 들어가지 않았다.
“노야!”
범전이 입구에 서서 살짝 끄덕였다. 고견성은 범전이 할 말이 있음을 파악하고는 두 여자에게 물러가라 손짓했다.
그제야 범전이 안으로 들어와 허리춤에서 밀서를 꺼내 들었다.
“도야께서 보내온 서신입니다.”
우유도가 자금동의 장로가 되었다는 소식은 이미 일찍이 받아 본 후였다. 얼마 전, 고견성은 그 이야기를 듣고 탄식을 내뱉었다. 생각해 보니 그전에 걱정했던 것이 모두 쓸데없었기 때문이다. 우유도는 진작부터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워 놓고, 아무 걱정 없이 삼대 문파와 충돌한 것이었다.
서신을 확인한 고견성은 촛대에 다가가더니 서신을 그대로 태워버렸다. 손에 든 종이가 타는 것을 보고 그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이미 사전에 서신을 확인한 범전이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노야,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손에 있는 재를 털어버린 고견성이 뒷짐을 지고 한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결국, 걸음을 멈춘 그는 또다시 두 눈을 감고 한동안 사색에 잠겼다. 잠시 후, 두 눈이 살짝 열리더니 말했다.
“우리 쪽 사람들을 항상 조심스럽게 보호해 주었네. 그러니 긴급한 일이 아니면 우리를 동원하지 않을 것이야.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가 우리에게 이런 요구를 했다는 것은 이 일이 긴급한 일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네. 그러니 노부가 어찌 거절할까. 어떻게 해서든지 손을 써야 하네!”
말을 마친 고견성이 그대로 방을 빼져 나갔다.
아침을 먹은 고견성은 장원을 떠나 마차에 탔다. 조정의 아침 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조정의 가장 선두, 제왕의 바로 아래가 그의 자리였다.
백관과 같이 수많은 일을 처리한 그는 퇴청한 후, 한 내시에게 홀로 황제 상건웅을 알현하고 싶다고 청했다.
* * *
어서방 내부,
두 군신이 마주 보고 있었다. 상건웅은 별로 좋지 않은 기분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고견성이 물었다.
“폐하는 지금 우유도가 자금동의 장로가 된 일 때문에 그리 걱정하시는 겁니까?”
상건웅은 서탁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 서탁을 둘러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고견성 옆에 서서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 역적놈의 신분이 한 번에 바뀌었소. 이제 그자를 건드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오. 아마 앞으로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 그의 지지를 받는 상조종은….”
상건웅이 고개를 한번 젓더니 이어 말했다.
“큰 화라 할 수 있소!”
고견성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건들 수 없는 것은 확실할 듯하군요. 하지만, 삼대 문파가 건들 수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상건웅이 즉시 관심이 있다는 듯이 물었다.
“대사도께서는 어떤 고견이 있으시오?”
“노신이 받은 소식에 따르면, 북주 쪽 천옥문의 장문인 팽우재가 자금동을 급히 방문해, 이미 우유도와 만남을 가졌다고 합니다. 또 용친왕의 왕비와도 만났지요. 팽우재가 우유도에게 큰 선물을 받았으니, 이미 서로 손을 잡기로 한 것 같습니다.”
상건웅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과인도 아는 일이오. 그게 어쨌단 말이오?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소!”
“북주 쪽에는 조정에서 파견한 관리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들의 죄상을 고발하는 탄핵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사람을 보내 하나하나 정확히 조사하도록 하십시오. 그 이후, 그 죄상을 소등운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상건웅은 더욱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 죄상을 소등운에게 전한단 말이오?”
“팽우재와 소등운이 모두 우유도 그 역적놈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자기 침상에서 다른 사람이 코 골며 자게 내버려 둘 리 없습니다. 즉, 북주 쪽에서는 분명 조정에서 보낸 관리들을 숙청하려 들 것입니다. 게다가 그 이유 또한 매우 충분합니다. 부정부패 때문에 처단했다 하면 그만인 것이지요. 증거도 매우 많으니까요.”
“허, 북주가 그리 경거망동하겠소? 아무리 그래도 북주의 관리들은 어느 정도 삼대 문파와 연관이….”
여기까지 말하고 상건웅은 마치 뭔가를 깨달은 듯 이어 말했다.
“설마 대사공께서는….”
고견성이 끄덕였다.
“만약 저들이 조정의 관리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별로 바뀌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건드리면, 우유도 세력과 삼대 문파의 갈등으로 심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노려야 합니다. 이 기회를 통해 삼대 문파와 우유도가 철저히 반목하도록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상건웅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북주에서 삼대 문파와 소등운, 그리고 우유도 간에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 같군.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 북주가 큰 혼란이 휩싸일까 봐 걱정이오. 북주에서 소등운의 영향력이 매우 크오. 그리고 소등운과 우유도가 한패나 다름없으니, 괜히 북주의 소란이 커졌다가 다른 나라들이 북주를 노리고 쳐들어오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오.”
“폐하, 삼대 문파의 수행자들이 없으면 소등운 또한 병력을 이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소등운 또한 삼대 문파의 수행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쥐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런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폐하,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이미 소등운과 팽우재가 그놈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들 두 세력이 북주를 차지하고 있는 한, 북주는 이미 우유도의 북주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기회를 붙잡는다면, 삼대 문파의 사람들은 우유도와 물과 기름처럼 싸우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유도가 관리들의 목을 치는 것을 그저 두고 보셔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삼대 문파와 우유도의 갈등이 심화될 테니까요. 관리들을 아끼지 마십시오. 어차피 그들은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는 인원들이니, 신경 쓸 것 없습니다.”
상건웅이 눈을 치켜떴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눈앞에 있는 노신을 몇 번이고 바라보았다. 고견성이 참 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 많은 조정 관리의 생명을 도외시하다니!
하지만 그 방식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딱 그의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