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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02화 (200/1,000)

1102화. 이사

“자금동의 장로라….”

누각 내부,

소평파는 진국 첩보조직 흑수대에서 보내온 상세정보를 확인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며칠 전에 받은 소식이었는데, 그 후에 즉시 자세한 정보를 요청한 것이다.

자세한 사정과 내막, 그리고 구체적인 과정을 모두 얻는 것은 어려웠지만, 확인할 수 있는 일부 정보로 소평파는 어느 정도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는 내심 조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우유도를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 자신과 천지 차이가 났으며, 자신의 눈빛만 보고도 우유도가 놀라 도망을 쳤었다. 하지만 지금, 우유도에게 패배해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게 되었다. 자신이 한곳에 머무르는 동안, 우유도는 자금동의 장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손에 거대한 세력을 쥐게 되었다.

내심 머릿속에 후회가 스쳐 지나갔다. 만약 처음부터 효월각이 나라를 세우려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효월각과 이토록 쉽게 결별하지 않았을 터였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그의 신분 또한 자연스럽게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소평파는 일단 그 후회스러운 마음을 빠르게 내리눌렀다. 당시 정말 효월각에 의탁했다면, 그 후에 우유도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효월각이 병력을 일으켰을 때 협력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면, 효월각이 소평파에게 무슨 황당한 짓을 했을지 몰랐다. 너무 위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국에 의탁하는 것이 더 안전했다.

“이제 그자를 건드리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군.”

소평파는 옆에 있는 소삼성에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소삼성이 망설이더니 말했다.

“대공자님, 우유도가 자금동의 장문인이 되려 한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소평파는 소삼성의 마음을 알았지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위국 쪽의 큰일을 눈앞에 두고 있지 않더냐. 지금 움직이면 우유도의 주의를 끌 수도 있다. 소문이 나면, 그는 가장 먼저 나를 의심할 것이다. 위국 쪽 일은 반드시 비밀스럽고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그놈의 수법이 괴이막측하니, 나는 그의 주의를 끌어 쓸데없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군. 지금 그는 자금동에서 자리 잡기 위해 바쁠 것이야. 아마 신경 써야 할 일도 많겠지. 아직 나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야.”

“그러니 일이 성사되기 전에 나는 반드시 나를 낮추고, 그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지. 그리고 지금처럼 중요한 일을 앞두고 내가 만약 우유도와 싸운다면, 폐하께서 싫어하실 것이다. 지금 폐하의 눈에 위국을 삼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으니 말이야.”

소삼성이 끄덕였다.

“대공자의 말씀이 맞습니다.”

소평파가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정보를 확인했다. 내심은 여전히 울적했다. 우유도는 지금 한 손에는 수행계에서 높은 신분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속세의 거대한 세력을 쥐고 있었다. 수행계와 관련된 일만 해도, 그것은 소평파가 평생 메울 수 없는 약점이었다…….

* * *

“위충!”

당희 등 일행이 의사당 내부에서 나왔을 때, 위충이 멀지 않은 담 모퉁이에 있는 나무 그늘 아래를 고개 숙이고 지나가고 있었다. 나원공이 그 모습을 보고 위충을 불렀다.

하지만 위충은 마치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극도로 우울한 표정으로 반응 없이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나원공이 다시 그를 부르려고 할 때, 소석이 손을 들어 저지하며 말했다.

“그만 되었소. 저 아이는 우유도가 자금동에 가입한 일 때문에 크게 실망했을 것이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의 안색이 복잡해졌다. 장문인의 자리에 있는 당희조차도 두 눈에 우울함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자금동의 장로라니, 우유도가 한 번에 너무 높은 곳으로 뛰어올랐다. 자금동이 일개 산수에게 이런 대우를 해주다니, 우유도에게 한 번에 그런 지위를 내어 주다니?

물론 우유도 개인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상청종 사람들은 이번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우유도가 자금동에 들어간 후로, 상청종과의 관계는 철저하게 과거가 되었다. 더는 되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우유도는 이제 누가 봐도 확실한 자금동의 제자였다.

“진작부터 그놈이 반골인 줄 알고 있었어, 편히 죽지 못할 거야!”

당소소가 분통을 터트리며 우유도를 저주했다.

그녀조차 이게 무슨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우유도는 이미 상청종의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적극적으로 우유도를 내치려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우유도가 자금동에 가입한 일에 크게 분노했다.

마치 온 상청종의 제자들이 그 소식을 듣고 다들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 * *

최근 초려별원은 매우 바빴다. 수많은 사람이 오갔고, 수많은 사람이 축하하기 위해 방문했다.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수없이 많았다. 연국 각 주에 있는 크고 작은 문파들이 소식을 듣고 연신 사람을 보내 축하했다.

관방의는 그렇게 마중 나가고 배웅하면서 너무 많이 웃은 나머지 얼굴에 경련이 일 것 같았다. 다만 손에 힘이 빠질 정도로 많은 선물이 들어왔기 때문에 관방의는 이 노고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은, 다들 많든 적든 간에 선물을 들고 왔고, 마침 한참 돈이 모자라던 관방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관방의는 사람이 신분과 지위가 있다면, 돈이 부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아래 수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있다 보니, 그 지출도 당연히 적지 않았고,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문파에서 사람을 보낸 것은 아니다. 저들 삼대 문파가 직접 장악한 곳의 문파에서는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온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거두어들인 재물을 계산해보고, 관방의는 다소 불만족스러웠다. 크고 작은 문파들은 다들 여유롭지 않다 보니 선물로 받은 돈을 다 합쳐보았음에도 수백만 냥에 불과했다. 사실 적은 액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그녀가 지출한 금액과 비교해 보면, 너무 큰 차이였고, 그녀 마음속의 공허를 메울 수 없는 금액이었다.

다만 만동천부와 대선산만이 비교적 통 크게 각자 백만 냥을 내놓았다.

물론, 가장 통 큰 사람들은 사해에서 온 우유도의 의형제들이었다. 네 곳 모두를 합치니 딱 금 천만 냥이 되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관방의는 투덜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유도가 천도비경에서 사해를 위해 벌어준 돈이 삼억 냥이었다. 그런데 겨우 금 천만 냥을 선물이라고 내놓다니, 얼굴도 두껍지.

물론 그 삼억 냥이 있었기 때문에 천만 냥이라도 내놓은 것을 알고 있었다. 우유도의 신분과 지위가 올라가고 보니, 저들이 금 천만 냥을 대가로 내놓은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큰돈을 줄 이유가 없었다. 천만 냥은 상당한 액수였다.

관방의의 마음속에 갈등이 일었다. 그 당시에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는데, 막상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개량된 천검부 여섯 장을 흔쾌히 내어준 것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또 일단의 사람들이 우유도를 찾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손님이 아니었다. 우유도는 직접 초려별원 밖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원강이 남산사의 중들과 같이 자금동에 도착했다. 공손포를 위시한 오량산의 사람들도 다들 자금동으로 이사 온 것이다.

급히 오느라 다들 먼지를 뒤집어쓴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우유도를 보고는 다들 앞으로 나서 인사를 나눴다.

“도야!”

“오느라고 수고 많았어.”

우유도는 그들을 치하하고는 관방의에게 그들이 쉴 곳을 마련해 주라 말했다.

원강은 메고 있던 봇짐과 삼후도를 단호에게 건네어 가져가게 하고는, 그 자신은 남아 우유도에게 다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람이 적지 않아요. 자신들 집안에 이 많은 외부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자금동이 승낙하겠어요?”

“간단한 계략으로 해결했지. 아마 별문제 없을 거야.”

“저들이 정말 우리를 같은 편으로 생각할까요? 혹시 무슨 변고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변고는 모르겠군. 아무리 그래도 난 자금동의 장로야. 문파에는 문파의 규율과 법도가 있지. 그러니 아무 이유 없이 나를 건드리지는 못할 거야. 연경 쪽에서는 소식이 왔어?”

고견성과의 관계는 절대적인 비밀이었다. 때문에 고견성과의 연락은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오직 원강이 홀로 처리했다.

“아직 소식이 없어요. 쉽지 않은 일 같아 보였는데, 정말 가능할까요?”

“그 늙은이는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지. 조정의 사람과 일, 그리고 상건웅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감히 따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조정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서는 알아서 할 거야. 이제 그 손에 큰 권력을 쥐고 있으니, 아마 이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닐 거야.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지금 일을 진행 중이라는 뜻이니 말이야. 아마 확실한 계획이 세워진 후에 답장을 주겠지.”

원강이 생각에 잠기더니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초려산장 쪽은 이미 현지 병력을 주둔하게 했으니, 산장 밖에 있는 무덤에 별일 없을 거예요.”

무덤을 이야기하니, 우유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무덤은 그렇지 않으니, 결국은 그녀를 혼자 두게 되었다.

우유도는 잠시 생각하고는, 뒤돌아보더니 말했다.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짐을 풀도록 해.”

원강이 끄덕이며 자신의 거처로 이동했다.

우유도 또한 천천히 뒤돌아 멀어져 가는 원강의 뒷모습을 보며, 참지 못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과연 우유도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일이 있었다. 원강이 오량산의 눈과 귀를 이용해 풍관아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 * *

“여기, 그리고 저기….”

모자를 벗어 대머리를 드러낸, 승복으로 갈아입은 원방은 일단의 승려들을 이끌고 별원 밖에서 승려들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원방은 살짝 들떠있었다. 꿈만 같았다. 자신이 자금동 같은 곳에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뭐가 그리 바쁜지 궁금증이 생긴 우유도가 검을 지팡이 삼아 다가가 물었다.

“곰탱아, 뭐하느냐?”

“도야!”

원방이 순간 크게 미소지으며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큰 소매의 승복을 휘날리며 쪼르르 달려와 굽실거리며 말했다.

“도야, 당연히 지금까지처럼 여기 평평한 곳에 밭을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원야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도야의 음식은 우리가 직접 관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적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습니다. 미리미리 조심해야지요.”

밭을 갈고 있었군! 우유도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이들 승려가 원강 때문에 이상한 습관이 들었다. 어디를 가든지 밭을 가는 습관이 생겼다.

사실 우유도는 이들 승려를 다시 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또다시 아침마다 목탁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일 그 소리를 들으면 조급함을 버릴 수 있었고, 마음이 안정되었다. 수련에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우유도에게 남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아침마다 목탁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우유도에게 평안을 의미했다. 우유도는 원방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오랫동안 너희들 음식 솜씨를 맛보지 못했다. 그게 참 생각이 난단 말이지.”

원방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드시고 싶으신 게 있으시면 마음껏 말씀하십시오. 바로 대령하겠습니다.”

“밥때가 되면 알아서 내오면 될 거야.”

“좋습니다! 도야가 좋아하시는 것으로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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