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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05화 (203/1,000)

1105화. 출관(出關)

현미의 압박에 현승천은 결국 어명을 거두어들였다. 현미는 어명을 들고 떠나갔고, 현승천은 심란한 얼굴로 후궁으로 돌아갔다.

상 귀비는 이미 일찍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승천과 같이 안에 들어간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어찌 그리 심란한 얼굴을 하고 계십니까?”

현승천이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짐이 남인옥에게 어명을 내리자마자, 누님이 달려왔구나, 그리고 짐을 압박해 어명을 거두어들이라고 압박하더구나!

“아!”

상 귀비가 깜짝 놀라 입을 막았다.

“설마 밖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란 말입니까?”

현승천은 굳은 얼굴로 침묵했다…….

* * *

천화교의 금지,

화봉황 섭운상은 두 개의 음식 상자를 들고 찾아왔다.

그곳을 지키는 두 제자는 그녀를 막아서고 언제나처럼 검사를 한 후에 들여보냈다. 정자 안에 있던,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전인안이 빙그레 웃으며 섭운상에게 인사를 건넸다.

“식사를 가져 왔느냐?”

“사백님!”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한 후, 두 개의 음식 상자를 석탁 위에 올리고는 그중에 하나를 전인안에게 밀어주며 말했다.

“이건 사백님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사백님께서 저를 대신해 사형에게 전해 주십시오.”

전인안이 탄식했다.

“시간이 정말 빠르구나, 십 년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십 년이 흘렀구나. 원래라면 진즉에 나왔어야 할 그 녀석이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아직도 나오지 않는구나.”

전인안은 말을 하며 탄식을 내뱉었다. 다소 화봉황이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십 년 동안, 곤림수는 폐관에 들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화봉황은 포기하지 않고, 그가 어떤 식으로 음식을 섭취하는지 파악하려 했다. 그 결과, 화봉황은 곤림수가 스스로 정한 규칙에 따라 칠 일에 한 번, 음식을 가지러 아주 잠깐 폐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나온다 해도 금지 안이었으니, 화봉황이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화봉황은 포기하지 않고 매번 직접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보내왔다. 매번 이인분을 만들어 하나는 이곳을 지키는 사백에게 주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녀를 대신해 사백인 전인안이 안에 있는 곤림수에게 전달했다.

화봉황은 뒤돌아 어두운 동굴 입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곧 나올 때가 되었겠지요.”

전인안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돌아가거라. 만약 소식이 있다면 사람을 시켜 네게 전달하라고 하마. 음식 상자도 씻어서 돌려보내 주겠다.”

화봉황은 빛 한 점 없는 동굴을 보고 넋이 나가 있었다.

전인안은 그런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음식 상자를 열어, 안에 든 음식을 꺼내 맛있게 먹었다.

이때, 넋이 나가 있던 화봉황이 두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하지만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빛 한 점 들지 않는 동굴 안에서 마치 유령처럼 나타나더니 동굴 밖으로 내려섰다. 그 모습을 본 화봉황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 남자는 더럽기 그지없는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고, 장발은 어깨를 넘어 바닥에 끌리고 있었다. 더러운 수염은 가슴까지 내려와 있었다.

움직임을 감지한 전인안이 돌아보고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먹고 있던 음식을 입 밖으로 튀기며 말했다.

“계집아, 십 년을 기다리던 놈이 드디어 나왔구나.”

입에 있는 음식을 삼킨 그는 뒤돌아 다가오는 제자에게 말했다.

“뭘 쳐다보느냐, 빨리 가서 종을 쳐라!”

땡땡땡…….

대종이 열 번 울렸다. 이건 천화교 내부에 십 년 폐관한 사람이 나왔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만약 전인안의 말이 아니었다면, 화봉황은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그 정도로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고 있는 장발이 바람에 휘날리자, 자신이 알고 있던 사형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는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사형!”

그녀는 즉시 뛰어가려고 했지만, 전인안이 그런 그녀를 붙잡으며 당부했다.

“경계를 넘어선 안 된다!”

무광동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금지였다.

그녀가 초조히 기다리는 동안, 남루한 의복과 장발을 한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정자까지 다가온 그 남자는 우선 전인안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사백님을 뵙습니다!”

그러고 나서 화봉황을 보며 끄덕였다.

“사매!”

“사형!”

화봉황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종소리를 듣고 천화교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열 번의 종소리를 들은 사람은 다들 십 년을 폐관한 사람이 출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생이라고 해봤자 십 년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십 년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미건조하게 지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십 년을 폐관했던 사람은 개파조사 외에 단 한 명만이 있었다.

그자가 바로 우유도의 손에 치욕을 당하고 폐관에 들어간 곤림수였다!

다들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몇몇 이들은 감탄하여, 몇몇 이들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모두 달려왔다. 종소리를 들은 천화교의 제자 중에 시간이 허락하는 사람은 모두 달려와 구경했다.

보통 천화교의 제자뿐만 아니라, 천화교의 고위층도 하나둘 찾아왔다.

날아온 불꽃 그림자 속에서 우문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문인이 직접 친림한 것이다.

곤림수의 사부 방탁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그는 크게 기뻐하며 자신의 제자와 문답을 주고받고 있었다. 잠시 후, 문파의 고위층들이 하나둘 오고 그중에 장문인 우문연까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방탁은 급히 제자를 재촉하며 말했다.

“어서 빨리 장문인과 장로님들께 인사 올리지 않고 뭐하느냐!”

그는 천화교에서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었지만, 큰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저 장로들 아래에서 일을 맡아 처리하는 ‘집행제자(執行弟子)’에 불과했다.

방탁의 사부는 과거 천화교의 장로였다. 하지만 일찍 세상을 떠났고, 그는 자신의 스승만큼 실력을 키우지 못했다. 그렇기에 지금 집행제자의 신분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누군가가 그 사부와의 정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곤림수가 앞으로 나와 포권을 했다.

“제자 곤림수가 장문인과 장로님들을 뵙습니다.”

그들은 끄덕이며 곤림수를 살펴보았고, 십 년 동안 자신을 가둬 폐관할 정도로 독한 사람을 그들은 처음 보았다.

주위에 소곤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고 우문연이 주위를 한번 훑어보고는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감히 이리 소란스럽게 구느냐?”

그 말이 떨어지자, 주위 천화교의 제자들이 즉시 입을 다물었다. 한 장로가 우문연이 그런 말을 한 이유를 깨닫고는 호통쳤다.

“다들 여기 모여서 뭐 하는 것이냐? 할 일이 그리도 없는 것이냐? 관련 없는 자들은 모두 돌아가거라!”

곧 빽빽이 모여있던 사람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관련 없는 사람들이 분분히 떠나간 것이다.

다시 주위가 조용해졌다. 우문연은 소매를 펄럭이며 곤림수를 향해 휘둘렀다. 곧 곤림수의 누더기 같은 옷과 수염, 장발이 펄럭였다.

곤림수는 마치 바람 한가운데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다소 의아한 얼굴로 좌우를 둘러보았다. 장문인이 뭘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저항하려는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사람 모습 같지가 않구나!”

우문연이 기합을 질렀다. 그리고 휘두르고 있던 한쪽 손을 곤림수를 향해 내질렀다.

화봉황의 안색이 새파래졌고, 그 자리에서 뛰쳐나가려 했다. 하지만 방탁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찰나의 순간, 부드러운 바람이 곤림수를 향해 불어왔고, 그의 수염이 깨끗하게 잘려나갔다. 너무 길어 바닥에 끌리던 장발도 잘려나가더니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갔다.

순식간에 곤림수의 모습이 변했다. 머리카락은 어깨를 살짝 넘길 정도로 길었고, 손을 들어 만져본 턱은 부드러웠다.

“이제야 사람 모습 같구나.”

우문연이 손을 회수하며 말했다. 화봉황은 무척 무안해하며 침을 삼켰다. 방탁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큰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장로들은 모두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그 미소의 의미가 각기 달라, 자못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곤림수의 얼굴이 깔끔해지니, 그 얼굴에 남아 있는 화상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과거, 우유도와 결투를 벌였다가 자신의 공격에 자기가 당한 상처였다.

천화교는 화상 치료에 일가견이 있어 당시 곤림수의 화상을 어느 정도 치료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큰 부상을 입었었기에, 결국 치료한 후에도 화상을 입었던 부분의 피부는 정상적인 피부와 명확히 다른 색을 띠게 되었다. 때문에 곤림수의 얼굴 절반이 다소 어두운 색을 띠었다.

방탁이 급히 제자에게 말했다.

“어서 장문인께 감사 인사를 드리지 않고 무엇하느냐.”

곤림수가 즉시 포권을 하며 말했다.

“감사드립니다, 장문인.”

우문연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십 년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난 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천화교의 제자로서 법도와 규율에 대해서 잊진 않았을 터.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말을 듣고 방탁과 화봉황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장문인의 말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두 사람은 곤림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곤림수의 안색이 매우 차분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문연이 계속 말했다.

“너는 아직 종문의 일부 비법을 읽을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너는 폐관 십 년의 권한을 이용해 본파의 지고비법인 ‘천화무극술’(天火無極術)을 받아갔지. 사조께서 당시 규칙을 정하셨을 때, 큰 뜻을 품은 자에게 특권을 주신다고 하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저 경솔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벌을 주도록 정하고 있다. 본문의 지고비법은 외부에 새어나가서는 안 된다. 너는 규율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그 말을 듣고 방탁과 화봉황은 표정이 굳었다. 대체 무슨 규율이란 말인가?

천화교의 규율에 대해 두 사람 또한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금지에 대한 규율이었다. 금지에 대한 규율은 금지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사람에게만 알려주는 것이기에, 두 사람도 알 수가 없었다.

장문인이 엄히 규율에 대해 말하니, 두 사람은 금지의 규율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화무극술은 천화교의 지고비법으로 종문에서 장로의 위치에 오른 사람만이 읽고 수련할 자격이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문중에서 그 정도 지위까지 오른 사람은 우선 그 경지가 충분하다 할 수 있다. 둘째, 그가 오랜 시간 문중에서 지내면서 시간으로 자신을 증명했으니, 최소한 다른 곳의 첩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로 이외에 다른 천화교의 제자가 지고비법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예외가 있다. 그게 바로 네가 얻은 조건이다. 사조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길을 남겨 놓기 위해, 십 년 폐관수련을 하기로 결심한 자에게 지고비법을 허락한다는 규율을 남겼다. 이는 누구나 장로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니, 후인들이 인재를 억압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사조는 큰 뜻을 품은 자에게 특권을 준다 하셨고, 나 또한 천화교의 장문인으로서 사조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너에게 지고비법 천화무극술의 수련을 허락한 것이다.”

“다만, 넌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바로, 지고비법을 얻은 후에, 그 지고비법을 깨닫지 못한 자는 목숨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문인의 엄한 선고에 화봉황의 얼굴이 서늘해졌다. 이런 규율이 있을 줄이야! 그럼 곤림수는 그걸 알면서도 들어갔단 말인가?

곤림수의 두 손에서 뻗어 나간 화염은 하늘로 치솟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방향을 바꿔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곤림수가 하늘로 박차고 뛰어오르더니 스스로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다.

화봉황은 이제 와 취소해달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문파의 규율이 장난이란 말인가? 규율은 규율이었다. 이제 와 살려달라고 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천화교 삼 대 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천화교의 지고비법을 완전히 깨닫고 연성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눈앞에 있는 장문인과 장로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이 비술의 극치를 깨닫는 일이 천성적으로 화속성을 가진 사람이어야만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재능만으론 부족했다. 태어나면서 불의 속성을 타고 나야만 했다. 그래야만 비술의 극치를 깨달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화속성을 타고나는 자는 몹시 드물었다. 누가 얼굴에 ‘나는 화속성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써놓고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천화교에 들어온 사람이라 해도, 이 많은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설사 화속성을 타고났다고 한들, 연성에 쉽게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다. 재능이라는 것은 타고난 육체뿐만이 아니라, 수련에 대한 이해능력도 포함하고 있었다. 어리석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화속성 재능이 있다고 한들 비법을 깨달을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운희가 둔지술을 탁월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토속성을 타고났기도 했지만, 둔지술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이해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게다가 그런 이해능력을 갖추고도 계속해서 교만하지 않은 채로 열심히 둔지술을 계속 수련하기까지 했다.

반면에 운희의 아들 운환은 운희를 닮아 토속성을 타고났지만, 아직 둔지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그녀처럼 둔지술을 능숙하게 쓰지 못하고 있었다.

곤림수는 매우 뛰어난 수련재능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수련재능만 따지자면 천화교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과거, 곤림수가 같은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 중 한 명이라 불렸던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곤림수에겐 천성적인 화속성 재능이 없었다. 그러니, 그가 천화교의 지고비법을 완전히 깨달았을 가능성은 몹시 낮다고 할 수 있었다.

장문인의 엄한 말을 들은 방탁은 비통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탁이 비록 천화교의 집행제자라고는 하나, 종문에 별다른 배경이 없었고, 동원할 수 있는 자원에 한계가 있었다. 덕분에 많은 제자를 키울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곤림수를 제자로 들이게 되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방탁은 어렵게 자원을 모아 곤림수 한 명을 키우는 데 자신의 모든 힘을 다 쏟아붓다시피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평생을 기울여 키운 제자가 허무하게 죽게 되었으니, 어찌 비통하지 않을까?

방탁은 전인안이 분명히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금지를 관리하는 자가 어찌 금지의 규율을 몰랐을까? 방탁은 수시로 전인안과 만났다. 하지만 전인안은 지금까지 방탁에게 이 사실을 알린 적이 없었다.

결국,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제 그 사실을 장문인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되었다.

전인안은 그의 눈빛을 보고 참 난감하다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것도 금지의 규율 중 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화봉황은 두 손을 가슴 앞에 꼭 쥐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막막한 심정으로 자신의 사형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왜 그렇게 했느냐고, 그녀의 감정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반면, 모든 말을 들은 곤림수는 담담하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네, 사조께서 세우신 규율을 제자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사조께서 말씀하시길,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결정에는 소위 대가라는 것이 따른다. 사조가 비록 다른 제자들을 위해 길을 열어 놓았다고는 하지만, 아무나 그 허점을 파고들어 함부로 배우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종문이 크게 혼란스러워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사전에 선결 조건을 설정해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쳐내야 했다.

길은 자신이 고른 것이니, 일단 걸으면 되돌아올 수 없었다. 그 길을 무사히 지나가든지, 아니면 그 길 위에서 죽어야 했다!

이는 종문의 지고비법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천화교는 지고비법을 외부에 새어나가게 할 수 없었다. 종문에 들어오는 사람은 너무나 다양했고, 그중에는 속이 검은 자들도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들어왔다가도, 섭섭한 일을 당하고 나면 사람 마음이 검게 변하기도 했다.

그러니 제자들 중에 십 년 폐관한다는 핑계를 대고 지고비법을 알려달라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었다. 십 년을 금지 안에서 지내는 동안, 물과 음식은 제공되었으니 버틸 수 있었다. 결국, 그 안에서 지고비법을 달달 외울 시간이 아주 충분하다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걸 달달 외운 후, 십 년 후에 폐관해서 못 깨우쳤다 말한 다음, 다른 이에게 비법을 팔면 어마어마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천만 냥도 우스울 것이고, 아마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다. 그러니 십 년의 대가가 결코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일개 평범한 제자들에게는, 금 십만 냥조차 평생을 노력해도 만질 수 없는 돈이었다! 그러니 십 년을 투자하는 것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규율을 만든 사람은 당연히 그런 후환을 사전에 없애야 했다. 또 이것이 장로급이 되어야 그 비법을 수련할 수 있는 이유였다.

비슷한 방법이 수많은 문파에서 통용되고 있었고, 우문연이 끄덕이며 말했다.

“알고 있다니 되었다. 그 비법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한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금단기에 도달해야 하지. 폐관에 들어갈 당시, 네 경지와 네 수련재능을 보면, 십 년이면 충분히 금단기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넌 오 년 전에 그 비술을 달라고 했다. 혹시 오 년 전에 금단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냐?”

“정확히 육 년 전입니다. 제자가 폐관에 들고 삼 년 후, 금단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삼 년? 사람들이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역시 종문의 젊은 세대 중 가장 뛰어난 자라고 내심 중얼거렸다.

우문연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끄덕였다. 얼굴에 감탄이 떠올랐다. 사부인 방탁은 정말로 기뻤지만, 한편으로 또 우려스러웠다.

우문연이 다시 물었다.

“종문의 규율을 알고, 지금 나왔다는 것은 혹시 본문의 지고비법을 연성한 것이냐?”

곤림수는 비굴하지도, 그렇다고 거만하지도 않게 말했다.

“천화무극술은 본문의 지고비법입니다.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으니 제자가 어찌 감히 연성했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입문했을 뿐입니다!

“천화무극술에 대해서 이제 감을 잡았습니다. 다만 무광동 내부에서 수련이 제한되다 보니, 거기서 더 깊이 수련할 수 없어 나오게 되었습니다.”

입문? 한마디로 연성하기는 했다는 말이 아닌가?

놀라웠다! 장로들은 다들 크게 놀라워하며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우문연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연신 반짝반짝 빛났다. 방탁 또한 깜짝 놀랐다. 얼굴에 경악이 가득했다.

눈시울을 붉히던 화봉황도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사형을 바라보았다. 천화교 삼 대 이후로 연성한 사람이 없다던 지고비법이었다. 그걸 자신의 사형이 연성했다니, 이게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곤림수라는 사람의 인품을 잘 알고 있었다. 사형이 그렇게 말했다면, 분명 거짓이 아닐 것이다. 그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이때, 장로 전복성이 호통쳤다.

“곤림수! 이건 소꿉놀이가 아니다. 네놈이 큰소리친다면 그 말에 분명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네가 연성했다고 말한 것만으로, 그 모든 게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종문은 검증을 거칠 것이다!”

곤림수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제자는 출관하면서 당연히 검증받을 준비를 했습니다. 만약 이것이 거짓이라면, 종문에 고수가 구름처럼 많으니 당연히 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문연이 안색을 굳히고 말했다.

“좋다! 천화교 삼 대 후로는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비법이다. 너는 마음껏 보여주어라, 우리 모두 안계를 넓혀 보자꾸나!”

“장문인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곤림수가 우문연에게 허리를 굽혀 공손히 예를 올렸다. 잠시 후, 곤림수가 허리를 펴고는 두 손을 모으고 내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적당한 거리를 두고 물러났다.

갑자기, 없던 바람이 생겨나더니 곤림수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그의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그의 피풍 또한 부드럽게 흔들렸다.

사람들은 즉시 법안을 열었다. 그러자 곤림수 몸속에 있는 법력이 뜨거운 기운이 되어 널리 곤림수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담담한 안색을 하고 있던 곤림수가 갑자기 두 눈을 번뜩 떴고, 모은 양팔을 하늘로 빠르게 올렸다.

푸확!

거대한 불길이 곤림수의 양팔로부터 뻗어 나와 허공으로 터져 나왔다.

아주 진한 불길이었다.

법안을 연 사람들은 경악했다. 불길 안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하고 강한 불길이었다. 곤림수가 이미 잿더미가 되진 않았나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곧 불길의 기세가 더욱 팽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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