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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08화 (206/1,000)

1108화. 과유불급

한참이 지났는데도 계속해서 방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곤림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부님, 어떤 분부가 있으신 겁니까?”

방탁이 여전히 등진 채로 말했다.

“십 년 폐관도 네가 알아서 결정하고, 천화무극술도 네가 알아서 결정했다. 내가 아직도 네 사부인 것이 정말 맞느냐?”

곤림수가 급히 대답했다.

“제자가 경솔했습니다.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화봉황이 급히 옆에서 곤림수를 편들며 말했다.

“사부님, 사형이 비록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본문의 지고비법을 연성해내지 않았습니까. 사형에게 공을 세워 속죄할 기회를 한번 주실 수 없겠습니까?”

“공을 세울 기회?”

방탁이 천천히 뒤돌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공을 세울 기회는커녕, 이미 아주 큰 문제가 생겼다. 지금 저 위에 있는 사람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널 지켜보게 됐다는 것을 너는 모르는 것이냐? 천화교의 삼 대 장문인 이후로 아무도 배우지 못했던 것을 네가 배웠다. 칭찬해야 마땅할 일이 분명하지만, 넌 너무 이 세상의 혹독함과 매정함을 모르고 있다.

튀어나온 못은 망치로 얻어맞는 법이고, 숲에서 다른 나무보다 높게 자란 나무는 부러지기 마련이다. 장문인과 그 많은 장로들도 연성하지 못한 비법을 네가 연성했으니, 저들이 그 모습을 보고 어떤 심정을 느꼈을 것 같으냐?”

화봉황이 놀라며 말했다.

“설마 상부에 있는 사람들은 본문의 비법이 다시 세상에 명성을 떨치길 원치 않는단 말인가요?”

방탁이 화봉황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닮은 사람끼리 연인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연인이 돼서 서로 닮은 것인지, 두 사람 다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당연히 원하겠지! 하지만 그것도 누가 그런 일을 했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느냐? 만약 자신들의 제자 중에 하나가 이 비법을 깨우쳐 세상에 알렸다면, 그들은 매우 기뻐했을 것이다. 만약 너희들 태사부께서 아직 살아 계셨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터, 네 편을 들어줄 사람이 있었을 테니 일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다른 장로들보다 힘이 크지 않고, 오히려 힘이 없어 주목받지 못했던 쪽에 속한 자였지. 즉, 너를 위해 내가나선다 해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봉황은 그제야 조금 방탁의 말을 이해한 듯했다. 다만, 여전히 놀란 얼굴로 물었다.

“하지만, 설마 사부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장로님들의 속이 그렇게 좁을까요? 다들 축하해주지 않을까요?”

“좋은 일이지, 좋은 일이고말고! 다만 너무 좋아 문제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모르느냐? 그렇게 많은 선대의 사람들이 연성하지 못한 지고비법이었다. 그런데 네 사형은 그걸 연성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느냐? 그건 네 사형이 우문연 장문인의 뒤를 이어, 천화교의 다음 장문인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

그제야 화봉황은 방탁의 말을 온전히 깨달은 듯, 탄식을 내질렀다.

“너는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종문의 이익이 얽혀 있는지 모르느냐? 물론, 장문인은 경지가 높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종문의 사람들을 균형 있게 잘 통제할 수 있는지, 각 세력 사이의 관계를 잘 조율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네 사형은 수행자질이 나쁘지 않다. 반면에 방금 말했던 장문인의 자질은 아주 부족하지.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이 같은 상황을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혹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장문인은 못 된다 할지라도, 최소한 장로가 되는 것은 확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장로라는 것이 어디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자리더냐? 네 사형이 이렇듯 갑자기 나타나 저들이 가진 권력을 가져가려 하니, 저들이 쉽게 권력을 가져다 바치겠느냐?”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니, 정치 같은 것에 무관심한 곤림수조차 사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곤림수가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저는 그런 자리를 놓고 저들과 경쟁할 생각이 없습니다!”

“터무니없군! 네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하면, 저들이 그걸 그냥 믿어준단 말이냐?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해도, 바람은 그렇지 않은 법이다!”

화봉황이 다소 긴장하며 말했다.

“사부님, 저들이 사형을 어떻게 할까요?”

한숨을 내쉰 방탁이 말했다.

“모른다. 하지만 대놓고 공격하진 않겠지. 정말 대놓고 공격한다면 오히려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암중에 공격하는 것이다. 일전에 표묘각이 갑자기 각 세력의 장문인을 불러 의논을 한 적이 있었다. 조국 삼대 문파를 제명하고 효월각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 골자인 내용이었지. 그때 표묘각에서 지시한 한 가지 일이 있다.”

그 말을 들은 곤림수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조국 삼대 문파가 표묘각에서 쫓겨났단 말입니까?”

화봉황이 한마디 보충했다.

“사형, 조국이 멸망했어요!”

“허!”

곤림수는 매우 놀랐다. 세속과 인연을 끊고 십 년 동안이나 폐관을 했다. 그동안 무광동 밖의 일에 대해서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십 년이면 강산조차 변한다 해도, 그 거대한 조국이 멸망했다고 하니, 믿기지 않았다.

“아니, 대체 어쩌다가 멸망했단 말이냐?”

“효월각이 반란을 일으켰지. 자세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해주겠다.”

방탁이 화봉황보다 먼저 대답하고는 동시에 화봉황에게 눈짓을 보냈다.

대답을 빼앗긴 화봉황이 자연스럽게 사부를 돌아보았고, 그의 눈빛을 확인하고는 심장이 철렁했다. 돌연 사부의 뜻을 깨달은 것이다.

조국의 멸망에 한 사람이 언급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유도!

사형이 어째서 폐관에 들어갔는가? 우유도 때문이다. 사형이 폐관하며 수련에 세월을 바친 이유는 명백했다. 과거의 치욕을 씻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지금 우유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화봉황은 그가 또다시 자기 곁을 떠나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물론, 곤림수가 십 년 동안 천화무극술을 연성한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유도 또한 가만있었던 게 아니었다. 이미 과거의 우유도가 아니었다. 현재 우유도가 그 손에 틀어쥐고 있는 권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는 이미 연국 자금동의 장로가 되어 있었다.

신분 상승의 속도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우유도를 찾아가서 복수한다고? 아마 분명 큰 분란이 일어날 것이다. 자금동은 외부인이 와서 자신들의 문파를 공격하는 걸 지켜보기만 할 정도로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지금 사형이 우유도에 대해 다시 떠올리는 것은 확실히 좋지 않았다. 당시의 일은 그대로 과거로 묻어 두어야 했다.

한편, 방탁의 말을 들은 곤림수가 경악했다.

“효월각은 음습한 살수 조직입니다. 어떻게 조국을 멸망시켰단 말입니까?”

“조국 경내에서 갑자기 반란을 일으켰고, 연국과 연합해 조국을 나눠 가졌다. 알고 보니 효월각은 삼백 년 전에 멸망한 전진의 여당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하더구나. 지금 효월각이 가진 조국의 땅은 이미 후진이라는 곳으로 변했단다! 어쨌든, 그것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고민해봐야 쓸모없다. 그것보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더 고민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그렇게 일단은 두 사람 모두 우유도의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화봉황은 사부가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알고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곤림수가 묵묵히 끄덕였다. 자신이 폐관한 시간 동안 이렇게 큰 변화가 생겼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조국이 이렇게 사라지다니, 정말로 탄식을 자아내는 일이었다.

그렇게 남몰래 탄식을 내뱉은 곤림수가 또다시 물었다.

“사부님이 표묘각에서 각 문파에게 지시한 일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일입니까?”

방탁이 대답했다.

“표묘각에서 말하길, 표묘각에 이름을 올린 각 문파들은 각각 세 명의 정예 제자를 성경(聖境)으로 보내라고 했다!”

“성경으로 말입니까?”

곤림수도 대경실색했다.

성경이 뭐 하는 곳인가? 성경이라는 이름부터 일반적인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곳은 무국시대의 상찬이 남겨 놓은 비경 중 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구대지존이 거주지로 삼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금물(禁物)이 있어, 수행자들의 경지를 원영기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곳은 보통 외부인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구대지존이 그곳에 거주하는 이유는 직접 금물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성경이 그렇게 예전부터 구대지존에게 장악당했으니, 어찌 외부인이 거기 들어갈 수 있겠는가?

곤림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째서 각 문파의 정예 제자를 그곳으로 부른 것입니까?”

방탁이 고개를 저었다.

“표묘각에서 정확히 말해주지 않았다. 그러니 구체적인 상황은 나도 모르지. 아무튼 표묘각은 각 문파의 제자에게 단련의 기회를 주겠다고 했을 뿐이다. 시간은 반년 후이고, 지금 종문에서도 인선을 고민하고 있지.”

“단련?”

곤림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사부님의 말씀은 그 일이 제자와 연관이 있단 말입니까?”

“이 일은 종문에서 우려하고 걱정하는 일이다. 여긴 지금 우리 셋만 있고 다른 사람도 없으니, 직설적으로 말해주마. 표묘각이 천하의 수행자들을 어찌 대하는지 다들 모르지 않을 터. 그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천하 수행자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있지. 천도 비경에 수행자들을 동원하는 것도 그러한 연유 때문이니, 곤림수 너 또한 그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곤림수가 고개를 끄덕였고, 방탁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러한 일은 모두 저들이 이 천하를 더욱 쉽게 장악하고 통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러면 성경의 일은 어떠할 것 같으냐? 그들이 정말로 좋은 마음을 가지고 성경에 사람을 보내라고 하는 것 같으냐? 단련이라고? 그곳에 단련을 위해 간 사람의 최후가 정말 좋을 것 같으냐? 단련을 시켰는데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하면, 누가 표묘각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느냐?”

그 말을 하고 방탁은 한숨을 내쉬었다.

“림수야, 폐관에서 나온 시기가 좋지 않구나. 만약 일 년이나 반년만 더 있다 나왔다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니, 그전에 사부님이 했던 말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알아듣지 못할 수가 없었다. 튀어나온 못은 망치로 얻어맞는다 했다. 종문의 많은 장로들이 곤림수를 튀어나온 못으로 인식하게 됐으니, 그를 망치로 때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기 위해선 성경에 가는 인원으로 그를 선발하는 게 가장 좋을 터였다.

화봉황이 다소 다급해졌다.

“사부님, 정말 그렇다면, 사형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방탁이 손사래를 쳤다.

“나라고 상황이 이렇게 될지 알았겠느냐? 곤림수 네놈은 사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비법을 배우러 들어갔으니, 내가 무슨 준비를 할 수 있었겠느냐?”

“제자의 무지함을 용서하소서!”

방탁이 한숨을 쉬고는 하늘을 바라봤다.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구나.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저 종문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두고 보는 방법밖에는 없다.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상부에 내가 뭐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괜히 말했다가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일단 너무 조급해하지 말거라. 나도 단지 의심할 뿐이지, 어쩌면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 흠, 운상(화봉황의 진짜 이름)아, 일단은 너 먼저 나가 있거라. 네 사형과 둘이 할 이야기가 있구나.”

화봉황은 우물쭈물했다. 하지만 곤림수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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