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화. 지금 저를 훈계하시는 겁니까?
돈줄이 끊겼다. 북주의 행동은 확실히 누군가의 분노를 불러왔다. 매년 북주에서 오던 이득을 끊어 버렸으니 기뻐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자금동에서도 관련된 인원들의 분노한 목소리가 장문인 궁임책을 괴롭혔다. 엄입조차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북주의 관원들이 상납하는 사람 중에 엄입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유도는 그 사람들까지 모두 죽여 버렸으니, 이건 그의 돈줄을 하나 끊어 버린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의사대전에서 한참 떠들던 이들이, 결국 참지 못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문인 궁임책을 선두로 종문에 남아 있는 장로 엄입, 원안, 부군량, 윤이덕, 막영설이 같이 초려별원으로 향했다.
그들이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유도는 매우 웃긴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바람이 불어 여러분이 이곳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예를 올린 우유도는 손을 뻗어 사람들에게 안으로 들기를 청했다.
하지만 아무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입구를 막고 서있을 뿐이었다. 궁임책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 장로, 북주의 일은 어찌 된 일인가?”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북주? 북주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원안이 분노했다.
“모른척하지 말게, 소등운과 천옥문이 같이 북주의 관원들을 숙청했네, 감히 그걸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는가?”
“호오, 그 일 말입니까? 난 또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여러분이 이렇게 저를 찾아오셨나 했습니다. 그래 봤자 탐관오리 몇 명 죽인 것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런 건 별일 아닙니다.”
원안이 말했다.
“몇 명? 그게 몇 명인가? 얼마나 죽였는지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인가?”
우유도가 가볍게 이야기했다.
“작은 마을의 야인 출신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탐관오리에게 크게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 기회만 있다면 얼마가 되든지, 그게 누구든지 간에 다 죽일 것입니다!”
막영설이 말했다.
“그들은 조정에서 임명한 관원들이었네. 자네가 독단적으로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만약 천하 사람들이 모두 자네 같다면, 온 연국이 큰 혼란에 휩싸이지 않겠는가.”
우유도가 한 손으로 검을 잡고, 한 손으로 손가락을 세우더니 말했다.
“최소한 북주에서는, 제가 감히 장담하는데 어떠한 혼란도 없을 것입니다. 어디 한번 자신 있으면 북주를 혼란스럽게 해보라고 하지요!”
윤이덕이 말했다.
“조정의 관원들이네. 그들에겐 그들 나름대로의 율법과 처벌이 있네. 모든 일에는 규율과 법도가 있는 법이지. 자네는 자금동의 장로로서, 대연의 일부분을 관장한 사람으로서, 그 규율과 법도를 지켜야 하는 법일세. 대체 어찌 이리 경거망동하는가?”
우유도는 참으로 이상하고 괴상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치켜뜨고는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탐관오리 몇 명 죽인 것이 정말 무슨 큰 잘못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윤이덕이 말했다.
“조정이 이미 그들의 죄증을 조사했네, 처벌하더라도 조정이 나서서 처벌해야 하지 않겠는가. 자네가 그 일에 뭐하러 개입한단 말인가?”
굳은 얼굴을 한 궁임책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말을 빙빙 돌릴 필요 없네, 어차피 다 같은 편이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그 관원들은 대부분 삼대 문파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네. 자네가 이렇게 그들을 죽이니, 소요궁과 영검산에서 불만이 아주 많다네. 이제 다들 우리를 향해 달려올 것이니, 자네는 이 일에 대해서 합당한 설명을 해주어야 할 것이네!”
입구 옆에 서 있던 관방의 등 사람들은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들이 우유도를 협공하는 느낌이었다. 우유도가 반문했다.
“장문인은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십니까?”
“이번에 발생한 일은 자금동이 막아줄 수 있네. 하지만 만약 조정이 북주에 다시 관원을 파견하면 다시는 간섭하지 말게.”
그게 무슨 뜻인지 우유도는 깨달았다. 각 세력에서 자신과 연관이 있는 관원을 북주로 또다시 보내겠다는 말이었다. 즉, 계속해서 이익을 취하겠다는 말이다.
우유도가 하하 웃었다.
“제가 승낙하지 않을까 봐 저를 이렇게 둘러싸고 있는 것입니까? 좋습니다.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우유도가 승낙한 것을 보고, 사람들의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이익에 별다른 손실이 없다면, 북주에서 죽은 사람들은 사실 이들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들을 위해서 우유도와 종문에서 난리를 피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거기에, 아무리 그래도 우유도 또한 자금동의 장로였다. 북주 쪽에는 명분이 있었다. 탐관오리를 죽인 것은 겉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단지 이들은 우유도가 그들과 정면으로 상대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 몰랐다. 다시 사람을 북주로 보내고 싶다고? 꿈도 야무지지, 내 침상에 감히 다른 사람을 눕게 할 리 없었다. 아무튼, 보내는 족족 목숨을 잃을 것이고,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감히 아무도 북주에 가지 않으려고 할 때까지 말이다.
엄입은 그래도 여전히 안심되지 않는다는 듯이 당부하며 말했다.
“우 장로, 소등운과 천옥문이 있으니, 자네 말대로 혼란은 없을 것이네. 하지만 그들 조정의 관원들은 소요궁, 영검산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네, 자네도 결국은 자금동의 일원이 아닌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종문을 위해 고려해 주게. 더는 함부로 해서는 안 되네.”
그 말은, 북주의 군대와 수행계 세력이 우유도의 사람이라 해도, 결국 우유도는 자금동의 장로이니, 그들의 행동이 우유도의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또한, 엄입의 말은 이런 뜻이기도 했다. 북주는 이미 우유도의 손에 들어와 있고, 우유도가 장악하고 있으니, 그들을 그렇게까지 괴롭힐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우유도가 눈을 치켜세웠다. 우유도는 북주의 지방 관원들을 괴롭힌 것이 아니다. 우유도는 천옥문을 압박해 명확한 견해 표명을 하게 하려 한 것이다.
물론, 이 진실을 말할 리 없었다. 우유도가 반문했다.
“엄 장로님은 지금 저를 훈계하시는 겁니까?”
“난 지금 자네에게 호의로 당부하는 것이네.”
우유도가 순간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더니 말했다.
“뭘 당부한단 말입니까? 저를 소요궁과 영검산 등의 문파와 엮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저는 처음부터 그쪽 사람들을 건들 생각도 없었습니다. 북주에서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지도 않았지요. 그 전에 누가 저와 대립각을 세웠습니까? 기어이 절 찾아와 곤란하게 하더니, 제가 그리 만만해 보였습니까?”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놈은 지금 이번 일이 외부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금동이 그전에 그에게 한 일에 대한 복수라고 명확히 밝힌 것이다.
우유도가 이처럼 오만하게 노골적으로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우유도의 이런 뻔뻔하면서도 당당한 태도에, 자금동의 장로들은 그저 못 알아들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사람들은 그전에 그런 의심을 하고 있었다. 지금 우유도의 말은 그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었다.
다만, 그렇다 해도 장로들은 따질 수 없었다. 확실히 자신들이 우유도를 매몰차게 한 부분이 있었으니, 지금 와 우유도를 몰아붙였다가, 우유도가 더 심술궂게 나올까 봐 조금 저어됐기 때문이었다.
엄입은 조금 할 말을 잃었다. 내심, 저들이 너를 곤란하게 한 것이지, 자신이 한 것도 아닌데, 최소한의 인정을 베풀지는 못할망정 어찌 자신의 사람까지 다 죽여 버리냐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저놈이 누가 누구의 사람인지 알 리가 없었다.
한쪽에 있는 관방의는 속으로 조금 의아해했다. 자금동 사람들 앞에서 도야의 성격이 이상하게 바뀐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걸핏하면 심술을 부렸다. 초려산장에서 보던 그런 차분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게 저들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모두 떠나자, 우유도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정원을 잠시 거닐고 있을 때, 문묵아가 조용히 그 곁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
“도야, 그렇게 하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과 같이 우유도에 대한 호칭을 바꿨다. 혼자서 우유도에게 ‘장로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했고 말이다.
우유도가 웃으며 뒤돌아보았다.
“호오, 무슨 고견이 있는가?”
문묵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고견이랄 것은 아닙니다. 그 전에 장문인을 찾아갔을 때, 저도 모르게 저분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때 성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성경?”
우유도는 미소를 거두고는 뒤돌아 정색하며 물었다.
“성경이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표묘각에서 나온 말 같습니다. 표묘각에 이름을 올린 각 대문파에서 세 명의 정예 제자를 성경으로 보내라고 했다고 합니다. 성경에서 아래 제자들에게 단련의 기회를 주겠다는 명목이었습니다. 지금 각 문파는 마침 성경으로 향할 제자들의 명단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저분들과 과하게 대립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우유도는 즉시 문묵아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은, 만약 저들을 너무 화나게 한다면, 성경에 보낼 제자 명단에 우유도의 이름을 올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이 일에 관해 우유도는 그 어떤 것도 들은 적이 없었다.
‘나 같은 장로에게는 알리지 않을 만큼 사소한 일이라는 건가. 아니지, 그만큼 내가 사소해 보인다고 하는 게 맞겠지.’
눈살을 찌푸린 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지금 가서 엄 장로님을 모셔오거라.”
“알겠습니다!”
문묵아가 대답하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도야, 제게서 이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우유도가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라. 너를 팔아먹지 않을 것이다.”
문묵아가 떠난 후, 우유도는 다시 관방의를 불렀다.
“곰탱이에게 술상을 준비하라고 일러줘.”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엄입은 오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묵아가 돌아오고 나서야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엄입 일행은 이곳을 떠나 바로 의사대전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렇기에 문묵아는 차마 안에 들어가 그들을 방해할 수 없었고, 이에 문묵아는 엄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유도의 말을 전했다고 했다.
잠시 후, 엄입이 찾아왔다. 어찌 보면 마침 좋은 때에 온 것이다. 원방의 술상이 준비되었기 때문이었다.
“뭘 그리 불러대는가?”
엄입은 우유도를 보자 언짢아하며 말했다.
“방금 엄 장로님의 사람을 실수로 다치게 했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에 걸렸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특별히 엄 장로님을 위해 술상을 보았으니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겨우 술상으로 때울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그럼 제가 어떻게 해드려야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로 자금동의 장로입니다. 문중에서 지위가 대등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진정하시지요. 이곳의 술상은 천하 일절입니다. 장문인조차 맛본 적이 없으니, 엄 장로님은 지금 아주 큰 행운을 잡은 것입니다.”
그리고 우유도는 신속하게 엄입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엄입을 자리에 앉혔다.
엄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하지만 탁상에 놓여 있는 각양각색의 요리와 그 향기를 맡은 후에는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