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4화. 우유도, 적당히 하게!
“드셔보시지요.”
우유도가 억지로 엄입에게 젓가락을 쥐여주었다.
주인이 이처럼 강권하니, 손님으로서 계속 거절하기 어려웠다. 또 음식이 확실히 처음 보는 것들이었기에, 마음이 동한 엄입은 한 점 집어 맛을 보았다. 그 순간 엄입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빠른 젓가락질로 나머지 요리들도 돌아가면서 맛을 보았다. 확실히 그 맛이 일품이었다.
“거짓이 아니지요?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것입니다.”
우유도는 웃으며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한잔을 마신 후에 우유도가 물었다.
“종문에서 성경에 갈 사람을 고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엄입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말해주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우유도가 이걸 알아차릴 것이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유도의 눈과 귀가 그렇게 둔할 리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채, 엄입은 젓가락과 입을 멈추지 않았다.
우유도가 다시 물었다.
“인선이 이미 다 정해졌습니까?”
“아직이네. 아직 시간이 있기도 하고, 인선을 정하기가 어렵기도 하니 말일세.”
우유도는 계속해서 그에게 술을 따라주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자금동에 사람이 그리 많은데, 세 명을 고르는 것이 그리 어렵단 말입니까?”
거기까지 말했을 때, 엄입이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표묘각은 각 문파의 우수한 제자를 보내라고 했네.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우수한 제자들은 기본적으로 각 장로 아래 있는 제자들이라 할 수 있네. 장로 휘하에 있는 제자들은 당연히 수련 자원을 아낌없이 지원받기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실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지.
사실 표묘각에서 단련이라는 말을 사용하긴 했지만, 사실 사람들은 다들 잘 알고 있지. 그 안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있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단련이 아니라, 단련을 사칭한 고문일지도 모른다네. 그러니 다들 자기 사람들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네. 그런데 표묘각은 또 정예 제자들을 요구하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일이 지체된 것이네.”
“호오, 그럼 그 일을 왜 제게 숨기신 겁니까?”
“숨겨? 뭐하러 숨긴단 말인가?”
엄입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주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능청스러움이 극에 달한 듯했다.
“숨기지 않았네, 사람들 마음이 동요할까 봐 당분간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지.”
우유도가 계속해서 물었다.
“제게 알리지 않은 것은 저를 그 명단에 올리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엄입은 또 멈칫하더니 다시 탁상 위에 있는 먹음직한 음식들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제야 엄입은 왜 우유도가 자신을 불렀는지 깨달았다. 그는 우유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동생,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네. 아무리 그래도 자네는 자금동의 장로이지 않은가. 설사 누가 자네를 그 안에 밀어 놓고 싶다고 한들, 이런 일에 종문의 장로를 쉽게 추천하는 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 누구도 먼저 나서 함부로 입을 열고자 하지 않을 것이네. 그러니 안심하게나. 이 일은 자네와 아무 상관 없으니, 옆에서 구경이나 하게.”
“하아, 애초에 여러분들이 저를 너무 박하게 대했습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저도 조금 강경하게 나간 것입니다. 아무튼 이 때문에, 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유도가 안도하고는 계속해서 엄입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엄입이 잠시 멈칫하더니 우유도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가 나빠? 그래 일단 그건 둘째치고, 이보게 동생, 어떻게 내 체면을 이리도 구길 수 있는가. 자네와 나는 그래도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내 사람을 그렇게 쉽게 죽이는 법이 어디 있는가?”
우유도가 말했다.
“전 그 안에 엄 장로님의 사람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는 오해입니다.”
엄입이 한숨을 쉬고는 손사래를 쳤다.
“좋네. 지나간 일은 나도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네. 다만 난 동생이 한 가지를 약속해 줬으면 좋겠군. 다른 사람은 상관없네만, 내 사람은 다시는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군.”
우유도가 그의 손을 내리누르며 말했다.
“너희 사람, 우리 사람이 웬 말입니까. 겨우 탐관오리 몇 명일 뿐인데, 그게 어찌 엄 장로님의 사람이란 말입니까? 그 사람들이 정말 이만한 가치가 있습니까? 제가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엄 장로님이 사람을 시켜 제 영역에서 조사를 하십시오. 그중에 탐관오리를 찾아낼 수 있고, 증거만 있다면, 엄 장로님이 누구를 죽인들 절대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엄입은 우유도가 여전히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결국 경각심을 높이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 짓을 계속할 생각인가? 이게 지금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인가?”
“엄 장로님이 이 정도밖에 안 될 줄 몰랐습니다. 그 적은 금액 때문에 이럴 것까지 있습니까?”
우유도가 여전히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고, 엄입이 눈을 치켜떴다.
“우유도, 적당히 하게!”
결국, 엄입의 강경한 태도에 우유도 또한 조금 뒤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좋습니다. 나중에 제게 엄 장로님의 사람이 누구인지, 명단을 보내 주십시오. 누가 엄 장로님의 사람인지 알게 되면, 다 해결될 일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엄입은 흥흥거리며 다시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마치 그 정도는 해줘야지 하는 얼굴이었다. 물론, 이는 우유도에게 이미 계획된 행동이었다. 우유도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듣기 안 좋은 말을 먼저 하겠습니다. 엄 장로님은 성경의 명단에 제 이름이 들어가게 그냥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만약 상황이 이상하게 흐른다면 반드시 사전에 제게 연통을 주십시오. 만약 뒤에서 수작을 부린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허, 정말, 자네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어째서 믿지를 못하는가. 자네는 의심이 너무 심한 경향이 있어. 됐네, 알겠네.”
엄입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유도는 그 즉시 유쾌하게 웃으며 건배를 했다.
이는 사실 우유도의 의심이 많은 것이라 할 수 없었다. 이제 높은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이러한 위치에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사소한 부주의 때문에 의외의 실패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천도비경의 일을 한 번 겪고 나니 더욱 방심할 수 없었다. 원래라면 천도비경도 갈 필요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결국은 들어가게 되지 않았던가! 지금 자금동에서 적지 않은 사람의 원한을 샀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우유도가 어찌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가만히 있겠는가?
어떤 일들은 대비가 필요했다. 대비할 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임해서 철저히 준비해야 했다.
엄입은 오랜만에 만찬을 맛보았다는 듯, 즐거운 얼굴로 초려산장에서 돌아갔다.
그를 보낸 후, 우유도는 즉시 관방의와 원강을 불렀다. 그리고 즉시 효월각의 옥창과 만수문의 장로 조경, 그리고 사해의 사람들에게 연락해 성경에 들어가는 사람을 최대한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내라고 촉구했다.
우유도는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만약을 위해서 대비해야 했다!
* * *
한국이 송국 경내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철수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금작은 안정을 추구했다.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을 크게 경계했다. 그 때문에 모든 책임을 짊어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약속했던 대로, 자신이 갖고 있던 대사마 지위를 내려놓았다. 대사마 지위뿐만이 아니었다. 귀족의 지위까지 내려놓았고, 그는 그대로 서민으로 신분이 떨어졌다. 그렇게 억지로 한국의 철군을 이루어 냈다.
소식을 들은 후, 몽산명이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에 계획해두었던 것을 이루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아쉬웠다. 정말로 한국과 송국이 크게 원기를 소모했다면, 연국은 그 두 나라를 집어삼킬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한방에 후환을 모두 정리하고 오랜 평안을 누릴 수 있었다.
후진이 세워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기에, 후진은 지금 자신들에게 견제 세력이 될 수 없었다. 그러니 후진의 국력이 강하지 않은 지금이 그 두 나라를 집어삼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몽산명은 크게 한숨을 쉬고는 이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괜히 쓸데없는 미련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다만, 금작이 서민이 된 일에 대해서는 그리 안심하지 않았다. 몽산명이 보기에 이는 허튼소리에 불과했다. 금작에 대한 황제의 신임이 아직 굳건한 이상, 일단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복직할 수 있었다. 금작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그 지위를 박탈당했다고 한들 정말 보통 서민이 될 리가 없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이 그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서민은 개뿔, 황제의 칙령이 적힌 종이 한 장이면 다시 대사마로 복직할 게 분명했다.
* * *
철수하는 군대를 보며 금작은 다소 서글퍼하고 있었다. 원래는 송국이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을 빌미로 철수 조건을 조정하려 했다. 그는 한국 국경과 가까운 곳에 있는 송국의 영토 일부를 한국에게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었다.
다행히 송국 삼대 문파는 한군이 철수하겠다는 말에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 금작은 송국의 영토 일부를 받아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웬걸, 오공령이 문제였다. 오공령이 죽어도 그 조건을 승낙하지 않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한국이 점령한 송국의 모든 영토는 반드시 송국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다. 오공령은 자신의 휘하에 있는 병사들을 선동했고, 병사들 또한 오공령과 한 몸 한 뜻이 되어 오공령의 뜻에 동조했다. 이는 황제가 된 오공령에게 죽을때까지 충성하기로 병사들의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이 병사들은 자신들이 죽더라도 단 한 톨의 땅도 넘겨주지 않겠다고 소리쳤다.
송국은 이미 더는 싸울 힘이 없었다. 이대로 조금만 시간이 더 흐른다면, 송국은 황폐해질 것이고, 대군에 보급을 유지하는 것마저 어려워질 것이다. 잠시 후면 송군이 다 굶어 죽을 판인데 싸우긴 뭘 싸운단 말인가?
송국 삼대 문파는 오공령의 이런 뻔뻔한 태도에 정말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그들은 오공령을 어찌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공령 일파를 숙청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정말 그렇게 한다면, 아마 한국은 기뻐 죽을 것이다. 철수는 말할 것도 없고 아마 그 기회를 틈타 송국을 삼키려 할 것이다.
결국, 오공령이 이겼다.
한국의 대 전략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철수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공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항하겠다고 하니, 한국은 겨우 송국의 영토 조금 때문에 계속 송국과 싸우며 한국의 국력을 소모할 수 없었다.
양측은 결국 협상을 체결했다. 송군은 더는 달라붙지 않았고, 한군은 전격적인 철수를 했다.
결과가 이렇게 되자, 송국 삼대 문파는 오히려 오공령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들은 이 결과에 대해서 크게 반색했다. 오공령이 옳았다. 한국과 협상할 때의 그 강세는 허장성세에 불과했다.
송국 삼대 문파는 오공령이 이렇게 강경한 태도로 나오면, 한국이 송국의 영토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작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 하다가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오공령의 뜻대로 되었다. 송국 삼대 문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군이 철수했고, 두 나라의 전쟁이 끝난 것이다. 드디어 더는 싸울 필요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적에게 빼앗겼던 국토를 모두 수복했다. 고난 중에 어렵게 버티던 송국의 백성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희소식이 도착한 곳에서 여기저기 ‘폐하 만세’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순간에 송국에서 오공령의 명망이 저 하늘 위까지 치솟아 올라, 감히 따를 사람이 없었다!
송국 삼대 문파는 오공령을 황제로 만든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목탁진보다는 능력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