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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15화 (213/1,000)

1115화. 이게 황제의 모습이오?

“따지고 보면, 오공령은 네 자부잖아? 하하하, 황제 자부라니!”

한국과 송국의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공령에 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관방의가 놀리듯이 말했다. 우유도의 얼굴이 괴상해지는 것을 본 관방의는 참지 못하고 몸이 흔들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우유도 또한 마찬가지로 빙그레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곧 침음하며 말했다.

“난세의 간웅이구나!”

우유도는 오공령을 칭하고 있었다. 다만, 관방의가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그저 운이 좋은 후안무치한 소인일 뿐이지. 송국 삼대 문파도 벼랑 끝에 몰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황제의 지위를 그에게 주지도 않았을 거야.”

“운? 이게 길에서 동전을 줍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천하 정세가 수시로 변하고 있어. 아무 사람이나 그 운을 쉽게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우유도가 다시 미미하게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말했다.

“확실히 능력은 있는 것 같아….”

잠시 생각하던 우유도가 말했다.

“기회가 있다면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군! 의남매를 맺은 누님도 참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으니, 슬슬 연락할 때도 되었지. 나 대신 안부 서신을 보내도록 해.”

“황후 누님이라…. 풋!”

관방의는 또다시 크게 웃었다. 천녀교의 장로에서 황후가 되었다. 거기에 우유도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떠올리기만 해도 우스웠다.

* * *

송국의 황궁, 누각 위.

화려한 옷을 입고 머리에 봉관을 쓴 고귀한 모습의 혜청평이 있었다. 그녀는 난간을 짚은 채, 한 손에는 서신을 들고 읽고 있었다. 우유도가 보내온 서신이었다.

“사부님,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궁녀의 의복을 입은 제자가 다가와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은 다들 천녀교를 배신했으니, 다시 천녀교의 의복을 입을 수는 없었다.

서신을 들고 있던 혜청평이 뒤돌아보니, 먼 곳에서 오공령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오공령은 아무리 보아도 황제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그저 거친 야인일 뿐이었다. 심지어 황포도 입고 있지 않았다. 여전히 갑주를 입은 모습인 그는 얼굴도 숯처럼 검게 그을려 있었다.

다만 이전과 달리, 오공령의 모습은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그 덕분인지 두 눈은 더욱 커졌고, 형형하게 빛났다.

지금 온 송국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피폐해져 있었다. 사실 오공령이 그리 한국에게 엄포를 놓은 것은, 정말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큰 도박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국 또한 상태가 안 좋았기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지만, 사실 한국이 물러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송국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한국에게 허장성세를 한 것과 달리, 송국 내부는 정말로 많이 병들어 있었다. 지금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빠르게 유민들을 정착시키고 땅을 갈고 파종을 하는 것이었다. 계절이 지나기 전에 이제라도 밭을 갈아야 했다. 오공령은 지금 그 일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지금 그는 매일 병사들을 이끌고 여기저기 다니며 땅을 살펴보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다른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잘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곡식이었다!

장군으로서, 그는 병사들에게 식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우 잘 알고 있었고, 그런 그였기에 나라에 백성이 먹을 곡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도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 문제를 절대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밭을 갈고 파종을 하고, 위국에서 곡식을 구매했다. 오공령은 지금 그 일 때문에 매우 바빴다.

이런 모습은 이전의 황제 같지 않았다. 그 전에 황궁 안에 숨어있던 목탁진과 너무 달랐다. 이 황제는 황궁에 머무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저 끊임없이 밖으로 나돌았다.

승상 자평휴는 뒤에서 오공령을 따르고 있었는데, 나이가 나이다 보니 오공령의 발걸음을 따르기 버거워 보였다. 자평휴가 말했다.

“폐하, 황제의 신분으로 어찌 이렇게 밖으로만 나가려고 하십니까. 이건 법도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법도는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지금은 파종하는 일부터 처리해야 하오. 성 남쪽 삼십 리 밖에 끝없는 들판이 펼쳐져 있소. 그렇게 넓은 들판을 어째서 지금까지 놀려두고 있는 것이오? 아직도 파종하려는 흔적이 보이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해 보시오.”

“폐하, 백성들이 유민이 되어 여기저기 유랑하고 있습니다. 아직 일손을 불러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공령이 뒤돌아 부장에게 소리쳤다.

“군령을 내려라. 경성에 있는 병력 중에 십만의 병력을 차출하여 가서 그 땅을 갈고 파종하도록 시켜라. 칠 일 후, 그 땅을 다시 한번 점검하겠다. 그때도 그 땅을 그냥 놀리고 있다면, 사령관 보고 그 머리를 들고 날 찾아오라 전해라.”

“알겠습니다!”

부장이 대답했다.

“또 한 가지, 각지에 주둔한 군대들에게도 할 일 없이 시간 보내지 말고 농사나 지으라고 해라. 나중에 논공행상할 때, 누가 농사를 잘 지었는지 확인하고 이를 공로로 인정해 주겠다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부장이 다시 대답했다. 오공령이 다시 뒤돌아 자평휴에게 말했다.

“승상, 조정의 이름으로 천하에 공표하고자 하는 것이 있소. 만약 누군가 지정한 시간 안에 황무지를 개간한다면, 그 땅을 그자에게 주겠다고 하시오.”

자평휴는 오공령의 부하 장수가 아니었다. 말만 하면 그대로 집행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가 오공령을 설득하며 말했다.

“폐하, 그렇게 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부 황무지는 아직 그 주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막무가내로 가서 파종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오공령이 누각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 차를 올리라고 손짓하고는 말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북주의 소평파가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소. 그는 할 수 있는데, 나는 왜 못하는 것이오? 그 황무지에 주인이 있는지는 상관하고 싶지 않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누군가 지정한 시간 안에 황무지를 개간하면 그 땅은 그자의 것이라는 것이오. 그렇게 하시오! 만약 누가 소란을 부린다면, 먼저 본 장군의 칼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것이오!”

그가 차가운 눈으로 흘겨보며 말했다.

“전란이 일어 송국의 인력이 이미 큰 손실을 보았소. 사람이 바로 송국의 근본이오! 승상, 올해는 전쟁이 끝난 첫해니 별말 하지 않겠지만, 만약 내년에도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상황이 나온다면, 또 그 때문에 송국 경내의 인심이 흉흉해진다면, 승상은 그만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오. 설사 삼대 문파가 그대를 위해 나선다고 하더라도,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신을 처리할 것이오. 그러니 알아서 하시오!”

이게 황제가 할 말이란 말인가? 하지만, 오공령의 살벌한 얼굴이 장난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자평휴는 얼굴을 씰룩거리며 포권을 했다.

“알겠습니다!”

오공령이 다시 말했다.

“위국의 곡식을 사들이는 일도 빠르게 진행하시오. 지금 송국에 있는 곡식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오. 곡식을 운반하는 것에도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오. 나는 보름 안에 곡식을 구매하는 일에 결과를 보았으면 좋겠소. 내게 어렵다고 말하지 마시오. 방법은 알아서 생각해 보시오. 만약 조정의 대신들이 이런 일조차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무엇이겠소? 일을 못 하겠다면 가서 밭이나 일구시오. 괜히 똥도 안 싸면서 뒷간을 점령하고 있지 말고!”

“알겠습니다!”

자평휴는 곤란해하며 대답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법도에 따라 일을 진행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미 얼마나 오랫동안 조회가 열리지 않았는가. 날이 밝자마자 경성을 빠져나가고, 며칠 동안 황궁에 돌아오지도 않았다. 오공령은 곡식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모두 조정의 신하들에게 처리하게 했다.

자평휴가 떠난 후, 혜청평이 다가와 한쪽에 앉더니 냉소 지었다.

“진흙탕은 벽에 발라도 흘러내린다더니, 지금 그게 황제의 모습인가요? 당신처럼 조회를 열지 않는 황제가 있습니까?”

오공령이 반문했다.

“그럼 황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오? 황제라면 수많은 후궁을 거느리고 있어야 하지만, 당신이 그걸 허락하겠소? 이게 황제의 모습이오?”

혜청평은 입을 삐죽거리고는 화제를 돌리려는 듯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승상이 한 말이 틀리지 않아요. 그 황무지는 주인이 따로 있어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아마 그 수많은 황무지의 주인은 바로 조정의 대신들일 거예요. 이 천하의 가장 큰 지주가 그들이라는 것을 누가 모를까요? 당신이 이렇게 하면 조정의 신하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어요.”

“말? 나는 목탁진이 아니오. 목탁진은 그들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 하지만 그건 그들이 칼을 쥐고 있기 때문이었소. 하지만 나는 다르오! 이젠 내가 칼을 들어 그들 목에 대고 있으니, 그들의 불만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소.”

“밭을 개간하면 그 땅이 그 사람의 것이 된다고요? 저들 유민들은 곡식을 심을 종자조차 없어요. 결국은 저들 대갓집이나 이득을 보겠지요. 나중에 송국 경내에 수많은 백성이 농사지을 땅이 없어지면 그때는 어찌할 건가요?”

“나중 일은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이익을 주지 않으면 누가 힘을 내겠소? 일단 상황을 안정시켜야 하고, 상황이 안정된 후에 저들을 처리해도 늦지 않소.”

오공령이 손사래 쳤다. 혜청평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녀가 들고 있는 서신을 보며 물었다.

“누가 보낸 것이오, 천녀교?”

혜청평이 서신을 탁상 위에 올리고는 말했다.

“우유도에요.”

“우유도? 당신과 의남매를 맺은 자를 말하는 거요? 흠, 그가 뭐라고 했소?”

오공령은 의아해하며, 즉시 서신을 집어 들었다. 수척해진 덕분에 날카로워진 두 눈이 때구루루 구르며 서신을 훑었다. 서신의 처음에는 과거에 두 사람이 만났던 인연에 대해 조금 언급하고 있었다. 뒤쪽에는 좋은 말로 혜청평을 축하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이곳을 찾아와 혜청평과 만나 회포를 풀겠다는 말들이 적혀 있었다.

혜청평이 코웃음을 쳤다.

“이제 와 의남매가 무슨 소용인가요. 그 당시에 나는 그자에게 이용당한 것일 뿐이에요. 필요하면 누님이라 부르며 날 찾아왔지만, 내가 필요 없을 땐 아무리 내가 부탁해도 소용이 없었지요. 지금 서신을 보낸 것을 보니 아마 내가 득세한 것을 보고는,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얻어 먹어보려 하는 것 같아요. 과거의 인정을 들먹이며 콩고물을 달라고 하는 것이지요. 소인에 불과한 자니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다만 혜청평의 말에도 오공령이 심각한 얼굴로 침음했다.

“과거, 창주는 바로 자금동이 장악하고 있었소. 창주의 사람 중에 자금동의 안색을 살피지 않는 사람이 없었지. 지금 보니 이 자가 자금동의 장로가 된듯하군.”

혜청평은 오공령의 방자하고 거친 모습은 많이 보았어도, 지금처럼 심각한 모습은 많이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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