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화. 이 사람은 아주 위험하오
“어째 우유도를 꺼리는 것 같군요? 지금 그가 연국의 창주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를 왜 경계하는 거죠?”
오공령이 서신을 들고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보기에 이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오. 약관에 하산하여 수많은 역경을 이겨냈지. 상조종이 지금의 지위까지 오른 것은, 다 그자 덕분이라 할 수 있소. 처음엔 모두 상조종을 무시했지. 하지만 지금, 그 누구도 상조종을 가벼이 여길 수 없소. 그 뒤에 다 이 자의 수작이 있었다는 것이오. 그렇게, 지금 이 자는 상조종 일파의 세력을 그 손에 꽉 쥐고 있게 됐소. 심지어 몽산명조차 그자의 명령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른다고 했소. 이 자는 경계할 필요가 있는 자요!”
“어째, 졌다고 인정하는 건가요? 당신은 일개 반란군에서 송국의 황제가 되었어요. 설마 그자보다 당신이 못하다고 보는 건가요?”
오공령이 손사래를 쳤다.
“다르오. 그자는 그야말로 맨손으로 시작했지, 그런 상황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오. 반면, 나는 이미 내 손에 수십만의 병력이 있었기에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지. 게다가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 우유도라는 사람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소. 생각해 보시오. 그의 세력이 송국을 격파한 이후, 더는 송국을 신경 쓰지 않고 물러갔소. 만약 그가 그렇게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 또한 있을 수 없었소!”
“정말 놀랄 일이군요. 당신이 그렇게 다른 사람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의 위엄을 낮추다니 말이에요. 그렇게 자신을 비하할 필요 있나요?”
오공령은 손에 든 서신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나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오. 그저 이 사람이 아주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하는 말이오. 그 많은 사람이 누구도 우유도를 통제하지 못했소. 더욱이 그자는 자신에게 닥친 수많은 어려움을 하나하나 이겨내고 세력을 일으켰지. 이것만 보아도 이미 이 자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쉽게 설명할 수 있소.”
“과거, 당신들이 나를 설득한 덕분에 내가 반란을 일으켰었소. 내가 반란을 일으켰을 당시, 나는 그자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고, 그가 차지한 남주의 병력과 부딪칠 뻔한 적이 있었소. 솔직히 말하면, 난 그때 하마터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뻔했소. 다행히 내 반응이 빨라 위험을 벗어날 수 있었지.”
“무슨 소리에요 그게?”
“그자의 휘하에 몽산명이 있다는 걸 그때 당시에 몰랐었소. 그러니 만약 그와 싸웠다면, 난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오. 반평생 동안 전장을 전전했소. 위험에 대한 경각심은 남다르다고 자부할 수 있소. 그 당시 내가 가진 병력으로 몽산명과 싸웠다면, 난 아마 구 할의 확률로 패배했을 것이오.”
“아무튼 이제 그자는 자금동의 장로가 되었고, 그 손에 연국 최정예 병력을 쥐고 있소. 연국 군대에 대한 영향력이 보통이 아니지, 연국 삼대 문파조차도 그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테고, 쉽게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오.”
“게다가 조국을 생각해 보시오. 조국이 어떻게 멸망했소? 그것 또한 이놈과 연관이 없는 일이 아니오. 후진의 세력과 우유도가 손을 잡았었다는 건 이미 많은 세력에게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지. 게다가 얼마 전에 내게 소식이 들어왔소. 그 정보에 의하면, 우유도가 또다시 연국 삼대 문파와 한판 하려는 것 같더군.
북주에서 우유도는 소등운의 병력을 빌려 한차례 대대적인 숙청을 했소. 그렇게 북주를 철저하게 손에 넣었지. 지금 그자는 높은 신분과 큰 권력을 쥐고 있소. 또 우리 송국은 연국과 붙어 있으니, 확실히 대비해야 할 것이오!”
혜청평이 잠시 침묵하더니, 서신을 가리키고는 말했다.
“그럼 어찌하자는 건가요?”
“이 사람은 아주 위험하오. 이 사람에게 찍히면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할 수 있지. 그러니 굳이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 없을 것이오. 물론, 그자가 너무 쉽게 달라붙지 않도록 적당히 거리를 유지할 필요도 있겠지. 그자가 갑자기 당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것이 무슨 꿍꿍이속인 줄 알겠소? 일단은 그자와 교류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시오.”
* * *
물결치는 구름과 운해가 가득한 산 정상. 그곳에 있는 고송 아래,
우문연이 뒷짐을 지고 있었다. 곧 곤림수가 그곳에 도착해 예를 올렸다.
“왔느냐.”
우문연이 뒤돌아 미소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우문연은 곤림수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또 한 번 속으로 감개무량해했다. 천화교에서 삼대 이후 연성한 사람이 없는 천화무극술을 연성한 제자였다!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의 적전제자가 아닌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만약 그의 적전제자였다면, 지고 비법을 수련할 기연을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장로급이 되지 않고는 비법을 접할 기회가 없었으니, 사부이자 장문인인 자신이 건재하는 한, 그의 적전제자가 장로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적전제자가 지고 비법을 수련하기 위해선, 십 년 폐관이라는 모험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는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 자신도 이를 추천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그는 그저 감개무량한 심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이것이 다 운명인 것이다!
곤림수가 공손하게 물었다.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일전에 표묘각에서 각 문파의 장문인을 모아….”
우문연은 성경의 일을 느긋하게 일러주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곤림수는 깨달았다. 사부님이 걱정하는 일이 정말로 일어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장문인이 단독으로 그를 불러서 이 일을 알려줄 리 없었다. 곤림수가 곧이어 물었다.
“제가 성경에 가기를 바라시는 건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우문연은 다소 의외라는 듯이 곤림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사람은 그 지위에 따라 생각하는 것도 다른 법이었다. 결국, 우문연은 천화교의 장문인이었다.
수많은 세대가 지난 후, 후인들은 기억할 것이다. 몇 대 장문인이었던 누가 천화교를 위해 이런 일을 했었다. 그리고 그가 저런 일을 했었다. 이렇게 다들 떠들며 말할 것이다. 하지만 장로는 달랐다. 몇 세대가 지나도 장문인을 기억하는 자는 많았지만, 몇 세대가 지나면 장로는 대부분 잊혀졌다. 심지어 몇 세대 전에 장로가 몇 명이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하는 이가 있을 리 만무했다.
이 말은 곧, 장문인의 생각과 아래 장로들의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다들 천화교가 잘되기를 바랐지만, 장문인과 장로가 생각하는 방향성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천화교를 바라보는 시야의 깊이와 높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직책이 다르면 짊어진 책임도 달랐으니, 시야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장로는 자기 일만 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장문인은 전체적인 상황을 총괄해야 했다.
천화교에 정말로 오랜만에, 그것도 아주 어렵게 천화무극술을 연성한 제자가 나왔다. 우문연 같이 문파의 역사를 책임진 사람의 시점에서 봤을 때. 그는 곤림수가 성경에 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중점적으로 키워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문연의 편에 서는 장로가 없었다. 다들 문규를 들어 그를 성경에 보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온 문파의 고위층에서 단 한 명도 곤림수를 위해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우문연은 양측의 의견을 조율할 여지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문규를 무시할 수도 없으니 문제였다. 장문인이 억지로 문규를 거스르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우문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곤림수, 너도 알다시피, 금지에서 폐관한 제자들은 그곳에서 나온 후, 다들 합당한 부담을 져야 한다. 특히 너는 십 년을 폐관했기 때문에, 십 년 동안 문파를 위해 한 일이 하나도 없다. 종문은 문규에 따라 전력으로 너를 십 년 동안 지원했으니, 문규에 따라 문파에 큰일이 있다면 너는 반드시 나서서 그 부담을 나누어야 한다.”
“제자도 알고 있습니다. 종문의 법도에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네가 가고 싶지 않다면, 네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너는 이제 산에서 내려가서 적당한 변명을 준비하거라, 내가 문 내에서 변론의 장을 열 터이니, 네 말이 이치에 맞기만 한다면, 내가 네 편을 들어 주도록 하마. 한 가지만 기억하거라. 문파를 위해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고해서 반드시 성경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했느냐?”
그는 곤림수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기를 바랐다. 그가 곤림수를 부른 것은 그를 도와주기 위함이었다. 그가 성경에 가면 죽을 위험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문파의 미래를 위해 지고비법을 수련한 제자가 이리 허무하게 죽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를 도울 이유가 필요했다.
곤림수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변론할 필요 없습니다. 제자는 제가 부담해야 하는 것을 회피할 생각이 없습니다. 성경으로 가겠습니다.”
우문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성격이 몹시 완강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지금 보니 너를 찾을 것이 아니라, 네 사부를 먼저 찾았어야 했겠구나.”
“하지만 성경에 가기 전에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놈은 어찌 남의 말은 들을 생각도 안 하고 자기 할 말만 한단 말인가? 참으로 고집스러웠다. 우문연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무슨 부탁이더냐?”
“제자가 과거, 우유도의 손에 패배해 문파를 수치스럽게 했습니다. 제자가 십 년 동안 고련한 것은 모두 그 치욕을 씻기 위해서입니다!”
우문연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유도와 다시 한번 겨뤄보고 싶은 것이냐?”
“그렇습니다!”
“너는 지금 우유도의 신분과 지위를 알고 있느냐?”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면 얘기가 빠르겠구나. 너는 그와 겨룰 자격이 없다. 자금동의 장로가 너와 목숨 걸고 싸울 이유가 있겠느냐?”
“목숨 걸고 싸우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자에게 대련을 청하는 것뿐이니, 그저 서로 자웅을 겨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자웅을 겨룬다?”
우문연이 서늘해진 얼굴로 말했다.
“어이없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자금동의 장로에게 도전한단 말이냐?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아라. 만약 자금동의 일개 제자가 우리 천화교의 장로에게 도전한다면 우리가 승낙하겠느냐? 아마 우리 문파의 장로를 만나지도 못할 것이다!”
“바로 그래서 제자가 혼자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또 그렇기에 종문의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종문의 도움이 있다면, 우유도 또한 제 말을 가벼이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터무니없군! 됐다. 종문은 그 일을 돕지 않을 것이니, 다시는 그 일을 언급하지 말아라. 너는 이대로 돌아가서 변론을 준비하거라. 구체적인 일은 본좌가 네 사부와 상의해 보도록 하겠다.”
우문연은 말을 마치고는 소매를 휘두르며 그대로 몸을 날렸다. 곤림수와 더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우거진 산과 운해, 곤림수의 얼굴에 고통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도 장문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고집을 꺾고 싶지 않았다. 그가 직접 자금동을 찾아간다면 어떨까? 곤림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전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우유도를 만나기도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