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화. 없다고 해!
우문연은 즉시 방탁을 찾아갔다. 그는 정말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 방탁을 찾아 의논한 후, 방탁과 함께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 위해 한참이나 대화를 나누었다. 당연히 방탁도 자신의 제자를 성경에 보내고 싶지 않았으니, 둘은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마친 후, 우문연은 즉시 장로들을 불러모아 임시 회의를 열었다.
장로들이 모이자, 우문연은 성경에 갈 제자들을 뽑는 일에 대해 언급했고, 이에 대해 쟁론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문 내에서 곤림수를 위해 공개적인 변론을 열 준비를 했다.
하지만 천화교의 장로들 또한 바보가 아니었다. 다들 장문인이 애써 돌려 말하기는 했지만, 곤림수를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장문인의 위엄과 권세가 있으니, 장로들 또한 함부로 이 일에 대해 장문인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나서지 못했다.
심지어 장문인과 방탁이 준비한 변명은 아주 그럴듯했다. 일을 아주 치밀하게 처리했으니,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로 곤림수를 보내지 않는 것이 문규를 어기지 않는 것 같았고, 또 문파를 위한 일인 듯싶었다. 그렇게 합리적이면서도 논리적인 변명거리를 내세웠으니, 감히 장로들조차 이에 대해 쉬이 반박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 누구도 장문인의 말에 대해 잘못되었다 지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곤림수 본인이 갑자기 이 회의에 끼어든 것이었다. 그는 무례함을 용서해 달라 말하고는, 겁도 없이 대뜸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곤림수는 만약 우유도와의 비무를 성사시켜 주기만 하면, 자신이 문파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자신이 알아서 성경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미련한 놈!’
장문인과 방탁이 속으로 탄식했으나, 겉으로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곤림수가 설령 천화교 장로들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자금동의 장로와 대련을 성사시키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곤림수는 천화교의 일개 제자일 뿐이었다. 장로와 대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곤림수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저 장로님들께서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대결이 이루어지든 말든, 종문의 장로들이 최선을 다해 도와주기만 하면 자신이 성경에 가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결국 순조롭게 진행되던 우문연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갑자기 일단의 장로들이, 다들 곤림수가 과거에 받은 치욕을 씻어야 하지 않겠냐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장로들 또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다들 이는 천화교의 치욕이나 다름없는 일이니, 문파의 치욕을 씻기 위해 다들 곤림수와 우유도의 대련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아 떠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무슨 말을 한들, 우문연은 종문의 이름으로 그 일을 하려 하지 않았다. 여전히 터무니없다고 할 뿐이었다!
결국, 치열한 대화 끝에 모든 장로가 이를 위해 힘쓰는 것은 적당치 않다는 합의가 내려졌다. 그중에서 한 사람을 꼽아 그 개인의 이름으로 곤림수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렇게 장로 전복성이 선택되었고, 전복성이 곤림수와 동행해 자금동을 방문하기로 했다. 물론, 전복성은 곤림수에게 자금동에 가서 만약 거절당하더라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었다.
우문연은 기가 찼다. 자신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고 만 것이다. 말을 물가로 데려다 놔도 물을 마시는 건 말의 주둥이라더니!
곤림수의 태도가 너무 고집스러웠다. 기껏 열심히 물을 퍼다 옆에 대령해 놨더니, 뒷발로 물이 담긴 양동이를 걷어차 버렸다.
그 고집이 가히 쇠심줄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밖으로 나간 이후, 사람들이 떠나가자, 방탁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곤림수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썩은 나무는 조각에 쓰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됐다. 되었다! 이제야 너를 알겠구나!”
우문연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곤림수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국적으로 보지 못했고 시야가 너무나 좁았다. 그제야 곤림수가 과거 우유도에게 치욕을 당한 일이 이해가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했다!
이런 사람이 미래에 어찌 천화교의 장문인이 될 수 있을까. 그 경지가 아무리 높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 봤자, 한쪽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장로 정도가 한계였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이라고 해봤자 천화교를 위해 목숨을 거는 싸움꾼 정도일까.
그를 지지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으니, 결국 우문연조차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원래, 우문연은 직접 곤림수와 화봉황의 혼사를 주관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고 나니 우문연은 그런 생각도 모두 사라졌다. 방탁에게는 호의로 혼사를 추진했다가 화봉황을 과부로 만들면 자신이 죄를 짓는 것이 아니냐는 말로 고사해버렸다.
방탁은 크게 낙심했다. 화봉황을 과부로 만든다? 화봉황이 과부가 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곤림수가 성경에 가는 일이었다. 즉, 이제 우문연은 곤림수가 성경에 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확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방탁이 고심하다가 화봉황에게 곤림수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하지만 화봉황은 죽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곤림수가 성경에 가든 말든 여전히 그와 혼인하기를 원했다.
정말로 두 사람 모두 고집이 황소 심줄보다 더 질겼다. 두 사람이 애초에 닮은 사람들이라 연인이 된 것일까? 아니면 연인이 된 후에 서로 닮게 된 것일까? 방탁은 정말로 알 수 없었다.
곤림수가 혼인을 하는 그 날은 나름 분위기가 활기찼다. 문중에 좋은 일이 있으니 장문인도 얼굴을 내밀 수밖에 없었고, 가벼이 축하 언사를 건넸다.
모두의 축하 속에 두 사람의 첫날밤이 꿈 같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꿈같은 시간을 보낸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혼인의 행복한 여파가 다 가시기도 전에 곤림수는 천화교를 떠났다. 성경에 가기 전에 십 년 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다만, 화봉황 또한 죽어도 기어이 같이 가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곤림수를 보내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하니, 곤림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와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장로 전복성은 종문의 날짐승을 한 마리 빌려서 그들 부부를 데리고 연국 자금동으로 향했다.
* * *
멀고 먼 곳에 있는 손님이 왔다. 그것도 자금동과 같은 등급의 천화교 장로였다. 당연히 자금동에서도 그들을 크게 환영했다.
자금동의 장문인 궁임책도 시간을 내서 직접 얼굴을 보일 정도였다. 주객이 서로 마주한 자리에서 같이 온 곤림수가 당연히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곤림수라….”
미소 띤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던 궁임책이 멈칫했다. 그 이름이 귀에 익숙했다. 좌우 장로들과 시선을 한번 마주친 궁임책이 다시 물었다.
“그대가 곤림수란 말인가?”
곤림수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과거 귀 문파의 우 장로님께 패배한 그 곤림수입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호…. 과연 그렇군….”
궁임책은 미소지으며 끄덕였다. 곤림수의 대답에 딱히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상대방을 칭찬할 수도, 그렇다고 칭찬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궁임책은 전복성에게 이 곤림수라는 자가 당신의 애제자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를 확인한다면 마치 우리 문파의 장로가 그쪽의 제자를 훈계한 적이 있지 않냐고 재차 언급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갔지만, 시선은 계속해서 곤림수를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대화는 이미 전복성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 전 장로께서 어찌한 일로 본문을 방문하셨소?”
자금동의 장로들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곤림수를 살펴보고 있었다. 과거, 우유도가 천화교의 제자를 한 대 쥐어박았다는 소식은 나름 문파들 사이에서 제법 유명한 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곤림수는 그 당시에 각 나라의 삼대 문파에 속한 제자들 중에 가장 뛰어난 자질을 가진 자로 소문이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그 당시, 작지 않은 소란이 일었고, 자금동의 사람들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었다.
게다가 우유도는 자금동의 장로가 되었으니, 본문 장로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 이들 장로는 당연히 알아본 바 있었다.
전복성은 우유도를 찾아왔다고 말하지 않았다.
“얼마 전 들은 소식에 의하면, 송국 대도독 나조가 후진에 귀순했다고 합니다. 이 효월각의 야망이 작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귀 문파는 효월각과 협력을 한 적이 있으니, 귀 문파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미리 준비해두었던 전복성의 말이 시작되었다.
* * *
“후진의 세 대장군 중 한 명이라…. 나조가 후진으로 갈 줄 몰랐군.”
초려별원의 심처.
손에 정보를 들고 있는 우유도가 침음했다. 다소 의외였다. 옆에 있는 관방의가 말했다.
“아마도 효월각이 데려간 것 같아. 나조 혼자서는 아마 송국에서 쉽게 몸을 빼낼 수 없었겠지. 심지어 어떻게 그 먼 후진까지 갈 수 있었겠어. 거기에 후진에 가자마자 그런 높은 위치에 오르다니, 비록 아직은 병권이 없다곤 하지만 말이야.”
우유도가 끄덕이며 주위를 맴돌았다. 그건 분명했다. 그 전에 나조가 실종되었을 때, 우유도는 누군가 협력하는 세력이 있음을 의심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효월각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잠시 고민하며 멈춰 선 우유도가 뒤돌아 말했다.
“원숭이 쪽은 잘 감시하도록 해.”
관방의가 입을 삐죽했다. 그녀는 사실 원강의 그 일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이었다. 하지만 뭐라고 하진 않았다. 원강과 풍관아에 얽힌 일에 그녀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바로 이때, 문묵아가 들어와 보고했다.
“도야, 엄 장로님께서 사람을 보내 말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천화교의 전 장로가 와서 도야를 뵙고자 청하니, 준비하시라고 하셨습니다.”
“천화교의 전 장로라고 하면 전복성밖에 없지. 자금동에 오면 오는 거지, 나와 아무 친분이 없고, 그저 얼굴 몇 번 본 것이 다인데, 왜 나를 부른 거지? 나랑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인데, 그자가 나를 왜 만난다고 하는 것이냐?”
우유도가 의아해했다. 이에 문묵아가 말했다.
“곤림수를 기억하십니까?”
관방의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우유도가 그 일을 분명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과거, 우유도가 제경에 와서 그녀를 데려갈 때, 곤림수와도 곡절이 있었다.
“곤림수?”
우유도가 끄덕였다.
“알고 있지. 아주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머리가 이상한 놈이었지. 어째, 그놈도 왔단 말이냐?”
문묵아가 연신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자도 왔습니다. 전 장로와 같이 왔습니다. 전 장로가 갑자기 곤림수를 데리고 와서 도야를 뵙길 청하는 것을 보면 엄 장로님께서 뭔가 이상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고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할 수 없으니, 시간을 끌고 천천히 주변을 구경하며 움직이겠다고, 일단 아래 제자를 시켜 도야께서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이 일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렸다.
“전 장로, 곤 제자가 다 무엇인가. 그들이 나를 보고 싶다면 내가 그들을 반드시 만나기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 뭐야? 엄입이 돼지머리라도 삶아 먹었는가? 저들이 방귀를 뀌면 내가 손수 그 냄새를 맡아야 한단 말인가? 그자는 천화교의 장로인 거야. 아니면 자금동의 장로인 거야?”
문묵아는 식은땀을 흘렸다. 엄 장로에게 서슴없이 쌍욕을 퍼부었다. 아마 장문인도 그렇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종문에서 저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자신 앞에 있는 도야밖에 없을 것이다.
“저도 어찌 된 일인지 모릅니다. 소식을 전해온 자도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도야가 효월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 효월각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만 말했다고 합니다.”
“저들이 나를 찾으면 없다고 해!”
관방의에게 그 말을 전하고는 그대로 검을 지팡이 삼아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