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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18화 (216/1,000)

1118화. 뒷문으로 가세

관방의는 어쩔 수 없이 손님을 마중 나갔다.

초려별원의 대문에서 잠시 기다리니, 엄입을 포함한 세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 장로님.”

관방의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마치 손님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습이었다. 엄입은 마치 미리 이쪽에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홍랑, 우 장로께 천화교의 귀빈이 찾아왔다고 전해주시오.”

제경 홍랑에 대해서 천화교의 제자들은 제경 일대에 거주하며 이래저래 들어본 적이 있었다.

특히 전복성 장로는 관방의의 젊은 시절을 본 적이 있었다. 지금 다시 관방의를 본 그는 내심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젊을 적에 처음 눈앞의 여인을 보았을 때, 정말로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었었다. 하지만 문규 때문에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지금 이 여자를 보니, 눈가에 주름이 있고, 체형이 과거보다 아주 풍만해져 있었다. 얼굴의 지분(화장품)은 짙어졌고, 당시의 날카로움이 많이 갈려 나가 있었다. 몸매도 당시의 매혹적인 자태가 많이 사라져 있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수행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모든 사람이 원하던 홍랑이 이렇게 젊은 남자를 따라갈 줄은 다들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 홍랑을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젊은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 준다는데, 어찌 마다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제경 홍랑, 수많은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었고, 화려한 날의 기억이었다!

다만 인제 와서는 쓸데없는 생각일 뿐이었다. 다시 만난 전복성은 그저 담담한 미소를 보일 뿐,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관방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엄 장로님, 정말 공교롭습니다. 지금 도야가 자리에 안 계십니다.”

“…….”

사람들은 동시에 멈칫했다. 엄입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없다고? 어딜 갔단 말이오?”

관방의가 부채질하며 이를 보이고 웃었다.

“어찌 그런 것을 물어보시나요. 저는 일개 아랫사람에 불과하니, 도야가 어디로 갔는지 제게 말이나 했겠습니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엄입은 우유도가 안에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미리 보낸 제자에게 이야기를 듣고서, 천화교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엄입은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척 되물었다.

“언제쯤에 돌아올지는 아시오?”

관방의가 고개를 저었다.

“도야께서 말씀해 주지 않으셨으니, 언제 오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정말로 공교롭군, 정 형, 어찌하시겠소?”

엄입이 뒤돌아 미소지으며 물었다. 전복성이 곤림수의 반응을 보니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곧 미소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좀 기다리지요.”

엄입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손님들을 문밖에 세워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가 관방의에게 말했다.

“홍랑, 손님을 문밖에 세워놓을 수는 없지 않겠소?”

“안으로 드시지요!”

관방의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렇게 일행을 정원에 있는 정자로 안내하고는 차를 올리게 했다.

그들이 그곳에서 우유도를 기다리는 동안, 엄입이 그들과 동석했다.

심처에 있는 우유도는 소식을 듣고도 신경 쓰지 않았다. 기다리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심보였다.

우유도는 처마 밑에 있는 긴 의자에 반쯤 누워 자금잡기(紫金雜記)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건 ‘상청습유록’과 비슷한 서책이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보고 있었다. 자금동과 관련된 일이나, 혹은 자금동의 입장에서 기록된 종문 안팎의 일들이 적힌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엄입은 더는 참지 못했다. 그는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

문묵아가 멀지 않은 곳에서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를 불렀다. 엄입은 그녀에게 마치 일이 있다는 듯이 조용히 다가가서는 물었다.

“우 장로가 정말 안에 없는 것이냐?”

문묵아는 참으로 난처한 얼굴을 했다. 엄입은 이해한다는 듯이 다시 조용히 물었다.

“안에 있지?”

문묵아가 살짝 끄덕였다. 엄입은 뒤돌아 다시 정자로 들어가서 전복성에게 말했다.

“전 형, 이렇게 하릴없이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일단 돌아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전복성은 곤림수의 반응을 확인한 후에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좀 더 기다려 보겠습니다.”

“그러면 전 형, 송구스럽지만 제가 급히 처리해야 할 본문의 일이 생기는 바람에….”

전복성이 엄입의 말을 듣자마자 급히 말했다.

“어서 일 보러 가십시오. 우리만 여기서 기다려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작별인사를 한 엄입은 먼저 떠나갔다.

그는 초려별원을 나선 후, 그대로 떠난 것이 아니라, 별원을 빙 둘러 한 바퀴 돌아 후문으로 들어가 내원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곳에서 처마 밑에 유유자적 반쯤 누워 책을 읽고 있는 우유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엄입은 당장에 책을 낚아채고는 말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우유도가 일어나 말했다.

“엄 장로님 오셨습니까. 마침 잘 오셨습니다. 사람을 시켜 술상을 봐오라고 할 터이니 저와 같이 한잔하시지요.”

“외부에 있는 사람들을 도대체 만나볼 것인가 말 것인가. 솔직히 말을 해야지, 그냥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갑자기 왜 저를 보러 온단 말입니까?”

“효월각에 대해서 자네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더군. 자네가 효월각과 자주 알고 지내지 않았는가.”

“그게 참 이상합니다. 제가 왜 그들과 효월각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합니까. 종문은 무슨 의미로 그들을 제게 보낸 것입니까?”

엄입이 우유도에게 조급하게 결론 내리지 말라고 진정시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각국의 전마는 모두 제국에서 오는 것이네. 저들이 오자 장문인까지 얼굴을 내비쳤을 정도이지. 거기에, 저들이 과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대충 둘러대면 그만이지, 이런 일 가지고 서로 기분 상해서야 되겠는가.

자네가 이처럼 체면을 세워주지 않으면, 나중에 연국에서 전마를 구매할 때 저들이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다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어차피 어려운 일도 아니니 이럴 것까지는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나?”

우유도는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손을 뻗어 엄입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엄 장로님, 사람을 시켜 좋은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고 할 테니, 저희 딱 두 잔만 마시지요.”

“먹고 마시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지 않은가. 우선은 눈앞의 일부터 처리하도록 하세.”

“저들에게는 일단 좀 기다리라고 하지요. 가시지요.”

“하아, 장문인께서 나보고 손님을 접대하라고 하셨거늘….”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우유도가 강제로 엄입을 끌고 갔다.

하지만 사실 엄입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곳에서 만든 음식은 정말로 천하 일절이라는 것이었다. 단지 음식과 술을 마시고 온몸에 술 냄새를 풍기며 전복성 일행을 찾아갈 수는 없었다. 일이 있다고 떠난 사람이 결국 손님을 내팽개치고 술을 마시러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법력을 사용해 주기를 흩어 버리고 또 몸에 밴 술 냄새를 털어 낸 후,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초려별원으로 돌아갔다.

심처에 있는 우유도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하는 등 조금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고, 반면 전복성 일행은 해가 질 때까지 정자에서 그런 우유도를 기다렸다.

사실 전복성 일행도 우유도가 아마 자신들을 만나기 싫어 하는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곤림수의 태도가 너무 단호했다.

밝은 낮에서 늦은 저녁까지 계속해서 자리를 뜨질 않자, 엄입은 그들을 쉴 처소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 자리에서 우유도를 계속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 다시 아침이 밝았다.

아침 일찍 엄입이 다시 후문으로 가서 우유도를 찾아 설득했다.

“사제, 동생, 우 장로, 저 태도를 보았는가. 자네를 만나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는 모습이 아닌가. 이렇게 손님을 대하는 법은 없네. 한번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가?”

아침 해가 떠오르고 우유도는 물통의 손을 넣어 물을 묻히고는 옆에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향해 물을 튕기며 말했다.

“아직도 저들이 효월각 때문에 온 것 같습니까?”

엄입이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상한 일이네, 효월각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렇게 밤을 새우면서까지 기다릴 것은 아니니 말이야. 그것도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고 말이네. 심지어 전복성은 거기에 불만을 표하지도 않았고 말이야.”

“내게 볼일이 있는 것이지요. 그것도 제게 부탁할 일이 있는 것입니다.”

우유도는 판단을 내렸다. 손에 묻은 물기를 다 털어 내고 관방의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홍랑, 방금 들어온 소식을 엄 장로님께 보여드려.”

관방의는 빙그레 웃으며 정보를 엄입에게 건네주었다.

엄입이 내용을 확인하니, 거기에는 전복성과 천화교 내부의 대략적인 상황이 적혀 있었다. 물론 곤림수와 화봉황의 이야기도 있었고, 곤림수가 십 년 폐관을 마치고 나온 일, 얼마 전에 둘이 올린 혼인에 관한 이야기도 적혀 있었다.

이 일들은 천화교 제자들에게 비밀도 아니었고, 사람을 시켜 알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엄입이 내용을 확인하고 고개를 들어 물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전복성과 저 두 사람은 천화교에서 같은 계파의 사람이 아닙니다. 곤림수와 섭운상(화봉황의 본명)의 사부는 방탁이라고 하는 자입니다. 즉, 전복성은 자신이 천화교를 나올 때 자신의 계파가 아닌 두 사람을 데리고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 일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물론 안 될 것은 없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일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곤림수는 제게 부상을 입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관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폐관을 끝내자마자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것도 밖에서 세월이 무상하다는 듯, 저렇게 저를 기다리고 있지요. 그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무슨 효월각의 일입니까. 이건 처음부터 저 곤림수가 제게 볼일이 있었기 때문에, 저를 찾아온 것입니다.”

엄입이 생각에 잠기더니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고 말했다.

“자네가 시간을 끌면서 저들을 만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그게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이상하기도 하고, 사전에 아무런 징조도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고, 자금동의 장로들은 저를 함정에 빠트릴 생각만 하니, 저도 조심해야지요. 그러니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하고 대응을 해야 했습니다.”

엄입은 어이가 없어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자네는 정말 너무 의심이 많군.”

우유도가 손사래를 쳤다.

“가시지요. 도대체 날 보고 뭐라고 할지 궁금할 지경이군요.”

어쨌든 저들을 만나보겠다는 말에 엄입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 몇 걸음 걷지 않아 이상함을 발견하고는 급히 우유도를 붙잡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저들을 만나보러 가야지요. 제게 저들을 만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엄입은 우유도가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보게 동생, 그냥 이대로 내원에서 외원으로 나가겠다는 것인가? 자네가 여기에서 나가는 것을 보면, 고의로 저들을 바람맞힌 걸 인정하는 것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인정하면 인정하는 것이지요. 그게 뭐 어떻다고 그러십니까. 와서 소란을 피우려는 사람들입니다. 저들에게까지 예의를 차리라는 말씀입니까?”

엄입은 여전히 우유도를 붙잡고는 말했다.

“우 동생, 아니 우 장로! 우 장로는 뻔뻔해도 상관없지만, 나는 다르단 말이네. 만약 우리가 저들을 속이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내 체면이 어찌 되겠는가. 내 체면을 조금만 생각해 주면 안 되겠는가? 저들을 접대하는 나를 너무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 주시게. 앞으로 천화교에 가서 일을 처리해야 할 수도 있는데, 만약 저들이 나중에 복수한다면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그러니 우리 뒷문으로 가세. 요 주위를 한 바퀴만 도세, 딱 한 바퀴만 돌 수는 없겠는가?”

“없습니다! 너무 번거롭습니다. 그리고 여긴 내 집인데, 왜 도둑처럼 그리 움직여야 한단 말입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뒷문으로 가세.”

다만 이런 일에 대해서는 엄입 또한 제법 고집스러웠다. 엄입은 그대로 우유도를 끌고 뒷문으로 향했다. 우유도는 그렇게 비틀거리며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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