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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20화 (218/1,000)

1120화. 왜 도전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유도가 손을 들어 두 사람의 질책을 저지하고는 물었다. 곤림수가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흥미가 생겼다.

“곤림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네. 만약 내가 자네의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네와 싸우지 않는다면 어찌할 것인가?”

이건 곤림수에게 제대로 물어본 것이 되었다. 곤림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우유도를 강제로 공격해 우유도가 손을 쓰게 할까?

우유도가 손을 쓰고 싶지 않다면, 그가 그런 식으로 강요해도 소용이 없었다. 자금동에 수많은 사람이 곤림수를 처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니, 정말로 우유도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우유도가 승낙하지 않는다고 그가 정말 포기할 수 있는가 하면, 그 말 또한 차마 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의 숙원이었다. 이건 십 년 동안 그가 버틸 수 있도록 지탱해준 유일한 신념이었다. 그 긴 시간의 고독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그 느낌을 알 수 없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우유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좋아. 곤란하게 하지 않겠네. 딱 하나만 물어보지. 내가 왜 자네의 도전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만족스러운 대답을 한다면 고민해 볼 수 있지.”

곤림수가 고개를 치켜들고는 두 눈을 반짝였다. 희망을 본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의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여전히 적당한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우유도가 왜 그의 도전을 받아 주어야 하는가?

왜? 알 수 없었다. 이 승부를 통해 그가 우유도에게 이득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어떤 권세와 지위를 줄 수 있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아니면 권세와 지위가 아닌, 다른 뭔가라도 뭐 줄 수 있는가? 우유도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도 줄 수 없었다.

우유도는 두 손을 몸 앞에 있는 검 위에 올리고 열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였다. 상대방의 대답을 느긋하게 기다렸다. 마치 조금도 급할 게 없는 사람 같았다.

관방의는 차가운 눈빛으로 곤림수를 바라보며 내심 어리석은 자라고 욕하고 있었다. 또 남몰래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곤림수를 머리부터 끝까지 살펴보았지만, 도야의 상대가 되는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저대로 가다가는 도야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엄입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전복성을 바라보았다. 전복성이 침묵하며 곤림수를 저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정말로 곤림수 때문에 자금동을 방문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엄입은 이런 전복성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천화교가 무슨 약을 잘못 먹었길래 곤림수가 이곳에 와서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는 걸 두고 본단 말인가? 자금동에 이런 제자가 있다면, 그 다리를 부러뜨렸을 것이다. 어찌 감히 이처럼 방임한단 말인가!

한참을 침묵하던 곤림수가 갑자기 반문했다.

“우 장로님, 어떻게 해야 제 도전을 받아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걸 지금 내게 묻는 건가?”

우유도는 재밌다는 듯, 천천히 시선을 돌려 옆에 긴장하고 있는 화봉황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신혼이라고 들었는데, 이쪽이 자네의 아내인가?”

곤림수가 크게 긴장하더니 어렵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제 사매입니다.”

우유도가 손가락으로 검병을 탁탁 두드리더니 말했다.

“호오, 나름 괜찮은 외모이군. 만약 자네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전제조건이 자네의 아내가 천화교를 나와 내 노예가 되는 것이라면, 자네는 받아들이겠는가?”

우유도가 내건 조건을 듣자마자, 자금동의 사람들이 크게 경악했다. 물론, 자금동의 사람들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다 볼만하게 변해 있었다.

엄입은 우유도를 보며 얼굴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는 정말 우유도에게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 지금 우유도는 저 밖에 있는 일개 산수가 아니었다. 당당한 자금동의 장로였다. 말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남의 마누라를 보고 외모가 괜찮다느니, 그런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노예가 되라고?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 장로라는 자가 해선 안 될 말이었다.

관방의의 얼굴도 아주 볼만하게 변했다. 도야의 말을 듣고, 그녀는 자신이 잘못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려 해도 달리 해석할 수가 없었다. 그 안에 사악한 의미가 드러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 모두, 당연히 머릿속에서 나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화봉황은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물론 우유도가 하는 말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사형의 태도였다. 그녀는 곤림수의 반응을 빤히 바라보았다.

곤림수의 얼굴이 한껏 굳어있었고, 그 두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방금 그 말에 분노한 것이 분명했다. 결국 전복성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 장로, 말조심하시오. 아무리 장로라 한들, 천화교의 사람을 이리 무례히 접대할 순 없는 것이오. 게다가 외부인은 천화교의 제자를 천화교에서 나오게 할 권한이 없소.”

만약 곤림수가 먼저 무례한 짓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우유도에게 쌍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과합니까?”

우유도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곤림수를 보며 턱짓했다.

“내가 말을 확실히 하지 않았군. 자네가 지면 부인을 여기 남기고 떠나라는 것이네. 그리고 자네가 이기면 부인을 데려가면 그뿐이네. 그 정도 내기도 하지 못하겠다면 나를 이길 확신이 없다는 것이니, 도전하고 말 것도 없지. 젊은이, 돌아가게!”

그 말을 들은 관방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을 뻔했다. 하마터면 얼굴에 웃음 짓는 표정을 드러낼 뻔했다.

엄입도 웃음을 참았다. 젊은이라니? 자신은 젊은이가 아니란 말인가? 우유도의 입에서 나오는 저 늙은이 같은 말투가 참으로 민망할 지경이었다. 우유도의 나이는 분명 곤림수보다 더 젊을 터였다.

다만 우유도의 말을 듣자, 곤림수가 다소 안심한 듯했다. 자신이 생각하던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기면 사매가 남을 필요가 없다고? 곤림수의 얼굴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곤림수는 이번에 정말 우유도를 이길 확신이 있었다. 그러니 한마디로, 정말 우유도의 말이 틀림없다면 사매는 아마 별다른 위험이 없을 게 분명했다.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사매를 가지고 내기를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화봉황은 자신의 사형을 비교적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사형의 얼굴에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화봉황이 긴장하고는 말했다.

“사형, 대결하지 말고, 우리 그냥 돌아가요.”

그녀는 사형이 자신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는 사형이 머리가 뜨거워진 나머지 그대로 승낙할까 걱정이 되었다. 대결의 결과가 어찌 되든 사형이 이대로 승낙한다면, 그녀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이 이야기가 퍼져나가면, 그녀는 남편이 다른 사람과 대결을 하기 위해 내건 상품이 되어버린다. 그 기분이 어떻겠는가?

우유도는 곤림수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주 강경하게 나갔고, 곤림수를 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분노를 채 쌓아두기도 전에 그 즉시 조건을 살짝 풀어 주어 생각을 되돌릴 여지를 주었다.

지금 우유도가 이렇게 하는 건, 이 일에 대한 곤림수의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 떠보기 위함이었다. 곤림수의 한계가 어디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곤림수는 자신의 사매를 보며 크게 고민하는 얼굴을 하더니 갑자기 말했다.

“사매, 나를 믿어?”

그 말을 들은 우유도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더니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미소가 다소 괴이했다. 곤림수의 말을 들은 전복성은 뭔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느끼고는, 자신이 먼저 나서 곤림수의 말을 끊었다.

“곤림수, 넌 이 말에 응할 필요 없다. 황당하군! 우유도, 싸울 거면 싸우고, 그렇지 않을 거면 그만 때려치우시오. 이런 허튼소리는 집어치우시오!”

“마치 이게 다 제 잘못인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우유도가 그를 흘겨보고 냉소 지었다. 전복성이 뭐라 말하기 전에, 우유도가 먼저 곤림수를 보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보기 좋은 한 쌍을 갈라놓는 것도 못 할 짓인 것 같군. 이게 좋겠네. 좋은 일은 쌍으로 온다고 하니, 자네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이건 어떤가? 자네가 내게 진다면, 자네와 자네 아내 모두 천화교를 나와 내 노예가 되는 것으로 하지. 물론 자네가 이기면 둘은 자유롭게 돌아가도 된다네. 자네가 졌을 때만 여기 남아서 약속을 지키게.”

조건이 추가되었다. 그전에는 화봉황 한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부부 두 사람이 되었다. 전복성이 크게 분노했다.

“우유도, 지나친 말은 삼가시오.”

“이게 지나칩니까? 먼저 여기 찾아와 행패를 부린 게 누구입니까? 무슨 얼토당토않은 도전이니 마니 하는 이야기를 꺼낸 게 누구란 말입니까? 자금동의 장로가 일개 천화교의 제자가 하는 말을 꼭 들어줘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쪽이 먼저 터무니없는 부탁을 해왔으니, 자금동의 장로가 이런 조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겁니까? 그쪽이 지나친 겁니까, 아니면 제가 지나친 겁니까?”

그리고는 좌우를 돌아보고 소리쳤다.

“모셔라! 다들 가신다고 하는군.”

우유도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즉시 다가와 전복성 일행을 모시려 했다. 다만, 곤림수는 아직도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했다. 그러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은 그가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관방의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가시지요!”

“가자!”

전복성이 소매를 쳐내고는 ‘흥!’ 소리쳤다. 화봉황은 곤림수의 팔을 잡아끌고 있었다.

그때 우유도가 슬쩍 한마디 했다.

“곤림수, 조건은 같은 조건이다. 꼭 지금이 아니라도 좋다. 십 년 정도 더 폐관하고 그때 와서 대결해도 좋겠지. 아무튼 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그때 와서 도전해도 늦지 않는다. 진정한 실력을 갖추고 와서 이야기해라. 이렇게 겁먹고 물러날 거면, 서로 시간 낭비를 하는 것뿐이다. 쉽게 말해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설마 나중에 천화교에 돌아가서 딴말하진 않겠지? 내가 도전을 받아주지 않았다느니, 그런 헛소리를 떠들고 다니진 않았으면 좋겠군. 어쨌든 난 너 같은 겁쟁이를 많이 보아왔다. 그러니 너 같은 사람에게 낭비할 시간도 없다.”

정말로 곤림수를 한껏 얕잡아 보는 말투였다.

이는 상대방과의 신분 차이를 이용해, 그를 무시하고 깔보는 것이었다. 자신은 너의 도전을 받아들였는데, 네가 겁이 나서 도전을 오히려 거절한 것이니, 앞으로 딴소리하지 말라며 오히려 곤림수를 도발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참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우유도가 내건 조건이 너무 터무니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곤림수였다. 그의 자존심에 큰 생채기가 났다.

내가 도망친다고? 실력이 없어 대결하기를 두려워한다고?

뻔뻔하고 파렴치하다고 말만 하지 않았을 뿐이다. 사매에게 끌려가던 곤림수가 두 주먹을 불끈 쥐더니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 호흡이 거칠어졌다.

“가자!”

곤림수가 멈춘 것을 보고, 전복성이 뒤돌아 소리쳤다.

“사형!”

화봉황은 거의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그녀는 우유도의 저 말이 사형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사형이 참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한껏 굳은 얼굴을 한 곤림수는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결국은 사매에게 끌려갔다. 엄입은 의아한 얼굴로 우유도를 한번 돌아보고는 전복성 일행을 따라 그곳을 벗어났다.

드디어 조용해졌다. 초려별원에 모여있던 경계 인원들도 흩어졌다.

한편, 정원 구석에 있던 상숙청은 놀란 얼굴로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뿌리던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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