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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22화 (220/1,000)

1122화. 승낙

곤림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얼굴이 매우 안 좋아졌다.

그 옆에 있던 화봉황도 견디기 어려웠다. 그 또한 매우 안 좋은 얼굴로 사형의 팔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저었다. 참으라는 말이었다.

눈앞에 있는 벽 뒤에서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자금동에서 어디를 가든지 배후에서 이런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들은 앞에서만 그러지 않을 뿐이지, 뒤에서는 실컷 사형을 손가락질하며 마음껏 비웃었다. 심지어 물건을 전달하는 제자들조차 그들의 거처를 나서면서 중얼중얼 비웃었다.

그녀는 사형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고 있었다. 사형은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비록 한 번의 패배로 밖으로 보이는 오만함은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 성격이 어디 갈까, 이런 치욕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화봉황은 사형을 끌고 월동문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그를 데리고 길을 돌아 쑥덕거리는 사람들을 피해 움직였다.

다시 객원으로 돌아온 일행은 굳은 얼굴로 내당에 앉아있는 전 장로를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전 장로에게 인사를 올렸을 때, 곤림수가 드디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장로님, 장로님께서도 제가 여전히 우유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 말을 들은 화봉황은 가슴이 철렁했다.

전복성은 찻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묵직한 어투로 말했다.

“너는 천화무극술을 연성했다. 그런 네가 어찌 그자를 이기지 못할까.”

곤림수가 힘들게 말했다.

“그렇다면 장로님은 어째서 제자에게 도전을 허락해 주지 않으시는 겁니까?”

전복성이 그늘진 얼굴로 말했다.

“내게 너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나도 네가 치욕을 씻었으면 좋겠구나. 나도 네가 종문을 위해 이 치욕을 씻어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자가 내건 조건을 너도 듣지 않았느냐? 만약 이런 일을 승낙한다면 나중에 돌아가서 종문에 뭐라 변명하겠느냐?”

그가 또 손을 들어 화봉황을 가리켰다.

“그가 네 사매를 원했다. 네 부인을 노예로 삼겠다고 하는구나. 이런 조건을 듣고도 승낙할 수 있단 말이냐? 그 망신을 참을 수 있겠느냐?”

곤림수가 비분강개하며 말했다.

“당연히 승낙할 수 없습니다. 죽어도 승낙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로님, 다시 그를 찾아 이야기해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일에 사매가 얽힐 이유가 없습니다. 사매만 아니라면 다른 조건은 모두 들어 줄 수 있습니다. 모든 책임을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사형이 죽어도 그녀가 모욕을 받는 걸 참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화봉황은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 그녀는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사형의 그 한마디만 있다면 족했다!

“다른 조건이면 뭐든지 들어 줄 수 있다고? 곤림수, 미쳤느냐?”

“장로님, 제자는 성경에 가야 합니다. 살아서 돌아올지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제가 이번에 성경에서 죽는다면, 노예가 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이기기만 한다면, 무슨 조건이든지 상관없습니다. 설마 장로님은 제자가 질 것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전복성은 사실 크게 마음이 동하고 있었다. 지금 자금동에서 수많은 조롱과 비웃음을 받았다. 이 모욕을 참기 어려웠다. 사실 그는 곤림수의 손을 빌려 자금동의 얼굴을 후려치고 싶었다. 진실은 어떤 변명보다 강한 법이다!

이기기만 한다면, 어떤 문제도 더는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의 곤림수라면 우유도를 이기는 것은 문제없을 것이다.

결국 그도 삼대 문파의 장로였다. 당당한 삼대 문파의 장로가 이토록 실컷 모욕을 당했으니, 갚아주지 않고 그냥 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계속해서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근질근질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쉽게 승낙할 수 없었다.

“림수야. 네 마음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네 몸에는 천화교의 지고비법이 있구나. 그러니 그런 도박을 할 수 없다. 안 된다! 그 이유는 너도 잘 알 것이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곤림수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제자가 맹세하겠습니다. 설사 우유도에게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설사 그의 손에 들어가 노예가 된다고 하더라도, 절대 비법에 대해서 한 글자도 누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이 맹세를 어긴다면,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전복성의 의지가 흔들렸다. 사실은 진작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개인조차도 모욕을 참기 힘들다. 심지어 그는 천화교의 장로였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국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히 말했다.

“정말 우유도에게 승리할 수 있겠느냐?”

드디어 고집을 꺾었다. 사실 그가 고집을 꺾은 이유는 곤림수 때문이 아니었다. 그 스스로가 너무 서러웠다. 이 분을 풀고 싶었다. 사실 그는 이미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그저 이미 기울어져 넘어가는 나무에 곤림수가 손가락 하나 갖다 댄 것뿐이었다. 전복성은 마치 곤림수의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변명하면서 입을 열었다.

곤림수가 두 눈에서 정광을 번쩍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습니다!”

“좋다, 그럼 내가 체면 불고하고 다시 너와 같이 가서 이야기해 보겠다. 만약 그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겠지. 이젠 나도 최선을 다했다. 또한, 너와의 약속을 지킨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너는 고분고분 나와 같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곤림수가 포권을 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장로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가자!”

전복성이 손짓하며 그들 두 사람을 이끌고 문을 나서 그대로 엄입을 찾아갔다.

* * *

산 정상,

궁임책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는데, 그 좌측에 부군량 장로가, 우측에는 여장로 막영설이 서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에는 엄입이 있었는데, 지금 엄입은 전복성 일행 셋을 데리고 초려별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말로 우유도를 찾아가려는 모양입니다. 어쩌면 이번에 우유도의 조건을 승낙할지도 모르겠군요.”

부군량이 고개를 저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궁임책이 담담히 말했다.

“인제 보니 우리 때문에 화가 많이 난듯하오. 문파의 수많은 사람들이, 저들 셋에게 이처럼 대하니 다소 너무하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다만 우 장로가 저들에게서 무슨 비밀이라도 캐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오.”

부군량이 말했다.

“이미 사제에게 놀아나고 있습니다. 우리 우 사제가 정말로 보통 나쁜 놈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막영설이 연이어 말했다.

“하지만 천화교에서 저들을 보내 도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말입니다. 저는 사제가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

“이미 약까지 쓴다고 했소. 이길 수만 있다면 또 무슨 짓을 못 하겠소.”

궁임책이 말했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는 우리만 알고 있으면 충분하오. 무슨 떳떳한 일도 아니니 약에 대해서는 그만 이야기하는 게 좋겠소. 퍼져나가면 망신인 일이니, 더는 언급하지 말고 말이오. 당당한 자금동이…. 하아! 대체 이게 무슨 망신이오! 이건 우리는 모르는 일이오. 우유도 개인의 일임을 기억하시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대답했다.

* * *

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 우유도는 화끈했다. 더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손님을 맞이했다.

서로 만나서 인사를 나눈 후,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이번에는 어찌한 일이십니까? 혹시 또다시 행패를 부리러 오신 겁니까?”

전복성은 입을 다물었고, 곤림수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도전에 대한 일입니다. 우 장로님께서 하셨던 말이 아직 유효한지요?”

우유도는 저 밖을 향해 고갯짓하더니 말했다.

“나가서 한번 물어보게. 내가 다른 건 몰라도, 한번 뱉은 말에 책임을 지지 않은 적은 없네. 당연히 유효하지. 어째, 의논해보고 내 조건을 승낙하기로 했는가? 정말 그렇다면 나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네.”

아직 확실하게 승낙하지는 않았다. 곤림수가 정색하며 말했다.

“우 장로님은 남자십니다. 저도 남자이지요. 우리 사이에 신분의 격차가 있다 한들, 남자 사이에 여자를 연루시키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건 대장부가 마땅히 할 행동이 아니지요. 이 일은 사매와 상관이 없습니다. 장로님이 제시한 조건 중에 사매에 관한 조건만 제외한다면, 다른 건 무엇이든 승낙하겠습니다.”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이없군! 내가 남자인지 자네가 알려줄 필요 있겠는가? 그리고 신분과 지위를 제외한다면 무엇을 이야기한단 말인가? 신분과 지위가 없었다면, 자네가 내 앞에서 이렇게 정중하게 이야기하고 있었겠는가? 내가 참고 자네와 이야기하는 것 또한 자네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라 할 수 있네. 그건 바로 내 신분과 지위가 자네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 그걸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됐네.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려고 하지 말게. 신분과 지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 내가 무슨 신분인가. 또 자네는 무슨 신분인가. 자네 혼자서 그걸 감당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가? 그러니 한 사람을 더하는 것이 어떻다는 말인가? 물론….”

우유도는 손을 들어 전복성을 가리켰다.

“전 장로님은 그만한 자격이 있지. 만약 네가 전 장로님을 설득해 내기의 대가로 전 장로님을 대신 내걸 수 있다면, 두 사람 모두 놓아줄 수 있지.”

전복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는 당당한 천화교의 장로였다. 그런 그가 어찌 내기의 대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노예라니? 이런 이야기가 퍼져나가면 천화교는 더 이상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될 게 분명했다.

곤림수가 분노하며 말했다.

“그건 절대 안 되는 일입니다! 우 장로님, 오늘 저는 진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입니다. 사매를 놓아 주기만 한다면 다른 조건은 무엇이든지 따르겠습니다.”

“다른 조건을 말해도 너는 줄 수 없지. 그러니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나는 바로 자네와 자네 부인을 원하네. 승낙하지 않으면 더는 말할 필요 없지. 모셔라!”

우유도는 그 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곤림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이 없었다.

“우 장로.”

이때, 엄입이 그를 부르며 빠르게 뛰어왔다. 그렇게 우유도를 따라잡았다. 엄입이 우유도 옆에 와서 조용히 말했다.

“내가 힘들게 이렇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네 심부름을 했네. 그런데 이게 뭔가. 자네 목표는 곤림수가 아닌가? 왜 저자의 부인을 물고 놓지 않는 것인가. 설마 저 여자가 마음에 들기라도 한 것인가?”

우유도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그게 무슨 헛소리입니까!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저 멍청한 놈은 고집이 쇠심줄입니다. 일단 제게 패배하면 자진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내기하시겠습니까? 저 또한 위험을 무릅쓰고 대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수고를 해서 죽은 사람을 얻게 되면 그게 개뿔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부인을 몹시 아끼는 것 같습니다.

부인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것 같더군요. 그러니 부인이 곁에 있으면, 쉽게 자진하지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나중에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까지 제 손에 들어온다면…. 엄 사형도 머리가 있으니, 우리 명문정파의 제자끼리 그다지 듣기 좋지 않은 말은 더 이상 하지 맙시다. 다 할 필요가 없지요. 알아들었으리라 믿습니다,”

“…….”

엄입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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