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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26화 (224/1,000)

1126화. 내 검이 날카로운가?

우유도는 곤림수와 맞대고 있는 손을 통해 장력을 곤림수의 몸속으로 쏘아 보냈다!

곤림수는 지금 기습적인 일격에 승패를 결정짓고자 했다. 그러나 그건 우유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유도는 천화무극술의 대단함을 알고 있었다. 이 화매둔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 이건 극도로 고명한 눈속임이었다. 일단 한방에 곤림수를 제압하지 못하면, 아마 다시 기회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우유도는 자신을 미끼로 삼아 적을 깊숙이 끌어들였다!

의복과 장발이 화염 중에 마음껏 휘날리게 두었고, 심지어 곤림수의 공격을 한번 몸으로 받아내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것은 지금의 일격을 위해서였다. 사실 우유도라 해서 곤림수의 일장을 그대로 받아주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 일장이 올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받아낼 수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이 반격을 위해서였다!

우유도에게 그럴 만한 배짱이 있을 수 있었던 건, 천도비경에서의 경험 덕분이었다. 곤림수의 공격력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금단방 이 위에 올라있던 안보여보다 강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의 건곤나이술은 접몽환계에서 성나찰의 일격을 받아냈었고, 비록 중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안보여에게 치명상을 입혔을 정도였다. 게다가 천검부의 일격을 몇 번 받아 낼 수도 있을 정도였으니, 곤림수의 일격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등에 일장을 허락한 것이다.

두 사람이 맞댄 손바닥 사이로 장력이 교차하는 그 순간, 곤림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시에 곤림수의 몸을 두르고 있던, 뜨겁게 불타오르던 화염이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쁨으로 소리를 지를 뻔했던 화봉황은 갑자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곤림수의 선제공격을 허용했음에도 우유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대로 몸을 돌려 곤림수에게 반격을 가했다. 게다가 우유도와 곤림수가 일장을 맞부딪힌 순간, 곤림수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그의 몸에서 불타오르던 화염이 천천히 줄어들기까지 했다.

결국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사형!”

전복성의 입가에 떠올랐던 흉악한 미소가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그는 눈을 부릅떴다. 설사 그 자신의 경지로도 곤림수의 일장을 그대로 얻어맞으면 저렇듯 아무 반응이 없을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우유도가 보이는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유도는 마치 거목인 것 같았고, 곤림수가 휘두른 일장은 마치 지푸라기인 것 같았다. 우유도는 곤림수의 일장을 얻어맞았음에도 마치 팽이처럼 뒤돌아 그대로 일장을 도로 돌려주었다.

너무 가까웠다.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웠고, 우유도의 반응이 너무 빨랐다.

“크윽….”

곤림수가 고통에 찬 소리를 내뱉으며 손을 떼려 했다. 하지만 너무나 이상했다. 자신의 손이 우유도의 손과 맞붙어 도저히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자석으로 우유도의 손과 자신의 손을 붙여놓은 듯, 어떻게 해도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곤림수는 피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장력을 내부에서부터 상대해야 했다. 과거, 그는 우유도와 싸운 경험이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장력을 마주했었고, 우유도의 장력에 공격당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과거 그는 패배한 후, 사문에서 그에게 무엇을 물었을 때도 입 하나 뻥끗하지 않았다. 변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유도에게 얻어맞은 그 고통스러움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

이제 또다시 직면하게 되었다. 너무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라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우유도가 아니었다. 몸으로 공격을 받아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이대로 계속 우유도의 장력을 몸속에 받다간, 진짜 죽을 수도 있었다. 곤림수는 순간적으로 그 자신도 모르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는 온 힘을 다해 불덩이를 우유도와 맞서고 있는 손바닥으로 뿜어냈다.

쾅!

폭음이 울렸고, 그제야 두 사람의 손바닥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이 모든 게 찰나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저 곤림수에게만 우유도의 손과 맞부딪힌 시간이 마치 몇 시진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우유도와 멀어진 곤림수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또다시 십 년 전과 똑같은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자신이 쏘아 보낸 힘은 마치 우유도의 팔을 따라 흩어져 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우유도의 장력을 따라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온 괴이한 힘은 계속해서 곤림수의 몸을 파고들었다.

장력을 주고받을 때, 이전과 같이 우유도의 장발과 의복이 맹렬하게 뒤로 나부꼈다. 마치 화염이 우유도의 몸을 길로 삼아 뒤로 빠져나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자신이 방출한 내력은 처음부터 우유도의 몸이 종착지가 아닌 듯했다. 마치 목적지가 우유도 뒤쪽에 자리 잡은 허공에 있다는 듯, 우유도의 몸을 그냥 거쳐 지나갔고, 허공에 도착하고 나서는 무력하게 흩어져 버렸다.

곤림수는 거칠게 호흡하며, 우유도와 떨어져 나와 즉시 거리를 뒀다. 누가 봐도 서로 교차하며 일격을 가한 상황에서 손해를 본 건 곤림수임에 분명했다.

지금 이 순간, 곤림수는 깨달은 것이 있었다. 과거, 경호에서 대결할 때 자신의 경지는 우유도보다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미 자신 또한 금단의 경지를 넘어섰다. 하지만, 우유도의 경지는 이미 그를 뛰어넘고 있었다. 심지어 그것도 한참을 말이다.

십 년을 폐관하고 고련했다. 외부의 모든 분란을 끊고 수련했다. 하지만 우유도는 십 년 동안 폐관하여 수련에 집중한 게 아니었다. 세속의 일을 겪으며, 수없이 많은 분란에 휩싸였다. 그런데 경지마저 자신보다 높았다.

경지가 상대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떨어졌으니, 그의 마음속에 일순 비통함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비통함은 다른 사람이 감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십 년을 기다렸다. 십 년을 준비했다. 단 일격을 교환한 것만으로 포기하기엔 모든 게 너무나 아쉬웠다.

우유도와 거리를 둔 채, 곤림수는 양팔을 좌우로 펼쳤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불덩이들이 곤림수에게로 날아왔다. 다시 한번 불덩이들 속에 자신의 몸을 숨기려고 한 것이다.

그 순간, ‘챙’하는 소리가 비무장에 울려 퍼졌다. 검을 짚고 있던 우유도의 손이 드디어 움직인 것이다. 우유도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였고, 얼마나 빨리 움직였는지, 수행자들조차 그의 손이 남기고 간 잔영만 확인했을 정도였다!

검을 뽑아 든 우유도가 곤림수 쪽을 향해 검광을 날렸다!

검광이 번쩍이자, 사람들이 경악했다. 우유도의 강기가 마치 천검부의 강기가 날아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우유도가 날린 검광은 천검부 강기가 날아가는 것처럼 몹시 밝은 빛을 뿜어내며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동시에 우유도의 몸이 함께 쏘아져 나갔다. 검광 뒤에 숨어 우유도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태을분광검!”

무조행이 감탄하며 외쳤다. 태을분광검의 초식이 펼쳐졌고, 곧바로 곤림수의 본체로 향했다. 곤림수의 몸은 아직 불덩이들과 합체되지 않았기에 명확히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

화봉황이 비명을 질렀다. 우유도가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태을분광검의 검광 뒤에 숨어서 움직이고 있었는데, 검광과 그 속도가 같았다. 화살의 속도보다 결코 느리다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곤림수에게로 다가오는 불덩이들 또한 그 속도가 매우 빨랐기에, 우유도의 검광이 날아온 순간, 이미 서른여섯 개의 불덩이가 곤림수의 몸속으로 흡수된 뒤였다.

다만 곤림수 또한 피할 수 없었다. 우유도의 속도가 너무 빨랐고,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흡수한 서른여섯 개의 불덩이를 하나로 합쳐 앞으로 뿜어냈다. 족히 몇 장은 넘을 만한 엄청나게 거대한 불덩이가 우유도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러나 우유도 또한 멈추지 않았다. 쏘아져 나간 우유도는 손에 든 검을 휘둘러 허공에서 또 다른 환상적인 검광을 더 많이 만들어냈다. 커다란 불덩이와 우유도가 휘둘러 만들어낸 수십 개의 검광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쿠콰쾅!!

비무장에 폭음이 울려 퍼졌고, 거대한 불덩이가 우유도의 검광과 맞부딪히며 허공에서 쉼 없이 터져나갔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두 눈이 다급하게 반짝였다. 다들 수없이 터져나가는 불꽃 속의 상황을 보고 싶어 했다.

법력의 통제를 벗어난 불꽃은 서서히 허공에서 사라져 갔다. 드디어 그 속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났다.

마침내 얼마 지나지 않아 불꽃이 모두 사라졌고, 천천히 흔들리는 연기 속에서 대결을 펼친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바람이 불어와 우유도의 장발을 휘날렸다. 우유도는 무표정한 얼굴로 곤림수에 목에 그 번쩍이는 장검을 올려놓고 있었다. 인정을 베풀었다. 죽이지 않았다!

“내 검이 날카로운가?”

우유도가 담담히 물었다.

곤림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슴에는 검이 스치고 지나간 피 묻은 상처가 있었다. 가슴뿐만이 아니었다. 등과 다리, 팔에도 검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이 있었고, 축 처진 양팔의 아래로 핏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곤림수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체내에 뜨겁고 차가운 두 줄기 기운이 교차하는 괴이한 힘이 그의 몸을 파괴하고 있었다. 곤림수는 그 고통을 억지로 견디고 있었다.

하지만 몸의 고통은 마음의 고통과 감히 비교할 수 없었고, 참담한 얼굴을 한 그는 맞은편에 있는 우유도를 보고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졌다고? 정말로 졌다고? 어떻게 질 수 있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전복성은 두 눈을 부릅떴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는 마치 얼빠진 사람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사형!”

화봉황이 갑자기 또 한 번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곤림수에게 날아가려 했다.

하지만 옆에서 갑자기 손이 하나 튀어나왔다. 진작부터 암중에 대기하고 있던 운희가 손을 쓴 것이다. 그 자리에서 충동적으로 나서려고 하는 화봉황을 제압하고는 그녀의 몸에 금제를 가했다. 그리고 화봉황의 목을 틀어쥐었다. 마치 언제든지 그 목을 부러뜨릴 수 있다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화봉황은 다시 입을 열 수 없었다.

한쪽에서 이를 차가운 눈으로 방관하던 원강은, 완전히 관심도 없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이상한 점이 전혀 없었는데, 그는 처음부터 대결에 대해서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우유도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다. 도야는 쉽게 모험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결이 벌어지기 전부터 전후 사정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으니, 그저 곤림수라는 자가 멍청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생난리를 쳤고, 결국 무리한 조건을 수용하면서까지 대결을 승낙했다. 원강은 도야가 이번 대결을 승낙한 것을 보고, 대결의 결과에 대해서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이 자리에 나온 것은, 그저 도야가 도대체 이 대결을 통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한쪽에 있는 승려 복장을 한 원방은 염주 굴리는 것을 드디어 멈췄다. 그는 크게 안도한 얼굴이었다. 그전에 곤림수의 흉맹하고 괴이한 공격에 조금 놀랐던 것이었다.

이제 안심할 수 있었고,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어렸다. 그리고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이 상대를 경멸하며 말했다.

“에잉, 쯔쯔, 눈을 대체 어디에다 두고 다니는 건지. 상대가 누군지 알기는 하는 거야. 우리 도야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단 말인가.”

상숙청은 놀랍고도 기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홍 언니, 끝난 건가요? 도야가 이긴 건가요?”

관방의가 미소지었다.

“검을 상대 목에 대고 있으니, 상대는 죽는 것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당연히 이긴 것이지요. 군주님은 이제 그만 안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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