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7화. 졌습니다 (1)
나무 꼭대기,
대결을 관전하고 있던 두 태상 장로가 서로를 돌아보았다. 끝났다. 우유도가 승리했다.
춘신량은 감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일견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유도는 아직 축기의 경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저런 일장을 맞고 조금의 반응도 없었는데, 이는 심지어 금단의 경지라 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확실히 저 곤림수라는 자가 천화교의 지고비법을 익힌 것을 우리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저 지고비법의 일장을 맞았다면 우리라 해도 저렇게 멀쩡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 우유도가 일장을 얻어맞았음에도 조금의 반응도 없다니, 설마 저놈의 경지가 우리보다 높단 말입니까?”
당연히 그가 이런 의문을 가질 만했다. 이는 경지의 차이라는 게 어른과 아이의 차이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어린아이가 덩치가 크고 대단하다 해도, 성인 어른을 상대로 이길 확률은 매우 낮았다. 그러니 축기기의 경지에 이른 자가, 아무리 축기기 경지 내에서 최고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해도, 금단기 경지의 수행자와 그를 비교할 수 없었다.
쉽게 말해 중학교의 학생이 중학교 내에서 최고의 실력자가 되었다고 해보자. 그렇다 해도 중학교의 학생이 대학교에서 최고를 다투는 자리에 간다면, 최고는커녕 중간 수준에도 끼기가 힘들었다. 수행자들이 이런 차이를 모를 리 없었다.
이에 도쾌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상하군, 나중에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도록 하지.”
아래 관전하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엄입은 웃는 것인지 아닌지 모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이 싸운 시간은 별로 길지 않았다. 그나마 우유도가 반격하기 전, 곤림수가 신중을 기하느라 소비한 시간이 조금 있었을 뿐이었다.
곤림수가 만들어낸 불덩이들이 우유도에게 폭격을 가하는 동안, 곤림수는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계속 우유도를 살폈다.
잠시 후, 곤림수가 우유도에게 손을 쓰기로 마음먹게 되었고, 우유도의 뒤에서 장력을 쏘았다.
우유도가 이에 반격했고 그 이후, 우유도가 검을 뽑아 들고 곤림수의 목에 검을 갖다 대기까지는 정말로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금세 승패가 갈렸다.
이번 대결은 아주 깔끔한 한 판 승부였다.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양쪽 모두 일격에 승패를 거는 전략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궁임책이 옆을 돌아보더니 엄입에게 작게 속삭였다.
“약을 사용했는가?”
엄입은 사형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 약을 사용했다 하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찌 곤림수의 일격을 정통으로 맞고도 저리 멀쩡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우유도의 경지가 곤림수보다 높다 한들, 저렇게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건 아무리 보아도 이상할 정도였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엄입이 조용히 대답했다. 궁임책이 다시 속삭였다.
“도대체 무슨 약을 사용했단 말인가?”
“저도 모르겠습니다.”
“자네가 우유도와 친하니, 좀 알아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엄입이 끄덕였다. 그도 마침 신기하던 참이었다.
한편, 넋을 잃고 있던 전복성은 지금 가슴이 철렁했다. 각종 후폭풍을 생각하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운희에 의해 목을 붙잡힌 화봉황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온몸에 상처를 입고 다른 사람의 검 아래 패배한 사형을 보았다. 또 한 번 패배했고, 십 년 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우유도가 처음부터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는 바로 곤림수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내심을 갖고 그가 공격해오길 기다렸고, 곤림수가 공격해오는 때를 놓치지 않고 한방에 승부를 가렸다.
대결이 끝난 후, 사람들은 다들 이런 우유도의 전략을 추측할 수 있었다. 물론, 당사자인 곤림수 또한 모를 수 없었다.
육체의 고통은 그에게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참담한 미소를 지은 그가 말했다.
“만약 제 손에 검이 있었다면, 지지 않았을 겁니다.”
“진 것은 진 것이다. 남자라면 패배의 이유를 찾지 말아야지. 내 검이 얼마나 빠른지 알았을 것이야. 만약 네가 처음 반격을 가했을 때 검을 사용했다면, 나도 손속에 정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너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둘로 갈라졌을 것이야.”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 아직 진정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더 대단한 초식이 남아있습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지금, 넌 졌어!”
“전, 그저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발휘해서 한번 진심으로 싸워보고 싶을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는 승복할 수 없습니다.”
우유도가 반문했다.
“내가 다시 싸워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곤림수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의 자존심이 완전히 짓밟혔다. 그는 이 승부의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울컥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목구멍으로 치솟아 올랐다.
“우 장로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다시 한번 싸워주신다면, 제가 이기든 지든, 다 제가 진 것으로 하겠습니다. 안 되겠습니까?”
“안 될 건 없지. 네가 원하면 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지금 너는 나와 조건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어. 만약 정말 다시 나와 싸우고 싶다면, 반드시 더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야.”
곤림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무엇이든 개의치 않습니다. 우 장로님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우유도가 제압당한 화봉황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보여? 나름 볼만한 얼굴이야.”
곤림수는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울고 있는 사매를 보았다. 그 얼굴이 부들부들 떨리며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사매를 원하시는 겁니까? 우 장로님, 당당한 자금동의 장로가 어찌 그런 후안무치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네 사매의 외모에는 관심 없어.”
우유도가 손을 뻗자, 멀지 않은 곳, 땅에 꽂혀있던 검집이 그대로 뽑혀 날아왔고, 곤림수의 목에 대고 있던 검을 치운 우유도는 날아오는 검집을 향해 검을 들었다. 검이 그대로 검집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유도는 특유의 모습 그대로, 검집을 아래로 돌려 땅을 향하게 하고는 지팡이 짚듯이 땅을 짚었다. 이후, 두 손을 검에 올려놓았고, 그의 장발이 바람에 따라 뒤로 휘날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우유도가 말했다.
“물론, 다시 기회를 줄 수 있어. 넌 나와 다시 한번 싸울 수 있다는 것이지. 바로 지금 당장 말이야. 난 바쁜 사람이야. 만약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너와 싸우지 않을 거야! 하지만 만약 자네가 이번에도 진다면, 나는 그 즉시 자네 사매의 목숨을 취하겠어.
바로 네 눈앞에서, 네 사매의 목을 베어 버릴 것이야! 내 장력에 맞은 네가 지금 나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설마 네 상처를 치료해주고, 원기를 회복한 다음에 다시 싸우겠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싸우려면 지금 싸워야 해. 네 사매의 목숨을 걸고 말이야. 할 수 있겠어?”
지금 곤림수의 몸속은 당연히 정상이 아니었다. 그제야 곤림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깨달았다. 상대방은 지금 곤림수에게 한 가지 이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건 바로 지금 곤림수가 제압당하지 않았다 해도, 결국 곤림수가 졌다는 것이었다. 지금 곤림수의 목에 검이 드리우지 않았다고 한들, 이미 자신의 몸속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설사 검을 피해 계속 싸울 수 있었다 해도, 우유도를 이길 수는 없었다. 더는 전력을 다할 수 없었다.
우유도와 일장을 맞부딪힌 순간부터 이미 패배는 확정된 것이었다. 그것조차 실수이니, 그것도 물러달라 할까? 그러기엔 그의 자존심이 너무 비굴해졌다. 생사를 가르는 전투에서 그런 어이없는 변명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설사 실수라 해도, 진 것은 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사매의 목숨을 걸고 내기를 할 수 있겠는가? 곤림수는 그럴 수 없었다.
“졌습니다.”
곤림수가 두 눈을 감고 참담하게 웃었다.
우유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았다. 나름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만약 곤림수가 자신의 집념을 위해 사매를 죽음으로 몰았다면, 우유도는 그를 곁에 머물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배우자의 목숨으로도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을 가진 사람은 남겨 놓아도 쓸모가 없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유도는 곤림수의 한계를 떠보고 있었다. 이제, 우유도는 안심하고는 느긋하게 물었다.
“넌 예전에, 내게 말하길 그건 남자가 할 짓이 아니라며, 여자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말했었지. 그때 나는 내가 남자인지 네가 알려줄 필요 없다고 말했지. 이제 내가 물어보고 싶군. 자네 혼자 노예가 되는 건 그렇다 치고, 네 사매도 너를 따라 평생 노예가 되게 생겼으니, 어디 한번 말해 볼 수 있어? 지금 그 행동은 남자가 할 짓인 건가?”
“하하하!”
참담한 미소를 지은 곤림수는 울었다. 승부뿐만이 아니라, 사내다움에 있어서도 우유도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화봉황은 보았다. 다 큰 남자인 사형이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문득 가슴을 칼로 찌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일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 두 사람이 무슨 말을 주고받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우유도가 담담히 말했다.
“다 큰 남자가 무슨 눈물을 흘리는 거야? 후회하는 건가? 그 전에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는 거야?”
곤림수는 흐느꼈다. 맞다. 후회하고 있었다. 어리석은 고집이 깨져나간 후에야 드디어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정말로 후회했다. 우유도의 말이 맞았다. 자신의 목숨은 그렇다 치고, 사매를 끌어들여 평생 노예로 만들었으니, 그건 모두 자신의 고집 때문이었고, 그는 깊게 후회했다.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는 우유도는 검을 짚고 차분하게 말했다.
“우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 남자의 눈물은 아무 가치도 없지. 방금 넌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했지. 하지만 잘 생각해봐. 내가 정말로 네게 기회를 주지 않았나? 대결을 펼치기 전에 수차례 네게 기회를 주었지. 그것도 반복해서 몇 번이나!”
“…….”
“난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마음을 바꾸라고 설득했지. 일대일의 결투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알려주기까지 했지. 심지어, 너는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니,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기까지 했지. 하지만 너는 내 말을 듣지 않았고, 관을 보지 않으면 고집을 꺾지 않으려 한 것이지. 이미 모든 걸 다 잃고 흘리는 눈물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지금 우유도의 말을 들은 곤림수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한마디 한마디가 심장을 후벼 파는 말이었다. 그나마 남아있던 곤림수의 자존심이 또 한 번 짓밟혔고, 우유도는 아주 냉정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곤림수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고, 그가 흐느끼며 말했다.
“저는 죽어 마땅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죽어?”
우유도가 눈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눈을 뜨고 잘 봐, 저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매를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