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화. 추잡스러운 짓
곤림수가 잠시 침묵하더니, 결국은 숨기지 않고 진실을 토로했다.
“종문도 원래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아직도 허락한 것은 아니지요…….”
곤림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우유도에게 알려주었다. 자신이 십 년을 폐관하며 천화교 삼 대 이후로 아무도 연성해 내지 못한 지고비법인 천화무극술을 연성했다.
이후, 곤림수는 우유도를 찾아 도전하겠다고 했고, 종문은 허락하지 않았다. 문규에 따라 폐관에 들어갔던 사람은 종문에 보답해야 했기에, 성경으로 그를 보내려 한 것이다.
물론 장문인은 곤림수가 성경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장로들이 문파의 규율을 들이밀며 곤림수가 성경에 가야 한다 말했고, 곤림수는 우유도와 너무 싸우고 싶은 나머지, 우유도와 싸우게만 해준다면 자신이 성경에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고 알려주었다.
우유도와 엄입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솔직히 다소 의외였다. 이런 상황이라니.
비록 곤림수의 설명이 충분히 상세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천화교에 불리한 정보를 발설하지 않기 위해서일 수도 있었다. 다만 두 사람은 모두 어리석지 않았고, 심지어 엄입은 문파에서 오랜 기간 뒹군 사람이었다.
천화교의 장로들이 곤림수에게 문규를 들이밀며 성경에 그를 집어넣으려고 한 이유를, 엄입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러니 전복성이 곤림수를 데리고 우유도를 찾아와 대결을 벌이게 도와준 것 또한, 이제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엄입은 실망했다.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겨우 이거란 말인가? 겨우 이것 때문에 자금동의 수많은 사람이 우유도를 도와 난리를 피웠단 말인가?
우유도를 바라보는 엄입의 두 눈에 의혹이 서렸다. 설마 자금동이 우유도 저놈에게 이용당한 것은 아니겠지?
우유도는 눈살을 찌푸렸다. 엄입은 실망했지만, 우유도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로 천화무극술을 연성했단 말인가.
이런 수하를 거둬들일 수 있는 것은 그에게 생각지 못한 행운이었다. 곤림수가 그런 이유로 자신의 손에 떨어지다니.
자신이 천화무극술을 연성했다는 말을 한 후에 곤림수가 다시 보충 설명을 했다.
“하지만 저는 장로님에게, 종문의 비법을 절대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맹세를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마음을 먹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고, 우유도가 옅게 미소지었다.
“지금까지 겨우 너 한 명 연성할 수 있었던 물건에 난 관심 없다. 또 시간을 들여서 그런 것을 연구하지도 않을 것이고 말이야.”
“이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씀드렸습니다. 사매를 만나보아도 되겠습니까?”
곤림수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혼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사매를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얼마나 자책하고 있는지 몰랐다. 곤림수는 빨리 사매와 만나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
우유도가 간단하고 직설적으로 대답했다.
“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지, 너희에게 일각의 시간을 주겠어. 충분하겠지?”
당연히 모자랐다. 곤림수는 계속 같이 있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곤림수에게는 흥정할 자격이 없었고, 괜히 고집을 부렸다가 간신히 얻은 기회마저도 놓칠지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도는 즉시 관방의에게 고갯짓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붉게 물들인 화봉황이 들어왔다. 딱 봐도 매우 슬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만났고, 화봉황이 곤림수를 붙잡고 그의 몸에 나 있는 상처를 돌아보며 급히 물었다.
“사형, 몸은 괜찮으세요?”
곤림수는 또 급히 물었다.
“사매, 저들이 사매를 어떻게 하지 않았지?”
이건 그 전에 우유도가 사매에게 장정 대여섯 명을 붙여주겠다느니, 그런 말이 기억났기에 마음에 걸려 한 것이 분명했다. 우유도가 사매에게 괜찮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두 사람은 서로서로 안부를 물으며 상대방의 안위만을 계속 신경 썼고, 엄입은 곧 흥미를 잃어버렸다. 참으로 김빠지는 상황이었다.
우유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부부는 몸에 금제가 되어 있어 법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또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었다. 만약 두 부부가 단합하지 않으면, 즉시 어리석은 짓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짧은 시간 만나는 것은 별문제가 없었다.
시간이 곧 끝나려는 것을 보고, 곤림수는 계속해서 사매에게 미안하다, 후회한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때, 우유도가 갑자기 끼어들어 당부했다.
“방금 너희 전 장로가 너희를 데려가려는 것을 내가 저지했지…….”
그렇게 전복성이 그들을 데려가려 했다는 사실을 화봉황에게 알려 주었다.
엄입은 다소 의외라는 듯이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우유도가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엄입은 그 즉시 우유도의 행동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그 말을 들은 화봉황은 곤림수를 바라보았고, 그는 화봉황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유도의 말이 맞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시간이 되었군. 일단은 따로 냉정해질 시간을 갖는 게 좋겠어.”
우유도가 옆을 보고 말하자, 곧 누군가 화봉황을 다시 데려갔다.
다소 다급해 보이는 곤림수가 다른 사람에게 붙잡혔다. 떠나가는 사매의 뒷모습을 보며, 곤림수는 다시 우유도를 보며 말했다.
“사매를 해치지 말아주세요.”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건 네 행동에 달렸지. 그대만 무사하다면, 사매도 아무 일 없을 거야.”
말을 마치고 다시 눈짓하자, 누군가 다가와 곤림수를 데려갔다. 그제야 엄입이 우유도에게 다가와 당부했다.
“천화교의 지고비법을 그 몸에 담고 있으니, 아마 천화교는 네 손에 저자를 그냥 두려고 하지 않을 거야. 분명 자금동에 압박을 가해 데려가려 하겠지. 아마 곁에 남겨 놓기 힘들 것이네.”
우유도는 뒷짐을 지고 말했다.
“그때 돼서 다시 상황을 보지요. 일단 사람을 여기에 두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전복성은 돌아갔습니까?”
“그자가 아직도 여기 남아있고 싶겠는가?”
엄입이 반문하며 다시 탄식하며 고개를 저었다.
“도망도 못 치고, 돌아가서 할 말도 없으니, 나조차도 그자가 안타까울 지경이군. 아마 이번에 그 처지가 아주 심각해질 것이네.”
그리고 우유도를 보며 말했다.
“동생, 아주 독하군그래. 천하전장의 지배인을 불러 중재인으로 세우니, 전복성이 쉽게 잡아떼지도 못하게 됐어. 내가 볼 때는 말이야. 전복성의 약점을 붙잡을 좋은 기회인데…….”
우유도는 이런 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목도한 이런 일을 약점으로 전복성을 조종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는 말했다.
“정정당당한 자금동의 장로인 제가 어찌 그런 추잡스러운 짓을 하겠습니까.”
“…….”
엄입은 어이가 없었다.
엄입이 떠난 후, 우유도는 연금된 화봉황의 거처로 느긋하게 걸어갔다. 안에 들어가니 화봉황이 침상 곁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제 신혼인데 이렇게 되다 보니, 그 심정이 어떠할지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들어오는 우유도를 본 화봉황이 깜짝 놀라 등을 벽에 붙이고,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뭐 하려는 건가요?”
우유도가 자신의 미색을 칭찬했다는 것을 그녀도 들어 기억하고 있었다.
“전복성이 곤림수를 데려가려고 했지, 하지만 내기에서 진 그가 자금동을 떠나면 어찌 될지 알고 있나?”
화봉황은 우유도가 자신에게 허튼짓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거기에 크게 상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유도의 말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화봉황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천화교로 돌아가겠지요.”
그녀는 우유도의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전에 두 사람이 만났을 때, 곁에서 두 사람이 비통한 얼굴로 죽을 둥 살 둥 할 뿐, 깊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우유도는 이대로라면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상황이 헛고생이 될까 싶어, 특별히 당부의 말을 전하기 위해 화봉황을 찾아온 것이다.
“두려워할 것 없다. 내가 지금 너를 찾아온 것은, 다 너와 곤림수를 위해서다. 그 전에 너에게 불경한 말을 한 것은, 곤림수가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고 홧김에 한 말일 뿐이니 신경 쓸 것 없다. 지금은 나도 냉정해졌고, 너도 많이 진정했겠지. 그러니 걱정할 것 없고, 네게 쓸데없는 짓 하지 않을 것이다. 다 너희를 위한 것이야.”
그 말을 듣고, 화봉황은 우유도의 말을 꼭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 눈물을 닦아낸 그녀가 물었다.
“우 장로님은 어찌한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
그 전에 한 말은 완전히 헛고생이었다. 조금도 그 귀에 들어가지 않은 듯했다. 우유도는 어이가 없었다. 다만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전복성이 곤림수를 데려가려고 했지, 곤림수가 자금동을 떠나면 어떤 지경에 처하게 될지 알고 있나?”
화봉황은 다소 의아해하며 말했다.
“종문에서 사형께 엄벌을 내릴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다시 말해야겠군. 네 사형은 내기에서 졌어. 천하전장의 사람이 나서서 증인이 되어 주었지. 그러니 표묘각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걸 없었던 일로 만들지 못할 거야. 그리고 전복성은 원래 네 사형이 그런 내기를 하는 걸 저지할 수 있었지. 하지만 천화교의 장로인 그는 막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옆에서 부추기기까지 했어. 전복성이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까?”
화봉황의 두 눈이 서서히 커졌고, 뭔가를 깨달은 것이다. 우유도가 계속 말했다.
“천화교는 단순히 네 사형을 엄벌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을 거야. 전복성 또한 책임을 피하지 못하겠지. 그러니 이제 왜 그가 네 사형을 데려가려고 했는지 알겠어?”
화봉황은 확신하기 어렵다는 얼굴로 다소 머뭇거리며 말했다.
“당연히…. 당연히 사형을 데려가서 종문에 변명하려고요?”
“그럼 그 내기는 어쩌지? 말했다시피, 표묘각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내기를 없었던 것으로 하지 못할 거야. 천하전장의 사람이 내기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지. 보통 저들은 이런 일에 얽히지 않아. 이건 양측이 사전에 동의한 상황에서 양측이 모두 가서 천하전장의 사람을 모셔온 거지. 양측 모두 천하전장의 사람이 중재인이 되는 것을 인정한 거야. 별다른 이견도 없었지. 그 때문에 천하전장의 지배인이 중재인으로 나설 수 있었던 거야.”
“그런데 약속을 어긴다고? 천화교가 감히 천하전장을 물 먹일 수 있을까? 천하전장의 어음은 아주 질기지. 천하의 모든 화폐가 천하전장을 통해서 유통되고, 천하전장은 신용으로 먹고사는 곳이야. 그런데 천화교가 그런 천하전장의 신용을 훼손한다고?”
화봉황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 말씀은 전 장로님께서 사형을 천화교로 데려갈 방법이 없다는 말입니까?”
“데려갈 수 없는 것이 아니지. 감히 데려가지 못하는 거야. 천하전장의 보증이 있는 한, 천화교는 사람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어. 그러니 데려가는 의미가 있을까? 결국은 사람을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전 장로가 어떻게 할까? 너를 인질로 남겨 놓는 것도 마다하고, 반드시 네 사형을 데려가려고 했지. 왜일까?”
화봉황이 화들짝 놀랐다.
“설마…. 사형에게 수작을 부리려 했다는 건가요?”
우유도가 천천히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