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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33화 (231/1,000)

1133화. 답례

“진작 알았다면, 그를 본문의 장로로 올리기 전에 좀 더 고민해 보았어야 했어요.”

막영설이 중얼거렸다.

사람들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이건 정말 쓸데없는 소리였다. 이 정도로 충분한 이득을 주지 않았다면, 우유도가 자금동에 의탁했겠는가?

사람들이 다시 궁임책을 힐끗 바라보았고, 당시 이 결정을 내린 사람은 장문인이었다.

궁임책은 막영설을 한번 보고는 별말 하지 않았고, 단지 홧김에 한 말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밖에서 한 제자가 안으로 들어와 문묵아가 찾아 왔다고 전했다. 궁임책은 즉시 그녀를 데리고 들어오라 손짓했다.

문묵아는 겉으로는 초려별원에서 우유도의 시중을 들며, 양측의 소통을 위해 종문에서 파견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우유도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장로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번에 문묵아가 찾아온 것은 분명 우유도의 일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과연, 문묵아는 안에 들어와 인사를 하고는 보고했다.

“장문인, 귀면각에서 종 태상 장로님의 일상을 책임지는 거안이, 뒷산에서 한 소쿠리의 과일을 따서 우 장로님께 안부 차 찾아 왔습니다. 그 후에, 우 장로님이 사람을 시켜 성대한 술상을 차리게 하고는 자신이 직접 귀면각을 방문하였습니다. 우 장로는 그곳에 있는 분들과 같이 먹고 마시고는, 그들에게 앞으로 초려별원의 음식이 생각나면 언제든지 방문하라 일렀습니다.”

문묵아가 물러간 후, 막영설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답례로 술상을 차려주다니, 그게 뭐 하는 짓이지?”

“큼, 큼!”

엄입이 갑자기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일에 대해서 엄입은 할 말이 있었다. 다소 어색한 웃음을 지은 엄입이 입을 열었다.

“사저는 아마 모를 것이오. 본인도 초려별원에서 저들과 부대끼며 먹고 마신 적이 있었소. 정말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유도 그놈은 아주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 할 수 있소.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는 것이 그야말로 삶의 질이 일정한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소. 군주가 그를 위해 머리를 빗겨주고, 일단의 승려들이 그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지.”

“새벽에 목탁을 치고, 통경하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군다나 그곳의 술상은 그야말로 천하 일절이라 할 수 있소. 확실히 보통 음식이 아니지. 덕분에 지금 다른 음식을 먹으면 도대체 맛이 없어서, 수시로 그놈을 찾아가지 않겠소.”

엄 장로의 말에 막영설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래 봤자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걸 그리 잊기 힘들단 말인가?”

“사저, 이건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소. 아무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사저도 한번 맛보시오. 저들 승려가 만들어 내는 음식은 그야말로 대단하오. 그리고 그 분위기, 저들 승려가 음식을 만들어 올리는 느낌이란…. 아무튼, 음식도 좋고 분위기도 좋소.”

“정말 자네가 말하는 대로 그렇게 좋다면, 그것도 또 다른 하나의 돈줄이지 않겠는가?”

“나도 당시 그렇게 생각했소. 또 마찬가지로 우유도에게 물어보았지. 하지만 우유도의 이야기가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소. 술은 한 곳에 숨겨놓고 숙성시켜 팔 수 있지만, 음식은 만든 후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없으니, 결국 여기저기 주루 같은 것들을 열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얽히게 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소.

당연히 음식을 만드는 비법을 비밀로 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오랫동안 독점할 수 없으니, 돈줄로 치부하기는 어렵다고 했소. 또한 이르길, 백성의 생활이 어려우니 이처럼 사치를 조장하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 또한 좋지 않다는 둥, 아무튼 말이 많았소.”

“널리 알리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정말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자금동 안에서는 널리 알려도 되지 않을까?”

그녀에게 체면을 내려놓고 초려별원에 가서 음식을 얻어먹으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엄입이 아니었다. 당연히 엄입처럼 일이 있든 없든 초려별원을 찾아가 얻어먹을 수 없었다.

“사저가 말할 필요 없소. 나도 진즉에 그런 생각이 들었소. 하지만 우유도가 거절했소. 이 음식은 돈줄로 활용할 것이 아니니, 큰 이익이라 말할 수도 없고, 겨우 먹을 것으로 우유도를 겁박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 생각되오. 나중에 이것 때문에 우유도가 만약 종 태상 장로를 찾아간다면 그게 무슨 망신이오.

그같이 뻔뻔한 짓은 할 수 없었소. 겨우 음식 때문에 종 태상 장로의 청정을 방해한다면, 아마 사숙과 사백이 우리에게 쌍욕을 퍼부을 것이오. 그러니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직접 찾아가시오. 아무튼, 나는 못 하겠소.”

사람들은 초려별원의 음식이 그토록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영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엄입의 말을 듣고, 그 말도 틀리지 않다고 여겼다. 겨우 먹을 것으로 그럴만한 가치는 없었다.

재밌는 것은, 겨우 먹을 것으로 종문의 대전에서 장로들이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소한 장소는 가려야 할 것이 아닌가. 궁임책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잡담은 다 끝났는가?”

막영설과 엄입은 멈칫하더니, 둘이 즉시 허리를 살짝 숙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궁임책이 느긋하게 말했다.

“귀면각은 지금까지 먼저 초려별원과 교류를 하지 않았네. 거안이 갑자기 과일을 건네주다니. 비록 한 소쿠리 과일이 별 것 아니라고는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거안이 직접 간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은가? 거기에 우유도가 답례까지 했지.”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안색이 서서히 굳어졌다. 다들 그 배후에 뭔가 다른 것이 숨겨져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우유도가 지금 어떤 상황인가. 당시 그를 불러 종 태상 장로의 제자로 이름을 올릴 때, 우유도의 상황을 종곡자에게 상세하게 알려주었고, 그도 자신의 제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귀면각은 우유도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맞았다.

하지만 거안의 그 과일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이건 우유도에게 호의를 표한 것이며, 이런 일은 종 태상 장로의 동의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거안이 독단으로 결정한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종 태상 장로가 진정으로 우유도의 배경이 되어 주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문제가 심각해졌다. 방금 겨우 먹을 것 때문에 종 태상 장로의 청정을 방해했다가 욕을 먹는 것이 두렵다고 이야기했다. 왜 두렵겠는가?

종 태상 장로는 자금동에서 크나큰 실권이 없다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그 노인네가 직접 나선다면, 누가 감히 종 태상 장로에게 강하게 나갈 수 있을까.

특히나 그는 종문을 위해 큰 공을 세운 자였으며, 평생을 헌신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지금 태상 장로 중에 가장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너무 큰 일만 아니면, 누가 그의 체면을 무시할 수 있을까?

곧 죽을 사람이었다. 다른 태상 장로들조차도 공손하게 대했으니, 그들도 그런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날이 멀지도 않았다.

그건 경지의 높고 낮음과 연관이 없었다. 비록 지금 이들 장로가 실권을 쥐고 있지만, 그 노인네가 나서서 문제를 일으키면, 수많은 사람이 난감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건 장문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종곡자가 궁임책을 훈계하면, 궁임책이 감히 말대답할 수 있을까? 종곡자가 궁임책을 질책하면, 궁임책은 그래 봤자 몇 마디 변명하는 것이 다일 것이다. 궁임책이 같이 화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만약 그 노인네가 화를 낸다면, 이유가 어찌 되었든, 아무튼 궁임책이 잘못한 것이 된다. 그리고 만약 땅에 드러눕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아주 심각해진다.

만약 엉뚱한 생각을 하고, 어느 장로를 그 자리에서 끌어 내리고자 한다거나, 누군가의 잘못을 찾아내는 것은, 그에게는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런 일이 생길 리 없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이 아닐 경우엔? 엄입이 설마 하는 얼굴로 물었다.

“설마 종 사백께서 우유도를 마음에 들어 하신 겁니까? 설마…. 임종을 부탁하시려고?”

사실 종곡자의 과거에는 숨겨진 속사정이 있었는데, 일찍이 종문 내부에 일어났던 투쟁과 연관이 있었다. 하지만 다 지나간 일로, 더는 언급해봤자 아무 의미 없었다.

아무튼, 결국에 태상 장로의 위치에 오른 사람이니, 그전에는 종문의 장로였을 것이고, 그 손에 자신만의 지지 기반이 있었을 것이다. 단지 과거, 그 휘하 제자들이 횡액을 당했고, 마침 세대교체가 일어나던 참이라 태상 장로가 된 종곡자는 문규에 따라 실권을 손에서 놓아야 했다. 때문에 다시 자신의 기반을 세울 기회를 얻지 못했고, 지금처럼 후대를 잇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건 다들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막영설이 다소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유도는 외부에 세력이 있지만, 종문에서는 우리의 세력이 더 우세하지요. 더욱이 귀면각에 있는 사람들은 정예라고 할 수도 없으니, 설사 태상 장로님의 부탁을 받는다 한들, 귀면각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올리기는 힘들 거예요.”

어찌 이런 일이 생긴단 말인가? 궁임책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우유도를 종곡자의 제자로 만든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그 일은 일단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먼저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좀 지켜보도록 하지.”

궁임책이 사람들을 보며 당부했다.

* * *

귀면각. 일반적으로 동굴 안으로는 거안 또한 수시로 들락거리지 않았다. 거안이 안에 들어오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시간이 되자, 거안이 안에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종곡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조용히 말했다.

“사조님, 제자가 우 사숙께 과일을 한 소쿠리 전해드렸습니다. 그러자 사숙께서는 직접 술상을 차려 제자들을 대접해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귀면각의 사람들이 초려별원의 음식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귀면각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라 했습니다. 그리고, 우 사숙이 보내주신 음식과 술은 확실히 괜찮았습니다.”

종곡자가 서서히 눈을 뜨고 거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거안의 안색과 반응을 살피던 그가 말했다.

“물건을 건네면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은 아니더냐?”

“과일만 전해 주었을 뿐, 과일과 관련이 없는 말은 단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종곡자가 온갖 풍파가 가득 끼어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과연 젊은 나이에 지금의 위치에 오른 자답구나. 똑똑한 사람이다. 아마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말을 마치고 눈을 감았고, 거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다른 분부가 있으십니까?”

종곡자는 마치 조각상처럼 조용히 앉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거안은 다시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는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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