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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34화 (232/1,000)

1134화. 대가를 확인하고 사람을 넘기겠습니다

비록 우유도가 쉽게 곤림수 부부를 내어주지 않으리라 추측했지만, 그래도 우유도를 찾아 이야기라도 해봐야 했다. 최소한 우유도의 태도를 보고 할지 말지 판단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일단의 사람들이 다시 우유도를 둘러싸고 ‘이치’를 논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았다. 저번에 그렇게 했더니, 우유도가 즉시 귀면각을 찾아가 일러바치지 않았던가.

엄입은 우유도를 찾아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여우 입에서 고기를 빼앗기가 어디 쉽겠는가? 거기에 쉽게 원한을 살 수도 있었고, 엄입은 한 번도 우유도를 만만하게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몇 번이나 직접 경험하기까지 했다. 그는 사람들이 어째서 자꾸 우유도를 건들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장문인에게 우유도가 무슨 일을 하든 도의적으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라 말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천도비경에 본 우유도는 선을 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자금동에 들어온 우유도가 쓸데없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당연히 종문의 사람들과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유도는 조용히 지내려 하는데, 오히려 종문의 사람들이 우유도를 건들지 못해 안달이었다. 지금 장로들은 과거에 우유도와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다들 외적에 대항하며 힘을 합치는 듯한 모양새로 우유도를 대적하려 하고 있었고, 다들 우유도를 무슨 맛있는 살코기로 보고 있었다.

물론, 그도 알고 있었다. 이익 앞에서 누구나 한 발 걸치고 싶은 마음이 있음을 말이다.

결국, 엄입은 오기 싫었지만, 오지 않을 수 없었다. 다들 그를 추천하며 엄입이 우유도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결론을 내렸고, 엄입 그 자신을 제외하고는 반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 * *

정자 안에서 우유도와 엄입은 차를 마시며 마주 앉아 있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우유도는 찻잔을 들고 물었다.

“겨우 그 일 때문입니까?”

엄입이 유쾌하게 웃으며 떠보듯이 물었다.

“사제, 혹시 다른 의견이 있는가?”

탁!

우유도는 손에 든 찻잔을 탁자에 강하게 내려놓았다. 때문에 깜짝 놀란 엄입이 몸을 살짝 뒤로 피해 넘쳐흐른 찻물을 피했다. 다만 우유도의 얼굴은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제게 어떤 의견이 있을 것 같습니까?”

엄입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건 다 자네를 위한 것이네. 생각해 보게, 자네 혼자서 천화교에 대항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네. 저들을 종문에 넘겨 처리하게 하면 종문이 대신 그 책임을 질 것이니, 자네는 마음이 가볍지 않겠는가. 천화교의 원한을 살 필요도 없고 말이야. 그렇지 않은가?”

“종문은 저들 부부로 무슨 이득을 취하려고 하고 있습니까?”

“아직 천화교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니 뭐라 말하기 곤란하군.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네.”

“하지만 제가 장담하는데, 종문은 분명 한탕 크게 벌어먹으려 하겠지요.”

엄입이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라면 이같이 좋은 기회를 놓치겠는가?”

우유도가 손가락 두 개를 세우더니 말했다.

“여기에 외부인이 없으니 직설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종문이 무엇을 얼마나 얻든지, 제게 그것의 이 할을 주십시오. 이 정도는 과한 요구가 아니지요?”

엄입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웬일이지? 이놈이 이렇게 쉽게 양보를 하다니? 어쨌든 아주 좋았다.

“그 말은, 사제는 종문이 저들을 데려가는 것을 승낙한단 말인가?”

“제가 만약 혼자서 독식하겠다고 하면 장로들이 허락하겠습니까? 아무튼, 제게 이 할을 준다면, 저들의 처분을 종문에 맡기겠습니다.”

이처럼 화끈하게 이야기하니, 엄입의 마음속에 갑자기 경각심이 피어올랐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네?”

“그렇긴 합니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만약 우유도가 한 번에 승낙했다면 오히려 불안했을 것이다. 우유도의 수법을 반복해서 겪어본 사람이었다.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조건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 일단 말해보게.”

엄입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협상할 때 그 자리에 제가 있어야 합니다.”

엄입은 자신도 모르게 경계하며 말했다.

“종문이 나서는 일에, 자네가 그 자리에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인가? 자네가 저들 부부를 붙잡아 두고 있으니, 천화교의 사람을 만나면 조금 난처하지 않겠는가?”

우유도가 탁자를 치더니 말했다.

“지금 장난치십니까? 제가 그곳에 없으면 종문이 무엇을, 얼마나 얻었는지 제가 어찌 안단 말입니까? 나중에 이 할이라고 하고, 주고 싶은 대로 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천화교가 손해를 보고 대외적으로 소문내지도 않을 것이고 말입니다.”

엄입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을 했다.

“자네, 의심이 너무 많은 것 같네. 좋네, 좋아. 이 일은 나중에 내가 상부에 이야기하겠네.”

“그리고, 협상이 끝나기 전에는 저들 부부를 초려별원에 머물게 할 것입니다.”

엄입이 눈을 크게 떴다.

“저들의 처분을 종문에 맡기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기에 머무는 것은 종문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지금 저들을 종문에 넘겼는데, 나중에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잡아떼면 어찌합니까? 종문에서도 경솔하게 사람을 먼저 천화교에 보내는 짓은 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 일단 저들은 제가 관리하겠습니다. 종문에서는 천화교에서 받는 대가를 확인한 이후에 사람을 넘겨주려 할 테니, 저도 대가를 확인하고 사람을 넘겨 드리겠습니다. 그럼 우리 모두 안심되지 않겠습니까.”

엄입이 다시 경계하며 말했다.

“혹시 다른 수작을 부리는 것은 아니겠지?”

“제가 그런 사람입니까? 엄 사형 눈에 제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 겁니까?”

어떤 사람이라니? 우유도의 철벽을 깐 것 같은 얼굴을 본 엄입은 그저 허허 웃고는 찻잔을 들어 찻물을 마시며 생각했다. 어떤 사람인지는 일단 차치하고, 사실 우유도 때문에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게 되었다.

결국 대가를 받고 사람을 종문에 넘겨준다는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이것조차도 너무 괴상했다. 이게 같은 문파끼리 할 말이란 말인가? 이게 같은 문파 장로 사이의 대화란 말인가? 지금껏 자금동에서 지내면서,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엄입은 우유도가 아직 자금동이라는 집단에 융화되지 못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금동에서도 아직 우유도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과 다른 이질적인 부분이 있으니, 잠재의식 속에서 우유도를 외부인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참 고민하던 엄입은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자네 조건은 잘 알았네. 다만 지금은 당장 뭐라 장담하기 어렵군, 일단 돌아가서 보고해야 할 것 같네.”

우유도가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배웅해 드리지요.”

“괜찮네, 어찌 자네처럼 대단한 사람에게 수고를 끼치겠는가.”

엄입은 비웃는 것인지, 자조하는 것인지 모를 말을 하고는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는 빠르게 정자를 빠져나가 초려별원을 떠났다.

떠나는 엄입을 보고 우유도는 다시 자리에 앉아 차를 음미했다. 우유도는 잠시 넋을 놓고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알아서 손님을 배웅하고 돌아온 관방의는 정자 안으로 들어와 부채질하며 물었다.

“대가를 받고 사람을 내어주겠다니. 너는 도대체 저들을 원하는 거야, 아니면 돈을 원하는 거야?”

덕분에 관방의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우유도는 찻잔을 손에 들고 돌리며 말했다.

“홍랑이 돈을 좋아하니, 이건 다 홍랑을 위해서야.”

관방의가 코웃음을 치며 다시 물었다.

“정말 저 둘을 내어줄 거야?”

그전에 그녀가 느끼기에는 우유도가 저들을 내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지금 자금동과 약속까지 했다.

우유도는 침음하며 동문서답했다.

“사람을 천화교에 보내. 가서 저들에게 전해. 곤림수 부부에 관한 일은 반드시 나를 찾아와야 한다고 말이야. 만약 자금동을 끼고 일을 진행하면 많은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나를 통해 거래하면 난 별다른 조건을 내걸지 않겠다고 말하면 될 거야. 그럼 천화교는 자금동과 이야기하기보단, 반드시 나를 통해 곤림수 부부의 일을 해결하려 할 거야.”

“하지만 천화교가 이를 빌미로 삼아 자금동에게 이 일을 일러바치고, 우유도가 자금동 대신에 몰래 연락해왔다고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한 가지 조건을 더 내걸면 되지. 천화교에 이 이야기를 전할 때, 자금동에게 이런 말을 내가 했다는 걸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고 하면 되는 거야. 천화교에게 신신당부해야 해. 만약 내가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는 걸 자금동에 이야기하면, 곤림수 부부에 관한 거래에서 난 절대 타협하지 않을 거라 하면, 저들은 알아서 자금동에게 내가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는 걸 말하려 하지 않을 거야.

물론, 우리 쪽에서도 천화교에 우리가 이런 제안을 했다는 걸 절대 들키면 안 돼. 어떤 증거나, 단서도 남기지 말아야 할 거야. 만약 천화교가 정말 자금동에게 내가 이런 제안을 했다는 걸 일러바친다고 해도, 우리 쪽에 증거가 남아있지 않으면 발뺌할 수 있지. 철저히 준비하면 문제가 생길 확률은 없어.”

관방의는 멈칫했다.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엄입과의 대화는 눈속임일 가능성이 컸다. 이렇게 일을 번거롭게 처리하는 이유는 아마도 저들 부부를 곁에 남겨두기 위해서일 것이다. 관방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저들 부부를 남겨 놓으려는 속셈이었군. 그럼 대체 엄입과 뭐하러 그런 이야기를 한 거야? 나중에 도야가 애초에 이런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걸 자금동이 깨닫게 되면, 자금동에서 도야를 씹어 먹으려 할걸?”

“나라고 이러고 싶은 줄 알아?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고 싶지. 나도 단순하고 화끈하게 살고 싶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나라고 저들의 의견을 따르는 척하며 복잡하게 하고 싶겠어? 하지만 방법이 없어.

이곳에 있으니 이곳의 규칙을 따라야겠지. 규칙을 파괴하면 이곳에 더는 머무르기 어려워지지. 이런 일은 저들을 제외하고 진행할 수 없어. 그리고 곤림수 부부를 손에 넣는 일에 자금동도 힘을 보탰어. 또한, 나는 아직 자금동이라는 갑옷이 필요해.”

관방의는 우유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단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도 있었다.

“그런데 곤림수 부부가 그렇게 중요해? 저들 둘을 위해 두 대문파 사이에서 이처럼 심력을 낭비하며 일을 진행할 필요 있을까?”

우유도가 ‘하하’ 웃었다.

“몽 사령관이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 천 명의 병사는 얻기 쉬워도, 한 명의 장수는 얻기 힘들다.”

관방의가 눈살을 찌푸렸다.

“장수? 지금 곤림수가 저지른 짓을 보면, 그는 너무 오만해. 그런 곤림수의 어딜 봐서 장수의 자질이 있다는 거야.”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장수는 두 종류가 있지. 하나는 전략 전술에 능한 장수이고, 하나는 적군과의 싸움에 능한 장수이지. 천화무극술, 천화교의 지고비법으로 통하는 것이 정말 그리 간단할까? 천화교 삼 대 이후 연성한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어려운 비법이야. 그런데 그것을 곤림수는 연성해 냈지. 수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인재야. 그 수행자질만 보아도 이처럼 대단하니 기대가 되지 않아? 난 기대가 되는군.

이렇게 알아서 찾아 왔으니 만약 이 기회를 놓친다면, 내가 보는 눈이 없는 거겠지? 게다가 재밌는 것이, 천화교 내부에 있는 장로들은 저마다 자기들이 차지한 이익을 뺏기는 것이 두려워 곤림수를 견제했다는 거야. 이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지. 저런 인재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걸 보고 있느니, 차라리 내가 가지는 게 낫지.”

관방의가 잠시 침묵하더니 놀리듯이 말했다.

“자기가 한나라의 임금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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