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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38화 (236/1,000)

1138화. 갑작스러운 행동

한발 먼저 온 엄입은 이미 일부 자금동의 사람을 이끌고 있었다. 다들 자금동의 고수들이었으니, 초려별원에 경계를 강화한 것이었다. 혹시라도 천화교의 사람들이 위험한 모험을 할까 방비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곤림수는 이번 협상의 중요한 패였다. 아직 고기를 삼키기 전에 자금동은 절대 그 패를 잃어버리려 하지 않았다.

순간, 초려별원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고, 우유도는 빠르게 입구로 가서 손님을 마중했다.

궁임책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엄입을 바라보았다. 이미 우유도와 이야기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아듣고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우 장로, 우문 장문인이 우선 곤림수 부부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하네. 우리 자금동이 그 정도 인정도 없지는 않으니 확인시켜 줄 수 있는가.”

우유도가 다소 머뭇거리며 말했다.

“곤림수 부부가 천화교의 사람을 볼 면목이 없어 만나지 않겠다고 하면 어찌합니까?”

궁임책은 엄입을 바라보았다. 혹시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것인가? 미리 이야기된 것이 아니란 말인가?

엄입은 잠시 멈칫하더니 우유도에게 다가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마치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묻고 있는 것 같았다. 방금 승낙하지 않았던가?

우문연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이 자네 손아귀에 있으니, 저들이 우리를 만나는 것도, 만나지 않는 것도 모두 자네에게 달렸지, 그들의 결정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말을 하면서 여전히 우유도의 반응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천화교에 보낸 서신은 도대체 누가 보낸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정말로 우유도인 것이 열에 열 확실하다면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을 필요 없었다. 우유도가 어떤 조건도 제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인했고, 우유도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바로 우유도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우유도는 마치 자신과 상관없다는 얼굴을 하고, 모든 결정을 자금동에 미루었다.

지금 우유도를 찾아온 것도 우유도가 자금동 때문에 저러는 것인지 떠보기 위해서였다. 또한, 우유도와 단둘이 만날 기회를 잡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만약 정말 해결할 방법이 있고, 조건만 맞는다면, 우문연은 우유도와 협력할 의향도 있었다.

“그게 말입니다. 저는 강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궁임책을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궁임책의 의견을 묻는 모습이었다.

그 존경하는 태도가 궁임책에게 퍽 만족스러웠다. 최소한 보기에는 장문인이 무게감 있어 보였으니 말이다.

우문연이 고개를 돌려 궁임책을 돌아보았다. 마치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했다. 궁임책이 우유도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데려오도록 하게나.”

우유도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장문인, 혹시 잠시 대화가 가능하십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이란 말인가? 궁임책은 내심 중얼거렸다. 그런데도 그는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우문연에게 미소지어 보이고 우유도와 같이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주인이 청하지 않았으니, 사람들은 초려별원의 입구에서 조금 멀어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입구에서 마찬가지로 기다리고 있는 관방의 또한 이번에 도야가 무슨 짓을 벌이려고 하는지 궁금해했다.

담벼락 한쪽 모서리, 처마 밑에 있는 원강은 삼후도를 등에 메고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으로 이동한 두 사람은 주위에 듣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더는 거리낄 것이 없는 궁임책이 눈살을 찌푸리며 조용히 물었다.

“뭘 하려고 그러는가?”

우유도가 조용히 대답했다.

“뭘 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일은 종문이 처리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저들을 여기에 데려온 것은 어찌 된 일입니까? 장문인, 종문은 이득의 큰 부분을 가져가고, 책임은 제게 지우려고 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궁임책은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엄입이 잘 설명해 주지 않았는가? 그냥 만나보기만 할 것이네. 인질을 확인할 뿐 다른 뜻은 없네. 내 충고하는데, 너무 그렇게 수상쩍은 행동을 보여주면, 저들이 정말 자네에게 그 창날을 돌릴 수도 있음을 명심하게.”

“지금 저들을 만나게 해도 되겠습니까?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입니다.”

“여기는 우리 영역이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경계하고 있으니, 무슨 일이 있겠는가?”

우유도는 입구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또다시 조용히 말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명확합니까. 우리 조건을 승낙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람을 풀어줄 것이고, 우리가 사람을 풀어주지 않으면 우리에게 물건을 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인질에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특별히 찾아올 이유가 무엇입니까?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만약 만났다가 곤림수 부부가 무슨 암시를 받고 자진이라도 한다면, 이렇게 다 같이 고생한 게 그냥 비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궁임책은 우유도를 훑어보았다.

“자네가 의심이 많다고 엄입이 그러더군. 오늘 보니 그 말이 정말이군. 자네 말처럼 그리 심각할 리가 있는가? 그냥 만나보는 것이네, 그런데 말 몇 마디로 저들을 어찌 자진하게 한단 말인가? 좋네, 설사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한들, 자네는 이미 인질의 몸에 금제를 가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질이 죽고 싶다고 죽을 수 있겠는가?”

“제가 사람을 데려오면, 장문인께서 강제로 빼앗아 가지 않으시겠지요?”

“…….”

궁임책은 어이없는 얼굴로 한참 동안 굳어 있었다. 곧 웃는지 우는지 모를 애매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강제로 빼앗을 생각이었다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있었겠는가? 자금동을 뭐 하는 곳으로 여기는 것인가. 종문 안에서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는 걸 허락할 리 없지 않은가. 문규가 장식인가?”

“그냥 확인해 본 것입니다. 장문인은 제 말을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십시오.”

우유도가 연신 말을 바꾸고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장문인께서는 그냥 이대로 저들을 만나게 하자는 겁니까?”

“자네가 곤림수를 잘 제압해 놓았다면, 한번 만나보는 건 별다른 문제 없겠지.”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장문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뜻대로 하겠습니다. 다만 장문인은 절대 저를 속이시면 안 됩니다.”

“확실히 말하게. 내가 자네를 어떻게 속인단 말인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돌아왔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사람은 의아한 얼굴로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하는 얼굴이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우유도가 손을 뻗어 사람들을 초려별원에 들임과 동시에 관방의에게 눈짓하며 말했다.

“가서 직접 그들을 데려와.”

“알겠습니다.”

관방의가 끄덕이며 그곳을 벗어났고,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관방의를 돌아보았다. 특히 천화교의 사람들은 더했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저 여자는 천하에 그 미모로 명성을 떨친 제경 홍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유도의 노예처럼 고분고분 말을 듣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유도가 그런 쪽으로 이상한 취미가 있는지 의심하기까지 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어찌 내기에 노예라는 내용까지 넣었을까.

관방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내원 깊숙한 곳에 들어간 그는 연금되어 있는 화봉황의 방을 찾아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침울한 얼굴로 상심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던 화봉황은 화들짝 놀랐고, 갑자기 누군가 방안에 들어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들어온 사람이 관방의인 것을 보고 다소 안심하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관방의는 그녀에게 다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도야의 말이 틀림이 없군. 천화교는 정말로 곤림수를 그냥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화봉황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깜짝 놀란 화봉황이 무슨 의미냐고 묻는 것 같았다. 관방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도야가 그대들 부부의 목숨을 지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어. 운에 맡겨야겠지.”

화봉황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관방의는 두 손을 화봉황의 어깨에 올리고는 말했다.

“동생, 상황이 어렵게 되었어. 천화교에서 사람이 왔어. 그것도 장문인 우문연이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찾아 왔지. 동생 사형을 데려가려고 말이야. 동생 같은 경우는 도야가 이미 말해 주었으니 잘 알고 있겠지만, 천화교는 동생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저 곤림수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지.”

장문인이 직접 친림했다고? 화봉황은 급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순간적으로 긴장했고 얼굴이 급변했다.

“두려워할 것 없어. 여기는 자금동의 영역이고 도야는 자금동의 장로이니, 우문연은 여기서 경거망동하지 못할 거야. 동생 부부는 이미 도야의 사람이 되었으니, 도야도 쉽게 동생 부부를 데려가게 하지는 않겠지. 도야는 곤림수가 일단 저들 손에 들어간다면 죽지 않아도,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아마 인생이 끝장나겠지. 하지만 천화교의 그 거대한 문파를 상대로, 도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동생 부부도자신을 위해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할 거야….”

그렇게 한참을 떠들며 화봉황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어느 정도 표정이 펴진 화봉황이 관방의와 같이 문을 나섰다.

초려별원 한편에 있는 연못 곁에는 정자가 있었고, 그곳은 나름 넓었다. 꽤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었다. 지금 그곳에 모여있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천화교, 자금동의 높은 사람이 많이 있었는데, 그들을 위해 찻물이 준비되었다.

한참이 지나도 나오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우유도의 반응을 살피던 우문연이 인내심을 잃고 불쑥 물었다.

“사람을 데려오는데 어찌 이리 오래 걸리는가?”

우유도가 마침 설명을 하려고 할 때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났다. 우유도가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옵니다.”

사람을 데리고 온 관방의는 우유도에게 고개를 숙였다. 우유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우문연 일행이 정말 그곳에 있는 것을 보고, 화봉황은 이를 악물었다. 사람들 앞에서 우문연 일행에게 무릎을 꿇었다. 매우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같이 온 관방의조차 놀랄 지경이었다.

우유도가 그 모습을 보고 관방의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관방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자신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상황을 모르니, 우유도의 두 눈에 경각심이 떠올랐다. 내심 빠르게 임기응변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우문연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섭운상, 어찌 된 일인지 다 들어 알고 있다. 이번 일은 너와 상관이 없으니, 너는 단지 곤림수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이다. 너는 잘못한 것이 없으니 일어나거라. 그처럼 큰 예를 보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화봉황은 그 말을 듣고도 고개를 저으며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겠다고 하니, 우문연은 강요하지 않고 물었다.

“그래, 한데 어째서 너 혼자인 것이냐. 네 사형은 어디 있느냐?”

화봉황이 고개를 들어 우문연을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사형께서 큰 실수를 범한 나머지, 차마 이곳에 나올 면목이 없다고 했습니다.”

우문연이 마침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우유도가 슬쩍 끼어들었다.

“이미 잘못을 저질렀으니 이제는 그 잘못을 마주해야지. 낯짝이 있고 없고가 무슨 말이란 말이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우문 장문인께서 직접 오셨다. 자금동과 협상을 하러 오신 것이지. 너희를 데려가시려고 말이다.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지만, 지금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렵단 말이냐?”

사실상 우유도는 아직 곤림수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아직 곤림수가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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