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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40화 (238/1,000)

1140화. 결자해지

“일단 진정해. 아직은 되돌릴 여지가 있어.”

곤림수가 다급히 물었다.

“어찌해야 합니까?”

“다행히, 너희 둘은 내기에 묶여 있는 상태지. 이 내기는 천하전장의 사람들이 증인이 된 것인 데다가, 전복성이 천화교의 장로 신분으로 천화교를 대표해 보증한 것이야. 당연히 천화교도 없었던 일로 할 수 없는 내기라고 할 수 있지. 내기에 따라서 너희가 여기 남겠다고 하면, 저들도 너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 네 사매가 여기에 남아 있기만 하면, 저들은 네 사매를 어쩌지 못할 거란 말이지.”

곤림수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너무 고집을 부려서 일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내가 말했지 않나? 길은 네가 고른 것이니, 후회하지 말아야지! 대결을 벌이기 전에 내가 수차례 당부를 했고, 반복해서 네게 기회를 주었어. 단지 네가 거부했을 뿐이지! 지금 와서 후회하는 게 소용이 있을까? 현실을 직시해야 할 거야! 이제 와 너희에게 다른 길이 있을 것 같나? 난 이래 봬도 신용이 있는 사람이야. 이왕 내 사람이 되었으니, 너희가 정말 마음으로 내 사람이 되기로 결정하면, 나는 최선을 다해 너희를 지킬 거야.”

곤림수가 참담한 미소를 지었다.

“장문인께서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직접 찾아와서 저희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자금동이 우리를 돌려보내지 않고 버틸 수 있단 말입니까? 장로님은 자금동의 명령을 어길 수 있으십니까?”

“자금동이 쉽게 사람을 풀어 줄 것 같아? 얼마 전 천화교와 자금동의 협상에 직접 참여했었지. 너희를 내어주는 대가로 자금동은 천화교에 삼십만 필의 전마와 금 삼억 냥을 달라고 했어!”

“네?”

곤림수가 대경실색했다. 자신이 그 정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말도 안 됩니다. 천화교가 그것들을 대가로 내어줄 리 없습니다!”

“물론, 그건 일단 흥정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가격을 좀 세게 불러본 것에 불과해. 앞으로 흥정의 여지가 분명히 있지. 하지만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은, 이건 알아서 찾아온 기회라는 것이야. 논리에서도 자금동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자금동은 이 기회에 한몫 단단히 잡으려 할 게 분명해. 물론 천화교도 쉽게 승낙하지는 않겠지. 자금동에게 쉽게 갈취당하려고 하지 않을 거야! 결자해지(*結者解之: 일을 저지른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는 뜻)라는 말이 있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이 네게 있어.”

곤림수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저 말입니까?”

“사실 수많은 일들은 복잡해 보이지만,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야.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면 자연스럽게 풀리는 것들이지. 네게 물어보고 싶군. 천화교가 왜 이 자금동까지 직접 와서 그 내기를 번복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걸까? 어째서 우문연이 직접 나서서 너를 데려가려 하는 것일까? 아마 그걸 모를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은 아닐 거야. 아마 너도 답을 알고 있겠지.”

곤림수가 침묵하다가 답했다.

“제 몸에 천화교의 지고 비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천화교는 이 지고 비법이 외부로 누출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맞아. 문제의 근본은 바로 거기에 있는 거지.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니, 해결하는 건 어렵지 않지. 천화교에게 네가 절대로 비법을 누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게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천화교가 그걸 확신한다면, 천화교는 너희 부부를 그냥 포기할 거야! 냉정히 말해, 천화교는 너희 부부를 천화교로 데려오기 위해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냐.

너희 부부가 갖고 있는 지고 비법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이 지고 비법 때문에 자금동에게 거액을 주려고까지 하는 거고. 그러니 천화교가 마음을 놓을 수 있다면, 그들은 자금동에게 괜히 쓸데없는 돈을 주려 하지 않을 거야.”

곤림수가 고통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저희가 장담한다고 저들이 믿겠습니까? 설사 우리가 여기 남는다고 해도, 저희 사부님은 어찌합니까? 전복성 장로님이 우리를 협박하는 말을 들으셨을 겁니다. 저희 부부가 어찌 우리 자신을 위해서 사부님의 안위를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우유도가 곤림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 같으니, 어째서 깨닫지 못하는 거야? 너희가 여기 남아야지만, 사부를 지킬 수 있는 거야!”

곤림수가 멍한 얼굴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다급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유도가 느긋하게 말했다.

“저들이 네 사부라는 패를 손에 쥐고 있지. 하지만 반대로, 네 손에는 저들을 상대할 패가 있어.”

“어….”

“네가 가진 천화무극술! 그게 바로 네 손의 패라 할 수 있지. 저들이 네 사부에게 위협을 끼치지만 않으면, 너는 천화무극술을 누출하지 않겠다고 장담하면 그만이야. 그리고 저들은 네 사부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네가 지고 비법을 누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겠지.

이게 바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라 할 수 있지. 알겠어? 이게 유일하게 네 사부를 보호할 방법이라는 거야.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설마 지금 너희들이 이대로 돌아가면, 저들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네 사부를 그냥 놔둘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두 사람이 방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밖에 있던 관방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또 내심 역시 도야는 도야라고 감탄을 내뱉고 있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수법인가. 감히 초려산장에서 도야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

안에 있는 곤림수는 이 인과에 대해서 들은 후, 정신이 멍해졌다. 결국은 뭔가를 깨달은 듯,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상처 입은 표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사문을 배신한다니! 여전히 망설이는 표정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부님은 앞으로 천화교에서 잘 지내기 어려우실 겁니다.”

우유도가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이 생겼는데 잘 지내길 바란단 말이야? 일단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너는 일단 너와 네 사매를 먼저 생각해야 할 거야. 살아만 있다면, 어떤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지. 네 사부 쪽은 일단 당분간은 힘겹게 버텨야 하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약속하마, 기회를 봐서 네 사부도 거기서 끄집어내도록 하지.”

곤림수가 고개를 들어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왜 우리에게 이런 호의를 베푼단 말입니까?”

곤림수는 우유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우유도의 호의를 의심하는 것이 분명했다.

“네가 알아야 할 것은, 나는 지금 너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돕고 있다는 거야. 내가 어떻게 자금동의 장로가 되었는지 알고 있을 거야. 내가 야비하고 비열한 사람인 것 같나? 그렇지 않아. 뭐, 비정한 면이 있을 수 있다곤 하지만, 야비하고 비열한 사람은 아니라 할 수 있지. 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그리고 내 사람을 지키는 사람이지, 정말로 내가 야비하고 비열했다면, 자금동의 장로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나?”

“…….”

“지금 자금동은 너희를 교환하면서 천화교에서 이익을 챙기려고 하고 있지. 하지만 그것들은 내게 아무런 이득이 없어. 내 사람을 내가 지키지 못하면…. 내 체면이 어찌 되겠어? 그러니 저들이 마음대로 하도록 놔둘 수 없지.”

곤림수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인제 보니, 어느 문파든지 간에, 내부 투쟁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은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지. 그건 피할 수 없는 거야! 이제 떠날지 남을지 네가 결정하는 거야. 강요하지 않겠어. 지금 우문연이 너희 부부를 기다리고 있으니, 가지!”

우유도는 그 말을 남기고 뒤돌아 곤림수의 거처를 나섰다.

방 안에 있던 곤림수는 잠시 침묵하더니, 결국은 우유도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피할 수 없었다.

밖에 나오니 관방의가 웃는 듯 마는듯한 얼굴로 우유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유도에게 할 말이 있어 보였는데, 그게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곤림수가 머물던 거처의 밖으로 나왔다. 이후, 우유도 일행은 초려별원을 반쯤 가로질러 다른 거처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화봉황이 연금되어 있는 곳이었다.

우유도와 곤림수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관방의만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이 화봉황과 같이 나왔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여러 감정이 다시 솟구쳤다. 또다시 서로 안부를 물으며, 별일 없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확인했다.

“사매, 방금 장문인을 만났을 때, 정말 사람들 앞에서 종문을 떠나겠다는 대역무도한 말을 한 거야?”

곧 곤림수가 화봉황에게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우유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화봉황은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그런데도 곤림수의 팔을 꽉 붙잡고 말했다.

“사형,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긴 이상, 사형은 돌아갈 수 없어요. 종문에서는 절대 사형을 그냥 쉽게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너….”

곤림수는 화봉황의 어리석음을 질책하고 싶었다. 또 그녀에게 사부의 상황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

그 전에 전복성이 그들의 사부를 가지고 협박한 일을, 화봉황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들이 사문을 배신하는 일이 사부님께 죄송한 일이고, 사부님을 난처하게 할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종문의 장로가 사부를 가지고 협박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곤림수는 질책의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이 된 것이 결국 누구 때문이겠는가?

곤림수는 사매를 질책할 수 없었다. 사매는 그를 구하기 위해서 필사적이었을 뿐이다. 이미 자신 때문에 큰 곤경에 처했으니, 사매가 그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우유도가 끼어들었다. 우유도는 두 사람이 지금 당장 상황을 너무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두 사람, 지금 거기서 사랑놀음할 때가 아니야. 우문연이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저들이 또 내가 너희를 협박한다고 하겠지. 그러니 그만 시간 끌자고, 결국은 마주해야 하는 일이니. 가지!”

그렇게 일행은 후원에서 나와 우문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유도는 사람들을 앞에서 이끌고 있었다. 곤림수 부부는 확실히 천화교의 사람들을 볼 낯이 없었다. 특히 장문인이 직접 온 상황이니, 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정자로 이어지는 복도에 들어갔을 때, 우유도는 사람을 시켜 두 사람을 확실히 보호하게 했다. 천화교의 사람이 손을 쓸 틈을 조금도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후, 궁임책에게 다가가 말했다.

“장문인, 데려왔습니다.”

“우문 장문인이 오래 기다렸네, 어찌 이리 오래 걸렸는가?”

우유도가 한마디로 그 물음에 답했다.

“저들 두 사람에게 물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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