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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41화 (239/1,000)

1141화. 서신, 잘 받았네

다시 고개를 돌리니, 곤림수 부부가 천화교의 사람들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드디어 사람을 데려왔다.

우문연은 무릎 꿇고 있는 두 사람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곤림수, 방금 섭운상이 오만방자한 말을 내뱉었다. 나는 너희가 지금 처한 상황을 고려해서, 너희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과거의 죄를 묻지 않으마. 걱정하지 말아라. 본좌가 있으니, 지금 여기서 너희를 어쩔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말해보아라. 섭운상이 그전에 했던 말은 다른 사람이 강요한 것이 맞느냐?”

그는 지금까지도, 천화교의 제자가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내뱉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천화교에서 가르친 제자가 이처럼 변변치 못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특히나 외부인이 보는 앞에서는 더욱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강요한 사람이 없습니다!”

곤림수가 고개를 들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책임을 뒤집어쓰며 말했다.

“장문인, 이 일은 사매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모든 것은 제 뜻입니다. 제가 사매에게 그리 말하라 시켰습니다. 모든 것은 제가 잘못했으니, 저 때문에 사매가 이 지경에 처했습니다. 제가 종문에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 내기에 따라 모든 결과를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네가 감히 어찌 책임진단 말이냐?”

천화교의 한 장로가 참지 못하고 호통쳤다. 우문연이 손을 들어 그 장로를 저지한 후에 다시 느릿하게 물었다.

“곤림수,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곤림수는 참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매를 한번 보고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종문에 더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노예가 되겠습니다! 전에 전 장로님께 맹세한 적이 있습니다. 설사 저의 몸이 여기에 있다 한들, 절대 종문의 기밀을 단 한 글자도 누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곤림수의 사부조차 종문에서 높은 지위에 있지 않았다. 당연히 곤림수가 천화교의 기밀을 알고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지금 그가 말하는 기밀이란 바로 천화무극술이 분명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우문연 뒤에 있던 전복성 장로가 크게 분노하며 소리쳤다.

“장문인께서 너희를 위해서 직접 이곳에 오셨다. 다 너희를 구하기 위해서지, 그런데 어찌 이처럼 배은망덕하단 말이냐! 너희는 잊은 것이냐? 너희가 어릴 때 방탁이 너희를 종문으로 데려와 지금까지 손수 키웠다. 방탁이 심혈을 기울여 너희를 단련시켰는데, 어찌 이처럼 배은망덕하단 말이냐. 지금 너희는 너희 사부를 해하려는 것이냐?”

지금 전복성이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었다. 우문연이 다시 뒤돌아 차가운 눈으로 전복성을 쏘아보았다. 마치 그런 말을 어찌 외부인 앞에서 하느냐고 질책하는 듯했다.

전복성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참지 못하고 경고를 한 것은 정말로 속이 타들어 가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번 일이 순조롭게 처리되면, 종문에 돌아가서 그나마 조금은 자신의 입지가 편해질 터였다. 하지만 만약 순조롭게 처리되지 않으면, 모든 분노가 전복성에게 향할 수도 있었다.

자금동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떤 사람들의 얼굴에는 조롱하는 미소가 떠올라 있기도 했다. 당당한 천화교에서 이런 역도가 나오다니, 자금동 사람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천화교는 오늘 괜히 찾아온 것이 돼버렸다. 오히려 찾아와서 체면이 크게 상했다. 제자들이 외부인 앞에서 사문을 배신하는 말을 입에 담았다!

궁임책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옆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궁임책은 이대로 계속해서 곤림수 부부가 천화교의 화를 더욱더 부추기길 바랐다. 그렇게 해서 천화교가 두 사람을 절대 용서할 수 없게 되길 바라고 있었다.

어쨌든지 간에 천화교는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두 사람을 다시 데려가려 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천화교와 이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심해진다 해도 자금동에게는 큰 상관이 없었다.

우유도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주제를 곤림수의 사부로 옮겨가도록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전복성이 알아서 판을 깔아줄 줄이야. 덕분에 일이 줄었다.

사부가 언급되자, 화봉황은 눈에 띄게 긴장했다. 곤림수의 손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에 땀이 배었다. 종문에서 사부를 가지고 자신들을 협박하리라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었다.

이것이 바로 우유도가 저들 부부를 격리한 원인이었다. 두 사람이 알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공유하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이다.

곤림수는 이미 한번 우유도에게 이야기를 들었었다. 결국, 우유도의 말이 그대로 들어맞은 듯했다. 결국 곤림수가 크게 격동하더니 소리쳤다.

“한번 스승을 모시면, 그분은 평생의 아버지와 같습니다! 사부님의 큰 은혜, 저희가 보답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 사부님을 난처하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종문에서 사부님을 해하지 않겠다고 보장해 주시면, 저도 절대 종문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사부님을 해한다면, 하늘에 맹세하건대, 저도 목숨 걸고 싸울 것입니다!”

“무엄하다!”

천화교의 장로 일부가 이구동성으로 호통쳤다.

난리가 났다. 지금 이건 천화교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천화교의 제자가 천화교를 협박하다니?

하지만 다소 냉정한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곤림수의 말투에서 뭔가 깊은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중 한 사람이 우문연에게 다가가 뭐라고 속삭였다.

우문연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닫고는 손을 들어 주위를 조용히 시키고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평소 먹고, 입고, 수련한 자원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것이더냐? 그건 수많은 사람이 쌓아온 기업임과 동시에, 수많은 동문의 피로 바꿔온 것이다. 넌 절대 이런 것들을 공짜로 주운 것이 아니며, 네가 마땅히 받아야 했던 것도 아니다. 스승의 은혜는 알면서, 종문이 너를 키워준 은혜는 잊어버렸단 말이냐?”

곤림수는 마치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우문연이 계속 말했다.

“어차피 이렇게 내기가 성립되었고, 너희 부부가 천화교를 배신할 결심이 섰다면, 나도 강요하지 않겠다. 하나만 묻겠다. 전에 약속한 것은 아직 유효하더냐?”

곤림수가 슬퍼하며 말했다.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종문을 위해 성경에 가기로 한 일이다. 네가 성경에 간다면, 네가 기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그 약속을 믿겠다. 하지만 만약 가지 않는다면 자신의 목숨을 귀히 여겨 말을 바꾼 것이니, 한 입 갖고 두말하는 자의 말을 대체 무슨 근거로 믿는단 말이냐?”

이건 곤림수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은 이미 우유도의 수하가 돼버린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우유도가 승낙해야만 했다. 그러니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우유도를 바라봤고, 그가 앞으로 나와 한마디 해주길 바랐다.

우유도가 아직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전에 우문연이 이어 말했다.

“곤림수, 내가 심혈을 기울여 너를 보호하고자 했다. 그를 위해서 단독으로 너와 만나기도 한 것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는 너를 좋게 보았고, 너를 키워주고자 했다. 하지만 너의 행동이 나를 정말 실망스럽게 하는구나!”

말을 마친 우문연은 그대로 몸을 돌려 천화교의 다른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떠납시다!”

“장문인!”

장로들이 놀랐다. 그냥 이렇게 떠난단 말인가?

우문연이 성큼성큼 걸으며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 자금동의 사람들도 다들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일행이 막 초려별원의 대문을 나섰을 때, 우문연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등진 채로 소리쳤다.

“우유도, 우 장로!”

일행을 배웅하기 위해 나오던 우유도가 멈칫했다. 하지만 곧 빠르게 다가가 포권을 하며 물었다.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우문연은 몸을 살짝 굽혀 우유도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서신, 잘 받았네!”

우유도는 심장이 철렁했다. 다만 겉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문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힐끗 바라보더니 별말 하지 않고, 손을 내저어 우유도를 물렸다. 그리고 그대로 우유도의 질문을 무시하고 다시 성큼성큼 걸어 멀어져갔다.

그리고 곧 천화교의 사람들이 모두 우유도를 훑어보며 지나갔다. 장문인이 우유도에게 비밀스럽게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한 얼굴이었다.

자금동의 사람들도 방금의 장면을 목도했다. 다들 매우 궁금한 얼굴이었다.

궁임책은 우유도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묻고 싶은 모습이었지만, 일단은 어쩔 수 없이 우문연과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두 집단의 사람을 배웅한 후, 관방의가 우유도에게 다가와 물었다.

“방금 우문연이 비밀스럽게 네게 뭐라고 한 거야?”

우유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아마도 내가 배후에서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야.”

“어?”

관방의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어,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다고! 쓸데없는 걱정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이든 아니든, 이번엔 천화교를 대표해서 곤림수를 성경에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군. 저 우문연을 너무 얕잡아 보았어. 오히려 우문연에게 반격을 당했군.”

관방의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네가 곤림수에게 천화교를 대표해 성경에 가는 일을 허락했기 때문이야?”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방탁은 곤림수 부부의 사부이지. 우문연이 방금 곤림수를 위협하는 말을 듣지 못한 거야?”

“생각해봐, 곤림수에게 성경에 가지 않는다면, 곤림수의 말을 어찌 믿느냐고 했지.”

“그뿐만이 아니야. 이 늙은이는 별로 좋은 마음을 품고 있지 않아. 아마도 고의로 거기까지만 이야기하고 떠난 것이겠지. 강요하지도 않았어. 그러고 문을 나서면서 내게 뭔가 비밀스럽게 말을 걸기까지 했어.

나중에 만약 내가 곤림수를 성경에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면, 자금동은 아마 내가 천화교와 뭔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기도 힘들 거야. 저 늙은이는 지금 송곳 하나를 심어서 내가 그걸 건드릴 수밖에 없게 한 거지.”

관방의의 안색이 다소 굳어지며 말했다.

“많이 곤란할까?”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딱히 곤란할 건 없지. 아마 나를 골탕 먹이려는 것 같아. 아마도 내가 지금 뒤에서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고 알려주려는 거겠지.”

“우문연, 무서운 자로군. 아마 우문연이 지금 이렇게 안심하고 떠나간 것 또한, 내가 곤림수 부부를 자금동에게 맡길 생각이 없기 때문임을 확신했기 때문일 거야. 내기의 내용대로, 곤림수 부부가 자금동의 사람이 된 게 아니라, 내 사람이 된 게 확실하다는 것을 우문연은 깨달은 것이지. 그걸 확인하고는 안심하고 떠난 것이야.”

관방의가 다소 놀라며 물었다.

“그쪽에서 간파했다면, 자금동에서도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그가 알아차린 것은 아마 내가 보낸 그 서신 때문일 거야. 자금동은 아무런 단서가 없으니 나와 연관 지어 생각하기 힘들겠지.”

관방의가 크게 경계하며 말했다.

“그럼 혹시 저자가 자금동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을까?”

“뭘 말이야? 내가 서신을 보내 저들을 여기로 데려왔다고 말이야? 증거가 있어? 증거가 없으면 그건 이간질이야. 물론 나를 의심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간질이라는 가능성이 있으니 나를 크게 의심하진 못할 거야.”

“게다가 내가 저들 부부를 자금동에 넘기지 않으려는 것을 확인했으니, 아마 이 사실을 폭로하지 않을 거야. 곤림수 부부의 처분을 자금동이 맡게 하는 게 저들에게 뭐 좋은 점이 있단 말이야? 그렇게 되면 오히려 곤란해지는 것은 바로 저들이야.

곤림수 부부를 데려가기 위해 자금동과 다시 흥정을 시작해야 될 테니까. 그게 오히려 더 안 좋은 일이지. 그러니 지금 가장 좋은 방법은 이대로 내버려 두는 거야! 저자는 똑똑한 사람이야. 그러니 더는 자금동과 협상을 하지 않고 이대로 자금동을 떠날 거야.”

말을 마친 우유도는 그 자리를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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