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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42화 (240/1,000)

1142화. 배은망덕한 놈

복도,

곤림수 부부가 아직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서로 기대앉은 채, 크게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우유도가 두 사람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천화교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으면 그만이야. 아무튼, 저들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고 말이지. 너보고 성경에 가라고 하는 것을 보면, 저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도 모르지 않겠지. 어쨌든지 간에 널 죽이려 하는 거야. 이제, 내 편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것을, 너희는 눈으로 목도한 셈이나 다름없어. 이제 내 말을 믿겠나?”

* * *

“우문 형, 이게 뭐 하는 것이오?”

궁임책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는 천화교의 사람들과 같이 객원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금동은 다시 천화교와 두 번째 협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문연이 이끄는 천화교의 사람들이 가는 방향이 조금 이상했다. 이 길은 객원이 아니라 자금동 밖으로 나가는 방향이었다. 그러더니 지금 갑자기 떠나겠다고 작별을 고하고 있지 않은가.

우문연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갑작스럽게 방문하여 큰 폐를 끼쳤소. 천화교 쪽에 아직 일이 많아 우린 먼저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소.”

궁임책이 멍한 얼굴로 바라보더니 급히 말했다.

“우문 형, 나도 고의로 그쪽을 난처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오.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소. 우리 사이가 보통 사이는 아니라 할 수 있지 않소. 게다가 나도 본문에 할 말은 있어야 하니, 우리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같이 앉아 천천히 이야기해봅시다.”

“이렇듯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소. 천만 냥이오. 가능한지 아닌지 화끈하게 말해보시오.”

만약 그 정도 대가로 저들을 데려갈 수 있다면, 우문연은 저들을 데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만약 그 대가가 너무 크다면 그냥 포기할 생각이었다.

궁임책이 ‘허허’ 웃었다.

“우문 형, 우리가 무슨 밥을 구걸하는 거지로 보이시는 거요?”

우문연은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 손짓했다. 아래 사람들이 즉시 지령(指鈴)을 흔들어 몇 마리 날짐승을 불러왔다.

우문연을 선두로 사람들이 하나둘 날짐승 위로 날아올랐고, 그대로 하늘로 날아갔다.

“우문 형…!”

땅에 있는 궁임책이 소리 질렀지만, 저 하늘 위로 날아가고 있는 날짐승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천천히 사라져 갔다.

“…….”

자금동의 사람들은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다들 서로서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한나절 동안 난리를 피웠고, 자금동은 아주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런 결과가 나온단 말인가? 더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장문인, 혹시 우리가 너무 가격을 높게 부른 것입니까?”

부군량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궁임책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에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것이 어찌 잘못이겠소. 저들이 멍청이도 아니고, 흥정이라는 것을 모른단 말이오?”

자금동 사람들이 생각해 보니 그 말이 가히 틀리지 않았다. 궁임책은 초려별원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두 눈을 번뜩였다. 그러더니 곧 날아올랐다.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그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우유도가 다시 나가 마중했다. 궁임책은 우유도를 보고 다시 물었다.

“우문연 일행이 떠났네, 천화교로 돌아갔지.”

우유도는 다 알고 있으면서 입으로는 다른 질문을 내뱉었다.

“얼마 주기로 했습니까?”

마치 당장이라도 돈을 나눠 가지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저들이 곤림수 부부를 만난 후, 더는 협상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한마디 하지 않고 그냥 떠나 버렸네. 우 장로,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알고 있는가?”

우유도가 매우 놀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말도 안 됩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단 말입니까? 그 이유를 지금 제게 물으시다니요. 오히려 제가 장문인께 여쭙고 싶은 일입니다.”

궁임책이 냉담하게 말했다.

“우문연이 떠나기 전에 입구에서 자네에게 뭐라고 말했는가?”

우유도가 여전히 놀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별말 안 했습니다. 저를 부르더니 딱 한 마디 했을 뿐입니다. 아직 그게 무슨 말인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궁임책이 즉시 물었다.

“무슨 한마디를 했는가?”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리고 침음하며 말했다.

“딱 여섯 글자를 말했습니다. 서신, 잘 받았네!”

그에 대해서 우유도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고, 사실대로 말했다.

“서신, 잘 받았네….”

궁임책이 중얼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도 무슨 의미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그가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그게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궁임책이 다시 우유도에게 물었다.

“겨우 그 말을 했단 말인가?”

우유도는 다소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설마 지금 제가 여러분을 속이고 있단 말입니까? 귓가에 속삭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뭐 다른 말을 나불거릴 시간이라도 있었겠습니까?”

그 말이 맞았다. 설사 그 말이 아니라 해도, 길게 말할 시간은 없었다. 궁임책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저들을 만나지 못하게 해야 했어. 우문연이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 것은 아마 전하려는 것을 모두 곤림수에게 전했기 때문일 것이야. 곤림수의 사부를 가지고 협박했으니, 곤림수가 비법을 누설할 걱정을 하지 않게 된 것이지.”

우유도는 역시 삼대 문파의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정말 만만한 사람이 하나 없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금동의 다른 사람들도 그제야 깨달은 듯한 얼굴을 했다. 이때, 엄입이 우유도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 장로, 혹시 자네가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은 아니겠지?”

“그게 무슨 뜻입니까?”

우유도가 즉시 맞받아치며 강하게 압박했다.

“그 말은, 제가 천화교의 사람들에게 곤림수의 사부를 가지고 협박하라고 가르쳐 주었단 말입니까? 엄 장로님, 당시 대결이 끝나고 전복성이 저들의 사부 방탁을 가지고 협박하는 것을 직접 들었지 않습니까. 그때 제가 나서서 그 일을 막았었지요. 방금 또 전복성이 그 일을 언급했습니다. 설마 지금 저보고 전복성과 사전에 의논이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다시 궁임책을 보고 말했다.

“장문인, 처음부터 제가 저들이 만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봐 제가 안 된다고 말했음에도 기어이….”

“됐네!”

궁임책이 우유도의 말을 끊었다. 이대도 듣다가는 그의 책임이 될 것 같았다. 우유도의 권고를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렸으니,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궁임책은 얼렁뚱땅 넘어가며 말했다.

“저들이 인질이 잘 있는지 보자고 했으니 거절할 수 없었네, 이미 발생한 일을 어쩌겠는가. 우문연이 허점을 파고들었으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세.”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궁임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유도가 그전에 장문인과 이 일을 이야기한 적이 있단 말인가?

그 전에 두 사람이 따로 이야기를 나눌 때,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잠시 후, 궁임책 일행이 떠났을 때, 엄입은 여전히 우유도 곁에 남아 수시로 뭔가를 암시하며 중얼거렸다.

“별문제 없이 진행되던 일이었는데, 어찌 갑자기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정말로 이상하군.”

정자 안에 앉아 차를 마시던 우유도는 수시로 눈앞을 왔다 갔다 하는 엄입을 보고 있었다. 우유도는 그런 엄입을 보고 이를 갈았다. 심지어 짚고 있는 검을 뽑아 몇 번이고 찔러, 입을 못 놀리도록 피를 뿜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

우유도가 어디 어리석은 사람이던가. 지금 엄입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결국, 우유도는 참지 못하고 불쑥 한마디를 내뱉었다.

“당장 다른 곳으로 가십시오. 여긴 엄 장로를 환영하지 않습니다!”

우유도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약을 잘못 먹었는지 몰랐다. 그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고, 너무나 결백했고, 어떠한 증거도 없었다. 그런데 이 늙은이는 하필이면 돌고 돌아 우유도를 의심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이치가 어디 있단 말인가.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엄입이 즉시 뒤돌아 말했다.

“우 사제, 어째서 그리 화를 내는가?”

탕!

우유도가 탁자를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지금 화가 안 나게 생겼습니까! 이상한 말을 계속 중얼거리는데, 무슨 뜻으로 그러는지 내가 모를 것 같습니까? 어디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자금동은 이번 협상이 성사되어 이익을 얻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면 저들 두 사람이 자금동에 남아 있는 게 좋습니까?”

“당연히 협상이 성사되어 이익을 얻는 것이 좋지, 저 두 사람을 남겨 뭐한단 말인가?”

우유도가 반문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자금동은 아주 똑똑하고, 저는 아주 멍청이인가 봅니다. 이득이 있어도 거절하고, 마음으로 따르지 않는 사람을 곁에 두고자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제가 천화교의 저 두 사람을 손에 쥐고 있으면, 개뿔 무슨 이득이 있단 말입니까?”

엄입이 정색하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저들 두 사람이 자금동에는 별다른 쓸모가 없지만, 자네에게는 다르지 않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 몫의 일은 하지 않겠는가?”

“그만 가십쇼!”

우유도가 소리쳤다. 정말로 화가 났다. 이 자라 새끼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도리가 통하지 않으니,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엄 장로님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들어줄 시간이 제겐 없군요. 여봐라, 엄 장로님을 빨리 모셔 가거라!”

하지만 우유도의 분노에도 엄입은 오히려 태연히 말했다.

“우 사제, 그냥 해본 말인데 어찌 그리 화를 낸단 말인가. 흠, 그러지 말고 술상을 좀 봐오게나. 이미 날이 어두워졌으니, 오늘은 여기서 묵을까 하네만.”

“이만 가시라는 말 못 들으셨습니까?”

“엄 장로님, 가시지요!”

어쩔 수 없었다. 집주인이 원하지 않으니, 몇몇 사람이 엄입을 강제로 ‘모시고’ 나갔다.

그 후, 관방의가 나타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도야, 엄입이 도야를 의심하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유도는 아주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놈이 날 의심하지 않은 적이 있을까? 아마 내가 방귀를 뀌어도, 한나절은 의심할 거야. 개자식, 늙은 자라 새끼. 여기서 순 얻어먹기만 하고…. 아무리 먹여도 소용없는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히는군. 앞으로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안으로 들이지 마! 그래놓고 이 몸에 빌붙어 먹으려고 한단 말이야? 이빨을 뽑아버려야지…. 북주에 있는 사람들에게 엄입과 연관 있는 사람들을 모두 처리해 버리라고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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