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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43화 (241/1,000)

1143화. 계획 중단

끝없는 하늘,

사람들을 태운 몇 마리 날짐승이 석양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석양이 우문연의 몸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가운데, 그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짐승을 타고 있던 장로가 그를 돌아보고 물었다.

“장문인, 어찌 갑자기 한숨을 내쉽니까?”

우문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그 장로가 다시 물었다.

“곤림수의 일은 그냥 이대로 끝내는 겁니까? 더는 협상하지 않으실 겁니까?”

사실 한참 전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이다. 다만 우문연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어 방해하지 못했다. 지금 우문연이 사색에서 깨어난 것을 보고 당연히 마음속의 의문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뒷짐을 진 우문연을 탄식하며 동문서답을 했다.

“아마, 그 서신은 우유도가 보냈을 것이오.”

장로가 의아해했다.

“그자가 보낸 것이라면, 어째서 모른 척한단 말입니까? 장문인께서는 또 어찌 폭로하지 않으신 겁니까? 혹시 둘 사이에 무슨 약정이 있으신 겁니까?”

“그렇지 않소!”

우문연이 고개를 저었다.

“어찌 폭로한단 말이오? 증거가 있으시오? 무엇을 가지고 그 서신을 우유도가 보낸 것이라 한단 말이오. 그자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오. 증거가 없으면, 자금동은 우리가 이간질한다고 생각할 것이오. 지금 되돌아보니, 서신을 보낸 사람이 신분을 밝히지 않으려 한 이유를 알 수 있소. 젊은 나이에 이처럼 심모원려하다니. 또 설사 폭로할 수 있다 한들, 이 결과를 바꿀 수 있소?”

“최소한 우유도를 괴롭힐 수는 있지 않습니까! 괜히 신비로운 척하며 우리 천화교를 골탕 먹이지는 못할 겁니다.”

“홧김에 하는 말은 쓸모없소. 오늘 만나보니 우유도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닌 것 같소. 그놈은 아주 멀리 내다보는 놈이니, 확실히 기개란 나이의 많고 적음에 결정되는 것이 아닌 것 같소. 이는 우리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오!”

그 장로가 장문인의 말에 다소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

“장문인, 그건 너무 편파적인 말씀 같습니다. 물론, 저도 우유도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의 자리에 앉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저희도 장문인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한심하지는 않습니다. 설마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천화교에 우유도보다 나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단 말입니까?”

우문연은 미소지으며 한 손을 들어 살짝 흔들었다. 더는 그 이야기를 하지 말자는 손짓이었다. 그러면서 입을 열었다.

“그나마 곤림수는 의리가 있는 사람이오. 방탁을 관심 있게 관리하되, 대접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내 말을 전하시오.”

장로가 멈칫하더니 곧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문인, 그 말에는 찬성하지 못하겠습니다! 그 전에 장문인의 마음이 곤림수에게로 향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전에 우유도의 초려별원에서 그를 키우고자 했다고 말씀하셨지요. 하지만 지금 무슨 상황입니까. 그는 배은망덕한 배신자입니다.

이미 우리 천화교를 배신했습니다. 그런데도 장문인께서는 그놈이 의리가 있다고 하시니, 세상에 의리 있는 배신자도 있단 말입니까? 문중의 제자들이 들으면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장문인께서 말을 삼가해 주십시오!”

우문연이 침묵했다. 상대방의 말과 같이, 곤림수에게 이런 일이 생긴 덕분에 곤림수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배신자였다. 그가 만약 종문 배신자의 편을 든다면, 분명 종문 내부에 큰 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사실 얼마 전이었다면 그도 곤림수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유도의 수작을 간파한 후, 그는 반성했다.

우유도가 어째서 그처럼 심혈을 기울여서 곤림수를 손에 넣으려고 했을까? 그건 우유도가 곤림수를 좋게 보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쓸모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 누가 쓸모없는 쓰레기를 원할까?

그럼 왜 좋게 보았을까? 물어볼 필요 있겠는가? 곤림수는 천화교 삼 대 이후 연성한 사람이 없는 천화무극술을 연성한 사람이었다!

설사 머리와 성격 때문에 천화교의 대업을 계승하기 어렵다고 한들, 한 분야에서 인재라는 것조차 부정할 순 없었다. 천화교 수백 년 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인재인 것이다. 또 천화교의 적지 않은 자원을 투입해 키워낸 사람이었다. 그런데 문파의 내부 분쟁으로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이었을까?

이것이 방금 우문연이 우유도가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 이유였다. 외부인조차 얻고 싶어 하는 사람을, 천화교는 알아서 포기하니, 우문연이 어찌 반성하지 않을까?

우문연은 아래 장로들이 아니었다. 그는 천화교의 장문인이었다. 그에게는 천화교의 대업을 후대로 이어갈 책임이 있었다. 장로의 생각과 장문인의 생각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었다.

또 그것이 일찍이 곤림수를 찾아 대화를 나누고, 그를 지지하려고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곤림수의 행동이 그를 분노케 했고, 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우문연은 곤림수가 사실상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우유도의 행동으로 다시금 깨닫는 바가 있었다. 물론, 일찍이 문파 장로들이 모여서 압박을 가하니, 이것저것 고민한다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 준 것이 원인이기도 했다. 덕분에 그는 한 문파의 장문인으로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천화교에서 그 많은 자원을 투입해 키워낸 인재였다. 그걸 자신들이 차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두 손으로 넘기다니?

하지만 이미 모든 상황이 아주 곤란해져 버리고 말았다. 곤림수의 상황을 보니, 정말로 다시 천화교에 데리고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했다. 일단 돌아가면 수많은 사람의 공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종문에서 어찌 배신자를 그냥 두고 볼까? 반드시 엄하게 벌하려 할 것이다!

종문의 수많은 사람이 분개했고, 여기엔 종문의 대의가 얽혀 있으므로, 장문인인 우문연조차도 곤림수를 지킬 수 없었다!

그러니 우유도의 행동에 대해 우문연은 어느 정도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기 전에, 우문연이 반드시 나서서 그를 지켜줬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반면에 오히려 우유도는 곤림수를 지켜주었다.

우유도는 천화교의 수많은 사람을 마주한 상황에서도 곤림수를 지켜냈다. 정확히 어찌했는지는 몰라도, 곤림수의 그 황소 심줄 같은 고집을 꺾어내고, 자기 곁에 머무르게 하게끔 설득시키기까지 했다. 그러니 우문연은 이런 면에서, 우유도보다 부족하다 할 수 있었다.

결국, 그렇게 우문연은 곤림수를 데려가는 것을 포기했다. 자금동과 협상조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대충 아무렇게나 둘러댔고, 천화교가 굴복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라 말했다. 그런 모습을 문중의 사람들에게 보여 준 것으로 충분했다.

어쨌든 곤림수가 천화교의 지고 비법을 손에 쥐고 있다 해도, 곤림수의 성격을 보건대, 그걸 말하진 않을 것 같았다. 곤림수가 아무리 자기 성취와 자존심을 중히 여긴다 해도, 그걸 사제의 연이나, 부부의 연보다 더 소중히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했다. 곤림수는 그 정도로 성취에 미친 자는 아니었다. 그러니 스승을 위해서라도 절대 지고 비법을 말할 리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우문연이 곤림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마저 포기해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성경에 가는 일에 대해 꺼낸 것이었다. 곤림수가 천화교를 위해 성경에 간다면, 혹 곤림수가 천화교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배신자라는 오명을 지울 순 없겠지만, 그가 성경에 가면, 그래도 어느 정도 천화교를 위해 힘쓴 것이니, 그가 비록 천화교로 완전히 돌아오지는 못하더라도, 곤림수와 천화교 사이에 계속 인연이 이어지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니 이번 성경에 곤림수가 가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사실 우문연이 방탁을 관심 있게 관리하되, 대접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말한 것도 이것의 연장이었다. 그는 적어도 최소한, 곤림수와 천화교의 인연을 완전히 끊지 않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 곁에 있는 장로는 자신의 생각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곤림수의 중함을 알지 못하고, 그저 못난 놈이니, 죽여 버려야 한다느니, 그런 앞뒤 꽉 막힌, 한 수 앞만 보는 좁은 시야를 갖고 있었다.

지금 자신 곁에 있는 장로뿐만이 아니었다. 천화교의 장로들 모두가 전부 시야가 넓지 못했고, 몇 수 앞을 내다보지도 못했다. 우문연은 참으로 답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딱히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막말로 자기 생각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거기에 장문인이 배신자를 방임하는 것도 대놓고 보여 줄 일이 아니었다.

곁에 있는 장로의 태도를 보니, 갑자기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때문에 우문연은 더욱더 자기 생각을 가슴 깊이 숨겼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우문연의 자신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문중에 있는 사람들과 의논할 생각이 없었다.

* * *

진국 황궁 밖.

한 대의 마차가 멈춰 섰다. 소평파가 마차에서 내려 흑수대의 영패를 보였다. 잠시 후, 그는 삼엄한 황궁의 궁문을 지날 수 있었다. 그렇게 소평파는 신속하게 황궁에 들어섰다.

영패는 흑수대를 지휘하는 대내총관 도략이 그에게 준 것이었는데, 당연히 황제의 허락을 받은 것이다. 지금 소평파가 진행하는 일은 기밀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지만, 동시에 황궁 내부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소평파에게 일정한 통행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손에 영패를 들고 있다면, 따로 통보할 필요 없었다. 흑수대의 비밀 요원 신분으로 황궁에 바로 들어가 언제든지 대내총관 도략을 만날 수 있었다.

소평파는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얼굴은 한껏 굳어 있었는데, 그는 무슨 일이 생긴지 몰랐다.

황제가 그에게 큰일을 맡겼고, 예전에는 계속해서 빨리 진행하라고 재촉했었다. 지금 이미 그 큰일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이미 가장 중요한 부분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으니, 소평파는 황제에게 전쟁을 준비하라 보고한 바 있었다. 소평파는 이제 위국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려고 했고, 황제도 허락했다. 심지어 아주 기뻐하며 연신 ‘좋아’를 연발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도략이 갑자기 사람을 보내 즉시 비밀계획을 중단하라 전했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 즉시 중단하라고만 했다. 말을 전한 사람도 어쩐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대내총관이 황제 폐하의 명을 받아 내린 명령이라고만 했다.

그 전에 계속 재촉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갑자기 멈추라고 하다니? 그것도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말이다. 소평파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번 일의 성패가, 앞으로 진국에서 자신의 출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번 일을 추진한 것이 무엇을 위해서겠는가?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당연히 그냥 앉아서 기다릴 수 없으니, 급히 입궁한 것이다.

손에 들고 있는 영패 덕분에 소평파는 막힘없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황궁 깊숙한 곳에 들어갔을 때, 대내총관 도략을 만날 수 있었다.

도략은 마치 소평파가 오려는 것을 알았다는 것처럼, 손을 들어 진정하라고 손짓하고는 말했다.

“지금 몇몇 대신들이 황제 폐하를 알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소 대인.”

소평파는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묻고 싶었다. 소평파는 도략이 무언가를 알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때 궁녀들이 뭔가를 들고 곁을 스쳐 지나갔고, 도략은 주위를 훑어보고는 소평파에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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