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8화. 천하가 크게 변할 징조
가무군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붓을 들어 물었다.
‘승상도 마음이 동하십니까?’
자평휴가 수염을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에게 시집을 가도 결국은 갈 것이 시집입니다. 만약 집안에 황후가 나온다면 그 의미가 남다를 것입니다. 그러니 누가 마음이 동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집안에 나이가 찬 여아 중, 누가 적당할지 고민을 해보아야겠습니다.”
자평휴의 한숨을 들으니, 마치 자신에게 적당한 딸아이가 없음을 아쉬워하는 눈초리였다. 어쩔 수 없이 친척 중에서 찾아야 한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승상은 심사숙고해 주십시오!’
자평휴가 멈칫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옳지 않습니까?”
가무군이 붓을 놀려 설득했다.
‘접몽환계의 문이 닫히지 않은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최근, 여러 가지 심상치 않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천도비경에 갑자기 산수를 참여시켰고, 송국, 한국, 연국, 조국이 서로 전쟁을 벌였다가 조국이 멸망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송국은 주인이 바뀌었고, 위국 현미는 황제에게 권력을 돌려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성경과 연관된 일이 또 생겼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일이 끊이지 않는 상황은 확실히 범상치 않습니다. 이건 천하가 크게 변할 징조입니다!’
‘사실, 이 천하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습니다. 요마귀괴들이 너무 많이 쌓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각종 현상을 보면, 아마 구대지존께서 뭔가 생각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조용히 변화를 관망하며, 너무 깊게 말려들지 않아야 합니다. 아무리 오공령이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해도, 어쨌든 마음에 결심이 서면 그 형과 아내를 거리낌 없이 죽일 정도로, 극도로 무정하고 의리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아주 쉽게 내칠 수 있는 사람으로, 기대해서는 안 되는 자입니다. 그러니 승상께서는 황제에게 묶이지 말고, 거리를 유지해서 퇴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기회를 보고 행동을 한다면, 지금 같은 난세에 승상부의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승상께서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가무군의 권계(勸戒)를 들은 자평휴는 눈을 부릅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한동안 배회하더니, 갑자기 다시 자리에 앉아 머뭇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모두 황후의 자리를 쟁취하려고 하는 와중에, 노부만 너무 담담하다면, 다른 자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겠습니까?”
가무군이 다시 붓을 들어 계책을 알려주었다.
‘승상께 적당한 나이의 여식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황제는 호색한이니, 승상께서는 친척 중에 다소 미모가 떨어지는 여아를 골라 어물쩍 넘기십시오. 분명 낙선할 것입니다!’
자평휴는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결국은 수염을 꽉 붙잡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당사자보다는 제삼자가 더 잘 안다는 말이 있지요. 좋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일국의 승상이 다른 퇴로를 남기겠다는 것은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이건 전략적인 결정이었다.
이런 큰일에 대해서 상대방의 말을 따른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했다.
가무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두 눈을 번뜩이더니 붓을 들어 먹을 묻히더니 뭔가를 써 내려갔다.
‘혜청평은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
자평휴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은 폐하가 여전히 혜청평을 죽일 거란 말씀입니까?”
가무군이 끄덕이며 자기 생각을 보여 주었다.
‘황제는 손속이 아주 독한 자이지요.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겨우 부부의 정 때문에 망설이지 않을 겁니다. 지금이야 그 형을 죽였다는 소문 때문에 경각심을 심어주어 당분간은 이것저것 고민이 많겠지만,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혜청평은 옥중에서 자진하게 되겠지요. 죽은 원인이 황제와는 아무 연관이 없을 겁니다!’
자평휴는 가무군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오공령은 혜청평을 죽이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혜청평에게 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더는 살고 싶지 않아 자진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자평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눈앞에서 너무 못나 보이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런 일은 나중에 신경 쓰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선생님께서 그 일을 특별히 언급하시는 것은, 혹시 그녀의 목숨을 지키고자 하시는 겁니까?”
가무군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표묘각에서 혀가 뽑힌 후, 말을 할 수 없게 되었고, 필담을 나누어야 했다. 그것은 아주 불편한 일이라, 당연히 더욱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긴 시간 동안 서로를 보고 알아 온 사이였다. 자평휴는 가무군이 혜청평의 일에 대해 어떤 다른 생각이 있다고 의심했기에 이렇게 물은 것이다.
가무군이 반문했다.
‘제가 아니라, 그녀의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다른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자평휴가 멈칫하더니 의아해했다.
“혜청평은 이제 혼자가 되었습니다. 폐하조차도 그녀의 목숨을 취하고자 하는데, 누가 그녀를 구하려고 한단 말입니까? 천녀교입니까? 아니, 그녀는 천녀교의 배신자이니, 지금 같은 상황이 된 것을 보면 손뼉을 치며 좋아할 겁니다.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디입니까.
그런 천녀교가 그녀를 구할 것 같진 않습니다. 송국 삼대 문파는, 폐하 곁에 다른 수행계 세력이 있는 것을 원치 않을 겁니다. 동선각이 비록 폐하가 가깝게 지낸다고는 하나, 자신의 처지만 해도 매우 난처한 처지니, 너무 깊게 개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만조백관 중에서도 그녀와 어떤 이해관계를 형성한 사람이 없으니, 이익적으로 얽힌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 일이 지나간 후에 그녀의 목숨을 구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노부 같은 경우는 이미 한번 그녀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더는 힘듭니다! 아니면 수행계에 다른 관계가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군요.”
가무군이 붓을 들었다.
‘혼자가 아닙니다. 승상께서는 아직 그녀와 연관 있는 사람을 다 언급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녀에게는 아직 의동생이 한 명 남아 있지 않습니까!’
의형제에 대해서 언급하자, 순간적으로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우유도 말입니까? 선생님이 계속 주의 깊게 지켜보는 그분 말입니까?”
가무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평휴는 다소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우유도는 지금 연국 자금동의 장로가 되었습니다. 그 신분이 높아졌지요. 영향력도 보통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와 혜청평이 의남매를 맺은 것은 사실 진지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유도가 혜청평을 살리기 위해 정력을 소비하겠습니까? 또 이건 두 나라 사이의 일이니, 우유도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가무군이 대답했다.
‘천하 풍운의 배후는 결국 수행자들입니다. 우리 같은 중생들은 모두 장기 말에 불과하지요. 우유도는 범상치 않은 사람입니다. 손에 작지 않은 세력을 쥐고 있고, 그 자신의 재능 또한 매우 뛰어난 자입니다. 그러니 나무가 가만히 있고자 해도, 바람은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 밑에 오래 있겠습니까? 만약 천하에 풍운이 인다면, 그 풍운의 핵심에 그의 자리가 반드시 하나는 있을 것입니다! 소평파 또한 대단한 인재로 북주를 경영했지만, 천시를 읽지 못해, 진국으로 도망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승상은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가무군이 붓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자신의 혀가 바로 수행자들을 건드린 덕분에 뽑혔음을 암시했다.
“인제 보니, 선생님은 이 우유도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신 것 같습니다.”
자평휴는 어느 정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그 얼굴에 의문이 다 사라지진 않은 표정이었다.
“어쨌든 그러니까 선생님의 말씀은 우유도와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말입니까?”
‘승상의 신분으로 만약 공개적으로 그자와 교분을 맺는다면, 송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분을 맺지 않아도, 자금동의 장로와 가볍게 인연을 맺어 놓을 수는 있지요! 그건 일종의 인맥관리라 할 수 있고, 송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니, 이에 대해 뭐라 하진 않을 겁니다.’
자평휴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정말로 그가 혜청평을 구할 것이라 확신하십니까?”
가무군이 고개를 저었다. 그 자신도 확신이 없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곧 붓을 들어 한 가지 일을 언급했다.
‘조국과 전쟁을 벌일 당시. 호수 근처에서 그가 상조종의 후계자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것은 절대 거짓으로 보여 줄 수 없는 모습이니, 그는 의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 것입니다! 상조종 세력이 대군을 선동해 연국 삼대 문파에 대항하며 그 은혜에 보답했습니다!’
자평휴가 침음했다.
“선생님 말씀은, 우유도가 혜청평과 의남매를 맺은 정을 중요시해 그녀를 구할 거라는 말씀입니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 기회에 정말 우유도가 온다면, 그저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승상께서는 승상부의 퇴로를 만든다고 생각하십시오. 정말로 의를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자에게 투신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무정하고 무의한 사람보다는 의를 중요시하는 사람이 더 나은 법입니다.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 냉정한 자이긴 해도,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건대, 우유도는 분명 도를 지키는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승상부를 오래 지킬 방법을 최대한 찾아야 합니다.’
자평휴는 마음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가무군이 정말로 군신의 도(君臣之道) 같은 것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전에는 그를 부추겨 목탁진을 거꾸러뜨리게 하더니, 이제는 나중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탁할 퇴로를 만들어 놓으라고 했다.
가무군에게는 승상부의 평온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덕분에 자평휴의 속마음이 다소 복잡해졌다.
그가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유도가 제게 연락을 해온다고 해도, 정말 그를 위해서 혜청평을 구해낼 수 없습니다.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승상께서 손을 쓸 필요 없습니다. 그저 서신을 보내 그자에게 소식을 전하면 됩니다.’
자평휴가 망설였다.
“그자에게 서신을 보내는 것은, 그에게 약점을 잡히는 것이 아닙니까?”
‘이름을 쓰지 않고, 누가 보냈는지도 밝히지 않으면 됩니다. 다만 승상께서는 서신의 내용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신분을 밝힐 때 사용하시면 됩니다. 만약 그가 의를 중요시해서 혜청평을 구한다면 승상께서는 그자와 좋은 인연으로 엮인 것이 됩니다. 풍운이 인다는 것은, 곧 천둥벼락이 올 것이라는 징조입니다. 퇴로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흠….”
자평휴가 연신 끄덕였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으니 시도해볼 만했다. 자평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 기억했습니다. 만약 다른 당부가 없으시면, 지금 처리하러 가보겠습니다.”
가무군은 더는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자평휴가 작별을 고하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선생님께서 민물새우를 좋아하시지요. 특별히 집사에게 신선한 것을 준비하게 했으니, 나중에 보내드리겠습니다.”
가무군이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붓을 들었다.
‘무설(無舌), 무미(無味)!’
“아!”
자평휴가 장탄식을 내뱉었다. 가무군이 다시는 맛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생의 즐거움이 하나 줄어든 것이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 인생에서 군신의 도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