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1화. 재수가 없으려면 같이 재수 없어야지요!
몽산명이 불구가 되었다. 몽산명이 늙었다. 또 몽산명이 은퇴했다. 연국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명장은 사라졌으니, 오공령이 자기 뜻을 펼칠 꿈에 부풀어 있었다. 연국에 있는 장수 중에 그가 두려워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불구가 된 몽산명이 다시 나타났다. 연국 조정까지 휘어잡은 몽산명을 피해 오공령은 황야로 도망쳤다. 처음부터 몽산명과 싸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몽산명이 군대를 이끌고 동역강을 건너 송국 경내에서 한창 승기를 가지고 있던 송국을 아주 제대로 두들겨 팼다. 그리고 만나는 성마다 살육을 자행하니, 송국 신민들의 인심이 흉흉해졌다.
승승장구하던 송국 대도독 나조도 그때부터 생기를 잃어버렸고, 송국은 구차하게 화친을 애원했다.
그렇게 송국을 떠난 몽산명은 다시 병력을 지휘하고 서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조국과 전투를 벌였고, 호수에서 모든 정예병력을 잃어버린 조국을 그대로 멸망시켜 버렸다. 천하가 뒤흔들렸다!
저렇게 싸우기만 하면 승리하는 늙은이를 앞에 두고, 오공령은 자신이 마치 달빛 앞에 있는 반딧불 같다고 느껴졌다. 오공령은 자신을 뛰어난 장수라고 생각했지만, 몽산명을 상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두려움은 뼛속에 각인된 것이었다. 사실 이는 오공령뿐만이 아니었다. 과거, 몽산명 휘하에서 종군하던 장수들은 모두 몽산명을 두려워했다.
심지어 장수들뿐만이 아니었다. 온 송국이 몽산명의 이름만 들으면 경기를 일으켰다. 몽산명이 송국에 들어와 학살한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예전에 이미 송국 신민들의 마음에 큰 그늘을 만든 전적이 있었다. 이번에 그 치욕을 씻어내고자 했지만, 결국 또다시 몽산명이 반격을 가해 송국에 쳐들어왔고, 아주 잔인하게 학살을 자행했다. 송국 수십만의 정예병력을 갱살했으니, 그 난폭한 손속은 듣는 사람을 소름 돋게 할 정도였다.
오공령은 몽산명을 두려워했고, 우유도는 바로 그런 몽산명을 찾아갔다.
오공령이 몽산명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를 찾아간 것이 아니었다. 우유도는 심지어 오공령이 몽산명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우유도는 겨우 서신 한 장으로 오공령을 두렵게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서신 한 장으로 일국의 황제가 두려워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니 자신이 받은 익명의 서신에서 말한 것과 같이 진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움직였다.
우유도는 상조종에게 연락해 상황을 거짓 없이 설명했다. 혜청평을 구하기 위해 압박을 해야 하니, 상조종과 몽산명에게 어떻게 송국에 군사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는지 방법을 생각해 달라고 했다. 물론, 진짜로 싸우려는 것은 아니다. 송국이 압박을 받아 사람을 풀어주기만 하면 충분했다.
전문적인 일은 전문적인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았다. 우유도는 대군의 작전에 대해서 알지 못하니, 어설프게 지휘하다가 간파당하고 웃음거리가 될 수 있었다.
상조종과 몽산명은 즉시 이 일에 대해서 계획을 세웠다. 이 일은 몽산명이라도 다소 난감한 일이었다.
문제가 명확했다. 남주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영역은 한계가 있었다. 지금 연국의 상황에서, 남주의 병력이 다른 세력의 영역을 지나 송국의 국경에 도착해 저들을 압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차라리 연국 내부에서 싸우며 뚫고 지나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혜청평을 구하기 위해서 연국에서 내전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을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사실 너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만한 가치가 없었다.
물론, 몽산명은 그저 의견을 냈을 뿐이다. 만약 우유도가 자금동을 설득할 수 있다면, 송국을 위협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간단한 이유였다. 연국의 발주가 송국 국경과 닿아 있었다. 그리고 발주는 바로 자금동의 영역이었다. 그곳은 자금동의 장로 교천광이 있는 곳이었다.
만약 정말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겁을 주기 위해서라면, 몽산명은 발주의 도움이 필요했다.
일이 이렇게 되니 우유도가 난처해졌다. 자금동에게 도와달라고 했을 때, 자금동이 승낙할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자금동의 고위층은 처음부터 우유도에게 불만이 있었다. 그런데 우유도가 또 북주에 있는 일부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했으니, 상황이 어떠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마 입을 열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쩌면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다.
직접 과정을 지켜본 관방의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혜청평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구해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그 때문에 관방의는 원강을 찾아가, 그에게 우유도를 설득하라 말했다. 하지만 원강이 보여 준 태도는 가관이었다. 원강은 도야의 결정에 찬성한다는 것이 아닌가.
우유도가 마침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문묵아가 찾아 왔다. 그리고 장문인과 장로들이 의논할 일이 있어 우유도를 찾는다고 전했다.
“안 가!”
정원을 배회하던 우유도는 한마디 내뱉었다.
“폐관 수련을 하고 있어 방해할 수 없다고 전해. 오감(五感)을 봉하고 있어 말을 전할 수 없고, 만약 경솔하게 건든다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다고 전해.”
우유도는 그저 자신을 의사대전에 부르기 위한 핑계라고 생각했다. 그 전에 두 명의 장로가 그를 찾아와 만나고자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똑같은 이유로 만남을 거절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사람을 바꿔 찾아와도 우유도는 만나지 않았다. 우유도는 바로 엄입, 그 늙은이만 만나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찾아오면 그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제멋대로인 장로 앞에서 문묵아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설명했다.
“도야, 장문인의 말씀에 따르면 성경의 일인 것 같습니다. 도야와 연관이 있는 일이니 건너오라 말씀하셨습니다.”
“성경? 나랑 연관이 있다고?”
우유도는 경각심이 들었다.
“성경의 일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지?”
한쪽에 있는 관방의도 매우 놀란 얼굴이었다. 성경이 어떻게 도야와 연관이 있단 말인가. 자금동에서 보고한 명단은 우유도가 이미 확인한 바 있었다. 우유도와 상관이 없었다.
문묵아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장문인의 말씀을 전달할 뿐이지요. 장문인께서 반드시 건너오라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다른 장로분들과 같이 도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경….”
우유도가 한참을 중얼거렸다. 이런 일은 우유도 또한 제멋대로 굴 수 없었다. 사실 우유도는 이대로 계속 고집을 피우고 싶었다. 궁임책이 직접 찾아와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더니, 제멋대로 굴 기회는 많았다. 오늘만이 날이 아니었으니, 손을 한번 휘젓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한번 건너가 보자.”
아주 담담한 모습으로 우유도는 느긋하게 걸어갔다.
그렇게 천천히 의사대전에 도착해서 대전에 들어가니, 그 안에 들어올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복잡한 눈으로 우유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확인한 우유도는 솜털이 곤두섰다. 머릿속에서는 있을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에 어떻게 대응할지 끝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장문인, 제가 폐관에 들어 수련에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를 부르신 겁니까? 하마터면 주화입마에 빠질 뻔했습니다.”
우유도가 매우 지치고 피곤한 모습으로 말했다.
폐관은 개뿔!
궁임책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무슨 상황인지 문묵아가 이미 그에게 다 보고했다. 다만, 그런데도 궁임책은 우유도의 수작을 폭로하지 않고 다소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 사제, 이렇게 얼굴 한번 보기가 정말 어렵군!”
“감당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장문인께서 부르시는데 제가 어찌 오지 않겠습니까? 이것 보십시오. 부르니까 바로 오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좌우를 돌아보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저에겐 결정에 참여할 권한도 없는데 저를 왜 부르신 겁니까?”
궁임책이 우유도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자금동에서 성경에 보내기로 약속한 인원의 명단에 변화가 생겼네.”
우유도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궁임책이 계속 말했다.
“표묘각에서 직접 자금동에서 보내기로 약속한 제자 한 명의 이름을 지우고, 자네의 이름을 적어 넣었네!”
우유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 농담하시는 거지요?”
“농담이 아니네, 정말이네. 우리도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네. 하지만 표묘각에서 보내온 소식이 그러하지 않겠는가. 사제, 자네를 부른 것은, 남은 시간 동안 잘 준비하라는 의미로 그런 것이네.”
“성경에 보낼 인원을 갑자기 지우고 더하다니, 대체 그게 다 무슨 말입니까? 이 우유도가 뭐라고 표묘각에서 제게 관심을 가진단 말입니까? 수작 그만 부리시지요!”
우유도가 강렬하게 반대했다. 여길 한번 보고, 저길 한번 보더니, 결국은 엄입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보니, 누군가가 저를 싫어해서 저를 해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배후에서 명단을 수정했겠지요!”
지금 나를 의심한단 말인가? 엄입이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나와 상관이 없네! 아니, 이 일은 우리와 상관이 없네. 정말 표묘각에서 직접 지시한 것이네.”
“누가 했든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저를 내버려 두지 않겠다면, 여러분도 편히 지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안 갈 겁니다. 재수가 없으려면 같이 재수 없어야지요!”
우유도는 그 말을 남기고 그대로 의사대전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사제!”
“우 사제!”
“우 장로!”
사람들이 뒤에서 소리쳤다. 하지만 우유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사람들이 뛰쳐나가 보니, 이미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다들 초려별원에 가서 설득할 일을 의논하고 있을 때, 한 제자가 뛰어와 보고했다.
“우 장로님이 귀면각으로 향했습니다. 종 태상 장로님께서 장문인과 장로님들을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우유도가 또 귀면각에 가다니!
모인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얼굴을 부들부들 떠는 사람도 있었다. 궁임책 또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윤이덕이 결국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 말할 것도 없이 또 귀면각에 일러바치러 간 것 같습니다. 이 얼마나 돼먹지 못한 행동입니까. 이러다가는 쥐새끼가 오줌을 갈겨도 일러바치러 가겠습니다!”
궁임책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사실 심각한 일이긴 하지. 우 장로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오. 단지…. 조금 쓸데없이 난리를 피우는 것 같기는 하오. 이는 정말 표묘각에서 정한 것이니 말이오. 우리가 한 것이 아니니, 귀면각에 간다 한들 아무 방도가 없소.”
부군량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심각한 사안이라 해도, 이처럼 종 사백님의 청정을 깨트리는 것이 옳단 말입니까? 종 사백님의 천수가 많이 남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그 제자라는 놈이 정말로 양심에 털이라도 난 것 같습니다. 지금 이건 자신의 사부를 죽음으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닙니까? 정말로 이놈은 자중이라는 것을 모른단 말입니까?”
막영설이 말을 이었다.
“상황을 보니 우리가 자신을 해하려 한다고 오해한 것 같습니다. 하아, 우리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도망치다니.”
엄입이 말했다.
“아마도 저를 가장 크게 의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엄입은 이번 일을 확실하게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러지 않으면, 우유도가 자신에게 죽기 살기로 달려들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