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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52화 (250/1,000)

1152화. 발버둥

장로들의 말을 듣고 있던 궁임책이 말했다.

“아무튼 이런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시오. 우리가 우유도를 고의로 해하려고 한 것도 아니니 옳고 그름은 자연히 밝혀질 것이오. 자, 종 태상 장로님을 만나러 갑시다.”

이미 우유도가 종 태상 장로를 만나러 갔으니 뭘 어쩔 수 있겠는가? 결국 이들 또한 어쩔 수 없이, 같이 뒷산에 있는 귀면각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오랫동안 굳게 닫혀있는 동혈의 대문이 보였다. 거안이 그 앞에서 포권을 하며 이들을 맞이했다.

귀면각에 들어가자 그 안에 있는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춘신량과 도쾌, 두 태상 장로도 자리하고 있었다.

종곡자는 마치 석상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고, 춘신량과 도쾌는 그 좌우에 앉아 서늘한 눈빛으로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유도 또한 한쪽에 앉아 있었는데 일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굴을 한껏 찡그리고는, 아주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태상 장로님을 뵙습니다!”

궁임책 일행이 같이 포권을 하며 예를 올렸다. 춘신량이 담담히 말했다.

“앉읍시다.”

“알겠습니다!”

궁임책 일행이 맞은편에 일렬로 앉았다. 이들은 정말로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이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아직 확실한 일도 아닌데 이렇게 달려와서 일러바치니, 마치 고슴도치 대하듯이 건드리질 못하게 했다.

종곡자가 천천히 두 눈을 뜨자, 그 늙은 두 눈에 한순간 정광이 번쩍였다. 그는 맞은 편에 일렬로 앉아 있는 궁임책 일행을 한번 훑어보았다. 두 눈에는 불만이 스쳐 지나갔지만, 다만 말투는 침착하고 담담했다.

“평소에 하는 것 없이 종문의 공양을 받고 있으니, 원래라면 우리 늙은이들은 자족할 줄 알아야 했을 것이오. 문규에 따르면, 우리 같은 은퇴한 늙은이들이 나서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지. 하지만 우리도 자금동의 제자라 할 수 있으니, 잘못된 일을 못 본 척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내 말에 동의하시는가 장문인?”

궁임책이 다급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태상 장로님들께서는 여전히 종문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고 계십니다. 종문의 요청이 있을 때, 여러분은 거절한 적 없이, 언제나 저희를 도와주셨습니다. 저희에게 혹시 미흡한 점이 있다면, 경험이 많으신 태상 장로님들께서 저희를 지적하고 바로 잡는 것이 마땅합니다. 태상 장로님들은 여전히 문파를 떠받치는 기둥이십니다.”

도쾌는 그 이름처럼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호통쳤다.

“그렇다면 어찌 동문 사이에 서로 돕지는 못할망정, 대체 왜 동문을 해하려 한단 말이오?”

궁임책이 그들을 향해 포권을 하고 말했다.

“도 태상 장로님, 동문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을 때는 다소 논쟁이 오갈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그것이 자금동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거나, 장로들 간의 대화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자금동의 동문을 해하려 한 일은 절대 없습니다!”

도쾌가 우유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 장로의 이름이 성경에 가는 명단에 올라갔다고 했소. 그건 여러분이 한 일이 아니오?”

도쾌의 제자 막영설이 말했다.

“사부님, 정말 저희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표묘각에서 직접 이름을 적어 내려보냈습니다. 성경에 갈 인원에 직접 우 사제의 이름을 추가한 것입니다. 그곳에서 직접 우 사제를 지목해 참석하라고 한 것이지, 저희가 우 사제를 어찌하려 한 것이 아닙니다.”

“표묘각에서 우 장로가 자금동의 장로라는 것을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소. 자금동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어째서 하필이면 우 장로를 더한단 말이오?”

막영설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부님, 자금동의 명단뿐만이 아닙니다. 각 문파의 명단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자 한 명의 이름을 빼고 각 문파에서 장로를 추가한 것은 자금동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문파도 마찬가지로 표묘각에서 직접 한 명의 장로를 지목해 성경에 참석하게 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우유도를 가리키던 도쾌는 멍한 얼굴로 우유도를 한번 보았고, 다시 막영설을 돌아보았다.

도쾌와 춘신량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다시 물었다.

“증거가 있느냐?”

막영설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로 말했다.

“사부님, 이런 일에 저희가 감히 허튼소리를 하겠습니까? 나중에 가면 숨길 수도 없는 일입니다.”

도쾌가 우유도를 향해 고갯짓하며 말했다.

“하지만 네 사제는 못 믿는 것 같구나. 기왕 오늘 이렇게 자리했으니, 이 일을 확실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오늘 네 사제에게 확실한 대답을 해주어라.”

우유도를 언급하고 있지만, 사실은 종곡자에게 들려주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사실 이들은 궁임책 일행이 변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궁임책이 나섰다. 그는 소매에서 하나의 명단을 꺼내 두 손으로 들었고, 법력을 사용해 도쾌에게 천천히 날렸다.

도쾌가 손을 뻗어 명단을 받아 들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용을 살펴보았다.

막영설은 혹시 도쾌가 못 알아볼까 봐 세 태상 장로를 향해 포권을 하고는 일어나 도쾌 옆으로 다가갔다. 결국, 이들 세 사람은 은퇴한 사람들이었고, 세상사에 관심을 끊고 살아가는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 각 문파에 올라있는 장로가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었다. 그녀는 도쾌 옆에서 각 명단을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설명했다.

“여긴 기운종의 장로입니다. 또 여긴 능소각의 장로……. 그리고 여기가 우 사제입니다.”

명단을 확인한 후, 도쾌는 한숨을 내쉬었다. 막영설에게 물러가라 하고는 몸을 살짝 기울여 그 명단을 옆에 있는 종곡자에게 보여주었다.

“사형, 이거 보십시오. 틀림없습니다. 명단에 각 문파의 장로가 모두 있습니다. 아마 그저 오해인 것 같습니다.”

종곡자는 명단을 슬쩍 바라볼 뿐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눈을 감고는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종곡자의 반응을 살피고는 도쾌가 명단을 우유도에게 천천히 날려 보냈다.

“우 장로, 자네가 한 번 보게나.”

당연히 우유도는 명단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았다. 보기 전이라면 모를까, 확인해 보니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명단에 있는 장로는 우유도뿐만이 아니었다. 확실히 궁임책의 말대로 문파마다 모두 장로가 한 명씩 다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명단을 읽은 우유도는 이 명단에서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성경에서 지목한 각 문파의 장로가 대부분 지위가 높은 편에 속하는 장로라는 것이다.

지금 우유도는 과거와 달랐다. 지금 그는 자금동의 장로 신분으로 각 문파 장로들의 상황에 대해서 당연히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 이것도 모른다면, 장로를 허투루 하고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우유도는 다소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정말 각 문파의 장로들이 참여하는 것이라면, 표묘각에서 처음부터 그렇게 하라고 명시했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인제 와서 갑자기 바꾼단 말인가?

만약 정말 각 문파에서 올린 명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소문을 들었어야 맞았다. 그전에 천도비경에서 있었던 일과 같이 각 문파에게 명을 내려 알아서 명단을 수정하라고 했어야 옳다. 이처럼 자신들이 직접 수정해서 통보하는 것은 이전에 없었던 일이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리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보고는 도쾌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우 장로, 자네가 장문인과 다른 장로들을 오해한 것 같네.”

우유도가 즉시 변명하며 말했다.

“제가 오해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저분들이 미리 말하지 않은 것입니다. 제게 명단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도쾌가 즉시 궁임책 일행을 질책하며 말했다.

“이건 장문인이 잘못한 것이오. 그냥 잘 설명했으면 됐을 일 아니오? 확실히 잘못했소!”

어른이 후배를 훈계하는 말투였다. 만약 평상시라면, 어른의 훈계에 다소 섭섭하더라도 그냥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달랐다.

막영설이 우유도를 향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말했다.

“우 사제, 우리가 자네에게 설명하지 않았단 말인가? 오히려 자네가 우리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아닌가? 겨우 두 마디 했더니, 자네가 우리에게 욕설을 퍼붓고는 그대로 도망쳐서 이곳 귀면각으로 오지 않았는가.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지 않은가.”

우유도가 그 즉시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막 사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런 식으로 저를 음해하시는 것입니까? 제가 언제 욕설을 퍼부었습니까? 어느 단어가 욕설이었습니까? 마치 제가 자금동에서 법도 하늘도 없이 날뛰는 것 같지 않습니까. 어디 한번 말씀해 보십시오. 너무 억울합니다. 지금 세 태상 장로님 앞에서 한번 확실하게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무슨 욕설을 했는지 확실히 말씀해 보십시오!”

“…….”

막영설은 말문이 막혔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우유도가 했던 말이, 비록 그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기는 했지만, 확실히 욕설은 없었다.

궁임책 일행이 우유도를 빤히 바라보며, 아주 최후의 발악을 한다고 속으로 욕했다.

도쾌가 굳은 얼굴로 자신의 제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가 자신 앞에서 거짓을 말한다고 오해한 것이다. 종곡자의 반응을 힐끗 본 그는 막영설을 보고 호통쳤다.

“어찌 된 일이냐?”

“그게….”

사부님이 오해한 것을 보고, 막영설이 다급히 우유도와 논쟁을 벌였다.

“욕했다고 한 것은 내가 말실수를 한 것이 맞네. 하지만 우리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우리가 이 서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도 전에, 한두 마디 하고 바로 도망치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때, ‘누가 했든 상관없다. 정말로 이렇게 나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겠다면, 우리가 서로 편하게 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며, 재수가 없어지려면 같이 재수 없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확실히 그런 말을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을 당하고도, 겨우 그런 말도 못 한단 말입니까?”

막영설이 깜짝 놀라 우유도가 들고 있는 명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증거가 자네 손에 있지 않나. 우리가 한 짓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증명했는데, 아직도 우리가 자네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모함하는 것인가?”

“저는 지금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자금동의 장로들이 제게 압박을 가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실 수 있으십니까? 정말로 저를 못살게 굴고, 괴롭힌 적이 없습니까? 제가 얼마나 그런 일을 많이 당했으면, 이런 일을 당하자마자 다짜고짜 이렇게 금방 오해하고 화를 냈겠습니까?”

그러자 막영설이 답답하다는 듯,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건가. 우리가 언제 자네를 못살게 굴었는가?”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요! 정말로 제가 이 자리에서 지금껏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해도 괜찮겠습니까?”

우유도의 당당한 말에, 갑자기 막영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우유도의 말에 내심 찔리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한편, 종곡자를 힐끗 살펴보고 있던 춘신량은, 사형이 여전히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갑자기 호통을 쳤다.

“그만! 당당한 자금동의 장로들이 어찌 시장의 건달처럼 싸우고 있단 말이오? 이러면 대체 제자들 앞에서 체통이 어찌 서겠소? 다툴 일이 있으면 의사대전에 가서 싸우시오. 이곳이 지금 그대들이 다툴 곳이요? 이번 일은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소. 그러니 이번 일은 더는 문제 삼지 말고, 다투지도 마시오!”

누가 잘못했든, 똑같이 잘못했다는 의미였다. 춘신량의 강한 태도를 보고, 막영설과 우유도는 둘 다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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