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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53화 (251/1,000)

1153화. 명단에 문제가 있습니다 (1)

우유도는 다시 명단을 펼친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귀면각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춘신량이 좌우를 살피고는 결국 종곡자에게 몸을 기울이고 귓가에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형, 사실이 밝혀졌으니, 이번 일을 어찌해야….”

말을 길게 빼며 종곡자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종곡자는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 못 들었을 리 없었다. 이 태도는 누가 봐도 알아서 하라는 의미였다.

도쾌와 춘신량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내심 속으로 중얼거렸다. 늙었다고 유세는!

다만 그런데도 이들은 종곡자를 가지고 뭐라 할 수 없었다. 춘신량은 어쩔 수 없이 허리를 쭉 펴고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다.

“우 장로, 이번 일의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졌네, 그 누구도 자네를 해하려 하지 않았으니, 다들 돌아가게. 모든 건 규칙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네. 그러니 다들 할 일을 하고, 더는 이렇게 함부로 자네 사부의 청정을 방해하지 말게.”

우유도가 눈을 치켜떴다.

“돌아가란 말입니까? 어디로 말입니까? 죽으러 말입니까? 여기서 확실히 말하는데, 성경 단련이든 뭐든 전 절대 가지 않을 겁니다. 때려죽여도 안 갈 겁니다. 아니면 저를 때려죽이고 시체를 보내시든가요.”

듣는 사람을 소름 돋게 하는 말이었다. 장난하는 건가, 표묘각에서 직접 지정한 사람이었다. 자금동에서 어찌 사람을 보내지 않는단 말인가? 만약 표묘각을 화나게 한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은 우유도 혼자가 아니었다. 지금 현장에 있는 사람들 그 누구도 도망치기 어려웠다.

또 한 가지, 이런 식으로 어른에게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주 무례했다.

춘신량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는 종곡자의 반응을 한번 살펴보았다. 마치 죽은 것 같았다. 도쾌도 눈살을 찌푸렸고, 그의 얼굴에도 불만이 어렸다.

종곡자의 태도가 정말로 사람을 화나게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사람에게는 참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었다. 늙은 사람에게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다. 어쨌든 종곡자는 문파를 위해 일생을 헌신한 사람이었고, 이제 얼마 후면 곧 죽을 사람이었다. 그러니 여기서 소란을 피울 수 없었고, 그 누구도 종곡자에게 뭐라고 하지 못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거안은 꼿꼿이 서서 움직이지 않다가,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손쉽게 자신의 사숙이 된 이 사람은 정말로 제멋대로였다. 저런 말까지 입에 담을 수 있다니, 그야말로 겁이 없는 것 같았다.

결국,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궁임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 사제, 지금 농담하는 건가?”

우유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농담한 적 없습니다. 저 스스로 큰 상처를 입혀서 정말 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해서 몸을 다치게 하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바꿀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여러분께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가고 싶은 사람이 가십시오. 아무튼, 저는 때려죽여도 못가겠습니다.”

만약 보통 제자가 현장에서 저런 말을 했다면, 지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바로 제압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유도는 보통 제자가 아니었다. 장로였다. 말다툼이 있다고 바로 제압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우유도가 대역무도한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사문을 배신한다느니, 그런 종류의 말은 아니었고, 그저 홧김에 하는 말에 불과했다.

신분이라는 것은, 보통사람과는 다른 특권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만약 이런 이득도 없다면, 우유도가 여기 와서 장로를 하고 있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님 체면은 세워주지 않더라도, 부처님 체면은 세워준다는 말이 있었다. 종곡자가 옆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감히 말다툼 한번 했다고 바로 종곡자의 제자를 어쩌겠는가?

하지만 참으로 기가 막혔다. 아무리 자신의 사부가 눈감아준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다니! 그것도 사람을 바꾸고 싶다고? 빌어먹을, 우유도가 안 가면, 혹시 나중에 자신들에게 그 역할이 돌아오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런 문제는 대놓고 말하기 어려웠다. 정말 사람을 바꾼다면, 그 천벌이 누구 머리 위로 떨어질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로 원안이 입을 열었다.

“표묘각이 대체 무슨 맘으로 자넬 불렀는지, 또 어떤 상황 때문에 자넬 불렀는지, 대체 사제가 어찌 아는가? 사제 마음대로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가지 않을 것인가? 표묘각 쪽에서 이쪽 상황을 전혀 모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만약 문제가 생기면 어떤 최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고는 있는가?”

우유도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책임질 것입니다. 절대 여러분을 끌어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다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쪽에 곤림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자가 자신의 처지에 모욕을 느껴 갑자기 저를 공격해 중상을 입혔다고 하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 일 없을 겁니다.”

부군량이 다소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눈에 우린 그냥 장식으로 보이는가? 우리가 자네와 같이 그런 쓸데없는 짓을 벌일 필요가 있냔 말이다.”

“뭐가 쓸데없는 짓입니까? 천도비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십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까.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보고 다시 성경에 가라고 하시는 겁니까? 아무도 가고 싶지 않으면서 제게 가라고 하다니, 이게 저를 해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다른 장로님들이 말한 대로 이게 정말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 저 대신 다른 사람이 가는 게 그리 큰일입니까?”

춘신량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무도 자네를 해하려고 하지 않았네. 일이 어찌 되었는지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 이건 종문의 수많은 사람과 연관이 있는 일이네. 그러니 어찌 자네 제멋대로 하게 놔둘 수 있겠는가!”

우유도가 하는 말을 정말 두고 볼 수 없었다. 설사 종 사형이 옆에 있다 한들 너무 과하지 않은가.

“아무튼, 저는 못 가겠습니다. 제가 말했다시피, 때려죽여도 못 갑니다. 보내려면 제 시체를 보내십시오!”

성경에 가기 전에 죽는다면, 표묘각에 뭐라 변명한단 말인가? 춘신량이 분노했다.

“자네 눈에는 문규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정말 우리가 자네를 처벌하지 못하리라 생각한단 말인가? 우린 자네를 그대로 성경으로 압송한 다음, 표묘각에서 자네를 처벌하게 할 수도 있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들 종곡자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사람들은 도대체 종곡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었기에, 머리가 아파졌다.

하지만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우유도는 여전히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춘 사숙, 이건 제가 문규를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봐도 이 명단에 문제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해하고 싶어서 뒤에서 수작을 부린 것이 분명합니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저는 못 속입니다. 딱 봐도 문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저를 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것이니, 저라고 예의를 차릴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멈칫했다. 명단에 문제가 있다고?

표묘각에서 보내온 명단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그래 봤자, 표묘각의 태도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정도일 뿐, 명단에 문제가 있을 리 없었다. 궁임책 일행은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종문의 누군가가 뒤에서 수작을 부렸다고 대놓고 말하다니.

이런 말은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이다. 특히 이런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리 우유도가 겁 없이 날뛴다 해도 이런 말에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를지 생각 못 하진 않을 텐데, 이런 말을 이리 쉽게 내뱉는단 말인가?

결국 궁임책조차도 의심이 들었다. 설마 명단이 자신들의 손에 오기 전, 누군가에 의해 수작질을 당했단 말인가?

궁임책이 참지 못하고 의심스러운 얼굴로 좌우를 돌아보았다. 만약 문중에서 이런 수작을 부릴 수 있는 장로라고 한다면, 지금 이곳에 자신과 같이 있는 사람들밖에 없었다. 궁임책은 냉정한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춘신량과 도쾌는 깜짝 놀랐다. 감히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있다고? 문 내의 투쟁이 이런 지경까지 왔단 말인가?

우유도의 이 말이 나오고 나서야, 죽은 사람 같이 있던 종곡자도 두 눈을 떴고, 그는 정광이 뿜어져 나오는 두 눈으로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두 눈을 감았다.

입구에 서 있던 거안조차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내부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유도의 그 말을 듣고 동요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명단에 문제가 있었다니. 그것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단서가 있었다니.

현장이 침묵에 휩싸였고, 도쾌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명단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 지목해 보게!”

무릎 위에 놓여 있던 검을 바닥에 내려놓은 우유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도쾌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명단을 펼쳐 보여주며 말했다.

“도 사숙, 이 명단을 자세히 봐주십시오. 분명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는 단서이지요.”

궁임책 일행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정말 종문에서 이러한 일로 누군가 수작을 부렸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었다. 명단에 없는 인물이 성경에 가게 된다면, 문제가 아주 심각해졌다.

종곡자 반대편에 있던 춘신량조차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 도쾌 옆으로 가서 우유도 뒤에 섰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고 명단을 아주 자세히 관찰했다.

자세히 보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건 심각한 문제였다. 종문에 정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심지어 이 일이 장로급의 사람에 의해 벌어진 것이라면, 어쩌면 자신들 태상 장로가 직접 움직여서 처벌해야 할 수도 있었다.

설사 그것이 그들의 제자라 할지라도 지켜줄 수 없었다. 대의를 위해 사제의 정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앞과 뒤, 아래와 위에 있는 두 태상 장로가 아무리 명단을 살펴보아도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종이에는 이상이 없어 보였고, 필적도 한 사람의 것으로 보였다. 또한, 지웠다가 다시 쓴 흔적도 없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도쾌가 참지 못하고 우유도를 돌아보았다. 그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이들은 정말로 이 명단의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도쾌는 슬슬 자신의 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각도의 문제일까? 도쾌가 참지 못하고 직접 손을 뻗어 종이를 우유도의 손에게 다시 가져갔다. 이후, 직접 자세히 이리저리 둘러보며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뒤에 있는 춘신량에게 종이를 건넸다.

“한번 보시게.”

뒤에 있는 춘신량이 명단을 받아 살펴보았다. 그도 매우 신중한 얼굴로 서서 명단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았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궁임책 등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 저들의 반응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호흡도 크게 내지 못했다. 자신들이 수작을 부렸든 말든, 다들 마치 범죄 용의자가 된 것처럼, 심문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춘신량의 얼굴에 있던 신중함은 서서히 의문스러움으로 바뀌었다. 내심 뭐가 문제인지 계속해서 자문해 보며 서신을 살펴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가 눈을 들어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종곡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명단을 건네며 말했다.

“사형, 한번 봐 보시겠습니까?”

종곡자는 그곳에 앉아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여전히 두 눈을 감고 석상처럼 반응이 없었다.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마치 자신은 공평하게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만약 종곡자가 반응을 보이고 싶다면 상관이 없지만, 그가 무시하고자 한다면, 현장에 있는 그 누구도 그를 어찌하지 못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 종곡자에게 종문이 감히 어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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