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6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는 것
궁임책이 떠보듯이 물었다.
“종문이 어떻게 자네를 도와야 하는가?”
“종문이 장악하고 있는 모든 지역의 병력이 제게 협조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교 장로가 있는 발주의 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발주는 송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므로 무력으로 상대를 위협하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이처럼 병력을 대대적으로 움직인다는 소리에 궁임책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 되네, 그건 불가능하네! 송국 황후가 도대체 자네에게 뭐길래 그런단 말인가. 종문은 그런 여자 하나 때문에 대군을 움직여 전쟁을 벌일 수 없네. 수많은 장병의 목숨으로 겨우 여자 한 명을 구할 수 없지.”
“자네, 한번 생각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사실상, 발주에 있는 병력만으로 송국과 싸우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나 다름없지. 그러니 남주의 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네. 하지만, 남주의 병력이 발주로 가기 위해선 소요궁과 영검산이 차지한 땅을 지나가야 한다네. 그들이 상조종의 병력이 자신들의 영토를 통과하도록 허락할 것 같은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네!”
“남주의 병력이 그들의 영역을 지날 때, 혹 남주 병력이 갑자기 내부에서 난리를 펴서 소요궁과 영검산의 주를 먹으려 할지, 그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니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네. 자네에게 그런 의도가 없다 해도, 그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 남주의 병력은 송국으로 진군하기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네.”
“게다가 자네와 조정의 관계는 자네가 더 잘 알고 있겠지. 설사 남주의 병력이 동역강으로 진군할 수 있다고 해도, 생각해 보게. 조정을 설득하려면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것이네. 그러니 이미 자네가 성경에 들어가야 하는 시기도 훌쩍 넘어갈 것이네. 우리는 자네가 사람을 구하는 것을 기다려줄 수 있다고 하지만, 과연 표묘각에서도 자네를 기다려주겠는가?”
엄입이 말했다.
“장문인의 말씀이 참으로 맞습니다. 절대 허락하면 안 됩니다.”
우유도가 엄입을 가리키며 말했다.
“참으로 소인배다운 말이군.”
“지금 뭐라고 했는가?”
엄입이 눈을 부릅떴다. 우유도는 그런 엄입을 무시하고 계속 궁임책에게 말했다.
“장문인께서 오해하셨습니다. 제 누님을 구하기 위해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는 것은 저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그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지요. 사실 제가 정말로 송국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송국에 압박을 가하려는 것일 뿐이지요. 우리 쪽에서 소란을 피우며 송국을 압박해 사람을 풀어주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래도 송국이 사람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즉, 저는 정말로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것뿐이지요. 이 정도만 해도, 저는 동생으로서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유도는 좀 더 자신의 계획에 대해 세부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양측이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자금동은 우유도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성경으로 가는 것에 대한 논쟁은 부차적인 것이 되었다.
의논이 끝난 후, 두 태상 장로와 궁임책 일행이 떠났다. 우유도는 귀면각에 남아 종곡자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말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종곡자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물었다.
“이처럼 대대적으로 소란을 일으킬 정도로 송국 황후와 교분이 깊은 것이더냐?”
“교분이랄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제자의 의남매이지 않습니까? 죽을 것을 알면서도 구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허명을 위해 그럴 가치가 있느냐?”
“강호를 거닐면서 수많은 비바람을 마주했습니다. 저는 제가 검은지, 흰지도 분간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유일하게 남은 것이라고는 의기천추(義氣千秋)이니,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녀를 구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것입니다!”
종곡자가 다시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성경의 일은, 스스로 살길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 말은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우유도가 다시 절을 하고 일어나 그곳을 떠나갔다. 대문을 나설 때, 거안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살펴 가십시오. 사숙.”
우유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았을 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거안이 직접 귀면각의 문을 닫고 있었다. 우유도는 다시 뒤돌아 계속 앞으로 걸어나갔다.
관방의는 이미 산자락 아래 있는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도가 오는 것을 보고 급히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우유도가 하하 웃었다.
“별로 좋은 일은 아니야. 자금동에서 성경에 가야 하는 세 사람 중에, 내 이름이 올랐어. 빌어먹을, 성경 일에 얽힐까 봐 어떻게든 피하려고 노력했는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결국은 피하지 못했군. 그나마 그전에 준비했던 것을 써먹을 수 있게 되었어.”
우유도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
“아!”
관방의가 대경실색하며 말했다.
“어찌 된 일이야?”
* * *
의사대전으로 돌아온 후, 사람들은 우유도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 간략하게 의논하고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 흩어졌다.
하지만 엄입은 급히 돌아가지 않고, 궁임책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사형, 우유도가 정말 겁 없이 날뛰는 것 같습니다.”
궁임책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어차피 사람을 구할 수 있든 없든, 성경에 가기로 약속을 했으니, 번복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만약 저희가 개입한다면, 사람을 구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오공령에게 조금의 자신감만 심어 준다면, 우유도의 의도는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궁임책이 뒷짐을 쥐고는 엄입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물었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가?”
“어….”
엄입이 민망해하며 말했다.
“사형, 다른 뜻은 없습니다. 단지 자금동이 그냥 이렇게 우유도를 방종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지금도 보십시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날뛰니, 저 우 장로 때문에 자금동 내부가 정말로 소란스러워지고 말았습니다. 본때를 보여주어서, 우 장로에게 예의를 가르쳐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 같습니다. 그럼 더는 안하무인의 태도로 날뛰지 못하겠지요.”
궁임책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제, 엄 사제! 무슨 생각을 하는가? 자네가 내게 수차례 당부했던 것을 오히려 자네가 잊었는가? 자네가 내게 말하길, 우유도가 하는 일에 대해서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방비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자네는 우유도를 몰아붙이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군. 자네가 지금 우유도에 대해 경각심을 너무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내가 도리어 자네에게 물어보고 싶군!”
장문인의 말에 엄입은 정곡을 찔린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궁임책이 다시 말했다.
“생각해 보게. 우유도와 혜청평의 관계가 정말 이렇게 깊다고 생각하는가? 혜청평을 위해 이렇게 수많은 사람을 움직여 그녀를 구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 일인가?”
엄입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확실히 이상하긴 합니다.”
“혜청평이 폐위당하고 하루 이틀이 지난 것이 아니네. 이르게도 아니고, 늦게도 아니고, 하필이면 지금 우리가 명단을 이야기했을 때 사람을 구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네. 그것이 너무 공교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정말 그녀를 위해 이런 이야기를 한 것 같은가? 이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이런 조건을 억지로 내걸어 성경에 가는 것을 피하고자 한 것일 확률이 높네.”
“생각해 보게. 어쨌든 그저 송국을 공격하는 척만 하는 것이라 해도, 실제로 병력을 어느 정도 이동시켜야 전략이 성공할 것이네. 소요궁과 영검산 입장에서 큰 병력이 자기네 주를 이동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일 테니, 자금동에서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네.”
“우유도는 이걸 노렸을 확률이 높아. 성경에 가게 됐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자신이 송국 황후와 의형제를 맺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이런 수작을 부려 성경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지. 그러니 일단 우유도를 성경에 보내는 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네.
괜히 다른 일을 추가적으로 벌일 필요 없다는 것이네! 만약 표묘각에서 왜 우유도를 성경에 보내지 않았냐고 추궁한다면, 자네가, 아니, 자금동이 그걸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찌 보면 이건 우유도에게 억울한 말이었다. 사실 우유도는 정말로 성경의 일이 아니라, 송국 황후를 구하는 일에 대해 자금동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금 자금동의 장로들과 자신이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 자신이 도움을 요청한다 해도 도움을 줄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성경의 일이 생겼으니, 이를 이용해 겸사겸사 자금동에 도움을 요청했을 뿐이었다. 그러니 궁임책은 지금 우유도의 의도를 완전히 오해했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엄입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우유도가 정말 가기 싫어한다면, 우리가 아무리 우유도의 수작을 피하려 한다 해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아마 우유도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켜 난리를 피우겠지요.”
엄입의 말에 궁임책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렇다고 우유도가 파놓은 함정에 우리가 자진하여 뛰어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정말 우유도에게 약점을 잡히게 되어, 그놈이 또 귀면각으로 달려간다면, 그냥 장난으로 끝나겠는가? 사제, 그만하시게. 개인의 은원은 우선 내려놓게나. 우선은 우유도를 고분고분 성경에 집어넣은 다음에 이야기하세. 눈앞에 더 큰 일이 있으니, 일단 급한 불을 먼저 꺼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정신을 차리게!”
“…송구합니다.”
엄입이 고개를 숙이고 말하자, 궁임책도 다소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전에 우리가 어째서 우유도를 의사대전으로 불렀는지 잊었는가?”
“그는 지금 자금동을 대표하는 장로로 명단에 올라가 있네. 그러니 성경에 간 후, 함께 간 자금동의 사람들은 모두 우유도를 따라야 하지. 아마 이는 다른 문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네. 각각 한 명의 장로가 가게 되었으니, 성경에 간 문파 사람들은 모두 각 문파에서 파견된 장로의 말을 따르게 되겠지.”
“우리도 그렇고, 다른 문파들 또한 지금 표묘각에서 사람들을 성경으로 불러모아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우유도의 심기를 거스르려 할 필요 없네. 어쨌든 우유도는 나름 능력이 있는 사람 아닌가. 자네나 나나 잘 알고 있지만, 우유도는 정말로 임기응변에 매우 강한 사람이지.
자네도 천도비경에서 우유도의 수완을 겪어보았지 않은가. 만약 성경에서 다른 문파와 겨룰 일이 있다면, 그는 결국 자금동의 사람이고, 자금동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분명 자금동을 위해 힘을 쓸 것이네. 그러니 성경에서 우리가 혹여나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도, 우유도의 능력은 반드시 우리에게 필요하다네.”
“우리가 우유도를 찾아 의논하고자 했던 것은, 우유도가 성경에 가는 것을 승낙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네. 우유도에게 성경에 간 이후, 종문을 위해 힘써 달라는 당부를 하기 위해서였네! 자네는 지금 우리 자금동의 제자들이 그곳에서 손해를 보게 내버려 둘 셈인가?
만약 성경 안에서 자금동이 손해를 봐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지금 우유도보다 그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성경에 가는 인물 중에, 우유도보다 임기응변 능력이나,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단 말인가?”
“…….”
“그런데 지금 자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복수심에 눈이 멀어 우유도를 계속 건드리려 하고 있으니, 지금이 그럴 때인가? 무엇이 중한지 모르겠는가? 대국을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도 엄입은 내심 이대로 우유도를 내버려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무슨 불만이 있든 일단은 참아야 할 때였다. 엄입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사형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