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0화. 난형난제(難兄難弟)
초려별원에도 마찬가지로 손님이 왔다. 바로 우유도의 다른 의형제이자, 능소각의 장로인 전태봉이었다.
전태봉은 당연히 능소각의 장문인과 같이 방문한 것이었는데, 장문인은 궁임책을 찾아갔고, 그는 초려별원을 방문하여 우유도와 회포를 풀었다.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다. 전태봉은 우유도 쪽에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과거, 그는 우유도와 의형제를 맺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이런 일이 있을 때, 다른 사람보다는 좀 더 쉽게 말을 붙여볼 수 있었다. 최소한 안면은 익힌 사이 아닌가.
손님과 주인, 둘 다 유쾌하지 못한 이야기는 아직 입에 올리지 않고 있었다. 우유도는 아주 열정적으로 손님을 접대했으며, 입만 열었다 하면, ‘형님’이라 칭하며 좋은 술과 음식을 대접했다.
이왕 왔으니, 좋은 술과 좋은 음식을 맛보았다. 그 맛이 정말로 뛰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전태봉은 금세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잘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어쨌든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회포를 푼 후, 전태봉은 원래 말하려 했던 주제로 화제를 돌렸다. 우유도에게 두 사람의 정을 생각해서 체면을 좀 세워 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러니 가능하면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자고 말을 해 보았다.
하지만 우유도는 당연히 혜청평의 생사를 가지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결국, 전태봉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동생,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떠한가. 우리 양쪽 모두 한발 물러나는 거지. 우리 쪽에서는 혜청평의 안전을 보장해 주겠네. 송국에서 절대 혜청평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게 하겠어. 그러니 동생도 병력을 물리는 것이 어떤가?
그렇게 된다면, 동생은 혜청평을 지킬 수 있고. 그녀와의 의리를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 그리하면 우리 송국도 체면을 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국 모두 전쟁으로 인한 손실을 피할 수 있지 않겠는가. 모두에게 이익인 것이지.”
우유도 또한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형님, 제가 형님의 체면을 세워 드리기 싫은 것이 아닙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방금 제안하신 것을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
전태봉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설마 이번 일은 더는 자네가 어찌하지 못하고, 모두 자금동의 결정에 따라야 한단 말인가? 그럴 리 없지 않은가. 상조종의 세력은 자네의 말을 듣는 것으로 알고 있네. 상조종의 세력이 병력을 물리기만 하면, 겨우 자금동의 세력으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네. 그때가 되면 저들도 어려움을 알고 물러나지 않겠는가.”
우유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형님,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전태봉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 저는 곧 성경으로 가야 합니다.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여정이지요. 만약 제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지금 한 약속이 지켜지겠습니까? 물론 형님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씀하시겠지만, 송국이 누님에게 자유를 주겠습니까? 만약 그녀에게 자유를 준다면, 지금 풀어주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결국, 죽이지는 않아도, 살아서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만약 누님이 평생의 자유를 잃는다면, 살아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제가 의리를 중요시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제가 떠나기 전에 누님에게 자유를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죽더라도 마음 편히 갈 수 있도록 형님께서 제 부탁을 좀 들어주십시오!”
옆에서 듣고 있던 관방의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번에 성경에 들어가는 일이 복이 될지 화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곳은 성경이었다. 일단 문제가 생기면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또 구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전태봉도 우유도의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동생은 복 있는 사람이니, 아무 일 없을 것이네. 천도비경에서도 아무 일 없지 않았는가. 나도 이번에 재수가 없어서 성경에 가는 일이 내게도 떨어졌네. 이 형님이 동생과 같이 고난을 이겨내 주겠네.”
우유도가 멈칫하더니,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형님은 지금 제게 장난하시는 겁니까? 성경에 들어가는 명단은 저도 확인했습니다. 형님의 이름은 코빼기도 안 보였습니다.”
전태봉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모르는 것이 있네. 송국이 연국과 전쟁을 벌인 후, 다시 한국과 전쟁을 벌였네. 그 당시에 송국이 얼마나 어려운 싸움을 이어나갔는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네. 손실도 실로 적지 않았지. 내 사형도 중상을 입었네. 전쟁이 끝나도 다들 몸을 추스르고 있지. 종문에서 표묘각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표묘각에서 사람을 바꾸어도 된다고 확언을 받았네.”
우유도가 깜짝 놀랐다.
“전쟁이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부상이 회복되지 않았단 말입니까?”
“종문을 위해 중상을 입었으니, 당연히 대우를 해주어야겠지. 더욱이 그런 상처는 완치라고 확실히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은가. 또다시 재발할 수도 있고 말이지….”
전태봉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멈칫했다. 이 주제에 대해서 더 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태봉은 답답한 마음에 술을 한잔 마시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아! 아무튼, 내가 재수 없었지.”
우유도는 상대방에게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원래 명단에 있던 사람이 가고 싶지 않아 부상을 핑계로 댄 것 같았다. 마치 우유도가 그전에 귀면각에서 말한 그 방법 같았다.
아마 스스로 자신을 상처 입힌 다음, ‘부상이 재발’했다고 한 것 같았다. 정말로 그렇게 발뺌할 수 있었다. 인위적으로 재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정당한 명분이 있었다. 표묘각조차 승낙한 것이니, 능소각 내부에서 뭐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능소각에서 전태봉을 추천한 것은, 문중에서의 지위와 연관이 있었다. 막말로, 부상을 치료 중인 그 사람들을 전태봉이 이기지 못한 것이다.
한쪽에 있는 관방의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두 형제가 같이 곤경에 처하니 그야말로 난형난제(難兄難弟)였다.
“이런, 정말로 재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자, 우리 건배하시지요.”
우유도가 동정을 표하며 술잔을 들어, 한번 부딪히고는 그대로 들이켰다. 그리고는 다시 전태봉에게 물었다.
“형님, 이번 성경에 단련하러 가서 도대체 무엇을 한다고 합니까? 또 얼마나 머물러야 합니까? 만약 알고 계신 게 있다면 좀 알려 주십시오. 그래야 최소한 저도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아!”
전태봉은 여전히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내게 물어보면, 나는 누구에게 물어보란 말인가? 저들이 무슨 꿍꿍이인지 누가 알겠는가. 처음부터 성경에서 요구한 대로 명단을 보냈더니,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일에 갑자기 이런 변고가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또 마침 거기에 내가 걸려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도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재수가 없어졌는지. 이런 공교로운 일이 나에게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러는지! 정말로 이랬다가 저랬다가, 이렇게 바꿨다가, 저렇게 바꿨다가 하니, 우리가 재수 옴 붙은 것이 아니라면, 이게 뭐란 말인가?”
말투에서 불평불만이 가득했고, 하소연할 곳이 없던 참에 우유도의 한 마디에 속마음이 쏟아져 나왔다.
“하아!”
우유도도 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아니랍니까. 정말 재수 옴 붙었습니다. 형님, 성경에 간 후에, 믿을 건 우리뿐입니다.”
“하아, 그래도 자네가 있어 다행이네….”
그렇게 대답하던 전태봉이 갑자기 멈칫했다. 지금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자신이 오늘 찾아온 목적과 너무 멀어진 주제였다. 곧 다시 우유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튼 이보게, 동생. 내가 이렇게 찾아왔지 않은가. 내 체면을 좀 세워줄 수 있지 않은가!”
우유도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형님,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하기 싫은 것이 아닙니다. 이건 누님의 생사영욕이 걸린 일입니다. 그러니 어찌 제가 병력을 물리겠습니까? 그 이야기는 그만하시지요. 더 말해보았자, 의리만 상할 뿐입니다.”
의리는 개뿔! 전태봉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동생, 내가 무정한 것이 아니라, 단지 혜청평을 위해서 이처럼 대대적으로 병력을 움직이는 게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네. 사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연국 또한 전쟁을 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대체 왜 이런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혜청평을 구하려 드는 것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어째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네만? 정말로 혜청평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단지 핑계일 뿐인가?”
“말해보았자 믿지 않으시니, 차라리 말하지 않겠습니다.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시간이 설명해 줄 것입니다. 형님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만약 형님이 지금 누님과 같은 처지에 처한다면, 이 동생은 마찬가지로 형님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자, 이런 대화는 그만하시고, 술이나 드시지요!”
우유도가 다시 술잔을 들었다.
* * *
연국의 움직임은 각 나라의 이목을 벗어날 수 없었다. 사실 이처럼 큰 이상 반응은 각국의 주목과 경각심을 불러왔다. 각 세력은 밀정을 집중해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 파악하려 했다.
* * *
진국 황궁.
태숙웅과 소평파가 호숫가를 천천히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군신 두 사람은 모두 우려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잘 지내다가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니, 두 사람은 참으로 답답했다.
진국이 위국과 전쟁을 준비하면서, 우려하던 일은 바로 표묘각이 다시금 전쟁을 동결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니 각국에서 단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일단 성경에 들어가고 나서 일을 치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웬걸.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했지만, 바람이 그치지 않았다. 연국이 대대적으로 소란을 피우니, 우려하는 마음이 없을 수 없었다.
일단 전쟁이 동결된다면, 다시 위국을 향해 병력을 진군시키기까지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할지 몰랐다. 성경 단련의 일은 언제 끝나는지 정해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각 세력이 연국을 주목하는 가운데, 송국 감옥의 대문이 ‘끼익’하며 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폐위된 혜청평이 그 안에서 끌려 나왔다.
옥을 나온 혜청평의 눈앞에 익숙한 사람이 서서 포권을 하며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바로 능소각의 장로 전태봉이었다.
혜청평의 시선이 전태봉에게 잠시 머물더니 곧 주위를 훑어보았다.
혜청평은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 머리는 산발이었고, 여기저기 지푸라기가 붙어 있었다. 의복도 매우 더러웠다. 또 하필이면 황후의 옷을 입고 있어 더욱 낭패해 보였다. 전태봉이 빙그레 웃고 있었지만, 내심은 참으로 감개무량했다.
전태봉은 더는 뭐라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갑시다!”
혜청평이 냉소 지었다.
“내 마지막을 배웅하는 사람이 당신일 줄이야.”
전태봉이 멈칫했다. 곧 쓴웃음을 지었다. 혜청평이 오해한 것을 깨달았다. 곧 몸을 틀어 옆으로 비켜서고는 손을 뻗으며 말했다.
“이곳은 대화하기 좋은 곳이 아니니, 일단 벗어납시다.”
혜청평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냥 말하지 그래? 더는 괴롭히지 말고.”
“혜청평….”
전태봉은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결국은 참아냈다. 그는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손을 뻗어 혜청평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끌고 갔다.
딱히 멀리 간 것도 아니었다. 그대로 혜청평을 데리고 옆에 있는 날짐승 위에 올라탔다.
그 후, 세 마리의 날짐승이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