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1화. 석방
여명이 비추는 하늘, 송국의 백성들이 아직 단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때, 그렇게 송경을 떠나갔다. 비밀을 위해서였다.
혜청평의 신분 때문에, 공개적으로 석방하기보다는 비밀리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송국의 체면을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로 이는 혜청평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오공령은 차도살인의 계도 생각해 보았다. 예를 들어 연국으로 혜청평을 데려가는 도중에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길 수도 있었고, 혹은 천녀교에 남몰래 소식을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감히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우유도 쪽의 일 처리 방식 때문이었다.
우유도는 사람을 보내 혜청평을 마중 나가거나 보호하지 않았다. 그 대신, 송국에서 혜청평을 안전하게 자금동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수작 부리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그렇게 오공령이든, 송국 삼대 문파든 수작 부릴 생각은 고사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혜청평의 안위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지경에 처했다.
그리고 지금 전태봉이 호송을 책임지게 된 것에는, 우선 굴복하고 타협한 일이 명예스러운 일이 아니기도 했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겨 책임을 지게 될까 봐 오고자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태봉은 또다시 이번 일을 책임지게 되었다. 그를 추천한 사람들은 다들 우유도와의 관계를 들먹이며 전태봉이 가장 적당한 인선이라며, 의형제를 위해 나서는 것이니 체면을 구기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자금동에 가서 우유도를 찾아가는 일도, 그와 우유도의 관계 때문이었다. 지금 혜청평을 압송하는 것도 우유도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이것 때문에 전태봉은 자금동을 수차례 오가야 했다. 사실 다른 사람이 말한 논리에 대해 반박할 말이 없었다. 전태봉 자신은 우유도와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째 갈수록 얽히게 되는 것 같았다.
뒤돌아 멀어지는 송경을 보며 혜청평이 말했다.
“경성에서 벗어나 손을 쓰려는 것인가? 죽이려면 그냥 죽이지, 이렇게 조심스러워할 필요가 있나? 호오, 설마 소문이 퍼져나가면 오공령의 체면이 구겨질까 봐 그러는 건가? 전태봉, 당당한 능소각의 장로가 어쩌다가 오공령의 개가 되었지?”
그녀는 아직도 오공령이 자신을 죽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혜청평은 오공령이 그녀를 살려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외부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속세의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이는 옥졸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좋은 방향이 아니었기에, 상당히 무례했다.
그러니 그녀는 이번에 자신을 데리고 나온 것이, 자신을 풀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면, 옥졸의 반응에서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했다. 최소한 그녀를 대할 때 어느 정도 예의를 차릴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녀가 모르는 것도 있었으니, 옥졸 또한 지금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한 상황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이다. 이번에 그녀가 이렇게 송국을 떠나는 것은 기밀이었다. 송국 조정은 혜청평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을 극비리에 처리했다.
전태봉이 한숨을 내쉬었다.
“혜청평, 그렇게 이상한 말투로 말하지 마시오. 이번에 목숨을 건진 것을 행운으로 아시고, 그만 만족하시오.”
목숨을 건졌다고? 혜청평이 다소 의외라는 듯이 의심하며 말했다.
“오공령이 나를 살려준다고? 그럴 리 없어. 난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사람이야. 더 이용가치가 없다는 것이지. 그러니 나를 죽이는 것을 망설일 리 없어.”
“의지할 곳 없다고 했소?”
전태봉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원래라면, 나도 당신이 죽을 것이라 생각했소. 또 당신에게 의지할 곳 하나 없다고도 생각했지. 웬걸, 누군가 당신을 위해 나서서, 당신의 목숨을 보호했소. 그 사람이 움직이자, 그 효과는 천녀교가 나서는 것보다 더 대단했지. 천녀교가 나서도 송국을 위협하지 못했을 것이오. 오공령도 천녀교의 체면을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 혜청평, 아마 그 사람이 누군지 상상도 못 할 것이오.”
혜청평은 그의 말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말했다.
“나를 지키려는 사람이 있었다고? 그게 누구지?”
전태봉이 놀리는 어투로 말했다.
“잘 생각해 보시오.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한번 되돌아보시고.”
혜청평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민해 보았다. 결국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 중에 이처럼 큰 능력을 갖춘 사람이 없었다.
혜청평은 혹시 천녀교가 그녀를 다시 데려가 처벌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하지만 전태봉이 이미 확실히 말하지 않았는가. 오공령은 천녀교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누구지? 그냥 바로 말해. 쓸데없는 수수께끼 집어치우고.”
“하아!”
전태봉은 한숨을 내쉬었다.
“못 맞출 것이라고 예상했소. 그쪽으로는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오. 하긴, 당신은 말할 것도 없고, 그자가 당신을 구하려는 것을 보고 나도 믿지 못했으니. 이보시오 혜청평, 당신은 그를 잊었지만, 그는 당신을 잊지 않은 것 같소. 우리 사이에 같은 의동생이 한 명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의동생? 혜청평은 넋을 잃었다. 그녀는 평생에 딱 한 번 의남매를 맺었다. 여기까지 이야기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한 사람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혜청평이 불쑥 말했다.
“설마 우유도가?”
전태봉이 하하 웃었다.
“우유도 말고 누가 있겠소? 만약 우유도가 다른 뜻을 품고 당신을 구한 것이 아니라면, 그에게 톡톡히 고마워해야 할 것이오. 그가 당신을 구하기 위해 적지 않은 소란을 일으켰소. 송국의 목에 칼을 들이밀기까지 하며, 우리 삼대 문파와 조정이 당신을 풀어주지 않을 수 없게 압박을 가했소.”
혜청평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우유도가 나를 구했다고?”
“그렇소. 나도 참으로 의아한 일이오. 사실, 우유도가 당신을 구할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소.”
“그가 조정과 삼대 문파를 압박해 나를 풀어주게 했단 말인가?”
“생각도 못 했을 것이오. 나도 마찬가지였소. 이번에 우유도가 손을 쓰고 나서야, 연국 군대에 대한 그의 영향력이 우리의 상상을 벗어났음을 깨달을 수 있었소. 온 자금동이 그에게 협력했고, 모든 연국의 병력이 대대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소.
지금 현재, 발주의 대군이 호시탐탐 송국을 노려보고 있고, 몽산명이 직접 발주로 가서 병력을 지휘했소. 또 송국에 격문을 보내 위협하며, 삼 일 안에 당신을 풀어주지 않으면 즉시 송국을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소!”
“하아! 일개 상청종에서 버려진 제자에 불과했던 인물이었소. 다만 변방에서 조금 이름을 날릴 뿐이었던 인물이었소. 누가 그를 안중에 두었겠소. 그런데 지금 아무도 그를 일개 상청종의 버려진 제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소. 이제 그는 더 이상 과거의 그가 아니오. 이보시오 혜청평, 그는 더 이상 과거 초려산장에서 만나 우리가 협박하던 우유도가 아니오. 지금의 그는 우리가 더는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오.”
“하하, 과거, 초려산장에서 서로 형제와 남매가 되었던 일을 기억할 것이오. 아마 오늘 같은 날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겠지. 그 황당한 일이, 우리가 안중에 두지도 않았던 일이, 당신이 가장 큰 곤경에 처한 순간 당신의 목숨을 구하다니?”
혜청평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의도로 나를 구한 것이지?”
“그걸 왜 내게 물어보시오? 나도 모르오. 나도 그에게 물어보았소. 하지만 내가 원하는 답을 얻지는 못했소. 그 녀석, 보기에는 엉뚱해 보이지만, 갈수록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소. 만약 답을 알고 싶다면, 직접 만나 물어보시오. 만약 답을 알게 된다면, 내게도 좀 알려주시오. 그럼 이렇게 당신을 데려다주는 것도 헛수고는 아닌 것 같으니.”
혜청평은 잠시 침묵하더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갑자기 말했다.
“나를 풀어주기로 했으면서 어째서 아직도 금제를 풀어주지 않는 것이지? 풀어줘.”
전태봉이 즉시 거절했다.
“안 되오! 우유도는 아주 교활한 녀석이오. 우리가 수작을 부릴까 봐, 송국에게 직접 당신을 자금동까지 데려다 놓으라고 했소. 그렇지 않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절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 당신의 금제를 푼다면, 나라고 해도 당신을 통제하기 어렵소. 만약 당신이 도망친다면, 뭐라 변명하겠소. 나중에 자금동에 도착해 우유도에게 당신을 넘기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것이오. 그때가 되면 나랑 상관없는 일이 되는 것이지.”
“이런 상황에서 내가 도망칠 거란 말인가?”
하지만 전태봉은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확실히 방비해야 했다. 혜청평이 오공령에게 복수하기 위해 송경에 돌아가서 소란을 피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신을 데려가는 것은 비밀이오. 그 이유도 아마 대충 감이 잡힐 것이오. 연국과 송국이 전쟁을 벌이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수작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천녀교만 해도 기회가 있다면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조용히 자금동으로 갑시다. 자금동에 도착하면 안전해질 것이오. 천녀교도 자금동에 쳐들어갈 수 없겠지. 그리 오랫동안 옥중에 있었으면서, 겨우 이 잠깐을 못 참는단 말이오? 조금만 버티시오!”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자, 혜청평은 입을 다물었다.
송국이 사람을 풀어주었다. 연국의 무력시위에 오공령은 결국 굴복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 전에 한국과 전쟁을 벌일 때는 자포자기할 수 있었다. 모든 책임을 죽어버린 목탁진에게 넘길 수 있었다. 어차피 당장이라도 망할 것 같은 나라였으니 상관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자포자기할 수 없었다. 맨발인 사람은 신발이 더러워질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지금, 송국 황제라는 그럴듯한 신발이 오공령의 발에 신겨졌다. 그러니 더는 오공령에게 어울리는 상황이 아니었다.
자신의 여자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것은 쪽팔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한 황제는 수없이 많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목탁진만 해도 자신이 총애하는 후궁을 연국 황제 상건웅에게 보냈고, 더욱이 딸들을 화친을 위해서 보낸 예는 수없이 많았다.
물론, 오공령은 굴복한 것이 아니라, 조정 신하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설득을 하니, 어쩔 수 없이 허락한 것이다.
* * *
수많은 강과 산을 넘어 자금동에 다시 돌아왔다. 전태봉은 혜청평을 초려별원으로 데려갔다.
우유도는 소식을 듣고 직접 초려별원을 뛰쳐나와 마중했다. 혜청평을 본 우유도는 크게 기뻐하며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포권했다.
“형님과 누님을 뵙습니다.”
원강이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자신이 우유도처럼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혜청평은 여전히 낭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처음보다는 훨씬 나아진 모습이었다.
그녀도 낭패한 모습으로 우유도를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 오는 길에 잠시 멈추어 좀 씻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태봉은 허락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땅에 내려섰다가 습격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혜청평을 안전하게 목적지에 운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당연히 어떠한 예상치 못한 문제도 용납할 수 없었고, 혜청평의 모습은 그가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