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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63화 (261/1,000)

1163화. 가장 위험한 적은 알지 못하는 적

우유도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나무 아래 의자에 기대고 누워 있었다. 지금 우유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럴 때는 우유도가 깊은 생각에 빠진 것이니, 아무도 우유도를 쉽게 방해하지 않았다.

이때, 문묵아가 그런 우유도를 찾아와 가까이 다가가 정적을 깨뜨리며 말했다.

“도야, 천화교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음?”

우유도가 눈을 떴다.

“천화교에서 성경에 가야 하는 사람들이 와서, 약속을 지키라고 합니다.”

우유도가 일어나 앉았다.

“아직 며칠 남아있지 않아? 뭐가 그리 급한 거야. 모셔와.”

“일찍 출발할 것이라고 합니다. 혹시 문제가 생겨 시간을 지체할 수 있으므로 말입니다. 그리고 들어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저 종문 밖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출발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뭐가 시간을 지체할 수도 있단 말이야. 내가 수작을 부려서 반응할 시간이 없을까 봐 걱정하는 거겠지.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군. 이미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면서 뭘 그리 걱정하는 건지.”

우유도는 다시 눕더니 손을 휘저었다. 그렇게 문묵아에게 물러가라 하고는 말했다.

“여봐라.”

진귀석이 빠르게 나타나 그 옆에 내려서더니 공손하게 물었다.

“도야, 분부가 있으십니까?”

“홍랑과 무조행을 모시고 와라.”

“알겠습니다.”

진귀석이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방의와 무조행이 찾아왔다. 우유도는 진귀석에게 주위를 잘 감시하게 하고는,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무슨 일이길래 그리 조심하는가?”

무조행이 옆에 앉으며 물었다. 우유도는 느긋하게 누워, 정말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말했다.

“이번에 성경에 가면서, 일부 일들은 안배하지도 않을 것이고, 안배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튼, 사람이 아무리 대비해도 하늘의 안배에 어찌 대응하겠습니까. 제가 또다시 이런 재수 없는 일을 당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만약 제가 이번에 돌아오지 못하면, 선배님은 이들을 데리고 마교로 가주십시오.

과거의 정을 생각해서 저들을 조금이라도 돌봐준다면 더욱 좋겠지요. 아무튼, 저들에게 살 수 있는 길을 하나 만들어 주십시오. 선배님은 마교에 연락한 후, 필요한 준비를 하게 하십시오. 외부에서 의심스러운 말이 나온다면, 모두 조웅가의 책임으로 돌리면 될 것입니다.”

이 주제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관방의가 고개를 숙였다.

무조행이 한숨을 내쉬었고,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우유도가 없다면, 자금동은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이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우유도가 없다면, 누가 지금 눈앞의 상황을 지탱할 수 있을까. 아마 반항하면 다들 크게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다만 입으로는 우유도를 위로했다.

“아마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위험하지는 않을 수도 있네.”

“나무가 쓰러지면 원숭이는 흩어질 수밖에 없지요. 다들 아는 이치일 것입니다. 미리미리 준비해서 나쁠 것이 없습니다. 제 말대로 하시지요.”

사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뭘 어쩌겠는가?

지금 상황은 초려산장에 있을 때와 아주 달랐다. 과거처럼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수두룩 했다. 자금동에 가입하고도 이런 일을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것이 바로 우유도가 하늘의 안배에 대항하지 못한다고 한 이유였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상조종 일파는 우유도가 돌아오지 않으면, 별다른 충돌이 없는 한, 자금동에서 자연스럽게 상조종 일파를 받아들일 것이다. 상조종 일파도 쓸데없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안정적인 상황을 거절할 필요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기어이 자금동과 충돌을 일으키고 나머지 두 문파에 의탁할 리 없었다. 그처럼 피를 흘리고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우유도는 자신 휘하의 관방의 일행만 꼬리를 말고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상조종을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만약 우유도 쪽 사람들이 떠나지 않으면, 상조종 일행은 입장이 매우 난처해질 수 있었다. 자금동은 분명 기회를 틈타 상조종 일파를 장악하려 할 것이고, 그 때문에 초려별원의 인물들을 제거하려 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상조종은 어느 편에 서야 할까?

그러니 우유도는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 하는 것이다. 상조종을 난처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자금동의 사람들이 초려별원의 사람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초려별원의 사람들은 자신의 세력을 지키지도 못하고 결국은 충돌해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천도비경에 갈 당시, 우유도는 상조종 일파가 쉽게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안배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돌아온 후에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자금동에 가입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우유도가 살아서 돌아오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였다.

지금 상조종을 난처하게 하지 않는 것은, 그에게 하는 일종의 보답이었다. 상조종 일행은 과거, 호수 전투에서 삼대 문파에 대항하며 그를 지켰었다. 만약 이번에 성경에 들어가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으로 치면 그만이었다. 우유도는 다른 사람에게 빚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평생 손에 꽉 쥐려고 하면 할수록 손에서 벗어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자연스럽게 놔둔다면, 인심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 우유도가 수시로 이렇듯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것은, 사실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네가 가자마자, 자금동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면 어떡하지?”

관방의가 마음속의 우려를 물었다. 우유도가 느긋하게 대답했다.

“쓸데없는 걱정이야. 나는 이번에 자금동을 대표해서 가는 거야. 만약 나를 화나게 하면, 언제든지 자금동을 진흙탕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 성경에 간다면 자금동을 대표하는 결정권이 내 손에 있는 것이지.

죽고 싶다면, 자금동에게 어디 한번 해 보라고 하지. 그래 봤자 못하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내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별일 없을 거야. 저들에게 경고도 할 거야. 설사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해도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겠지.”

여전히 관방의가 침울하고 슬픈 얼굴을 하고 있자, 우유도가 다시 미소지었다.

“왜 그리 울상이야? 마치 죽으러 가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걱정하지 마. 쉽게 죽지 않을 거야. 나도 죽고 싶지 않고 말이야. 어떻게든 살아 돌아올 거야.”

관방의가 억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하아!”

무조행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는 이들의 폐단에 대해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의 운명이 우유도에게 묶여 있으므로, 일단 우유도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대단한 한 사람이 일행을 이끌지 않았다면, 인심은 흩어질 것이고, 당연히 하나로 뭉치지 못했을 것이다. 모래알처럼 뭉치지 못하는 단결력으로는 난세의 폭풍우에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에 이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로움이 있다면, 폐단이 있기 마련이란 말이, 아마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도야, 문묵아가 찾아와 말하기를, 유선종, 부운종, 영수산의 장문인이 찾아와 뵙기를 청한다고 합니다.”

진귀석이 빠르게 와서 보고했다. 방금 우유도가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고 했기 때문에 문묵아는 들어오지 못하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도가 웃었다.

아마도 우유도가 성경에 가야 한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유도가 성경에 가는 일은 더는 무슨 비밀도 아니었다. 세 문파는 아마 지금까지 우유도의 소식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고, 며칠이면 당장 성경에 가는 시간이 되었으니, 더는 참지 못하고 우유도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우유도는 상조종 쪽도 아마 자신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추측했다. 그렇다고 우유도가 오해할 수도 있으니, 뭐라 먼저 말을 꺼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모셔라.”

우유도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진귀석이 명을 받고 떠난 후, 우유도는 곁에 있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말씀드린 대로 하시지요.”

무조행이 돌아갔지만, 관방의는 가지 않았다.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물었다.

“네 수완으로도 안 갈 수는 없는 거야? 전태봉의 말에 따르면, 능소각의 일부 사람들도 피할 방법을 생각해 냈잖아. 네게 방법이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공손포의 일을 알고 있을 거야. 나는 이미 진작부터 표묘각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어. 이번에 성경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지. 내가 만약 성경에 들어간다면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지만, 만약 가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나 하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같이 곤경에 처하게 되겠지. 홍랑, 우리에게는 아직 반항할 능력이 없어. 그저 참아야 하지. 그저 고개를 숙이고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어. 한발 뒤로 물러나면, 어쩌면 저 넓은 하늘을 쟁취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어.”

관방의가 중얼거렸다.

“그럼 차라리 같이 곤경에 처하는 게 낫지. 혼자서 그걸 모두 감당할 필요 없잖아. 본녀에게 그런 동정은 필요 없어.”

“평소에 내가 사람들을 다 이래저래 시켜 먹고 있지. 그렇게 사람들이 제공하는 이득을 취했으니, 문제가 생겼을 때는 당연히 내가 나서서 감당해야 하는 거야.”

우유도가 그렇게 한번 웃어 보이고는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 관방의는 의아해하면서도 몸을 숙여 의자를 손으로 짚고는 귀를 우유도에게 가져다 대었다.

우유도가 관방의의 귓가에 속삭였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기도 하지. 평소에 우리는 성경에 있는 사람들과 얽힐 기회가 없었어.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어. 나는 저들이 감히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하다고 믿지 않아. 수행계는 이미 저들 아홉을 신화로 받아들이고 있지.

하지만 도대체 어찌 된 상황인지 우리는 아는 게 없어. 저들의 상황에 대해서 알아볼 수도 없고, 알아보려고 해서도 안 되지. 홍랑, 알지 못하는 적이 가장 위험한 적이야. 그러니 그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을 이해해야지만 그들을 격파할 수 있는 거야!”

그 말을 들은 관방의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깜짝 놀랐다. 이건 그야말로 대역무도한 말이었다. 이건 구대지존에 도전하려는 마음을 밝힌 것과 다름이 없었다. 관방의가 고개를 들어 가까이에서 우유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스스로 무덤을 파는 거야? 이대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최근 나도 계속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했어. 다만 나무는 가만히 있지만 바람은 그렇지 않지, 나도 편안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우리가 지금 평안한가? 천도비경 후, 또다시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성경 단련이라는 것이 생겼어. 이건 일상적인 일이 아니야. 저들 아홉 괴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그러니 이번에 가서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볼 생각이야.”

“저들 아홉 명은 지금까지 배후에서 천하의 풍운을 일으키고 있었지. 중생을 미천한 벌레처럼 보고 대하니, 앞으로도 저들은 멈추지 않을 거야. 규칙이 저들의 손에 있으니, 자기들 입맛대로 마구 바꾸지. 내가 만약 이번 어려움을 이겨낸다 해도, 다음은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

언젠가는 얽혀들게 될 거야. 기왕 그렇게 피할 수 없다면, 피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 계속 두들겨 맞으면서도 반항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어? 설사 이번처럼 저들이 나를 부르지 않았다 해도, 언젠가는 내가 저들을 찾아갔을 거야!”

관방의는 그 말에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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