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5화. 미래 예견
우유도는 정말 옥창의 의심에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옥창의 손을 뿌리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옥창 선생님. 정말 모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성경에 이목이 있었다면, 천도비경의 일을 제가 먼저 알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당연히 성경의 일이 닥친 후, 이리 급하게 허둥지둥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옥창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천도비경의 명단은 각 문파가 추천한 것이네. 자네가 거기에 추천을 당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사전에 산수들이 참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한들 뭘 어쩌겠는가? 하지만 이번에 각 문파의 장로가 명단에 오른 것은 다르네. 이건 표묘각에서 직접 지목한 것이야. 한발 물러나서, 설사 그 전에 표묘각에서 정보를 받아 보지 못했다고 한들, 그 후에 사람을 배치했을 가능성도 있지. 동생의 능력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네. 못 할 것도 없지!”
“잘 알고 있다고요? 정말로 쥐뿔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발 물러선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우유도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로 손을 내리누르며 말했다.
“좋습니다. 한발 물러서서, 아니 일만 발 물러서서 이야기해 보지요. 이런 일에 대해 설사 내가 뭔가를 알고 있다고 한들, 어찌 입에 올릴 수 있겠습니까. 입에 올리는 순간, 엄청난 약점을 잡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사실이라고 해도 말해줄 리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 모릅니다. 그러니 더는 묻지 마십시오.”
옥창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인정한 것이군. 자네는 내막을 알고 있어.”
“…….”
우유도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옥창이 자신을 몰아붙이니, 가만있을 수 없었다. 우유도는 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펄쩍 뛰어오를 뻔한 모습으로, 옥창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이보시오, 옥창 선생.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인정하다니요? 내가 뭘 인정했습니까? 내막은 개뿔!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옥창이 두 손을 들어 연신 진정시키며 말했다.
“좋네, 좋아. 아무것도 모르는 것으로 하겠네. 자네는 그냥 미래를 예견한 것이네, 그렇지 않은가?”
“…….”
우유도는 말문이 막혔다. 상대방이 ‘미래 예견’ 같은 말까지 끄집어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확실히 미래 예견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효월각에게 번거롭게 그런 일을 시킬 이유도 없었다. 우유도는 바지 속에 있는 진흙이 아무리 똥이 아니라고 해도 똥이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아무리 설명해도 옥창이 믿지 않자, 이를 갈며 말했다.
“미쳤습니까? 미치려면 혼자 미치십시오! 더는 허튼소리를 늘어놓는다면, 여기서 쫓아낼 겁니다!”
“미치지 않았네!”
옥창은 소매에 손을 넣고는 거액이 적힌 천하전장의 어음 두 장을 꺼내어 우유도의 손바닥 위에 쥐여주며 말했다.
“오늘날 동생의 의리가 천하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네. 나도 그렇게 정 없고 의리 없는 사람은 아니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는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우유도는 두 장의 어음을 살펴보니, 한 장당 금 천만 냥짜리 어음이었다. 두 장이니, 총합이 이천만 냥이었다. 아무렇게나 쥐여준 돈이 이천만 냥이라니, 참으로 통이 컸다. 옥창은 원래 이런 큰돈을 쉽게 내어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유도는 멍한 얼굴로 옥창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뭡니까? 돈으로 정보를 사려는 겁니까? 경고하는데, 허튼수작 부리지 마십시오!”
그리고 어음을 옥창의 손에 다시 강제로 쥐여주었다.
장난하는가. 이런 돈을 어찌 받으라는 것인가? 그런 일이 없기도 했고,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맞아 죽을지언정, 성경에 밀정을 침투시켰다는 말을 절대 인정할 리 없었다.
이천만 냥은 말할 것도 없고, 몇억을 주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일은 설사 아무 근거 없는 허튼소리라 할지라도,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돈을 벌어도 죽으면 무슨 소용인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약점이 잡힐 수 있었다. 우유도가 돈 때문에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 리 없었다.
하지만 옥창은 다시 돌려받으려고 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우유도에게 돈을 주려고 했다.
어음? 멀지 않은 곳에서 두 사람을 보고 있던 관방의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하지만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확실히 어음이었고, 두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드디어 깨달을 수 있었다. 옥창이 도야에게 억지로 돈을 쥐여주려고 하고 있었고, 도야는 그걸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 어음을 가지고 주고받고 있으니, 대체 무슨 짓거릴 하고 있단 말인가?
관방의의 발이 움찔거렸다. 그대로 다가가서, 만약 도야가 받기 싫다면 자신이 받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은 움직이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도야가 그렇게 예의를 차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야가 받지 않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옥창 선생. 더 난리를 피우면, 나도 더는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것입니다!”
“동생, 걱정하지 말게. 이 돈은 술을 판 대가에 불과하네. 전에 자네에게 주기로 한 돈이란 말이네!”
“허튼수작 그만 부리시지요! 그 전에 돈을 먼저 달라고 했더니,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면서 기어이 일 년이 다 지나고 나서야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일 년이 지나기도 전에, 이렇게 갑자기 이천만 냥을 내게 주겠다니, 천만 냥이 알아서 이천만 냥이 되었습니다. 태도가 너무 갑작스럽게 변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날 함정에 빠트리고 싶다면 생각을 좀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내가 세 살배기 아이처럼 보입니까!”
“허허, 아닐세. 당연히 이 돈은 공짜로 주는 게 아니네. 2년 치 돈이네, 자네에게 2년 치를 먼저 주려는 것이네.”
그렇게 어음을 밀어내던 우유도의 손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 물었다.
“정말 2년 치의 돈이란 말입니까?”
우유도는 그제야 머리가 조금 맑아졌다. 설사 상대방의 돈을 받아도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단 말인가?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방금은 다소 냉정함을 잃었었다. 옥창의 오해 덕분에 깜짝 놀란 것이다.
옥창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네. 자네를 속여서 뭐한단 말인가. 방금 그 일에 대해서는 다시 묻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겠네. 방금 난 아무 말도 한 적이 없네, 됐는가?”
우유도는 옥창의 손을 밀어냈다. 그리고 한껏 구겨진 전표 두 장을 그대로 빼앗아왔다. 우유도는 구겨진 전표를 다시 펼치며,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술의 판매 규모를 계속 크게 확장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인제 보니 확실히 적지 않은 돈을 벌었나 봅니다!”
옥창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다 자네 덕분이네.”
“허튼수작 부리지 마십시오.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대가를 줄 리 없다는 것을 누가 모릅니까. 무슨 의도가 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해 보십시오.”
“어찌 아무 이유 없겠는가? 동생,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한 가지, 후진에서 성경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을 내가 이미 데려왔네. 지금 자금동 밖에서 기다리고 있지. 동생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네. 우리 쪽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간다면 동생의 보살핌이 필요할 것이야. 그러니 여유가 된다면 겸사겸사 그들을 좀 도와주게나.”
“물론 저들에게도 성경에 들어간 후 모두 자네의 말을 들으라고 당부하겠네. 후진 삼대 문파의 아홉 명 모두 자네를 따를 것이네!”
삼분정립(三分鼎立)은 표묘각에서 정한 규칙이었다. 효월각도 후진을 세우게 되었으니, 이는 옥창 또한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효월각은 후진에서 가장 큰 문파였다. 하지만 진국의 기운종과 마찬가지로, 두 개의 괴뢰 문파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 때문에 후진은 이번에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아홉 명을 선발해 성경 단련을 보내야 했다.
옥창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또다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다 아는 사람끼리 숨기지 않겠네. 우리 후진의 수많은 선인이 심혈을 기울여 수백 년 만에 드디어 나라를 다시 일으킬 수 있었네. 그러니 절대 이런 일에서 문제가 생기도록 놔둘 수 없네. 성경은 감히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아니네.
저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이 한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 여기서 동생에게 확실히 부탁하지. 저들을 모두 동생에게 맡기겠네. 생사를 불문하고 어떻게 사용하든지 그건 동생 마음이네. 하지만 절대 후진에 불똥이 튀어서는 안 되네.”
“물론, 기본적으로 저들을 안전하게 데려 나올 수 있다면, 지금 준 천만 냥은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도 되네. 즉, 내년에 금 천만 냥을 또 자네에게 준다는 것일세. 동생이 사전에 대비했다고 하니, 분명 어떤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네. 또 동생의 능력이라면 쉽게 위험에 처하지 않겠지. 그러니 저들을 부탁하겠네. 어떤가?”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좋지 않습니다! 옥창 선생님, 그러니까 결국은, 지금 성경 안에 빌어먹을 밀정이 있다고 의심한다는 말 아닙니까? 지금!”
“아니, 아니네!”
옥창이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아주 간절한 얼굴로 말했다.
“절대 아니네. 나는 동생의 능력을 믿고, 저들을 돌봐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네. 저들을 돌봐주기만 하면, 방금 건네준 감사 선물에 대해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네!”
옥창의 말이 진실일 리 없었다. 이런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을 리 없었다! 우유도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야말로 소귀에 경 읽기였다.
됐다.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면, 우유도도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든 전장의 전표를 흔들더니 비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천도비경에 갈 때도 제게 큰돈을 쥐여주더니, 성경에 갈 때도 마찬가지군요. 이러니 제가 돈을 안 받을 수 없지요. 형님, 이럴 거면 우리 나중에 접몽환계도 한번 가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럼 그때도 제게 큰돈을 안겨주실 겁니까?”
“하하, 천도비경에서 그 난리를 치고, 또 성경에 가게 됐는데, 목숨을 걸고 또 한 번 자진해서 난리를 겪고 싶은 것인가?”
옥창은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네,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자네에게 또 한몫 챙겨 주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는가?”
우유도는 얼굴을 찡그렸다. 하긴, 확실히 쉽게 번 돈은 아니었다. 그러니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이런 일을 또 겪고 싶지 않았다.
우유도는 손에 들어온 돈을 그대로 주머니에 넣고 싶지 않았다. 효월각은 아무 능력 없는 작은 문파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 보복이 가능한 조직이었으니, 저들의 돈을 받으면 그에 맞는 합당한 대가를 제공해 주어야 했다. 세상에 쉽게 벌 수 있는 돈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경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단련이란 것이 무엇이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우유도 또한 하나도 몰랐다. 그러니 자신이 대체 후진 사람들을 어찌 돌보란 말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받지 않을 수도 없었다. 옥창이 이렇게 강제로 돈을 밀어 넣었다. 게다가 성경에 들어간 후, 후진의 수행자들이 모두 우유도의 명령을 듣게 하겠다고 했다. 확실히 그 조건은 우유도에게 매우 매력적이었다.
알 수 없는 상황을 앞에 두었다. 당연히 곁에 있는 세력이 클수록 좋았다. 그렇게 해야만 위험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일 수 있었다.
성경 단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각국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합해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 후진의 세력이 모두 우유도를 돕는 것은 우유도에게 있어 매우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결국, 일단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우유도는 대충 옥창에게 얼버무리고는 일부 일들을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