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6화. 곧 죽을 사람
옥창은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궁임책을 찾아갔다.
손님을 보낸 후, 우유도는 어음 두 장을 관방의에게 건네주었다. 아무튼, 돈을 좋아하는 여자이니, 이 또한 상대방을 만족스럽게 하는 것이었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관방의는 당연히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아니, 옥창이 뭐하러 이 많은 돈을 내게 준거야?”
“하아!”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었다. 그 말을 들은 관방의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 돈을 받아도 될까?”
“만약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아무 문제 없는 돈이 될 거야. 홍랑, 이렇게 보니 나도 참 비싼 사람인 거 같지 않아? 내가 만약 돌아오면….”
우유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중에 이야기하는 게 좋겠어. 겨우 돈 때문에 곤란을 자초할 필요 없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궁임책이 사람을 보내오더니 우유도를 불렀다. 지금 성경 말고 다른 일이 있을 리 없으니, 우유도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두 사람이 만나고, 궁임책은 우유도를 데리고 대전 뒤에 있는 장문인의 거처로 가서 단독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곳에는 아주 조용한 누각이 있었는데, 시종이 나와 차를 대령하고는 물러갔다.
우유도는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었다.
“준비는 잘 되어 가는가?”
궁임책이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그리고 직접 우유도에게 차를 따라주었고, 우유도가 황송해하자, 궁임책이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궁임책이 그렇게까지 자신을 대우해 주겠다고 하니, 우유도는 그냥 내버려 두고는 대답했다.
“준비할 것도 없습니다. 성경에서 살려줄 생각이 없다면, 어떤 준비를 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직은 상황을 모르지 않는가. 그러니 너무 비관하지 말게나.”
“하하,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것, 지금 성경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사실은 그것뿐입니다. 사실 그쪽에서 하는 일 중에, 천하 수행자들에게 득이 되는 일이 있었습니까? 세력을 깎아내는 것이든가, 재력을 깎아내는 것이든가, 어쨌든지 간에 어떻게든 우리 칠 국 세력에 타격을 주는 것입니다. 이번이라고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비관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가고자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사실 아니겠습니까.”
궁임책이 미소지어 보이고는, 화제를 돌렸다.
“옥창이 일단 여기에 머물기로 했네. 그러면서 자네가 성경에 갈 때 같이 배웅하겠다고 하더군. 게다가 천화교의 사람들도 산문 밖에서 자네와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면, 다들 자네가 성경에 들어가는 것을 보려고 하는 듯하네. 흠, 정말 이걸 보면, 모두 자네를 참 좋게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천화교가 이리 빠르게 온 것은 곤림수 때문이었다. 원래 궁임책은 우유도와 천화교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었다. 하지만 이제 우유도가 성경에 가게 되었으니, 더는 그걸 문제 삼을 필요 없었다. 당연히 자금동에서 그 문제를 언급하는 사람도 없었다.
우유도가 성경에 가게 되었다. 아마 이것은 천화교의 장문인 우문연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분명했다. 덕분에 그의 이간질은 아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무슨 말이 듣고 싶으신 건지요? 사실 할 말도 없습니다. 좋을 대로 생각하십시오. 이제 아무 상관 없습니다.”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네. 종문은 자네의 능력을 믿네. 만약 예전에 자네가 말했던 대로 정말 표묘각에서 이르길, 각 문파에서 성경에 보낼 장로 하나를 선정하라 했다면, 아마 나는 자네를 골랐을 것이네.”
우유도가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이제 곧 죽을 사람이니 더는 숨길 것도 없이, 속내를 밝히시는 겁니까? 그러니까 한마디로 처음부터 저를 함정에 빠뜨릴 생각이었다는 말씀 아닙니까?”
궁임책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오해네. 이번 성경 단련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어찌 된 상황인지 아는 사람이 없네. 추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 그냥 정말로 상황이 그랬다면, 난 그렇게 했을 거라는 말에 불과하네. 이는 자네의 능력을 높이 사서 한 말이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네.”
“생각해 보게. 정말로 성경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네. 겨우 두세 사람이 가서 할 수 있는 일도 매우 적지. 그러니 당연히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가야 하네. 숨길 것도 없네. 지금 본 문파에 있는 사람 중에, 자네가 가장 복잡한 환경에서 나타난 사람이네, 그러니 온 문파에 있는 사람 중, 심지어 나를 포함해서 말이지. 모두 성경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상황들에 대해 대처할 능력이 자네에게 미치지 못할 수도 있네.”
“사제, 정말로 자네의 비위를 맞추려는 말이 아니네. 냉정하게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하는 진실한 말이네. 이번에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네. 문파 장로들의 능력을 한번 비교해본 후에 자네가 더욱 마음에 들었네. 과거, 자네가 산전수전을 거쳐온 경험이 가장 좋은 증명이지. 그러니, 내게 다시 선택의 기회를 준다 해도, 나는 자네를 고를 것이네. 이건 자네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네.”
우유도는 찻잔을 내려놓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 저를 칭찬하며 사지로 몰아넣는 것처럼 들립니다.”
“곧 성경에 들어갈 사람에게, 내가 거짓을 말할 필요가 있겠나?”
궁임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칭찬이 맞네. 자네를 좋게 보는 것이기도 하며, 더욱이 자네에게 당부하는 것이기도 하네. 자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자네는 이제 자금동의 제자네. 그러니 반드시 종문의 입장에서 종문의 이익을 위해 생각해야 하네. 이제 자네는 종문을 대표하는 사람이니, 반드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야. 혹시라도 자금동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면, 종문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문제를 해소해야 하네.”
“그렇다 해도 자네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네. 물론, 만약 자네가 종문에 해를 끼치려 한다면 종문은 자네를 절대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네. 하지만 이건 협박이 아니라, 문파의 문규를 따르는 것에 불과하네. 당연히 자네가 아니라, 그 어떤 장로라 하더라도, 고의로 문파에 해를 끼치려 한다면 그 장로를 내버려 둘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우유도가 담담히 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저도 걱정되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저는 제가 없을 때 누군가 제 발목을 잡고, 제 사람에게 손을 쓸까 걱정됩니다. 만약 누군가 제가 없을 때 수작을 부려 저의 퇴로를 끊으려 한다면, 장담하건대, 성경에서 제가 무슨 짓을 벌일지 저도 모릅니다. 아무튼 성경에서 다들 마찬가지로 퇴로를 찾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궁임책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그 부분은 내가 보증하겠네. 내가 있으니 감히 쓸데없는 짓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네.”
궁임책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확답을 주었다.
이 또한 우유도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궁임책의 모습이었다. 궁임책은 이런 면에서 참으로 시원시원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었다. 이게 바로 우유도가 자금동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확답을 받은 우유도는 그 즉시 한발 양보하며 말했다.
“만약 이번에 제가 돌아오지 못하면 초려별원의 사람들은 알아서 떠날 것입니다. 저들을 난처하게 하지 말고, 살길을 열어 주십시오. 앞으로 저들이 자금동의 일에 끼어드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외에, 초려별원의 사람이 아닌 다른 문파의 사람들 또한 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는 전적으로 자금동에 의탁하라는 말을 해놓겠습니다. 자금동은 그저 자연스럽게 저들을 인계받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아무런 충돌이 없으니 우리 모두에게 좋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에 대해서 궁임책은 다소 의외였다. 또 그 때문에 속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우유도 휘하에 있는 문파들은 결코 그 세력이 작지 않았으니, 그들을 인계받는 것은 적지 않은 유혹이었다. 심지어 조금은 우유도가 성경에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또 우유도가 성경에서 자금동에 해를 끼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렇게 속마음에 갈등이 일었다. 하지만 결국은 모든 일에 선후와 경중이 있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봐도, 당연히 우유도가 살아서 돌아와 자금동 편에서 자금동을 돕는 게 훨씬 나아 보였다. 궁임책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만약 자네가 말한 그런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면, 자네 사람들이 함부로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자네가 말한 대로 움직이기만 한다면, 우리도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네. 저들이 안전하게 떠날 수 있을 것임을 약속하지. 하지만 만약 저들이 그러지 않고, 자네가 남긴 권력을 가지고 이익을 취하고자 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군.”
“그들은 제 말을 들을 것입니다.”
“그러길 바라네.”
궁임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매에서 한 장의 부적을 꺼내 우유도에게 건넸다. 한 장의 천검부였다.
“성경에 가는 자네에게 종문에서 해줄 것이 딱히 없군. 간섭할 여지도 없고 말이지. 종문에 있는 수많은 제자 때문에 여유도 많지 않지. 때문에 자네에게 줄 수 있는 지원도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네. 이 천검부는 종문이 자네에게 주는 것이네. 곁에 두고 몸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게.”
“제게 주는 것입니까?”
우유도는 천검부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금동에서 제게 도움을 주다니,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자네가 사용한 천검부는 나보다 많네. 그러니 사용법을 알려줄 필요 없겠지?”
우유도는 주머니에 천검부를 넣으며 서슴없이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아마 자금동의 그 누구보다 능숙하게 천검부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바로 저일 겁니다.”
“그래, 흠, 혹시 또 다른 할 말이 있는가? 없다면, 일찍 출발하도록 하게. 천화교 쪽에서 한 말이 틀리지 않아. 혹시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일찍 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만약 성경에 늦는다면, 저들이 자네에게 예의를 차릴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 내일 아침 출발할 예정입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우유도는 그 말을 하고, 다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탁’ 강하게 탁자에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보검을 들고는 가볍게 포권한 후, 그 자리를 떠나갔다. 우유도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궁임책도 우유도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앉아 탁자 위에 흩뿌려진 찻물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도야!”
초려별원,
돌아온 우유도를 보고, 마당을 배회하던 문묵아가 인사를 올렸다.
“음!”
우유도는 그녀 곁을 스쳐 지나가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다시 뒷걸음질로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문묵아는 무슨 일인지 몰랐고, 자신을 훑어보는 우유도의 시선을 다소 거북해하며 조용히 물었다.
“혹시 시키실 일이 있으십니까?”
우유도가 갑자기 물었다.
“혹시 마음에 둔 남자가 있는가?”
문묵아는 잠시 멍한 얼굴을 하더니, 곧 강하게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없습니다.”
사실 입으로 말하기가 거북했다. 우유도를 만나기 한참 전, 사문에서 일찍이 어릴 적에 마음에 둔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과는 아쉽게도 인연이 없었다. 나중에, 눈앞에 있는 우유도에게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여전히 이번에도 똑같이 인연이 없을 줄은 몰랐다. 우유도는 문묵아의 사숙이 되었으니, 배분이 맞지 않아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엇갈린 인연은 어떠한 가능성도 남겨놓지 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평생 홀몸으로 사는 것은 말이 안 되지. 그건 보물을 낭비하는 것이야. 너도 나이가 적지 않으니 슬슬 혼인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
문묵아는 민망해하며 말했다.
“아직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이대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우유도는 문묵아가 무슨 말을 하든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물었다.
“나를 믿느냐?”
이런 질문에 뭐라 대답할까. 문묵아는 억지로 대답했다.
“당연히 도야를 믿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못 믿는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좋아! 네 혼인은 내가 알아서 하지. 좋은 소식을 기다려.”
그리고는 검을 짚고 그 자리를 떠나갔다.
“…….”
문묵아는 넋을 잃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알아서 하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자기가 뭔데 남의 혼인을 알아서 한단 말인가? 아직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문묵아는 오리무중이었다. 좀 있으면 성경에 갈 사람이었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도대체 뭐 하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날, 그녀는 우유도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 * *
남주 자사부,
상조종, 몽산명, 남약정이 같은 탁자에 둘러앉아 있었고, 그 탁자 위에는 우유도의 서신이 놓여 있었다.
세 사람 모두 서신을 읽어 보았다. 우유도는 서신을 통해 이들의 우려를 한 방에 해결해 주었다. 만약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상조종 아래 속한 사람들은 전부 자금동에 의탁하면 될 것이라 안심시키고 있었다. 서신에서는 이미 자금동의 궁임책과 모두 협상된 부분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었다.
또 초려산장의 사람들은 알아서 떠날 것이니 고민할 것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