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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68화 (266/1,000)

1168화. 어울리는 한 쌍

우유도가 초려별원의 중앙 마당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궁임책도 장로들을 이끌고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은 우유도에게 아무리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 해도 도리에 따라 배웅을 하기 위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궁임책은 직접 우유도를 성경까지 배웅할 계획이었다.

다들 일찍 나와 우유도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를 재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유도와 만난 궁임책이 물었다.

“준비되었는가?”

“대충 되었습니다. 귀면각에 가서 사부님께 작별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궁임책이 끄덕였다.

“마땅히 그러해야지. 가세. 같이 뵙도록 하세.”

사람들이 그렇게 같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우유도가 몇 걸음 걷더니 갑자기 뒤돌아 소리쳤다.

“문묵아!”

그렇게 우유도가 문묵아를 불러 같이 움직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다소 의아해했으며, 문묵아는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제 우유도의 말을 듣고 문묵아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었다.

그렇게 일행이 귀면각이 도착한 후, 거안이 들어가 연통을 넣었다. 하지만 다시 나온 거안은 우유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종곡자는 우유도를 보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종곡자가 보지 않겠다고 하니, 그 누구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 우유도 또한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단 위에 있는 거안에게 손짓했다. 그를 불러 눈앞에 두고 다시 문묵아를 불러 물었다.

“네가 보기에 내 사질이 어떠하지?”

문묵아는 이미 매우 놀란 상태로, 머뭇거리며 대답하기를 꺼렸다. 우유도가 다시 물었다.

“별로인가?”

문묵아가 어찌 사람들 앞에서 별로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그저, 잘 모르겠습니다.”

우유도가 다시 거안에 물었다.

“네가 보기에 이 아이의 용모가 어떠하냐?”

거안은 우유도가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 몰라 당연히 예의를 차리며 대답했다.

“가히 나쁘지 않습니다.”

우유도가 다시 문묵아에게 말했다.

“됐다. 너는 먼저 돌아가 있거라.”

“도…. 사숙, 지금 이것이….”

문묵아는 우물쭈물하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돌아가 있거라!”

우유도가 다시 말했다. 거절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투였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장문인과 장로들까지 다 모여있었으니, 그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감히 항명할 수 없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그곳에서 멀어졌다.

문묵아가 멀어진 후 우유도가 궁임책에게 말했다.

“두 사람이 참으로 잘 어울리니, 저는 두 사람을 혼인시켰으면 합니다. 장문인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마침 방금 우유도가 이래저래 묻는 것이 참으로 수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라니, 궁임책의 표정이 아주 볼만해졌다. 곧 ‘하하’ 웃으며 말했다.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네. 이런 일은 당사자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장문인께서는 문묵아의 의부이고, 혼인은 원래 부모가 결정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거안의 사숙이니, 거안의 일에 대해서는 제가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문묵아의 일은 장문인께서 제게 그만한 체면을 세워주실 것인지가 중요하겠지요. 만약 제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면 체면을 세워주실 필요 없으십니다.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

거안은 넋을 잃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거안이 급히 말했다.

“사숙.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우유도가 뒤돌아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 입 다물어라!”

“…….”

거안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혼인? 무슨 혼인이란 말인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혼인을 추진했다. 그런데 오히려 혼인해야 하는 자신에게 입을 다물라고 하다니?

우유도가 입을 다물라고 하니, 거안은 귀면각의 대문을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안으로 뛰어들어가 일러바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사부의 청정을 감히 깨뜨릴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궁임책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다들 궁임책이 어찌 대답할지 궁금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궁임책은 우유도의 조상을 욕하고, 겉으로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다니, 그런 불길한 말은 하지 말게. 어쨌든 나는 자네가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다고 믿네. 곧 있으면 출발해야 하는데, 이런 일을 이처럼 황급히 처리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자네가 돌아온 후에 천천히 의논해 보도록 하세.”

우유도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장문인, 열에 아홉은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돌아오지 못하면, 의논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아직 제가 살아 있을 때 결단을 내려 주십시오! 어쩌면 이번에 가서 종문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하고, 피를 뿌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장문인께서는 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이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궁임책은 내심 짜증이 솟아올랐다. 곧 거안을 돌아보며 물었다.

“거안아, 너도 원하느냐?”

거안은 당연히 원하지 않았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찌 마음대로 승낙할 수 있단 말인가. 거안이 막 입을 열어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거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우유도가 끼어들어 말했다.

“거안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번 일은 제가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이런 일은 남녀 모두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는 것은 안 좋지 않겠는가?”

“거안은 원할 것입니다. 그건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문묵아도 당연히 양부의 말을 듣겠지요. 그러니 이번 일의 핵심은 장문인의 태도입니다.”

궁임책이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러니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하지. 승낙하겠네.”

“그럼 혼인은 언제입니까?”

“자네가 돌아오면 국수를 먹도록 하지.”

이건 그야말로 승낙하지 않은 것과 같았다. 만약 우유도가 돌아오지 않으면, 이 혼인은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 국수를 제가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 년 후, 일 년 후에 제가 돌아오든 말든, 저 두 사람이 혼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제없네.”

“그럼 오늘이 바로 정혼일(定婚日)이군요!”

그리고는 손을 펴서 궁임책에게 향했다.

“…….”

궁임책은 말이 없었다. 지금 이건 자신에게 손바닥을 마주치며 맹세를 하자는 말이었다.

우유도는 손을 내리지 않고 궁임책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궁임책은 한참 침묵하더니 결국 손을 들어 우유도와 손을 마주쳤다.

짝! 소리가 울리며, 우유도와 손이 맞닿았다.

사람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다들, 이 손뼉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바닥을 마주하며 맹세를 한 것이다. 그러니 어찌 나중에 이를 번복하겠는가?

그러니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몇 마디로 혼인이라는 인륜지대사가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장문인이 문묵아를 대신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손뼉 소리가 울렸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심 탄식했다. 종문에 적지 않은 우수한 제자들이 문묵아를 사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귀면각의 대문을 지키는 제자와 정혼을 하게 되다니, 이 소식을 들은 수많은 제자가 슬퍼할 것이 분명했다.

“자, 인제 그만 떠나도 되겠는가?”

손을 내린 궁임책이 물었다.

“여러분 먼저 가십시오. 저 아이와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우유도가 거안에게 할 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같이 가야 하지 않겠는가.”

궁임책은 혹시라도 우유도가 마지막에 무슨 간계를 꾸밀까 봐, 지켜보고자 했다. 하지만 우유도가 굳은 의지를 보이자, 곧 사람들에게 조금 물러가라고 손짓하며, 우유도와 거안이 사담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주위에 엿듣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우유도가 거안에게 말했다.

“미혼인 남녀이지 않으냐. 그리고 이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네게 안겨주겠다는데 어째서 기뻐하지 않는 것이냐?”

거안의 두 눈에 분노가 어렸다.

“사숙, 기뻐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찌 이런 일을 이리 장난스럽게 하십니까. 최소한 제가….”

“최소한이라고 할 것도 없다.”

우유도는 거안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나는 이번에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내가 떠난 후에, 만약 네가 이 혼사를 거절한다면, 장문인은 아마도 아주 편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혼사를 취소시킬 것이다. 그러니 이런 일은 내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지….

나는 오히려 너의 의사를 존중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이 일을 너의 의지에 맡긴 것이니 말이다.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 혼사는 너와 나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 없이 어쨌든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유도는 눈을 들어 굳게 닫힌 귀면각의 대문을 보고 말했다.

“네가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나중에 거절하려는 생각이 든다 해도, 사부님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아라. 만약 사부님이 승낙하지 않으면 거절해도 상관없다.”

그리고는 거안의 어깨를 두드리며 별말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갔다.

“사숙….”

거안이 멍청한 얼굴로 멀어져 가는 일행을 바라보았다. 대체 왜 이렇게 하는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었다.

거안은 우유도가 무슨 의도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알 수 없었다. 강제로 혼사를 추진하더니, 인제 와서는 강요하지 않고, 알아서 최종 결정을 내리라고 한다. 이게 뭐란 말인가!

통상적으로는 설사 거안이라 할지라도, 귀면각에 수시로 들어가 종곡자의 청정을 방해해서는 안 됐다. 아무 일 없다면, 정해진 시간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거안은 정말로 기다릴 수 없었다. 결국, 귀면각의 대문을 다시 연 거안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종곡자는 여전히 석상처럼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거안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보고했다.

“사숙이 떠났습니다.”

종곡자는 아무 말이 없었다. 거안이 다시 말했다.

“사숙이 떠나기 전에 제자를 위해 혼사를 안배해 주셨습니다.”

종곡자의 눈꺼풀이 꿈틀거리더니, 천천히 뜨였다. 늙은 종곡자의 두 눈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그가 물었다.

“너를 위해 혼사를 말이냐?”

“그렇습니다. 방금 문밖에서….”

거안은 사건을 자세히 설명하고는 마지막에 보충하며 말했다.

“사숙께서 떠날 때 또 말씀하기를, 사조께 의견을 여쭙고, 만약 사조께서 승낙하지 않으면 거절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종곡자가 담담히 말했다.

“문묵아라…. 들어본 적이 있다. 네가 언급한 적 있던 그 여제자가 아니더냐?”

“맞습니다. 문중의 제자들이 모두 자기 세력을 등에 업고 그녀를 취하고자 했지만, 따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억압을 받았고, 나중에 장문인의 양녀가 되었습니다. 이 일을 사조께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

종곡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예쁘더냐?”

“용모는 당연히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제자들이 그녀를 어찌 노렸겠습니까.”

“기개가 있고 예쁘다면, 인품과 용모 모두 괜찮다는 말일 터. 한데 너는 어째서 좋아하지 않는 것이냐?”

거안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로 말했다.

“사조님, 이게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종곡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너는 마음속으로 내가 어째서 너의 출세를 돕지 않는지 원망한 적이 없느냐?”

거안이 다급히 말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추호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상관없느니라. 너를 돕지 않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수행 자질을 논하자면 너는 특출나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도 없지. 너는 그쪽으로 타고나지 않았다. 그러니 너를 앞세워 이익분쟁에 뛰어들게 된다면, 그건 너를 해하게 할 뿐이다.

아마 너는 저들에게 뼈조차 남기지 못하고 삼켜질 것이다. 하지만 네 사숙은 사람 중에 태어난 용과 봉이구나. 실로 그 수법이 한 수 위구나! 어리석은 아이야. 네 사숙이 너를 위해 그처럼 고심해서 도와주어도, 너는 그걸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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