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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70화 (268/1,000)

1170화. 성경

태숙비화의 눈빛을 확인한 우유도는 기운종이 드디어 천도비경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태숙비화의 눈빛은 우유도에게 위협도, 두려움도 주지 못했다. 이곳은 성도였다. 태숙비화의 간덩이가 부었다고 해도 여기서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궁임책도 뭔가를 깨닫고는 우유도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두려워할 필요 없네, 감히 여기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것이네.”

곧, 각 대문파의 사람들이 도착했다. 우유도의 의형인 능소각의 장로 전태봉도 예상대로 나타났다. 관방의의 오랜 연인인 두운상도 천행종의 사람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유도는 두운상의 시선이 자금동 사람들을 한차례 훑어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자금동 사람들 중에서 우유도를 찾아낸 후, 잠깐 바라보았다. 이후, 그는 빠르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우유도가 남몰래 고개를 저었다. 비록 과거는 바람과 같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남자의 마음에 무언가를 남긴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은 왕왕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만수문도 도착했다. 그리고 그중에 한 사람이 우유도를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그는 바로 만수문의 장로 조경이었는데, 만수문에서 성경에 들어가는 사람으로 지정된 자였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 붙은 사람이었다.

원래 우유도는 조경에게 믿을 만한 사람을 성경 명단에 넣으라고 요청했었다. 다만 성경에서 변고가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조경은 만수문에서 나름 지위가 있는 사람이었다. 아마 그 명성 때문에 이번에 참여하게 된 것 같았다.

조경도 신속하게 우유도를 찾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조경은 우유도를 찾아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 것 같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어 바로 우유도와 접촉할 수는 없었다.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도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두 사람 모두 성경에 들어가야 하니, 아마 만날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때문에 조경은 일단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한편, 기운종의 장문인 태숙비화의 날카로운 시선이 우유도와 조경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을 포착했다. 그리고 내심 간담이 서늘해졌다. 인제 보니, 소평파의 의심이 아무 이유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지금 두 사람 사이에 분명 뭔가가 있어 보였다.

사실 조경이 나타나는 그 순간부터 그는 두 사람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성경 명단에 대해서 들은 소평파는 진국 황제 태숙웅을 찾아갔었다. 그는 황제에게 성경에 가는 기운종의 사람들에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고 했고, 황제는 그 말을 태숙비화에게 들려주었다. 태숙비화는 그 경고를 새겨들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즉시 이번에 성경에 들어가는 장로를 불러 귓속말로 당부했다. 비록 증거는 없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 없었다.

시간이 지난 후, 사해의 요마귀괴들도 도착했다. 그들을 확인한 우유도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홍개천, 부화, 단무상, 낭량공 모두, 성경에 들어가는 재수 없는 일에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걸려들고 만 것이다. 이들 네 사람은 각국에서 천도비경에 들어갔던 장로와 달랐다. 사해는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천도비경에 참여한 네 사람 모두 나름 사해에서 이름을 떨친 인물들이라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성경에서 이들을 지목한 이유도 물론, 이들의 명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들 다섯은 비록 서로 만나서 직접 안부를 묻진 않았지만, 다들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미소지었다. 다만 그것이 만나서 기쁜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다 같이 재수 없는 것을 자조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표묘각은 이번 일을 매우 중시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이번에는 구대지존이 거주하는 성경 안에서 일을 진행하기 때문이었다.

실수가 없어야 했다. 각 문파 사이에 적든 많든 은원이 없을 수 없었으니, 표묘각은 문파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을 경계했다. 그렇게 각 문파에게 기다릴 곳을 지정해 주었고, 그곳에 머물면서 함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했다.

자금동과 같이 온 옥창과 우문연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곤림수는 어쩔 수 없이 우유도를 떠나 천화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성도에 도착한 각 문파는 서로 일정 거리 떨어진 채로 어떠한 교류도 나눌 수 없었다.

그렇게 저녁이 되었을 때, 표묘각은 문을 열었고, 성경 단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성벽 같은 건물 내부로 들이라 명령했다. 이건 성경 단련이 정식으로 시작되었음을 의미했다.

각 문파의 장문인들은 분분히 제자들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전하며 제자들을 배웅했다. 입구에 있는 표묘각 사람들은 다시 한번 참가자의 신분을 확인한 후에 하나하나 안으로 들여보냈다.

하지만 입구에 이르자, 각 문파가 준비한 모든 것이 쓸모없어졌다. 성경 단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입고 있는 옷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물건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금전, 무기, 부적도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었다. 우유도는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손에 든 보검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궁임책이 그에게 준 부적 또한 궁임책에게 건넸다. 그는 이것들을 가지고 돌아가 달라고 부탁했다.

우유도는 두 명의 자금동 제자를 이끌고 거대한 건축물 안으로 들어섰다. 움직이면서 주위를 열심히 살펴보았다.

이곳은 각 문파의 장문인들도 본 적이 없는 곳이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당연히 자세히 봐두는 것이 좋았다. 나중에 돌아간 후, 이들은 ‘자금잡기’에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할 의무가 있었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가시오. 계속 앞으로 움직이시오!”

표묘각의 사람들이 소리쳤다. 그렇게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건물 중앙 거대한 반구형의 빛무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한 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앞으로 가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그들을 감시하는 사람들과 같이, 성경 단련에 참여한 사람들은 하나둘 빛줄기 사이로 사라져 갔다.

그렇게 그 빛무리 속에서 걸어 나왔을 때, 온몸의 압력이 갑작스럽게 사라졌고, 눈에 보이는 풍경이 바뀌었다. 시간도 이곳은 아침 같았다.

우유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들이 이미 한 분지의 중앙에 있었는데, 이곳에는 여전히 빛이 가득했다.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가자, 일행은 자신들이 뒤집힌 그릇 같은 빛무리 안에서 걸어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다른 세계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때, 누군가 소리쳤다.

“멈추지 말고, 산을 오르시오!”

그의 말에 사람들은 날아올라 분지의 가장자리에 있는 산 위로 올라갔다. 산 위에서 둘러보니, 구름과 운무가 짙게 깔린 가운데 수많은 봉우리가 솟아 있었고,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표묘각 사람들이 하나둘씩 산 위로 올라왔고, 이들이 다른 길로 일행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표묘각 사람들의 인도 아래, 사람들은 다른 길을 통해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운해 위를 활강하여 근처에 있는 다른 산봉우리 위에 올라섰다.

* * *

일행이 도착해 빛무리를 통과한 이곳, 아마도 이곳이 성경 같았다. 산봉우리에 내려선 사람들은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았다. 산문에 있는 바위에는 ‘수결’(守缺)이라는 두 글자가 각인되어 있었다.

이 산봉우리 주위로 수많은 누각이 세워져 있었는데, 누각뿐만 아니라 다른 화려한 건축물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또 그 사이사이 복도와 다리가 연결된 것을 보니, 누가 봐도 표묘각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이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복장을 봐도 대충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입고 있는 복장이 표묘각의 복장이었는데, 이것만 보고도 사람들은, 이 표묘각의 복장을 입은 자들이 성경의 출구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구대지존 사이에 협의가 된 것 같았다. 성경의 출입구는 하나였다. 그러니 어느 한 지존이 혼자서 이 입구 근처를 독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대지존이 공동으로 파견한 사람이 이곳을 관리하는 것 같았다. 공통의 이익은 공통의 사람이 지켜야 한다. 아마 이게 구대지존이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는 규칙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일행이 있는 산은 수결산(守缺山), 혹은 수결산장(守缺山莊)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성경의 출구를 관리하는 표묘각의 사람들이 주둔하는 곳이었다.

이것을 본 수행자들은 이들에게 발견되지 않고 성경에 들어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빛무리 안에서는 수결산장에 있는 사람들이 빛무리를 통해 누가 들어오는지 감시하고 있었고, 빛무리 밖에서는 표묘각의 사람들이 누가 빛무리로 들어가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니 안팎으로 감시가 삼엄하여 도저히 들키지 않고 성경에 들어올 수 있을 리 없었다.

표묘각은 일행을 이곳에 오래 머물게 하지 않았다. 곧 마치 양무리를 몰듯이 산장 내부로 일행을 몰고 들어갔다.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정말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무리가 된 것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그 누구도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그렇게 일행은 텅 비어있는 거대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양반다리를 한 채로 글을 쓸 수 있는 좌식 책상이 수없이 늘어서 있었다. 총 여든네 개로, 성경 명단에 오른 사람의 수와 같았다.

표묘각에 이름을 올린 각국 세력의 의석(議席)은 총 서른 자리였다. 그중에 표묘각에 공적을 인정받아 만들어진 공덕의석(功德議席) 두 자리를 제외하면 총 스물여덟 자리가 남았다. 칠국 삼대 문파가 스물한 자리를 차지하고, 영종, 천행종, 만수문이 총 세 자리, 사해가 총 네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게 총 스물여덟 개 문파에서 각 세 명씩 차출한 것이 되니, 이번 성경 단련에 참여한 사람은 총 여든네 명이었다.

하나의 좌식 책상마다 의복 한 벌이 놓여 있었다. 적홍색의 의상이었는데, 속옷부터 겉옷까지 모두 있었다.

그 후에 벌어진 상황은 조금 민망했다. 표묘각의 사람들은 모든 사람에게 책상에 자리하라고 하고는,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의복으로 갈아입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것도 그 자리에서, 속옷까지 모두 말이다. 외부에서 입고 들어온 옷은 표묘각이 감시하는 가운데 모두 벗어 태워버릴 것이라 했다.

막말로 말해 이곳은 성경이었고, 구대지존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외부에서 가지고 들어오면 안 되는 물건을 몰래 가지고 들어와, 일어나면 안 되는 문제를 일으킬까 봐 우려한 것이다. 만약 어떤일이 일어나면 표묘각은 구대지존에게 변명할 말이 없었다.

비록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옷을 갈아입어야 해서 다소 난처하긴 했지만, 혼자 벗는 것도 아니니, 크게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빨리! 시간 끌지 마시오!”

표묘각의 사람들이 소리쳤다. 사람들은 더는 망설이지 못하고, 그 즉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우유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곤란한 사람들도 있었다. 남자들에게는 그저 조금 부끄러운 일이었을 뿐이고,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섞여 있는 소수의 여제자는 차마 옷을 벗지 못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서해요왕 휘하에 있는 장로 부화 같은 경우, 우유도와 의남매를 맺고 있던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와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남자들의 시선이 가지 않으려야 가지 않을 수 없었고, 남몰래 아주 슬쩍슬쩍 바라보곤 했다. 그러니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대체 어찌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으란 말인가?

수많은 남자 앞에서 발가벗으라니, 어느 여자가 선뜻 그리할 수 있을까? 하지만 표묘각의 사람들은 여인들에게도 예외가 없는 듯했다. 여인들이 난처한 얼굴로 봤음에도 예외를 둘 수 없다는 듯, 엄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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