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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171화 (269/1,000)

@1171화. 젊은 것이 꼭 좋지만은 않다

남몰래 주위를 관찰하던 우유도는 여인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 걸 보았다. 동시에 성경의 폭거에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여인들 또한, 어쩔 수 없이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옷을 벗지 않으면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 몰랐다. 그런데 이때, 표묘각 측에 있는 여성 수행자들이 다른 여자 수행자들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표묘각이 완전히 말이 안 통하는 곳은 아닌 듯했다. 그나마 인성이 조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표묘각의 여성 수행자들은 각 문파에서 온 여성 수행자들을 불러, 여자들을 위해 준비한 곳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게 했다. 그렇게 여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그들을 따라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남자들 또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는 지금 상황을 볼 때, 어쨌든 성경에서도 인권이 어느 정도 존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여인들이 자신들과 함께 옷을 갈아입었다면, 당장은 좋은 구경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을 동물처럼 취급한 것이니, 후에 많은 수행자가 어떤 나쁜 꼴을 당할지 당연히 염려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남자들도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이것이 아무리 큰일이 아니라고 한들,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는 일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이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다들 너무 오래 벗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우유도 또한 손발을 빨리 움직여 옷을 벗은 후 신속하게 붉은 의복과 외투로 갈아입었고, 그 후에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옷을 다 벗은 사람들은 아주 신속하게 움직였다.

다만 이 광경이 장관이라면 장관이었다. 감독하고 있는 표묘각의 사람들조차 다소 괴이한 얼굴을 했다. 아마 평생에 한 번 보기 힘든 광경일 것이다. 표묘각도 마찬가지로 성경 단련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한 감독관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비녀와 그 외에 장신구 같은, 몸을 치장하는 것들도 다들 바꾸거나 버리셔야 할 것이오. 여러분, 듣기 싫은 말을 먼저 하겠소. 만약 외부에서 가져온 물건을 숨겼다가 들키게 된다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오!”

그 말에 각 수행자들의 간담이 내심 서늘해졌다. 우유도를 포함한 사람들은 그 누구도 감독관의 말에 반항하지 않고 머리 위의 비녀를 교환했다.

부화와 같이 그 몸속에 물건을 삼켜 숨길 수 있는 요수 같은 경우는, 외부에서 관문을 지날 때, 이미 몸속에 숨겨놓은 도검들을 모두 토해낸 바 있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갈아입은 후에 남은 옷들은 모두 표묘각의 사람들이 큰 바구니에 담아 하나도 남김없이 가져갔다.

그제야 성경 단련에 참여한 사람들의 몸에, 외부에서 가져온 물건이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다들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 나름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평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옷을 모두 갈아입었을 때, 다른 곳에서 옷을 갈아입은 여자들이 돌아왔다. 그제야 사람들은 의복에 남녀 구분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두 남자의 복장이었다. 옷을 갈아입은 여자들 또한 모두 적색의 남자 옷을 입고 있었다.

의복은 다소 큰 편이었다. 우유도의 키가 작은 것도 아닌데, 그조차도 옷이 다소 크다고 느껴질 정도이니, 여자들이 입은 것은 더욱 큰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그건 표묘각 사람들이 신경 쓰는 부분이 아니었다. 감독관이 다시 소리쳤다.

“각자의 책상 앞에 앉아 정숙하시오!”

사실 사람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다들 같이 온 문파의 사람들끼리 모여,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게다가 표묘각에서 내준 의복이 책상 위에 하나씩 놓여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다들 자신의 책상 앞에 앉게 되었다.

한편, 자금동의 나머지 두 제자의 이름은 각각 진관(秦觀)과 가정걸(柯定杰)이었다. 그들은 우유도에게 딱 붙어서 주위를 관찰하고 있었는데, 원강에게 벼락치기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감독관에 호통 소리에 자리에 앉아 주위를 경계했다.

한 사람은 우유도 뒤에 앉아, 갑작스럽게 뒤에서 습격하는 것과 우유도의 오른쪽을 경계했다.

한 사람은 우유도의 좌측에 앉아 우유도의 왼쪽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비했다. 우유도의 전방 같은 경우는, 원래부터 우유도가 앞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이 알아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것은 원강이 벼락치기 훈련을 통해 제자들을 가르친 성과였다. 어디를 가든지, 두 사람은 우유도의 안전을 가장 우선순위에 놓으려 했다. 그렇게 주위를 경계했으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이상 상황에 대비했다.

물론, 이건 원강의 지시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유도의 안전에 대해서 몇 번이나 강조한 것은 원강만이 아니었다. 자금동 또한 당연히 별도의 지시를 내린 바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의 방심으로 우유도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이들 두 사람은 종문에 변명할 말이 없었다.

자금동은 두 사람에게 최대한 우유도에 협조하고 자금동의 이익을 지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물론, 우유도가 자금동의 이익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면, 그들 두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막으라는 명령도 내렸다.

두 사람의 반응을 확인한 우유도가 그들을 돌아보았다. 익숙한 움직임이었다. 딱 보니 원강의 작품이 분명했다.

다만 우유도는 두 사람의 반응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감히 누가 함부로 나설까? 하지만 우유도는 그에 대해서 뭐라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고개를 돌리며 각 문파의 사람들끼리 눈빛으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다들 자신들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우유도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 만수문의 장로 조경과 효월각의 장로 심일도(沈一渡)가 수시로 우유도를 돌아보며 계속해서 은근한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아마도 우유도에게 뭔가 단서라도 얻고자 하는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자, 어떤 일이 있을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심일도는 옥창의 당부를 받았을 것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 조경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옥창이 했던 말을 생각해 보니, 아마 조경 또한 옥창과 같은 오해를 하는 것 같았다. 이건 모두 우유도가 만약을 대비해서 조경에게 준비를 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우유도가 저들에게 무슨 암시를 줄 수 있을까?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우유도 그 자신조차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안 보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좌우로 시선을 옮길 때 우유도는 부화, 단무상, 낭량공, 홍개천이 자신에게 열심히 눈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유도는 한숨을 쉬고는 곧 고개를 들어 천장의 건축양식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심일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얼굴 근육만 혹사한 꼴이었다. 하지만 조경과 부화 일행은 심일도와 달리 다급했다. 나중에 일단 기회가 오기만 하면, 최대한 우유도에게 접근해 상황을 파악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족히 반 시진을 기다렸을 때, 누각 밖에서 누군가가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곧 문사의 기질을 지닌 듯한 고상한 풍채를 지닌 남자가 걸어 들어왔고, 그는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매우 차분한 모습이 자신의 기세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대로 걸어오더니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 앞으로 와서 사람들과 마주 보고 자리에 앉더니,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곧 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며, 빙그레 웃는 얼굴을 했다. 아마도 다들 붉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현장이 있는 사람 중 이 남자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몇 있었다. 다들 이 남자를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는데, 이 남자는 구대지존 중 한 사람인 원색(元色)의 제자로 정위(丁衛)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이 바로 이번 기수에 표묘각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살펴보던 정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번 성경 단련에 대해서 밖에서 여러 가지 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그런 소문을 들어보았지. 하지만 그것은 모두 와전된 것이다. 다들 성심(聖心)을 오해한 것이지. 그러니 긴장할 필요 없다. 다들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단련, 확실히 단련하는 것이니, 이번에 참여한 사람들은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구대지존께서 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애원해도 얻을 수 없는 기회이지. 그러니 다들 기뻐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좌우를 돌아보며 일행끼리 눈빛을 교환했다. 누가 봐도 정위의 말을 의심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성경과 표묘각이 평소에 무슨 짓을 하는 곳인가? 좋은 일일 리가 없었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익숙한 사람이 몇 명 보이는군. 아마 나를 아는 사람이겠지. 아마 각 문파의 장로들일 것이다.”

정위가 웃으며 손짓했다.

“번거롭더라도 장로들은 한번 자리에서 일어나보는 것은 어떤가. 얼굴이라도 익히게 말이야.”

그의 말에 그 누가 감히 반항할까. 장로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둘 일어섰다. 이때, 뒤쪽에 서 있는 장로들을 본 정위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찌 각 문파의 장로들이 그리 뒤에 앉아 있는가? 소통하기 어려우니, 앞에 있는 사람들과 자리를 바꾸도록 하지.”

각 문파의 장로들은 다소 민망해했다. 앞에 앉는 것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대처할 시간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다들 뒤에 앉아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니, 앞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장이 다소 소란스러워졌다. 그렇게 우유도를 포함한 각 문파의 장로들은 모두 앞줄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자금동의 두 제자가 신경 써서 자리 잡은 것이 정위의 한마디에 쓸모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앞줄로 자리를 옮긴 장로 중에서 우유도는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장로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너무나 젊었으니, 우유도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을 훑어보던 정위는 우유도에게서 시선이 멈추더니,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우유도는 남몰래 재수 없음을 한탄했다. 예전에는 젊어서 참으로 좋다고 생각했는데, 인제 보니 젊은 것이 꼭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과연 정위가 웃으며 물었다.

“네가 자금동의 장로 우유도인가?”

우유도가 포권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정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도비경에 관해서 네 이야기를 나도 들어보았다. 확실히 대단하더군, 아주 장래가 유망한 친구야. 그러고 보니, 각 문파의 장로들이 이번 단련에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해 자네의 공이 적지 않아.”

“제가 말입니까?”

우유도가 깜짝 놀라 말했다. 내심 크게 의아해했다. 이번 일이 자신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말도 있는 법이다. 우유도는 자신의 의문을 직접 묻지 못하고, 그저 놀란 얼굴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정위의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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